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531 - Chapter 540

578 Chapters

제531화

온세아는 이상한 기분을 도무지 떨칠 수 없었다. 그녀의 학력과 경력, 외모를 생각하면 번듯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러다가 한 인사팀 팀장에게 전화하고서야 마침내 그 해답을 찾았다.온세아가 업계의 어느 회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거물급 인물을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거물이 온세아를 채용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온세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바로 권태혁이었다.‘날 자기 회사로 돌아오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권태혁이 이렇게까지 속이 좁은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비열한 수로 사람을 몰아넣다니.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날 저녁 이채린이 저녁을 먹으러 온세아의 집에 왔을 때 온세아가 이 일을 모조리 털어놓았다.“뭐? 권태혁이 네가 면접 본 회사들에 다 손을 써서 널 뽑지 말라고 했다고?”이채린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 하기엔 너무 쪼잔한 짓이었다.“응.”온세아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상하네.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건데?”온세아가 분석했다.“십중팔구 내가 굽히고 다시 찾아가게 만들려는 수작이겠지.”이채린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설마 너랑 계속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거 아니야?”“그 관계랑 무슨 상관이야? 내 말은 날 다시 회사로 부르고 싶어 하는 거 아니냐는 뜻이었어.”이채린이 반박했다.“네가 무슨 대체 불가능한 인재도 아니고 비서 하나 그만뒀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겠어?”온세아의 예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친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내일 직접 찾아가서 물어봐야겠어.”...권일 그룹 대표실.창밖에 어둠이 짙게 깔렸다.오늘 밤도 늦게까지 야근 중인 권태혁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미간을 주물렀다.“대표님, 커피요.”새로 온 여비서가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의도적으로 허리를 깊이 숙이며 가슴골을 훤히 드러냈다.권태혁은 요염한 모습의 비서를 힐끗거리고는 비서가 내미는 커피를 받지 않고 무뚝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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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온세아가 권태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왜 제가 새 직장 구하는 걸 방해하는 건데요?”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언제 방해했다고 그래?”그녀가 화난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제가 이력서 넣은 회사마다 압력 넣어서 채용 못 하게 막았잖아요.”“그런 적 없어.”온세아가 믿지 않았다.“진짜 아니라고요?”권태혁이 입술을 깨물더니 온세아를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순간 중심을 잃은 온세아가 그의 몸쪽으로 속수무책으로 넘어졌다. 마침 권태혁의 단단한 품에 안착했다.온세아의 손바닥이 하필이면 그의 가슴 근육에 닿고 말았다. 무의식중에 주물럭거렸는데 탄탄하고 힘 있는 데다가 탄력까지 있어서 감촉이 너무 좋았다.귓가에 권태혁의 억눌린 신음이 들려왔다. 뒤이어 뭔가가 그녀에게 닿았다...그대로 굳어버린 온세아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권태혁의 얼굴이 그녀와 코가 닿을 듯 가까워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 위로 고스란히 쏟아져 내렸다.낯선 전류가 온몸을 타고 정수리까지 찌릿하게 흘렀다. 당황한 온세아가 재빨리 두 손을 뗐다.“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그녀가 민망한 얼굴로 변명하자 권태혁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절대 아니에요.”권태혁이 묘한 미소를 흘리며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요즘 남자가 너무 고파서 이참에 내 몸이라도 좀 더듬어 보려고 한 건 아니고?”온세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대체 사람을 뭐로 보는 거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재빨리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늘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무작정 일어서려다 그만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결국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발목의 통증 때문에 다시 권태혁의 몸에 넘어졌다.“아읏...”온세아가 속으로 원망을 쏟아냈다.‘이 남자랑 엮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수록 왜 더 지독하게 얽히는 거냐고.’본능적으로 다시 몸을 떼어내려던 찰나 권태혁이 커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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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권태혁이 무엇을 원하는지 온세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 수가 없었고 줄 마음도 없었다.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회유했다.“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답해.”온세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만 번 넘게 생각해도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요.”‘도와주든 말든.’권태혁이 손을 놓자 온세아가 삔 발목의 통증조차 잊은 채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문 쪽으로 달려갔다. 단 1초도 그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이.그때 뒤에서 권태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세아가 지원한 회사에서 왜 다 거절했는지 당장 알아봐.”온세아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권태혁이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자 몇 분 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상대방의 말을 듣던 권태혁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통화를 마친 그가 무거운 기운을 내뿜었다.“무슨 일 있어요?”