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었네.”술을 마시고 있는데 온세아의 귓가에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기가 오른 눈으로 돌아보니 뜻밖에도 오빠 온석원이었다.“나한테 무슨 할 얘기라도 있어?”온세아가 맥없이 물었다.오늘이 온아정의 결혼식 날이라 온 가족의 관심이 신부에게 쏠려 있었다. 온씨 가문의 외동아들인 온석원은 평소에도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온아정의 체면조차도 종종 무시하곤 했다.“당연히 좋은 일이 있어 그러지. 가자. 오빠가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온석원이 온세아의 팔을 잡고 예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조금 전 술을 꽤 마신 탓에 온세아의 발걸음이 휘청거렸지만 그래도 정신은 또렷했다.“어디 가는데? 오늘 언니 결혼식이야. 너무 멀리 가면 안 돼.”그녀는 온석원과 달랐다.온석원이 온씨 가문의 하나뿐인 아들이라 온철환과 심미란은 온아정을 아끼는 것만큼 아들을 아꼈다.그가 결혼식에 빠지든 말든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만 사랑받지 못한 둘째 딸인 온세아는 함부로 할 자격이 없었다.온세아가 예식장으로 돌아가려 발버둥 쳤지만 온석원이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내 친구가 너 보고 싶대.”온석원이 온세아를 끌고 인적 없는 정자로 향했다. 그곳에 온세아가 너무도 잘 아는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오랜만이야, 온세아.”양천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선량함과는 거리가 먼, 재벌가 망나니들 중에서도 질이 나쁘기로 소문난 악질이었다.집안의 권세를 믿고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예전부터 온세아를 눈여겨보았으나 몇 번이나 실패했고 결국에는 할아버지가 그를 해외로 내쫓아버렸다.“언제 돌아왔어?”양천호를 보자마자 온세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술기운이 싹 가셨다.“귀국하자마자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왔지. 이 정도면 온씨 가문의 체면을 꽤 세워준 거 아니야?”양천호가 다가오며 음흉한 시선으로 온세아를 훑어보았다.불안감이 온세아의 가슴을 짓눌렀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온석원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온석원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오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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