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641 - Chapter 650

766 Chapters

제641화

그 말에 온세아는 말문이 턱 막혔다.‘그래. 구형민이 또 찾아오면 어떡해?’그녀는 두 번 다시 전남편에게 감금되고 싶지 않았고 엮이는 것조차 싫었다.“알겠어요.”어쩔 수 없이 권태혁의 호의를 잠시 받아들이기로 했다....온주 그룹.오늘은 온세아가 회사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온철환이 회사 사람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기에 온세아가 온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인사팀에 출근 도장을 찍자마자 인사팀 팀장이 온세아를 곧장 창고관리팀으로 배정했다.창고관리팀은 온주 그룹 내에서도 가장 고되고 힘들기로 소문난 부서였다. 게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다.자기 가문의 회사에 출근하는 첫날부터 창고로 쫓겨났다.심미란의 짓인 게 안 봐도 뻔했다. 심미란이 온세아를 참 ‘끔찍하게도 아껴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창고관리팀 책임자는 진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마침 오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래서 온세아는 임시로 다른 상사에게 업무를 할당받았다.하루 종일 구르고 나니 허리며 등이며 온몸이 다 쑤셨다.퇴근 후에는 온몸의 기력이 쏙 빠져나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회사 정문을 나선 그때 고급 차 한 대가 온세아의 앞에 멈춰 섰다.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구형민의 익숙하고도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타. 집까지 데려다줄게.”구형민의 태도가 무척이나 다정했으나 온세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됐어. 데리러 오는 사람 있어.”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누구?”권태혁이 기사를 보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온세아가 아는 구형민은 내면에 열등감이 가득하면서도 소유욕이 강한 남자였다.권태혁이 그녀를 위해 기사를 보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니 자극하지 않는 게 나았다.그런데 뜻밖에도 구형민이 이미 눈치를 챈 듯했다.“권태혁이야?”온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던 그때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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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미행했어.”구형민의 대답에 온세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이런 미친 소리를 면전에 대고 하다니.’“날 미행했다고?”온세아가 분노를 터뜨리며 이를 악물었다.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걸 보니 그녀를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그래. 미행했어.”구형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하고는 그녀 뒤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슬쩍 훑어보았다.“어쩐지 요즘 집에 안 들어간다 했더니 여기로 이사한 거였구나.”온세아의 예쁜 얼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너랑 무슨 상관인데?”그러자 구형민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네 친구 이채린이 이 아파트에 살지?”온세아가 즉각 경계 태세를 취했다.“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이채린이 이 아파트에 산다는 것까지 뒷조사를 끝냈다면 절대 허투루 꺼낸 말이 아닐 것이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걱정돼서 그러는 거니까.”구형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온세아는 그 미소가 소름 끼치도록 섬뜩하게만 느껴졌다.“구형민, 경고하는데 우리 원한은 우리 둘 사이에서 끝내. 애먼 제삼자를 끌어들이지 마.”온세아가 살벌하게 경고했다.하지만 이런 태도가 오히려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구형민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내가 네 친구를 이용해서 널 휘두를까 봐 겁나?”온세아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진짜 그러려고?”그가 씩 웃었다.“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진짜로 이채린을 이용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온세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허튼짓하지 마. 채린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구형민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온세아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대체 원하는 게 뭔데?”그가 어깨를 늘어뜨렸다.“난 그저 너랑 예전처럼 다시 잘해보고 싶을 뿐이야. 그런데 네가 번번이 날 밀어내니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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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뭐? 출근 첫날에 창고로 배정돼서 짐을 날랐다고?”오늘 온주 그룹에서 온세아가 겪은 일을 전해 들은 이채린이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렸다.온세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이럴 줄 진작에 예상했어.”온철환의 뜻을 받아들여 온주 그룹에 들어가기로 했을 때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처음엔 그저 찬밥 신세로 밀려나 한동안 빈둥거리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창고로 보내질 줄이야.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것보다는 일거리가 있는 편이 나았다.“하지만 네가 막노동하러 간 건 아니잖아. 심미란 그 여자가 중간에서 장난질 친 게 분명해.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널 괴롭히는 거라고.”이채린이 분통을 터뜨렸다.온세아는 한 번도 이렇게 고된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자기 집안의 회사에서 말이다.예전에 다니던 회사들보다도 훨씬 못한 대우였다.이채린은 온세아가 일을 하러 간 건지, 아니면 사서 고생을 하러 간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중간에서 수작을 부린 건 확실해. 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들에도 심미란이 미리 손을 써서 날 각별히 보살펴 달라고 당부했었거든.”