온세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은 그때 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작은아버지가 깨어났대.”그녀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네?”권태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병원에서 열흘 넘게 의식불명이었어. 의사도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결국에는 깨어났어. 그것도 이미 며칠 전에.”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권상진이 깨어난 게 확실히 놀라운 소식이긴 했지만 그게 그녀가 넣은 이력서가 줄줄이 불합격한 것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권태혁이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짙은 눈동자로 온세아를 똑바로 응시했다.“그 회사들에 압력을 넣어서 널 뽑지 못하게 막은 사람이 바로 내 작은아버지야.”온세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전 그냥 일자리 좀 구하려던 것뿐인데 그게 그분이랑 무슨 상관이죠?”‘게다가 깨어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면서 벌써 사람을 시켜 내 취업 길을 막았다고? 그 대단하신 분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일개 평범한 내가 일자리 구하는 일에 왜 이렇게 관심을 쏟는 건데?’“천정수를 너의 부모님께 소개한 사람이 바로 작은아버지거든.”권태혁의 눈빛이 한층 더 짙어지더니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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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온세아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미쳤어요? 권일 그룹이 어떻게 태혁 씨 손에 돌아왔는데요. 그걸 그냥 넘겨주면 지금까지 한 고생이 다 물거품이 되잖아요.”권태혁의 눈빛이 짙어졌다.“지금 내 걱정 하는 거야?”온세아가 어깨를 늘어뜨렸다.“전 그저 냉정하게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그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나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정말 몰라?”온세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설마 내가 가장 중요하단 말이야? 날 위해 권일 그룹을 포기할 만큼?’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가 일이 아직 그 지경까지 간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아요. 제가 다른 방법을 찾을 테니까. 천정수랑은 절대 엮일 일 없을 거예요.”온세아가 심호흡하며 선을 그었다. 이 일로 그에게 빚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네 남편은 신경 안 쓴대?”권태혁이 뒤에서 다시 물었다. 눈빛이 유난히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상식적으로 처가에서 아내를 늙은 남자에게 팔아넘기려 하는데 남편인 구형민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그런데 지금까지 구형민 쪽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너무도 이상했다.온세아의 예쁜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아직 이혼 전이었다면 온철환이 그녀를 천정수에게 소개해줬을 때 구형민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애초에 구형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권태혁이 온세아가 구형민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기에 당장 그를 납득시킬 그럴싸한 핑계가 필요했다.“그 사람 요즘 바빠서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바빠?”권태혁이 한쪽 눈썹을 까딱이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많이 바쁘긴 하겠지.”그의 말속에 다른 뜻이 숨겨진 것 같았으나 온세아는 캐묻지 않았다. 권태혁이 이 핑계를 믿어주기만 하면 그만이니까....그 후 며칠 동안 온세아는 계속해서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예외 없이 그 어떤 회사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그녀는 남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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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이채린이 온세아의 팔을 툭툭 치며 물었다.“저 여자 누구야?”온세아가 고개를 내저었다.“몰라.”곧이어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 무척이나 청순한 외모였다.하지만 온세아가 짐작했던 상류층 재벌가 아가씨는 아니었다. 상류층에서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으나 예쁜 건 확실했다.“구형민 벌써 새 여자 생겼어? 저렇게 대놓고 티를 낸다고?”이채린이 붉은 입술을 삐죽거렸다.“너랑 이혼한 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도 않았잖아. 저렇게 딴 여자랑 보란 듯이 붙어 다니다가 불륜이라고 손가락질받을까 봐 무섭지도 않나?”온세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구형민의 지금 지위면 불륜 스캔들이 터져도 아무 타격이 없어.”구형민 같은 지위에 있는 남자들 중에 밖에 내연녀 몇 명 안 숨겨둔 사람이 드물었다.“퉤.”이채린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침을 내뱉었다.구형민이 심민서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오늘 심민서는 새하얀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에 꼭 맞는 핏이 그녀의 아찔한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그리고 머리에 티아라까지 얹은 모습이 그야말로 공주님 같았다.주변 여자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이 쏟아졌다. 구형민 같은 대단한 남자의 옆자리를 꿰찬 그녀의 팔자를 부러워했다.구형민이 유부남인지 아닌지 따위는 이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이채린이 심민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저 여자가 너랑 비교나 돼? 구형민 저 인간 눈이 삔 거 아냐? 저런 여자를 만나다니.”“내버려 둬.”더 이상 두 사람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온세아가 시선을 거두었다.구형민에게 새 여자가 생겨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게 온세아 입장에서는 나쁠 것도 없었다. 적어도 이혼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날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뜻이니까.이채린이 그녀를 뒤따라가며 물었다.“세아야, 너 진짜 화 안 나?”온세아가 어깨를 늘어뜨렸다.“화날 게 뭐 있어? 구형민이랑은 진작에 끝난 사인데.”