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온세아가 거침없이 까발렸다.“지난번에 해쳤잖아. 하마터면 양천호한테...”“그땐 오빠가 그놈한테 속았어. 너랑 몇 마디 나누고 싶다길래 그냥 믿었지. 그런 짓을 하려 할 줄은 정말 몰랐어. 오빠가 미안해.”온석원이 웬일로 사과하자 온세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지금까지 살면서 온석원이 먼저 사과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예전에 그녀를 수영장에 빠뜨려 거의 죽을 뻔했을 때도 수영을 못 하는 그녀의 탓이라며 오히려 나무랐었다.어릴 적부터 온석원은 온세아를 괴롭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런데 오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해가 서쪽에서 떴나?’“그날에 권태혁이 널 도와줬다고 들었어. 게다가 널 데려갔다며? 권태혁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온석원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온세아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우리 회사 대표야. 왜?”그가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오늘 밤에 나 따라가면 지난 일은 없던 거로 해줄게. 안 그러면 엄마 아빠한테 네가 아정이 결혼식 날 밤에 회사 대표랑 호텔 갔다고 다 불어버릴 거야.”온세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대표님이랑은 그저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일 뿐이야.”온석원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말을 어떻게 하든 그건 내 마음이지. 그런데 엄마 아빠가 누구 말을 믿을까?”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일부러 악의적으로 모함하면서 그녀를 협박했다. 어떻게든 온세아를 그의 뜻대로 휘두르려는 수작임이 분명했다....어두운 밤, 호화로운 요트 한 척이 바다 위에 떠 있었다.넓고 화려한 1층에서 재벌가 도련님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떠들썩하게 웃고 있었다.진하성의 끈질긴 전화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온 권태혁이 그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고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어이, 권태혁. 왔으면 다 같이 어울려야지, 왜 혼자 앉아 있어?”진하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지만 권태혁은 대꾸도 없이 술잔만 비워댔다. 그 모습에 진하성은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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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온세아가 온석원에게 이끌려 초호화 요트에 올랐다.권태혁이 그곳에 나타난 온세아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오늘 밤 그녀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저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다니.‘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저 꼴로 여길 와서 누구를 홀리려고?’흔히들 환락의 선상 파티라 부르는 이 요트 파티는 재벌가 자제들이 주기적으로 여는 모임이었다.이름난 여배우나 모델, 고급 유흥업소 여성들까지 불러들이곤 했다.상류층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이자 하룻밤 새 천문학적인 돈을 탕진하는 퇴폐적인 유흥장이기도 했다.‘설마 온세아도 오늘 저 여자들처럼 돈 많은 스폰서라도 낚아보려고 온 건 아니겠지?’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권태혁은 불쾌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온세아를 응시하는 눈빛이 유난히 차갑게 가라앉았다.“오빠, 대체 날 이런 곳엔 왜 데려온 거야?”온세아는 도무지 이런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었다. 몹시 불편한 기색으로 옆에 선 온석원을 돌아보았다.오늘 밤 온세아는 온석원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끌려 나온 것이었다. 이런 요트 파티에 참석하게 될 줄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요트 위를 가득 채운 섹시한 몸매의 미녀들이 하나같이 교태를 부리며 말쑥한 정장 차림의 재벌 2세들을 유혹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떤 파티인지 대충 감이 왔다.가장 기가 막힌 건 온석원이 온세아에게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골라주면서 억지로 입게 강요했다는 점이었다.‘설마 여기에 있는 남자를 꼬시라고 데려온 거야?’“오늘 밤에 권태혁도 와. 오빠가 권태혁한테 데려다줄게.”그러고는 온세아의 손목을 낚아채고 요트 안을 두리번거리며 권태혁을 찾기 시작했다.권태혁의 이름을 들은 순간 온세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한 발자국도 떼려 하지 않았다.“먼저 확실히 말해. 왜 날 데리고 와서 대표님을 찾는 건데? 설마 처음부터 대표님을 노리고 온 거야?”온세아는 문득 몹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온석원에게 끌려올 때부터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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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온세아가 이어 말했다.“차라리 오빠가 홍흥사 놈들한테 빚진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말해. 그 빚부터 빨리 갚을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온세아는 남에게 신세를 지느니 돈을 갚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특히 권태혁에게 신세를 지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애당초 온세아와 권태혁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에게 이런 엄청난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설령 권태혁이 선뜻 도와준다고 해도 그 신세를 온세아가 무슨 수로 갚는단 말인가? 그러느니 차라리 온석원을 도와 돈을 갚을 궁리를 하는 게 백번 나은 선택이었다.온석원이 우물쭈물 대답했다.“그게 한... 600억 정도야.”온세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뭐? 600억? 그렇게나 많아?”지난번 도박판에서 60억 원을 날렸을 때도 온철환이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뻔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그 10배가 넘는 금액이었다.온석원의 간덩이가 부어도 정말 단단히 부었다.온석원이 변명을 늘어놓았다.“처음부터 그렇게 많았던 건 아니야. 투자하려고 20억만 빌렸는데 사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이렇게 돼버렸어.”