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린이 권태혁이 왔다고 온세아에게 언질을 주려던 그때 두 사람의 앞자리에 훤칠한 체격의 남자가 털썩 앉았다.지영민이었다.온세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지영민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오랜만이에요.”지영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합석해도 괜찮죠?”이채린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당연히 괜찮죠.”지영민이 일부러 온세아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세아 씨, 예전보다 훨씬 예뻐졌네요.”“고마워요.”이채린이 서둘러 소식을 전했다.“세아 너 아직 모르지? 과장님 우리 회사 그만두셨어. 공무원 시험 합격하셔서 이젠 공무원이 되셨어.”온세아가 고개를 들어 지영민을 보았다.“축하드려요, 과장님.”예전부터 지영민의 집안이 만만치 않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지영민의 아버지도 급이 있는 공무원이라 그가 공직의 길로 들어선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지영민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축하는요. 이젠 과장도 아니니까 편하게 이름 불러요.”온세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럼 영민 씨라고 부를게요.”“그래요.”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느라 권태혁이 일행과 함께 레스토랑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권태혁은 원래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가 아주 많았다.그런데 배신우와 진하성,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그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어코 그를 불러냈다.여자에게 관심이 없던 권태혁이 갑자기 왜 변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둥 호들갑을 떨면서 말이다.권태혁은 줄곧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배신우가 먼저 온세아를 발견했다.“어? 저기 세아 씨 아니야? 웬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랑 밥을 먹고 있지?”그 말에 권태혁과 진하성이 동시에 고개를 홱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 온세아가 웬 젊은 남자와 웃으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권태혁은 그 남자가 바로 지영민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예전에는 그의 부하직원이었는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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