온세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자기 가문의 회사였기에 그녀를 ‘보살피게’ 만들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그리고 온철환은 이런 일에 늘 무관심했다. 온세아를 심미란에게 맡기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 결과 심미란은 수년간 온철환과 성해연에게 쌓인 원한을 온세아 한 사람에게 쏟아부어 화풀이했다.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온세아는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온철환이 이런 식으로 방관하지 않고 심미란이 그녀에게 더 이상 원망을 품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게 오히려 기적일 것이다.“어휴.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어.”이채린이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온씨 가문은 대체 왜 이런 모양인지... 늘 온세아만 못살게 굴었다.온세아가 고개를 저었다.“고생은 무슨. 아무렇지 않게 된 지 오래야.”오랜 세월 동안 혼자 짐을 짊어지고 나아가는 데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아무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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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유가혜가 콧방귀를 뀌더니 경멸 어린 시선으로 온세아를 흘겨보았다.“계속 버틸 수나 있는지 보자고.”‘너처럼 곱게 자란 여자가 이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사흘 뒤면 도망치고 안 보일걸?’...온세아는 오늘도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한 탓에 몹시 피곤했다.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고 일찍 쉴 생각뿐이었다.그런데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든 순간 이채린의 아파트 동 아래에 서 있는 익숙하고 훤칠한 모습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또 구형민이야? 대체 왜 또 왔대? 설마 답을 들으려고?’일주일 전 구형민이 이채린을 약점으로 삼아 그녀를 협박하며 다시 시작하자고 강요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온세아는 가까스로 구형민을 진정시키며 시간을 벌었었다.구형민이 그 일을 잊어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또다시 여기에 나타날 줄이야. 아무래도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 전까지는 순순히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퇴근했어? 피곤해?”온세아를 보자마자 구형민이 다가와 다정하게 물었다.예전 일 때문에 온세아는 아직도 그를 보면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여긴 왜 왔어?”“나 여기 사니까.”구형민이 방긋 웃으며 눈썹을 치켜세웠다.그 말에 온세아는 깜짝 놀랐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귀까지 의심했다.“뭐라고?”구형민이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나 이제 이 동에 살아. 네 친구 옆집.”온세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담컨대 이건 무조건 고의였다.‘채린이네 옆집으로 이사를 와? 다른 속셈이 없다면 내 손에 장을 지져.’온세아는 뭐라 말하려다가 다시 삼켰다.눈동자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무심하게 말했다.“그래.”어차피 구형민의 일이었고 그녀와는 상관없는 문제였다. 그녀와 구형민은 진작에 이혼했기에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그가 어디로 이사를 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오히려 간섭했다간 두 사람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온세아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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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온세아는 그대로 어안이 벙벙해졌다.‘권태혁이 왜 채린이네 집에서 나와?’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권태혁이 이미 온세아의 앞까지 다가갔다.“네.”정신을 차린 온세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권태혁이 곧장 온세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가자, 들어가자.”온세아는 얼떨떨한 상태로 권태혁을 따라 들어갔다.몸을 빼내려 했지만 권태혁이 구형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기꺼이 장단을 맞추기로 했다.두 사람이 안으로 발을 들이기 무섭게 뒤에서 구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아야, 나 옆집에 사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온세아가 걸음을 멈췄다. 고운 얼굴에 혐오감이 스쳐 지나갔다.구형민이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좋았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에게 신세 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쾅.온세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그녀를 대신해 현관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홀가분했다.바로 그때 권태혁이 그녀를 현관 신발장에 밀어붙이더니 한 손으로 온세아의 옆을 짚은 채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왜 또 저 자식이랑 같이 온 거야?”권태혁이 말한 저 자식이 구형민을 뜻한다는 걸 온세아는 단번에 알아챘다.온세아가 권태혁을 똑바로 마주 보며 대답했다.“방금 밑에서 우연히 마주쳤어요.”거짓말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확실히 아파트 밑에서 마주쳤다.권태혁이 깊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계속 캐물었다.“왜 여기로 이사를 왔대?”“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알았더라면 오늘 밤에 절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구형민이 이런 수를 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절친의 옆집으로 이사를 오다니, 피하려야 피할 수조차 없게 만들어 버렸다.권태혁이 온세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너한테 다시 수작 부리려는 건가?”온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마도요.”그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받아줄 거야?”온세아의 본능적인 대답은 이러했다.‘그럴 리가. 