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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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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유정웅은 유지영이 그렇게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의연하게 대답했다."둘째 숙모께서 살아계실 적에 어머니와 담소를 나누다 무심코 말실수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이를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은밀히 알아보셨지요. 이 일은 아버지도 알고 계십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확인을 거치셨으니까요."유지영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송씨와 유정명은 이미 죽었으니, 이제 와서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누님, 이 일을 아는 사람이 두 명 더 있습니다. 둘째 삼촌과 할머니입니다."유정웅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머니 말씀으로는, 큰아버지 댁에 적자가 없으니 장차 큰아버지 댁의 재산은 물론 국공부 전체를 둘째 삼촌네가 이어받게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큰아버지께서 밖에서 세우신 공훈도 모두 둘째 삼촌네 차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 모든 일은 할머니의 묵인하에 벌어진 일입니다.""또한 큰어머니께서 앓아누우셨을 때, 둘째 숙모가 약에 무언가를 탔다고 합니다. 큰아버지께서 경성을 비우신 틈을 타, 큰어머니를 자극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요."이야기를 들을수록 유지영은 분노가 솟구쳤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네가 일부러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그저 은혜를 갚기 위함만은 아니겠지?"유지영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유정웅을 쳐다보았다.유정웅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누님께서 해독제를 내어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진작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요."유지영은 유정웅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따져 묻지 않았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이 일은 내가 직접 알아보마.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너는 내 동생이니 마땅히 널 보살펴주겠다.""누님….""나는 처리할 일이 있으니, 너는 이만 돌아가거라."유지영은 사람을 시켜 유정웅을 배웅하게 했다.유정웅이 물러가자, 유지영의 안색은 차갑게 식었다.그녀는 진작부터 어머니의 죽음이 단순한 병사가 아닐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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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잠시 후, 유지영은 유국공부에 도착했다.한 시진쯤 기다렸을 무렵 유정남이 돌아왔다."지영아, 오늘은 어쩐 일로 왔느냐?"유정남이 웃으며 들어오다가 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이내 미소를 거두며 캐물었다."혹 경왕부에서 무슨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게냐?"유지영은 손을 저어 사람들을 모두 물리치고는 물었다."아버지, 예전에 어머니께서 출산하셨을 때 쌍둥이 남매를 낳으신 게 맞습니까? 제게 유관성이라는 오라버니가 있었다고요?"유관성이라는 이름 석 자에 유정남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순식간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어, 어찌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게냐?""오늘 유정웅이 경왕부로 저를 찾아와 예전 얘기를 꺼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할머니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송씨가 신이 나서 떠들다 말실수를 했고 그걸 셋째 숙모가 은밀히 조사했다 합니다. 제게 목숨을 빚진 은혜를 갚겠다며 알려준 것입니다."유지영은 들은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유정남은 멍해진 얼굴로 되물었다."지금 뭐라 했느냐? 네 어머니의 죽음이 할머니와 관련이 있다고?"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네 어머니는 네 할머니가 직접 고른 며느리였다. 헌데 어찌 네 그 사람을 해치겠느냐. 그 당시 두 사람의 사이가…."말을 잇던 유정남은 유지영의 얼굴을 보자 더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유씨 노부인이 정말로 맏며느리를 아꼈다면, 어찌 유지영을 그토록 모른 척하며 둘째 식솔들이 괴롭히도록 방관했겠는가.유정남은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이마에는 푸른 핏줄이 돋아났다."아버지, 할머니께서 요즘 매일같이 아버지께서 입궁하시는 길목에 사람을 보낸다 들었습니다. 차라리 할머니를 이리로 모셔 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유지영이 제안했다.그녀는 그 당시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절히 알고 싶었다.그리고 오라버니는 대체 어쩌다 죽었을까?