“그래도 부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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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구형민의 눈짓에 경호원들이 온아정을 잡고 끌고 나갔다.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 물론 온세아도.온세아를 발견한 구형민이 칠흑처럼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입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은 탓에 결국 하려던 말을 꾹 삼켰다.온세아도 구형민이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 할 말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이채린과 함께 근처 레스토랑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이채린이 주문하는 동안 온세아가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 화장실이 대형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을 줄이야.온세아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두 여자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민서 너 진짜 운 좋다. 어쩌다 구 대표님 눈에 든 거야?”“운은 무슨. 누가 돈 주고 고용한 거야. 어떤 손수건의 주인인 척 연기해 달라고.”“그럼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 손수건 주인이란 말이야?”“아마도.”“너 가짜인 거 들키면 뼈도 못 추리는 거 아니야?”“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쪽에서 돈을 엄청 많이 줬는데 어떻게 거절해.”“대체 누가 널 고용한 건데?”“나도 잘 몰라. 아랫사람 시켜서 연락 왔더라고.”“...”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온세아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조금 전 그 여자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돈을 주고 고용해 구형민의 옆에 둔 가짜였다.구형민이 그녀를 손수건의 주인이라고 착각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몄지? 설마 그 배후는 진짜 손수건 주인이 나라는 걸 아는 거 아니야?’온세아가 구형민과 엮이는 꼴을 보기 싫어서 일부러 가짜를 내세워 구형민의 눈을 가렸을 가능성이 있었다.온세아는 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느꼈다.그나저나 구형민이 손수건의 주인을 마음에 품고 있고 심지어 저 여자를 진짜로 착각하고 대놓고 애정행각까지 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구형민이 조건에 맞는 재벌가 딸과 재혼할 줄만 알았다.예전에 그들이 결혼했을 때만 해도 그가 여자에게서 가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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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구형민의 잘생긴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지금 어떤 여자랑 있든 전혀 관심이 없다 이거야?”온세아의 냉랭한 태도가 구형민에게 상처를 안겨주었다.온세아가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내가 어떻게 관심을 가져? 무슨 자격으로?”전처가 전남편의 사생활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애초에 이혼을 요구한 게 구형민이었으면서 이제 와서 왜 이런 가식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온세아의 말에 말문이 막힌 구형민이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민 씨.”심민서였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구형민이 즉시 온세아를 놓아주고 심민서에게 다가갔다. 눈빛도 음침함에서 다정함으로 바뀌어 있었다.“다 말렸어?”“응.”심민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수줍은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온세아가 속으로 생각했다.‘저 여자 연기력 하나는 끝내주네.’돈 받고 고용된 주제에 구형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구형민이 고개를 숙여 심민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심민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그의 어깨를 콩 쥐어박았다.그러다 곁눈질로 온세아가 있는 쪽을 보고는 곧바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형민 씨, 이분은 누구셔?”조금 전 구형민과 온세아가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본 터라 그녀의 정체가 궁금했던 것이었다.“이 사람은 내...”구형민이 막 소개를 하려던 찰나 온세아가 선수를 쳤다.“전처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심민서가 온세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르게 훑어보더니 이내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안녕하세요. 심민서라고 해요.”심민서가 먼저 손을 내밀자 온세아도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안녕하세요. 온세아입니다.”심민서가 고개를 들어 구형민을 쳐다봤다.“형민 씨 전처분이 정말 미인이시네.”온세아가 머쓱하게 웃었다. 심민서가 구형민의 앞에서 그녀를 칭찬할 줄은 몰랐다.원래라면 온세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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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온세아가 레스토랑으로 돌아오자마자 면접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이 뜻밖에도 진호 그룹이었다.한창 식사에 열중하던 이채린이 고개를 들었다가 넋이 나간 표정의 온세아를 보고 물었다.“왜 그래? 어디서 온 전화야?”“면접 오라네.”이채린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드디어 너 뽑아주겠다는 회사가 나타난 거야?”온세아가 멍한 표정으로 덧붙였다.“그런데 그게 진호 그룹이야.”“진호 그룹이면 권일 그룹 못지않은 대기업이잖아. 거기 들어가면 커리어를 제대로 쌓을 수 있어.”온세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졌다.“문제는 진호 그룹이 진하성의 회사라는 거지.”이채린이 어리둥절해했다.“그래서 뭐?”“내 전 형부잖아. 전 형부네 회사에 취직했다가 낙하산이라고 뒷말 나오지 않겠어?”“네 입으로 말했잖아, 전 형부라고. 그리고 요새 빽 없이 취직하는 사람이 어딨어. 남들은 낙하산 타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못 타는데.”듣고 보니 이채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빽 하나 없이 진호 그룹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게다가 아직 면접 기회만 얻은 것일 뿐 합격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일단 한번 부딪혀 보자.’...다음 날 아침.온세아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정성껏 오피스 메이크업을 했다. 