난 지나간 인연에 미련을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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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온세아는 어이가 없었다.“꼭 이럴 때 물어봐야 해요?”권태혁이 대답했다.“이럴 때가 아니면 네가 허락하지 않으니까.”그녀는 흠칫했다가 바로 깨달았다. 일부러 이런 것이었다.“권태혁!”온세아가 커다란 눈을 부릅떴다.허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치열하게 고민하던 그때 이채린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권태혁이 온세아를 신발장에 밀어붙인 채 입을 맞추려는 듯한 모습을 본 순간 이채린이 멈칫하더니 이내 헛기침하고는 머쓱하게 말했다.“미안, 내가 방해했네.”말을 마친 뒤 센스 있게 문까지 닫아주고 나갔다.그런데 문밖으로 나온 후에야 그녀의 집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세아랑 권태혁이 우리 집에서 키스하고 있고 집주인인 내가 자리를 비켜준 거야?’이채린이 문을 닫자마자 온세아가 권태혁의 가슴을 주먹으로 퍽 내리쳤다.“다 태혁 씨 때문이에요.”“내가 뭘?”권태혁이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자 온세아가 그를 흘겨보았다.그가 아니었다면 이채린이 자기 집에 들어오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이거 놔요.”온세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허락하면 놔줄게.”권태혁의 낮고 쉰 목소리가 온세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이젠 억지까지 부리네?’“그나저나 태혁 씨가 왜 채린이 집에 있어요? 어떻게 들어왔어요?”온세아가 문득 생각난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당당하게 들어왔지.”그녀의 얼굴에 의심이 가득했다.“그게 말이 돼요?”“네 친구가 여분 열쇠를 줬거든.”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채린이가 준 거라고? 어떻게 자기 집 열쇠를 함부로 남한테 줄 수 있어?’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권태혁은 남이 아니라 이채린의 직장 상사였다. 상사의 말이라 이채린이 거역하지 못했을 것이다.온세아가 그에게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냈다.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절친의 집까지 쫓아왔는데 여기서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대체 어쩌자는 거예요?”온세아가 체념한 얼굴로 묻자 권태혁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온세아를 바라보았다.“내가 어쩌고 싶은지 아직도 모르겠어?”그녀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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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권태혁이 진도를 더 빼려 하자 온세아가 그를 확 밀어버렸다.“적당히 좀 해요.”그녀가 입술을 닦으며 경고하듯 말했다.여긴 이채린의 집이었다. 절친의 집에서 키스를 한 것도 모자라 집주인을 쫓아내기까지 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인가?발갛게 달아오른 온세아의 얼굴을 보던 권태혁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동이 일었다.“알았어. 네 말 들을게.”그가 애정 어린 손길로 온세아의 부드러운 볼을 살짝 꼬집었다.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온세아는 서둘러 헝클어진 옷매무새와 머리카락을 정돈하곤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문밖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채린이 문을 연 온세아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벌써 끝났어? 빛의 속도네.”그 말을 듣자마자 온세아는 친구가 두 사람이 안에서 무슨 짓을 했다고 오해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온세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타올랐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온세아가 민망해하며 해명하자 이채린이 흥미진진하다는 듯 캐물었다.“그럼 어떤 건데?”‘조금 전 두 사람이 입 맞추는 걸 똑똑히 봤는데 그 이상 진도가 안 나갔다고?’온세아가 입을 열려던 그때 권태혁이 뒤에서 다가왔다. 그녀가 빨개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먼저 간다. 내일 저녁에 데리러 올게.”권태혁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훤칠한 그의 뒷모습이 두 사람 앞에서 멀어지고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나서야 이채린이 정신을 차렸다.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 온세아에게 물었다.“권태혁이랑 어디까지 갔어? 내일 저녁에 데리러 온다는 건 또 무슨 소리고?”온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냥 그렇게 됐어.”권태혁의 여자친구가 되기로 했다는 사실을 이채린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조금 전엔 권태혁의 반협박에 못 이겨 엉겁결에 대답해버린 것이었으니까.그녀는 속으로 두 사람이 진짜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다음에 권태혁이 다시 물어보면 죽어도 안 그랬다고 잡아뗄 작정이었다.어차피 권태혁도 예전에 온세아에게 억지를 부린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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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귀하신 분께서 이렇게 누추한 창고에는 무슨 일로 오셨지? 길이라도 잘못 들었나?’“퇴근하는 여자친구를 데리러 왔거든요.”권태혁은 유가혜에게 눈썹을 까딱여 보이곤 온세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유가혜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여자친구? 설마 온세아가 권태혁의 여자친구란 말이야? 말... 말도 안 돼.’온세아가 막 로커 문을 닫았을 때 뒤에서 익숙한 남자의 향기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권태혁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조금 전 목소리를 들었으니까.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등을 보였다.권태혁이 어떻게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신분이라면 이런 곳에 올 일이 없을 텐데.온세아가 열쇠를 꺼내 로커를 잠그려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그녀의 가녀린 손을 감싸 쥐었다.온세아는 멈칫했다. 권태혁의 몸이 그녀의 뒤로 바짝 밀착해오고 있었다.그가 온세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왜 못 본 척해?”온세아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틀어 그의 뜨거운 숨결을 피했다.“지금 일하는 중이잖아요.”