유정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유지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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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유정남은 발 빠르게 움직여 그날로 곧장 둘째 유정혁의 저택으로 향했다.유정랑은 그를 보자 반갑고 놀라운 얼굴로 다가왔지만, 상대의 매서운 눈빛에 놀라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겁먹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불렀다."큰아버지."하지만 유정남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유정랑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르며 말했다."큰아버지, 제가 매일 할머니 병수발을 들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기어코 큰아버지를 뵙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보내 말씀을 전한 것입니다."안채로 들어서자 진한 탕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유씨 노부인은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노인의 양옆 머리는 이미 하얗게 세어 있었다. 유정남을 바라보는 노부인의 눈동자에는 거친 파도 같은 증오가 일렁이고 있었다."이제야 올 마음이 들더냐.""할머니, 큰아버지께서도 할머니를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서도 늘 큰아버지를 찾으셨잖아요."유정랑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유씨 노부인은 유정랑을 쳐다본 뒤,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치미는 증오를 억눌렀다. 그리고는 유정남을 향해 말했다."둘째와 셋째네는 죽거나 옥에 갇혔다. 예전에 있었던 껄끄러운 일들은 다 지나간 일로 덮어두자꾸나. 큰애야, 나는 네 어미이고 넌 결코 불효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그 말에 유정남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오늘 어머니를 국공부로 모셔 가려 온 참입니다."유씨 노부인은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큰아버지, 사실 할머니께서 이곳에 머무셔도 제가 잘 모실 수 있습니다."유정랑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희색이 돌았지만, 입으로는 짐짓 아쉬운 척하며 말했다.유정남은 그제야 유정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너는 나이도 어리고 가정도 꾸리지 않았다. 과거 시험 준비를 하려면 병수발을 들 여력도 없을 터. 내가 장남이니 마땅히 효를 다하는 것이 도리다.""하지만 큰아버지....""아들이 있는데, 손자인 네가 나설 차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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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독기가 가득한 유정남의 시선을 마주하자 유씨 노부인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노부인은 더듬거리며 변명했다."큰애야, 내 말 좀 들어보렴. 그 아이는 요망한 징조를 타고났다. 태생부터 불길하여 내가 밖으로 발설하지 못하게 엄명을 내린 것이야. 나는 다 유씨 가문을 위해 그런 것이니, 행여나 타인의 이간질에 속지 말거라."이때 유정랑도 곁에서 조심스레 거들었다."큰아버지, 셋째 삼촌께서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께서 정신이 온전치 못하십니다. 자주 헛소리를 하시니 곧이듣지 마십시오.""그래, 그래. 내가 늙어서 노망이 났구나."유씨 노부인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유정남은 몸을 돌려 유정랑을 바라보았다. 예리한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는 품이 마치 숨긴 속내를 단박에 꿰뚫어 볼 듯했다.유정랑은 지레 찔린 듯 감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이마에 식은땀만 흘렸다."큰애야, 나는 국공부로 가지 않으련다. 너 혼자 돌아가거라."유씨 노부인은 손을 휘저으며 유정남을 쫓아내려 했다.그러나 유정남은 단호했다."그럴 순 없습니다. 이미 가마를 대령해 두었습니다. 관성이도 어머니를 뵙고 싶어 합니다. 십육 년 만에 뵙는 할머니 아닙니까. 녀석이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모릅니다."이어서 그가 덧붙였다."관성이 그 아이는 혜정이를 쏙 빼닮아 총명하고 결단성이 있습니다. 그저 마음이 너무 여린 것이 흠이지요. 요 며칠 고뿔에 걸려 제가 곁에 두고 보살피느라 늦었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어머니를 뵈러 왔을 것입니다."어투가 너무도 진지하여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노부인은 점점 더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관, 관성이가 정말 돌아왔단 말이냐?"유정남은 고개를 끄덕였다."몇 해 전 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유씨 노부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이 번졌다. 그 모습을 포착한 유정남은 속에서 치미는 증오를 억눌렀다.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똑같은 적손이거늘, 어찌하여 어머니는 유정랑과 유원랑을 위해서는 그토록 노심초사 앞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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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그 말에 유씨 노부인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창가에 기대어 한 손으로 휘장을 꽉 움켜쥐었다."