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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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라이터를 본 순간 권태혁은 온세아가 조금 전 했던 말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그녀가 진하성과 함께 백화점을 돌아다닌 건 정말로 그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진하성만이 그가 이 브랜드의 라이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으니까.오로지 자신을 위해 일부러 진하성에게 물어가며 직접 가서 산 온세아의 그 마음을 권태혁은 가슴 깊이 새겼다.그동안 온세아를 오해했던 자신이 못내 부끄러웠다.권태혁은 거듭 자책했다.“마음에 들어요?”온세아가 줄곧 그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당연히 들지. 네가 내게 준 첫 선물인데.”권태혁이 더없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온세아가 그 매장에서 한참 동안 공들여 고른 라이터였다. 어쨌든 권태혁이 좋아하는 것을 골라냈으니 뿌듯했다.“그런데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아직 안 줬는데?”권태혁은 갑자기 그녀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온세아가 눈을 깜빡거렸다.“네?”권태혁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사실 난 네가 널 예쁘게 포장해서 나한테 선물해 주는 게 제일 좋아.”그 말을 듣자마자 온세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확 달아올랐고 귓불까지 새빨갛게 익어버렸다.‘이 남자는 정말 그런 쪽으로만 머리가 굴러간다니까.’“미워요, 정말.”온세아가 눈을 흘기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리자 권태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다음 선물도 기대할게.”흠칫 놀란 온세아가 권태혁을 올려다보며 물었다.“다음 선물요?”권태혁이 눈썹을 씰룩거렸다.“왜? 혹시 이 선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온세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그게 아니라...”지금 정식으로 사귀는 연인 사이라 선물을 여러 번 더 줘도 상관없었다. 다만...권태혁과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얼마 전 그의 누나 권민지가 했던 말이 떠오르자 온세아의 눈빛이 다시 어둡게 가라앉았다.권태혁은 결국 그의 가문과 걸맞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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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권태혁이 온세아에게 쉿 하는 손짓을 해 보였다.“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내 생각만 해.”지금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는 이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온세아는 부끄러운 나머지 어쩔 줄을 몰랐다.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었고 온몸에서 매혹적이고 요염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그녀는 이미 그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뻗어 권태혁을 제지했다.“왜 그래?”권태혁의 이마에 핏대가 솟아 있었고 땀방울이 온세아의 몸 위로 툭 떨어졌다. 목소리가 잔뜩 잠겨 있었다.“콘돔 껴요.”온세아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그녀는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을 뿐이기에 어떤 뜻밖의 사고도 쳐선 안 되었다.만약 임신이라도 하게 됐는데 권태혁이 온세아와 결혼할 수 없다면?그녀는 미혼모로 전락하고 아이는 혼외자가 되는 게 아닌가? 평생을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 살고 싶지는 않았다.“한 번만 안 쓰면 안 될까?”권태혁이 물었다.문득 온세아와 아무런 장벽 없이 밀착하고 싶어졌다.온세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두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알겠어요. 사후 피임약 먹을게요.”약의 부작용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권태혁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다.그녀 역시 그와 진정으로 하나가 되고 싶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이니까.사후 피임약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권태혁의 두 눈에 안타까움이 스쳤다.어떻게 그녀가 약을 먹고 몸을 망치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 설령 한두 번이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할지라도 차마 그럴 수 없었다.“먹지 마.”권태혁이 바로 말리더니 콘돔을 찾아 착용했다.밤이 길었다. 하지만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은 멈출 줄을 몰랐다.이 밤 온세아는 이상하리만큼 고분고분했다.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도, 멈춰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았다.권태혁이 원하는 만큼 기꺼이 그에게 맞춰 주었다.아마도 그날 권민지와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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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온세아가 온주 그룹에 출근했다. 회사에 오자마자 온아정이 해외 지사로 발령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이 일로 온주 그룹 내부가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다들 온철환이 이번에 일부러 큰딸을 좌천시킨 것이라 수군거렸다.온아정이 이번에 출국하게 되면 사실상 온씨 가문의 권력 핵심에서 밀려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앞으로 온주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 셈이었다.소식을 접한 심미란이 그날로 당장 온주 그룹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회장실에서 온철환과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여보, 온주 그룹에 내 지분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당신이 어떻게 우리 하나뿐인 친딸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아정이를 해외로 보내는 걸 사전에 나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서 결정하면 어떡하냐고요! 나 이대로는 절대 안 넘어가요!”심미란이 독설을 내뱉으며 온철환을 노려보는 두 눈에 원망이 가득했다.