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퇴근 시간인데?”온세아는 저만치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유가혜를 힐끗 쳐다보았다.“안 그래도 퇴근하려던 참이었어요.”권태혁이 유가혜에게 눈치를 주자 단번에 알아들은 유가혜가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온세아의 작업 환경을 훑어보던 권태혁이 얼굴을 찌푸렸다.“네 아빠가 널 이런 곳에 보냈어?”그는 온세아가 온주 그룹에 들어가면 최소한 이사나 상무 자리를 꿰찰 줄 알았다.그런데 이런 외진 부서로 쫓겨나 막일을 할 줄이야. 재벌가 딸이 어찌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권태혁은 예전부터 온세아가 온씨 가문에서 찬밥 신세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건 단순한 찬밥 신세가 아니라 거의 학대 수준이었다.“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온세아가 별일이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어깨를 늘어뜨렸다.온철환이 그녀를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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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온세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나가서 얘기해요.”권태혁이 놔주지 않았다. 발그레 달아오른 그녀의 볼을 보니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여기서 말해.”온세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도무지 그의 고집을 꺾을 재간이 없어 결국 마지못해 타협했다.“보고 싶었어요.”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겁이 났는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바람에 권태혁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다시 한번 말해볼래?”온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보고 싶었다고요.”이번에는 큰소리로 말했다. 권태혁의 귀에도 또렷이 들렸다.가슴속에 환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그가 온세아의 고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고개를 숙여 거침없이 입을 맞췄다.“읍...”온세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 키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두 손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다.권태혁의 맹렬한 키스에 온세아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꼼짝없이 그에게 기대어 있어야만 했다....온세아가 창고관리팀으로 발령받고 막노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온아정의 귀에 들어갔다.본래는 그녀를 실컷 비웃고 조롱해 줄 심산으로 창고로 왔다. 그런데 막상 창고에 도착해 보니 유가혜 혼자 멍하니 서 있었다.“온세아는?”온아정이 유가혜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그녀를 당연히 알고 있었던 유가혜가 깍듯하게 아가씨라 부르며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온세아가 어디 있냐는 물음에는 우물쭈물하며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그게...”유가혜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입술을 달싹이면서도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눈치였다.“뭐야? 지금 어디 있냐니까?”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온아정이 한층 날카로운 말투로 추궁했다.유가혜가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녀는 남을 함부로 팔아넘기는 성격이 아니었다.비록 온세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온아정의 편에 서서 무작정 그녀를 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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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온세아는 원래 권태혁의 진짜 신분을 밝히려 했다.유경식은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무시할 뿐만 아니라 만만한 사람만 골라 괴롭히는 인간이었다.그런데 막상 말하려니 다시 망설여졌다. 고작 이런 보잘것없는 인간을 상대하자고 권태혁의 신분을 들먹일 필요까지는 없었다.“내가 이 사람 남자친구입니다.”권태혁이 갑자기 온세아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더니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다.“남자친구?”유경식은 잠시 멍해졌다가 다시 권태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본능적으로 이 남자가 뿜어내는 기세가 범상치 않음을,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러나 그로서는 권태혁이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알 턱이 없었다.유경식이 아는 사실이라곤 지금 온주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 온씨 가문의 아가씨 온아정의 심기를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온아정의 편에 서서 계속 온세아를 몰아세우는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남자친구라 해도 그렇지, 함부로 회사 안에 끌어들여서 신성한 직장에서 키스하면 어떡해? 이건 풍기 문란 그 자체야. 온세아, 이 일에 대해 무조건 책임져.”온세아 역시 회사 창고에서 권태혁과 키스한 것이 결코 잘한 짓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유경식이 말한 것처럼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온아정이 들으라고 일부러 이러는 게 틀림없었다.온세아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팀장님은 제가 어떻게 책임지기를 바라시는데요?”온세아가 유경식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눈치 빠른 유경식이 저편에 서 있는 온아정을 슬쩍 살피더니 위세를 떨었다.“남자친구를 함부로 업무 구역에 들이고 거기서 낯뜨거운 짓거리를 했으니 사실 해고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야. 하지만 처음인 걸 감안해서 3개월 감봉 처분으로 끝내줄게.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게 해.”온세아가 참지 못하고 항의했다.“3개월 감봉이요? 징계가 너무 무거운 거 아닙니까?”‘키스 한 번 했다고 석 달 치 월급을 깎아? 회사에 이런 규정은 없을 텐데. 기껏해야 구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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