만약 최근에 이렇게 빚에 쪼들리지만 않았어도 지난번 양천호가 온세아에게 흑심을 품고 도와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을 때 온석원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온세아는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온석원의 사고 스케일이 갈수록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빚이 600억이라니. 이걸 무슨 수로 갚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야.’그녀는 온석원이 이번에도 누군가의 악의적인 함정에 빠져 호구 잡힌 게 아닐까 의심했다.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찰나 어디선가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라? 온 비서님 아니에요?”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진하성이었다.진하성이 온세아를 보자마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두 사람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온세아가 진하성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온석원이 먼저 말했다.“매제도 여기 있었네? 아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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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온세아가 몸을 움찔 떨더니 서둘러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발밑에 무언가 걸린 바람에 비틀거리며 한 남자의 품 안으로 고꾸라졌다.“예쁜아, 넌 이제 내 거야.”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한 건장한 남자가 온세아를 짓눌렀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온세아의 드레스를 찢기 시작했다.“이거 놔.”온세아가 온 힘을 다해 소리치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자의 힘이 압도적이었고 게다가 움직임이 거칠어 아예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난 거칠게 구는 여자가 좋더라고.”남자의 음흉한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온세아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온세아가 발을 휘저어 벽 쪽에 튀어나온 금속 물체를 걷어찼다. 날카로운 통증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낮고 위압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손 놔.”온세아와 그녀를 짓누르던 남자가 동시에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어둑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 권태혁의 준수한 얼굴이 서늘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형, 규칙대로 해야지. 이 여자 내가 먼저 점찍었어.”눈앞의 먹잇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남자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속으로는 권태혁을 두려워하면서도 여자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권태혁이 싸늘하게 웃으며 어두운 눈빛으로 쏘아봤다.“규칙? 여기서는 내가 바로 규칙이야.”남자는 술기운이 올라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였다. 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먼저 왔어. 형도 놀고 싶으면 내가 다 논 다음에 놀아...”권태혁은 누군가 그에게 도발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태혁이 그를 덥석 잡더니 그대로 요트 밖으로 던져버렸다.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온세아가 상황을 파악했을 때 남자는 이미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대표님...”그녀가 눈앞의 권태혁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도 그가 그녀를 구해줬다. 게다가 지금 몰골이 지난번보다 더 처참하단 생각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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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얇은 옷감이 온세아의 매혹적인 몸매를 다 가려주지 못했다. 이건 남자의 가장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었다.권태혁은 하복부에서 뜨거운 열기가 단숨에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조금 전 요트 위에 노출이 심한 미녀들이 널려 있었다. 그들이 권태혁의 앞에서 온갖 교태를 부리며 유혹할 때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온세아를 두어 번 본 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들끓어 괴로울 지경이었다.권태혁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온세아는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이 들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 같은 눈빛이었는데 당장이라도 그에게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대체... 뭘 어쩌려고 이래요?”“따라와.”권태혁이 온세아를 거칠게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온세아가 고통 섞인 신음을 내뱉으며 멈춰 섰다.“왜 그래?”그가 고개를 돌려 온세아를 살폈다.온세아가 입술을 깨문 채 다리를 비스듬히 하고 있었고 얼굴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권태혁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가 피가 흐르는 온세아의 발등에 멈춘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망설임 없이 다가와 허리를 굽히더니 온세아의 무릎을 가로질러 번쩍 안아 올렸다. 온세아가 본능적으로 그의 품에서 내려오려 하자 권태혁이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병원으로 갈지, 선실로 갈지 직접 선택해.”요트 안에 비상 구급상자가 있었기에 선실로 데려가 직접 상처를 치료해 줄 수도 있었다.하지만 온세아는 이 요트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특히 권태혁과 단둘이 선실에 들어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온세아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병원요.”...요트가 해안가에 도착했다. 오늘 밤 환락의 선상 파티는 이렇게 예고 없이 막을 내렸다. 사람들 모두 아쉬움을 뒤로한 채 흩어졌다.권태혁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 온세아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갔다.