과거 심미란은 억울함을 꾹꾹 눌러 삼키며 온철환의 내연녀와 혼외자를 집안에 들이는 것을 허락했다.당시 온철환은 밖에서 데려온 아이가 절대 그녀 딸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했었다.온씨 가문과 온주 그룹 내에서 혼외자의 지위가 그녀의 딸보다 높아지는 일도 결코 없을 거라고 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온철환은 그 시절의 맹세를 까맣게 잊은 듯했다.심미란의 반대도 무릅쓰고 온세아에게 지분을 내어주어 온주 그룹으로 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온세아의 지위를 끌어올려 주려고 온아정을 해외로 내쫓기까지 했다.온아정이 정말 해외로 가버리면 앞으로 온주 그룹에서 그녀가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다.“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당신 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누구를 건드렸는지부터 안 다음에 따져.”온철환이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 말했다.그러자 심미란이 분노를 터뜨리면서 따져 물었다.“난 그런 거 몰라요. 우리 딸이 무슨 짓을 했든 나와 당신의 하나뿐인 딸이라고요. 뒤를 봐주고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해외로 보내버리다니. 당신은 아빠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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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뒤에서 온세아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심미란으로서는 섣불리 손을 쓸 수가 없었다.그런데 권태혁이 조만간 강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할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구형민 역시 분명 가문과 급이 맞는 약혼녀를 맞이할 터.그때가 되면 두 사람 모두 온세아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손을 써도 늦지 않았다....온세아는 당분간 권태혁을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이제 막 관계를 확실히 한 데다 연달아 두 번이나 관계를 가졌으니까.한동안은 서로 이성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참에 온세아도 푹 쉬고 말이다.그런데 뜻밖에도 퇴근하자마자 권태혁이 그녀를 데리러 왔다.그의 차에 올라탄 온세아는 권태혁이 그의 별장으로 데려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를 새로 개업한 음식점으로 데려갔다.“매운 걸 꽤 좋아한다고 들었어. 이 식당은 매운 요리를 전문으로 해.”권태혁의 소개를 들은 순간 온세아의 예쁜 얼굴이 굳어졌다.‘내가 매운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다고? 누구한테서? 설마 진하성?’그렇다면 그날 온세아가 진하성과 함께 식사하면서 주로 매운 음식을 먹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고마워요.”온세아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 일을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권태혁이 메뉴 선택권을 온세아에게 넘겼다.“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온세아가 주문하기 전에 물었다.“네가 먹는 거로 먹을게.”그는 딱히 가리는 것이 없었다.온세아는 그의 입맛까지 고려해 한 상 가득 음식을 시켰다.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딱 적당하게 매워 온세아는 무척 만족스러운 얼굴로 식사했다.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행복하게 먹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본 권태혁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태혁 씨도 드세요.”권태혁이 계속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온세아가 반찬을 집어 그의 그릇에 덜어주었다.사실 권태혁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했다. 이번에 목숨 걸고 그녀의 장단에 맞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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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권태혁이 또 정답을 맞혔다. 온세아의 취향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이어서 사회자가 계속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권태혁이 전부 다 맞혀버렸다.몇 번의 라운드를 거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사회자가 그들에게 베스트 커플 기념 선물을 증정했다. 열쇠고리 한 쌍과 식당에서 직접 만든 수제 간식이었다.“이 열쇠고리는 커플용이에요. 서로의 사진을 안에 넣고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어요.”사회자가 웃으며 소개했다.“자, 여기서 바로 사진을 찍어드릴게요.”온세아가 괜찮다고 거절하기도 전에 직원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왔고 사회자가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주었다.사진이 금방 나왔다.직원이 다시 친절하게 가위로 사진을 자른 뒤 열쇠고리 안에 끼워 넣었다. 그들은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온세아가 받은 것은 남성용으로 권태혁의 사진이 들어 있었고 권태혁이 받은 것은 여성용으로 온세아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게임에 참여한 다른 커플들에게도 소정의 기념품이 주어졌다.“저희 게임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커플분들의 영원한 사랑을 응원합니다.”사회자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모두들 즐겁게 웃으며 열렬히 박수를 쳤다. 오직 온세아의 입가에만 일말의 씁쓸함이 스쳤다.다른 커플들이 영원할 수 있을지는 그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과 권태혁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건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참여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니 굳이 마음에 담아두고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권태혁이 온세아의 손을 잡고 자리로 돌아왔다.주변 여성들이 온세아에게 부러움과 축하의 눈길을 보냈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인 것처럼 말이다.온세아 역시 사실 속으로는 무척 감동했다. 권태혁과 이제 막 교제를 시작했는데 그가 그녀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심지어 사소한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니.