헛소리 말거라!""가문의 수치를 밖으로 알릴 수 없어, 이 일만큼은 어머니께 끝까지 숨기려 했습니다. 허나 어머니께서 남의 핏줄에게 우리 유씨 가문의 가산을 통째로 물려주려 하시니, 저도 털어놓을 수밖에요."유정남은 담담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송씨는 소주 송씨 가문의 서출입니다. 그간 소주 송씨 가문은 검은 속내를 품고 곳곳에서 이간질을 해왔습니다. 그들이 노린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유씨 가문의 가산이었습니다."소주 송씨 가문이 언급되자, 유씨 노부인은 즉각 예전의 부광 비단 사건이 떠올랐다. 송씨가 유지영의 혼수를 가로채려 했던 일에도 송씨 가문의 입김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아, 아니다. 네가 지금 나를 속이려는 게지, 그렇지 않으냐?"유씨 노부인은 다급히 캐물었다.유정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유씨 노부인을 응시했다.그 흔들림 없는 눈빛에 유씨 노부인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장남의 올곧은 성정만큼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속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직하고 청렴하며 심성이 선량했다. 부귀영화 따위는 뜬구름으로 여기는 정직한 아이였다."정 못 믿으시겠다면, 훗날 날을 잡아 정랑이와 둘째의 피를 섞어 확인해 보시지요."유정남이 담담히 쏘아붙였다.그가 말에서 내렸을 때, 일행은 이미 유국공부 문 앞에 당도해 있었다.그때 방온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화려한 비단옷을 차려입은 그는 온화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허리춤에는 여의 문양이 수놓인 향낭과 옥패가 매달려 있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유씨 노부인에게 다가왔다."아버지, 이분이 할머니이십니까?"유정남이 고개를 끄덕였다.방온은 유씨 노부인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손자 관성, 할머니께 인사 올립니다."방온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유씨 노부인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경악을 넘어선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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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네, 네가 정녕 관성이란 말이냐?"방온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예전에 방씨 가문에 양자로 거두어졌습니다. 관상쟁이가 열여섯 살이 넘어야 가문에 돌아올 수 있다고 하여, 그동안 아버지께서 밖으로 알리지 않으신 겁니다."빈틈없이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말이었다.허나 유씨 노부인은 방온에게 도무지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당혹감과 불안함이 컸다. 방온의 얼굴을 볼 때면 더더욱 그랬다.기분 탓인지, 볼수록 죽은 담혜정을 쏙 빼닮아 있었다."네 아비가 네게 무슨 말을 한 것이 있느냐?"유씨 노부인이 물었다.방온은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께서는 어른들의 원한에 자식 세대가 휘말려서는 안 된다 하셨습니다. 제게는 아무 걱정 없이 살라 하시며, 지난 일에는 관여치 말라 하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유씨 노부인은 큰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방온의 손을 잡았다."관, 관성아.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그때 문밖에서 시종이 유정랑과 유원랑 두 사람이 문안을 왔다고 고했다.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유씨 노부인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 두 아우가 찾아왔으니 한 번 만나보시지요."방온이 온화하게 말했다.유씨 노부인은 그의 청을 물리치지 못했다. 사실 속으로는 이미 유정남의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장남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요 며칠 요양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 유정남이 그토록 두 아이를 눈엣가시로 여긴 이유가 다 있었다. 애초에 유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었으니 그런 것이다.상념에 잠겨있을 무렵, 유정랑과 유원랑이 안으로 들어왔다.특히 유원랑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씨 노부인에게 와락 안겨들었다."할머니!"울먹이는 목소리에 뺨에는 눈물 자국까지 남아 있어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그러나 유씨 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티 나지 않게 품에 안긴 아이를 밀어냈다. 유원랑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으나, 유정랑은 유씨 노부인의 태도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했다."