깊은 밤이라 병원에 환자가 많지 않았다.권태혁이 온세아를 안고 성큼성큼 들어서자 주변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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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가만히 있어.”권태혁이 낮은 목소리로 온세아를 달랜 뒤 이내 의사에게 말했다.“꿰매주세요.”화들짝 놀란 온세아가 다급하게 외쳤다.“꿰매기 싫어요. 선생님, 약만 먹으면 안 될까요?”통증에 무척이나 예민한 온세아였다. 어려서부터 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절대 주사를 맞지 않았다. 그러니 꿰매는 건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이런 상처는 꿰매지 않으면 안 돼요.”응급실 의사가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환자분, 무서워하지 말아요. 남자친구가 여기 있잖아요.”‘남자친구? 대표님을 말하는 거야?’의사에게 오해라고 설명하려던 그때 의사가 또 말했다.“남자친구 앞에서 애교를 부리긴 해야죠.”온세아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이 선생님 너무 눈치 없는 거 아니야? 상사를 남자친구로 착각한 것도 모자라 남자친구 앞에서 아픈 척하며 애교를 부리는 줄 알다니. 난 정말 아픈 게 무섭고 꿰매는 게 무서운데 말이야.’“선생님, 그게 아니라...”온세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의사가 그녀에게 마취제를 주사했다. 이어서 소독하고 꿰맬 준비를 했다.온세아는 의사의 손놀림을 넋 놓고 쳐다보다가 너무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꿰매기 시작했을 때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고 등도 곧게 펴졌으며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바늘이 피부에 닿은 순간 온세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때 권태혁이 뒤에서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가렸다.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했고 공기마저 얼어붙었다.오롯이 권태혁에게서 나는 소매 끝의 향기가 온세아의 뇌리를 단숨에 휩쓸었고 그의 손바닥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온세아의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봉합을 마친 후였다.권태혁도 손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2, 3초 뒤에야 온세아는 세 바늘 모두 꿰맸음을 깨달았다.의사가 컴퓨터 앞에서 처방전을 작성하며 하루 정도 입원하여 관찰할 것을 권유했고 주의 사항을 몇 가지 당부했다.응급실을 나서며 권태혁은 간호사가 밀고 온 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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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권태혁의 말에 온세아가 흠칫하더니 얼굴에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뜻이지? 정말 병원에 남아서 돌봐주겠단 말이야? 대표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하 직원한테 다정했지?’“그... 그건... 좀 불편하지 않을까요?”온세아가 애써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전 엄연히... 유부녀인데...”유부녀라는 소리에 권태혁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왜 자꾸 유부녀라는 걸 강조하는 거야? 나한테 뭘 알려주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그럼 세아 씨 남편한테 전화해.”권태혁의 싸늘한 명령에 온세아가 움찔했다.“네?”그가 어두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거절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남편한테 전화해. 남편이 오면 그때 갈게.”온세아가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돌봐주는 사람이 온 뒤에 가겠다고? 생각보다 날 꽤 걱정하고 있네. 하지만...’하지만 그녀는 구형민에게 전화를 걸고 싶지 않았다.결혼 후 줄곧 각자의 삶을 산 건 둘째치고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나도 늘 혼자 약을 먹고 병원을 갔지, 구형민에게 폐를 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최근 온아정이 신혼 초부터 남편에게 냉대를 받았다.구형민이 사랑하는 여자가 상처받는 걸 안타까워하기에도 바쁜데 언제 온세아를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는가?스스로 생각해봐도 구형민을 즉각 달려오게 할 만큼의 체면이 없었다.온세아의 난처함을 알아차린 듯 권태혁의 눈빛이 깊어졌다.“왜? 남편을 부르기 싫어? 혹시 싸웠어?”“그런 거 아니에요.”온세아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변명을 늘어놓았다.“시간이 많이 늦어서 지금쯤 아마 잠들었을 거예요.”권태혁이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내가 다쳐서 입원했는데 잠이 와?”그는 남편이라면 시간이 늦어도 당연히 병원으로 달려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부부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구형민이 지나치게 무책임한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아내를 혼자 병원에 두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단 말인가?온세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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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온세아, 너 지금 권태혁의 침대 위에 있지?”온세아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오빠 온석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권태혁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민망함이 밀려왔다.온석원이 이런 망언을 내뱉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전화를 끊어버릴 걸 그랬다.“아니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온세아가 망설임 없이 부인했지만 온석원은 믿지 않았다.“거짓말하지 마. 요트에서 권태혁이 너를 안고 나가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둘이 지금 호텔에 있는 거 아니야?”온석원이 점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다.민망해진 온세아가 권태혁을 힐끗 쳐다봤다. 