깔끔한 화이트 정장 투피스로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은 세련되면서도 커리어 우먼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면접 시간이 오전 10시라 아침 식사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진호 그룹 건물은 웅장하고 위압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랜드마크였다. 내부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온세아가 로비로 들어가 면접을 보러 왔다고 용건을 밝히자 안내 데스크 직원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꼭대기 층에 있는 대표실로 바로 올라가시면 됩니다.”온세아가 흠칫 놀랐다.“면접은 인사팀에서 보는 거 아닌가요?”“대표님이 직접 지시하신 사항입니다.”온세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진하성이 직접 지시했다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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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온세아가 덤덤하게 말했다.“비서 경험이 있긴 합니다만 대표님이 절 비서로 쓰실 줄은 몰랐어요.”진하성이 여유롭게 받아쳤다.“마침 비서가 한 명 필요했거든요.”그 말에 온세아는 딱히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게다가 전에 권태혁의 밑에서 비서로 일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시 비서 일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적응하기도 수월할 터.진하성이 곧바로 내선 전화를 눌러 직원을 부르더니 온세아에게 업무를 배정해 주라고 지시했다....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고 어느새 창밖이 짙은 어둠에 깔렸다.퇴근 후 집에 도착한 온세아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흠칫 놀랐다. 어둠 속에서 붉은 담뱃불이 깜빡이고 있었던 것이었다.센서등이 켜지고 나서야 그녀의 집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봤다. 다름 아닌 권태혁이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온세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설마 진호 그룹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벌써 권태혁의 귀에 들어간 거야? 그래서 따지러 온 거고? 하지만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잖아. 게다가 진하성이 권태혁의 소꿉친구인데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지.’권태혁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온세아의 손목을 잡고 품으로 확 끌어당겼다.무방비 상태였던 온세아는 그대로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파묻혔다. 이마가 그의 품에 부딪히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본능적으로 권태혁을 밀어내려 했으나 권태혁이 그녀의 허리를 더욱 꽉 감싸 안은 바람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이혼했어?”권태혁이 온세아의 두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절박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캐물었다.온세아는 순간 멈칫했다. 그가 벌써 알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구형민이 새 여자를 위해 이혼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고 권태혁도 그 소식을 들은 게 분명했다.이렇게 된 이상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던 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권태혁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꽉 움켜쥔 듯했다. 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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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권태혁의 두 눈에 원망의 기색이 스쳤다.“나랑 함께하는 게 그렇게도 싫었어?”‘아직 이혼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날 너의 마음 밖으로 밀어내야만 했냐고.’온세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리더니 입가에 비웃음이 맴돌았다.“우리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권태혁의 눈빛이 무섭게 가라앉았다가 온세아를 매섭게 노려보며 물었다.“안 될 건 또 뭔데? 너만 고개를 끄덕이면 우린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온세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권태혁 씨는 애가 아니에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순진해졌어요?”‘우리가 함께하는 게 내가 고개 한 번 끄덕이는 거로 끝날 문제라고 생각해?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잖아.’“계속 나랑 잠자리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진지하게 발전하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온세아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솔직히 말해 그녀도 권태혁과 진지하게 만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절대 불가능이었다.“왜 불가능해?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깟 장애물쯤 내가 전부 다 부숴버릴 수 있어.”권태혁이 온세아의 두 눈을 빤히 보면서 맹세했다.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느라 온세아는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이성이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었다.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고...“필요 없어요.”온세아가 권태혁을 매몰차게 밀어냈다. 지금은 그저 혼자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하지만 권태혁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거칠게 그녀의 몸을 돌려세우고는 고개를 숙여 붉은 입술을 억지로 탐하려던 그때 그녀가 격렬하게 반항했다.“권태혁 씨... 읍...”온세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 사이로 먹혀들었다.키스가 평소와 달리 지독하게 거칠었다. 거대한 맹수가 먹잇감을 갈기갈기 찢어 집어삼키려는 듯했다.온세아가 권태혁을 밀어내려 발버둥 쳤지만 요지부동이었다.그의 입맞춤이 다급하고 혼란스러웠다. 흡사 지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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