온세아의 시선을 알아챈 권태혁이 웃으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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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온세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권태혁처럼 완벽한 남자가 온세아를 깊이 이해하거나 그녀밖에 모를 리 없다고, 만약 함께한다 해도 기껏해야 장난에 불과할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권태혁의 반응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정말 날 진심으로 아끼는 걸까? 아니면 그저 연기를 하고 있는 걸까?’온세아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의문 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화장실에서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원래 앉아 있던 자리 근처로 돌아간 그때 권태혁이 있는 테이블에 낯선 여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화장실에서 몰래 수군거리던 그 여자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한 명은 굵은 웨이브 머리에 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어 고혹적이고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다른 한 명은 긴 생머리에 지적이고 우아한 옷차림이었는데 무척 청순해 보였다.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권태혁에게 푹 빠져 있다는 점은 똑같았다.오늘 밤의 권태혁은 몸에 꼭 맞는 검은색 수제 양복을 입고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니 당연히 대담한 여자들이 권태혁에게 접근하려 들 수밖에 없었다.언젠가 권태혁의 곁에 다른 여자가 있을 거란 상상만으로도 온세아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욱신거렸다.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권태혁은 온세아의 것이 아니었다.온세아와 끝난 후에도 권태혁에게는 분명 다른 여자가 생길 것이다.권태혁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온세아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무슨 일 있어?”넋을 잃고 있는 사이, 어느새 권태혁이 온세아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권태혁이 온세아를 품에 안으며 다정하게 묻자 온세아가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심호흡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면서 고개를 들어 권태혁의 주변을 살펴보았다.조금 전까지 권태혁에게 말을 걸던 두 여자는 온데간데없었다.“뭘 찾아?”온세아의 어색한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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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누가 질투했다고 그래요?”온세아가 본능적으로 반박하며 고개를 휙 돌렸다.“전 그런 적 없어요.”“정말?”권태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뚫어져라 쳐다보자 온세아가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가 갑자기 온세아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리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빤히 바라보았다.“그런데 내 눈엔 지금 질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것 같은데?”권태혁이 웃음 띤 얼굴로 놀려댔다. 새까만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했다.그 순간 온세아의 하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무척 민망했다.권태혁이 잡고 있던 온세아의 턱을 가볍게 흔들며 웃었다.“겉과 속이 참 다르다니까.”“다르긴 뭐가 달라요?”온세아가 지지 않고 반박하자 권태혁이 짙은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왜 질투했다고 솔직하게 인정을 못 해?”‘날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온세아의 눈빛이 흔들렸다.때로는 온세아 스스로도 권태혁을 향한 마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돌연 가슴속에서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인정 못 할 것도 없어요. 제발 그만 좀 몰아붙여요, 네?”말을 마친 온세아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권태혁이 곧바로 그 뒤를 쫓았다.두 사람이 함께 레스토랑을 나와 밖에서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그때 누군가 숨을 헉 들이쉬는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려보니 경다혜였다.온세아와 권태혁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는 경다혜의 두 눈에 감정의 동요가 일었다.권태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경다혜를 힐끗 쳐다볼 뿐 인사도 하지 않고 온세아를 감싸 안은 채 곧장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온세아가 차 뒷좌석의 창문 너머로 경다혜를 보았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했다.경다혜는 두 사람을 태운 차가 멀어지는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시선을 거둔 온세아가 깊은 눈망울로 권태혁을 쳐다보았다.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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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스스로의 분수를 정확히 안다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특히 온세아처럼 빼어난 조건과 매력을 갖춘 여자라면 더더욱.그런데도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선을 지킬 줄 안다니,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온세아가 자신을 비웃었다.“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뿐이에요.”누구라도 온세아의 입장이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경다혜가 고개를 내저었다.“만약 나였다면 아마 그러지 못했을 거예요.”자신이 권태혁의 여자친구였다면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눈 뜨고 보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없었을 것이다.“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내리는 결정도 다를 수밖에요.”온세아가 담담히 대답했다.만약 온세아도 경다혜처럼 재벌가의 떳떳한 딸이었다면 당연히 자기 남자를 순순히 남에게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온세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없는 혼외자일 뿐이었다.