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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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그날 오후.유지영은 유국공부로 향하던 중 길 한가운데서 마차가 가로막혔다. 동금이 고했다."세자비 마마, 유정랑입니다."방온이 유관성 행세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이미 귀띔을 해준 적이 있었다.유지영은 유정랑이 뭔가 따져 물으러 왔을 거라 짐작했다.그녀는 휘장을 걷고 유정랑을 내려다보았다."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유정랑은 다소 초조한 기색으로 다가왔다. 까만 눈동자에는 조바심과 억눌린 분노가 서려 있었다.유지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어디 말해 보거라."예상대로 유정랑은 방온의 이야기를 꺼냈다."누님, 유국공부에서 누군가 관성 형님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결코 그 자를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가짜인지 네가 어찌 아느냐?"그녀가 반문했다.유정랑은 목을 뻣뻣이 세우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어머니께 듣기로 큰형님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했습니다. 십육 년이나 지났는데 갑자기 나타나다니요. 가짜가 틀림없습니다!"그 말에 유지영은 연신 냉소를 흘렸다."내 오라버니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가 모를 것 같으냐? 게다가 아버지께서 친자 확인까지 마치셨거늘 어찌 가짜란 말이냐. 예전에 오라버니가 난장강에 버려졌을 때, 다행히 은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고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다 확인하신 일이다."그 말에 유정랑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주먹을 꽉 쥐었다."누님마저 어찌 이리 어리석으십니까? 어찌 사기꾼을 이리 쉽게 믿으신단 말입니까?""그분은 틀림없는 유관성이다!"유지영은 휘장을 내려 유정랑의 시선을 차단했다.하지만 유정랑은 포기하지 않았다."누님, 근본도 모르는 자입니다. 정녕 늑대를 집 안에 들이실 작정입니까? 외부인이 유국공부를 집어삼키는 꼴을 지켜만 보실 겁니까!"길길이 날뛰는 유정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지영의 머릿속에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다. 그녀가 턱을 가볍게 까딱이자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뒤에서 유정랑이 뭐라 소리치든 그녀는 철저히 무시했다.유국공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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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유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씨 노부인은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의심마저 말끔히 사라졌다. 유지영의 성격상 만약 유관성이 가짜였다면 진작에 그 정체를 폭로하고도 남았을 것이다."정, 정녕 그 아이가 맞구나."유씨 노부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곁에 있던 이씨 어멈이 몇 마디 거들며 위로했다.실컷 울고 지친 유씨 노부인은 안신탕을 마시고 다시 혼미하게 잠에 빠져들었다.유지영이 오늘 유국공부에 온 것은 단지 노부인을 문안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이씨 어멈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툭 던지듯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라버니가 모르는 일도 있고, 아버지께서 숨기시는 일도 있지만, 나는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 이씨 어멈, 그 옛날 일에 대해 내게 말해 보거라."쿵.이씨 어멈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세자비 마마, 소인은 노부인을 모신 지 이제 십이 년밖에 되지 않아 그 전에 있었던 일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이씨 어멈, 할머니라는 큰 나무가 쓰러졌으니 둘째 삼촌네는 뒷배를 잃은 격이다. 그대는 나이가 들었다 쳐도, 그대에게 아들 내외와 귀여운 손자가 있지 않느냐. 핏줄을 위해서라도 공덕을 쌓아야지."유지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자 이씨 어멈은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세, 세자비 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유지영은 허리를 굽혀 이씨 어멈을 부축해 일으켰다."나는 과거의 진실을 알고 싶다. 두 달 후, 너희 식구들에게 양민 신분을 돌려주겠다. 네 손자는 훗날 유씨 가문의 다음 대 가주를 곁에서 모시는 글동무로 삼아주마."엄청난 조건 앞에서 이씨 어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유지영을 향해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절했다."소인, 분부 받들겠습니다."유지영은 이씨 어멈의 귓가에 몇 가지를 은밀히 당부했다.유국공부를 나설 즈음에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녀는 배현준에게 사람을 보내 다과점에서 만나자고 기별을 넣었다.다과 몇 가지를 샀을 무렵 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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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임 태비와 눈빛을 교환한 시녀는 작은 소리로 고했다.