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아는 그대로 어안이 벙벙해졌다.‘권태혁이 왜 채린이네 집에서 나와?’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권태혁이 이미 온세아의 앞까지 다가갔다.“네.”정신을 차린 온세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권태혁이 곧장 온세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가자, 들어가자.”온세아는 얼떨떨한 상태로 권태혁을 따라 들어갔다.몸을 빼내려 했지만 권태혁이 구형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기꺼이 장단을 맞추기로 했다.두 사람이 안으로 발을 들이기 무섭게 뒤에서 구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아야, 나 옆집에 사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온세아가 걸음을 멈췄다. 고운 얼굴에 혐오감이 스쳐 지나갔다.구형민이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좋았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에게 신세 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쾅.온세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그녀를 대신해 현관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홀가분했다.바로 그때 권태혁이 그녀를 현관 신발장에 밀어붙이더니 한 손으로 온세아의 옆을 짚은 채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왜 또 저 자식이랑 같이 온 거야?”권태혁이 말한 저 자식이 구형민을 뜻한다는 걸 온세아는 단번에 알아챘다.온세아가 권태혁을 똑바로 마주 보며 대답했다.“방금 밑에서 우연히 마주쳤어요.”거짓말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확실히 아파트 밑에서 마주쳤다.권태혁이 깊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계속 캐물었다.“왜 여기로 이사를 왔대?”“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알았더라면 오늘 밤에 절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구형민이 이런 수를 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절친의 옆집으로 이사를 오다니, 피하려야 피할 수조차 없게 만들어 버렸다.권태혁이 온세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너한테 다시 수작 부리려는 건가?”온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마도요.”그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받아줄 거야?”온세아의 본능적인 대답은 이러했다.‘그럴 리가. 난 지나간 인연에 미련을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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