무슨 수로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붙잡아 둔단 말인가?설령 권태혁이 모든 난관을 뚫고 온세아와 함께하려 한다 해도 그 역시 반드시 무언가를 희생해야만 할 터.온세아는 자신 때문에 권태혁이 스스로를 희생하거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하지만 태혁 씨가 좋아하는 건 세아 씨잖아요. 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 한 번쯤 부딪혀 볼 순 없는 거예요?”경다혜의 질문에 온세아가 멈칫했다.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온세아라고 왜 매달려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눈앞에 놓인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싸워요? 오히려 다혜 씨가 아직 태혁 씨한테 마음이 있다면 강유진 씨랑 한 번 제대로 겨뤄볼 만하지 않나요?”온세아가 경다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경다혜의 집안 배경이라면 강유진과 충분히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다. 반면 온세아와 그녀들의 격차는 까마득할 정도로 컸다.경다혜가 한숨을 내쉬었다.“난 뭐 싸우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그냥 이젠 확실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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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마침 오늘 점심시간에 짬이 난 권태혁은 온세아를 픽업해 그녀를 위해 새로 산 집을 구경시켜 줄 생각이었다.그의 롤스로이스가 온주 그룹 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권태혁은 온세아와 경다혜가 1층 카페에서 나란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권태혁의 서늘한 눈매가 가늘어졌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강준우 역시 기겁한 얼굴이었다.“세아 씨가 언제부터 다혜 씨랑 저렇게 사이가 좋았죠?”강준우가 참지 못하고 권태혁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권태혁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차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지는 듯했다.“잘 가요.”온세아가 경다혜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경다혜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배웅했다.다시 몸을 돌려 온주 그룹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롤스로이스 한 대가 온세아의 앞에 멈춰 섰다.차 번호판을 슬쩍 확인한 온세아는 단번에 그것이 권태혁의 차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익숙하고 준수한 권태혁의 얼굴이 드러났다.“타.”흠칫 놀란 온세아가 무의식중에 거절했다.“저 오후에 일해야 해요.”지금 한가롭게 그의 차에 탈 시간이 없었다.“타라니까. 휴가 처리는 벌써 해뒀어.”권태혁이 단호하게 말했다.온세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온세아가 차에 오른 뒤 강준우가 눈치껏 핑계를 대며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권태혁이 버튼 하나를 누르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가림막이 스르륵 올라왔다. 뒷좌석이 완벽하게 밀폐된 독립 공간이 되었다.온세아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권태혁이 온세아를 품으로 훅 끌어당겼다.“뭐 하는 거예요?”그녀가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그래도 차 안인데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을 하려는 건 좀 아니지 않나?“방금 경다혜랑 무슨 얘기 나눴어?”권태혁이 온세아의 귓가에 밀착한 채 나직하게 물었다.그 질문에 온세아의 몸이 살짝 굳었다.‘설마 아까 상황을 다 본 거야?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기가 막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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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권태혁은 온세아를 위해 준비한 이 모든 것들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꼈다.“앞으로 여기서 지내는 건 어때?”권태혁이 두 손으로 온세아의 손을 감싸 쥐며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제가요?”온세아는 순간 망설였다.왜 그에게 스폰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걸까?두 사람은 분명 정상적인 연인 사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토록 화려한 공주풍 별장으로 들어와 살라고 하니 온세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온세아는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권태혁이 온세아에게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아니면 우리 집으로 들어올래?”온세아가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아직 그와 이렇게 빨리 동거하고 싶진 않았다.“그럼 여기 들어와 살아. 너도 구형민이 또 집적거리는 거 원치 않잖아.”온세아가 계속 혼자 살거나 이채린과 함께 산다면 구형민은 절대 온세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온세아가 동의하자 권태혁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갑자기 온세아의 몸을 돌려세우더니 고개를 숙여 그대로 입을 맞췄다.따뜻한 입술이 온세아의 붉은 입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권태혁의 혀가 온세아의 고른 치열을 비집고 들어가 뜨겁게 얽혀들었다.그때 온세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커다란 손이 상의 밑단 안으로 쑥 들어왔다.거칠고 단단한 손가락이 맨살을 쓸어내리자 찌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아찔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당황한 온세아가 몸을 뒤로 뺐다.“저 좀 피곤해요. 오후에 출근 안 해요?”권태혁더러 이만 가라는 뜻이었다.권태혁의 눈동자에 순간 짙은 아쉬움이 스쳤다. 온세아가 기뻐하며 그를 받아들이고 기꺼이 그와 잠자리를 가질 줄 알았다.하지만 온세아는 이런 호화로운 별장에 입주하게 된 평범한 여자들처럼 흥분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척이나 절제했다.아무래도 온세아가 온전히 권태혁을 받아들이고 의지하게 만들려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닌 듯했다.“그럼 여기서 푹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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