뜻밖에도 그도 깊은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온세아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석원의 말을 권태혁이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내가 오늘 밤 작정하고 대표님을 유혹하려 한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온세아는 더는 그와 눈을 맞출 용기가 나지 않아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휴대폰 너머의 온석원에게 서둘러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오빠가 잘못 본 거야. 나 잘 거니까 이만 끊을게...”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온석원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세아 너 드디어 권태혁을 손에 넣었구나. 이 오빠를 잊으면 안 된다? 오늘 그 파티에 너를 데려간 건 오빠야. 내가 부탁했던 거 꼭 권태혁한테 말해. 알았지?”온세아가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권태혁의 새까맣고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망했다. 당연히 다 들었겠지? 빌어먹을 온석원. 맨날 나한테 이런 일이나 시키고.’권태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그녀를 쳐다봤다.“날 손에 넣었다고?”온세아가 인정할 리가 없었다.“아... 아니에요... 대표님, 오해하지 마세요.”그녀가 힘껏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그때 권태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올블랙 차림을 한 채 뿜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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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온세아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온석원과의 남매 우애가 무조건적인 헌신을 할 정도로 깊지 않았다.“세아 씨, 난 지금 기회를 주고 있어. 얘기한다면 도와줄 수도 있는데...”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온세아를 구슬렸다.그러자 온세아가 움찔하더니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정말 날 도와줄 의향이 있는 거야? 하지만 오빠 때문에 대표님한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데.’온석원이 친오빠이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줄곧 온세아를 괴롭혔다. 어려움에 처한 그에게 돌을 던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봐준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보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말 별일 아니에요.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 보세요.”온세아가 마른 입술을 적시며 끝내 권태혁을 돌려보냈다.그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안색이 한층 더 차가워졌고 온몸에서 음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온세아는 순간 머리 위에 먹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권태혁이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내가 부탁하길 바라시나?’...어젯밤 권태혁이 병실을 나서며 문이 부서져라 쾅 닫았다.온세아는 그녀가 대체 어느 대목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도움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 게 왜 문제가 돼? 부하 직원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온세아는 밤새 고민하다가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다음 날 정오였다.의사가 회진을 돌며 온세아의 발 상태를 살폈다. 생각보다 회복력이 좋아서 상처가 벌써 아물기 시작하자 의사가 오늘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다만 당분간은 발을 땅에 딛고 걷지 말 것과 며칠간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을 거듭 당부했다.온세아는 의사에게 감사를 표한 뒤 짐을 챙겨 퇴원 준비를 했다.혼자인 데다가 거동이 불편했기에 간호사에게 휠체어를 빌렸다. 휠체어를 밀며 병실을 나서자마자 권태혁의 비서인 백희주와 마주쳤다.“세아 씨, 왜 혼자예요?”백희주가 권태혁의 지시를 받고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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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심장이 만신창이가 되어 이젠 무감각해졌다.온세아가 무의식중에 휠체어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구형민이 온아정을 품에 안고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세아 씨, 방금 그분들 아는 분들인가요?”뒤따라온 백희주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온세아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휠체어를 움직여 자리를 떠났다.백희주가 다시 그녀를 쫓아가 옆에 섰다.“세아 씨,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온세아가 완곡하게 거절했다.“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택시 부르면 돼요.”“번거롭긴요. 대표님이 업무 중에 다친 거라면서 나더러 특별히 세아 씨를 잘 돌보라고 하셨어요.”백희주가 휠체어를 밀어줬다.그녀의 말에 온세아가 화들짝 놀랐다.“대표님께서 실장님을 보내셨다고요?”‘안 그래도 오늘 병원에서 실장님을 만나서 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생각했었는데.’백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께서 부하 직원을 참 많이 아끼세요...”온세아의 표정이 복잡미묘했다.‘그나저나 업무 중에 발을 다친 게 아닌데. 대표님은 산재로 처리해준 것도 모자라 실장님까지 보내셨어. 세상에 이렇게 좋은 상사가 있다고?’결국 온세아는 백희주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의 부축을 받아 차에 몸을 실었다. 백희주가 직접 운전하여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세아 씨 혼자 살아요?”집에 도착한 후 백희주가 온세아를 부축해 소파에 앉힌 뒤 불쑥 물었다. 온세아가 고개를 저었다.“남편이랑 같이 살아요.”그 말에 백희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아 씨 결혼했어요?”온세아는 백희주가 왜 이토록 놀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네. 왜 그렇게 놀라세요?”백희주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권태혁이 부하 직원을 챙기라고 백희주에게 지시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래는 그가 온세아에게 관심이 있는 줄로 알았는데 뜻밖에도 온세아는 유부녀였다.‘대표님이 남의 가정에 끼어드는 건 아니겠지?’“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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