“오늘 경왕 전하께서 동료와 술을 몇 잔 마시고 돌아오셔서 이매원에 드셨는데 이모님께서 어찌 이곳으로 오셔서 전하가 쉬고 계신 침소에 드셨는지는 소인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이모님께서 검으로 전하를 찌르셨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경왕비가 말했다.“조원금은 진작부터 전하께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다만 첩실이 되기 싫다면서 전하를 압박했지. 전하께선 선왕비의 정을 생각해 늘 참아주고 계셨는데 저 여자가 이리 독하게 나올 줄은 몰랐구나.”배현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두가 왕비처럼 신분 상승을 위해 사내의 침상에 기어오르는 줄 아십니까?”갑작스러운 일갈에 경왕비는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현준아!”임 태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쳤다.배현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턱을 한껏 치켜들고 말했다.“오늘 현장에 있던 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입을 틀어막아라!”“예!”명이 떨어지자 서른 명이 넘는 시종들이 입이 틀어막히고 결박당한 채로 마당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임 태비는 당황한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지금 뭐 하자는 게냐?”배현준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지시했다.“가서 의원을 모셔오고 오늘 이모님께서 드시고 마셨던 것들을 모조리 확인하거라. 그리고 그것들이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도 모조리 찾아내라.”끝까지 진상을 밝히겠다는 단호한 태도였다.임 태비조차 끼어들지 못하고 있으니, 경왕비는 더더욱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멍하니 서서 배현준의 수하들이 집안 안팎을 뒤지고 다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마당에 모인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잠시 후, 태의가 당도하여 편채로 들었다.얼마 안 가 경왕도 마당으로 나왔다. 그는 팔에 두터운 붕대를 두른 채, 창백한 얼굴로 배현준을 바라보았다.꽤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배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경왕에게 말했다.“오늘 경왕은 제 이모님의 결백을 더럽혔습니다. 만약 그분께서 먼저 전하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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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배현준은 원금의 측근 시녀를 불러 물었다.“이모님께서 어찌하여 이매원으로 가게 되었느냐”운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임 태비 신변의 유씨 어멈을 가리켰다.“유씨 어멈이 찾아와 태비께서 아가씨를 뵙고자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가씨는 태비 마마와 함께 차 한잔 마셨고 태비께서는 사적인 이야기라고 소인을 밖에서 기다리라 하셨지요. 소인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사고가 터진 직후였습니다.”지목을 당한 유씨 어멈의 안색이 급변했다.“끌어내라!”배현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평안은 재빨리 유씨 어멈의 멱살을 잡고 입을 틀어막은 후, 마당으로 내던졌다.너무도 빨라서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어멈!”임 태비가 비명을 질렀다.배현준은 운류를 바라보며 계속 추궁했다.“계속 말해 보거라.”운류는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말을 이었다.“소인이 자리를 비우고 아가씨께서 변을 당하시기까지 대략 한 시진 정도 흘렀습니다. 그 기간에 이매원은 감시가 삼엄했고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말라 하였습니다.”그래서 다른 처소에서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원금이 무공을 익힌 몸이 아니었다면, 조금만 정신이 흐트러졌었다면 아마 오늘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이매원의 문을 닫은 자가 누구냐?”배현준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부관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배현준은 그를 힐끗 보고는 차갑게 호령했다.“당장 쳐죽여라!”그 말을 들은 부관이 당황하며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소인이 어리석었습니다. 세자,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그럼에도 배현준의 뜻을 막을 수는 없었고 처참한 비명소리가 허공을 갈랐다.고작 스무 대를 맞고서 기절한 부관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바닥에 고인 흥건한 피웅덩이는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입이 막힌 채로 마당에 무릎을 꿇고 있던 자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임 태비는 멍하니 배현준을 바라보았다.배현준의 시선이 유씨 어멈에게로 향했다.“심문하거라!”유씨 어멈의 등에도 무자비한 매질이 이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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