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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451 - Chapter 460

556 Chapters

제451화

방비원.진맥을 마친 운청은 유지영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기씨는 무탈하십니다. 이제 꽉 채운 두 달이 되었으니, 세자비 마마께서도 보양식을 조금씩 드셔도 되겠습니다."유지영은 운청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곁에 있던 동금이 거들었다."세자비 마마, 지금 거리에선 어제 유리 아가씨의 혼수가 너무 초라했다는 이야기로 파다합니다. 경왕 전하께서는 아침 일찍 나가셨다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는 홧김에 여씨를 찾아가셨다지 뭡니까."그때 어린 시녀가 들어와 아뢰었다."마마, 의용후부 큰 부인의 측근 한상이 뵙기를 청합니다."의용후부라면 당 부인이 보낸 사람이었다."어서 들라 하거라."잠시 후 방에 들어온 한상이 유지영을 향해 무릎을 굽혔다."세자비 마마를 뵙습니다."유지영은 초조한 기색을 띠며 물었다."혹 부인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아닙니다, 세자비 마마. 저희 마님께선 무탈하십니다. 다만 마님께서 마마께 전할 말씀이 있어 저를 보내셨습니다."말을 마친 한상은 주위를 살피며 방 안을 쓱 둘러보았다.당 부인에게 별일이 없다는 말에 안도한 유지영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으니 편히 말해 보거라."그러자 한상이 목소리를 바짝 낮췄다."마님 말씀이, 어제 유리 아가씨의 혼수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 아가씨께서 밖으로는 마마께서 혼수를 떼어먹고 임 태비의 뜻을 거역했으며 경왕 전하를 능멸했다고 소문을 내고 있다 합니다. 당씨 가문에서 결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테니, 세자비 마마께서도 서둘러 대비를 하시라 이르셨습니다."유지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동금이 억울하다는 듯 분통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그게 우리 세자비 마마와 대체 무슨 상관이라고!"한상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우선 돌아가거라. 부인께는 고맙다 전해드리고."유지영은 사람을 시켜 한상을 배웅하게 했다.푹신한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댄 유지영은 생각에 잠겼다. 애초에 당학이 배유리를 부인으로 맞은 것부터가 불순한 의도였다. 처음에는 이 혼사를 엎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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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배유리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제가 시집가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다들 제 혼수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바람에 시댁 할머님께서도 화병이 나셨습니다. 모두 제가 당씨 가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탓입니다."그 말을 들은 임 태비는 조원금을 힐끗 살피고는 입술만 달싹일 뿐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반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여씨가 억지로 배유리를 잡아끌어 일으켰다."유리야,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다.""어머니, 없는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번듯한 왕부의 아가씨가 어찌 그토록 초라하게 시집을 가냐며 온 장안 사람들이 저를 비웃고 있는데, 제가 앞으로 어찌 고개를 들고 삽니까?"배유리는 갈수록 격분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원흉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따져 물었다."큰형님은 어디 계십니까? 도대체 왜 저를 이리도 짓밟으시는지 큰형님께 직접 따져 물어야겠습니다!""유리야…."여씨는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흥분한 배유리를 도저히 말릴 재간이 없었다.결국 임 태비가 조원금을 향해 입을 열었다."네가 가서 세자비를 불러오너라. 당씨 가문 사람 앞에서 오해가 있다면 풀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여, 우리 유리가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일은 없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조원금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가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 밖에서 부관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아뢰었다."태비 마마, 문 밖에 웬 도사가 찾아와서는, 오늘 우리 왕부에 피의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흉한 기운이 귀인을 치고 흉악한 살기가 문을 넘어왔다나 뭐라나 떠들어대고 있습니다."그 말에 당학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허튼소리! 왕부가 이리 평안하거늘 무슨 피를 본다는 것이냐!"조원금이 언성을 팍 높이며 매섭게 호통쳤다."어디서 굴러먹던 떠돌이 도사 놈이 감히 경왕부 문 앞에서 요사스러운 주둥이를 나불댄단 말이냐! 여봐라, 당장 그자를 끌고 들어오너라!"그러자 임 태비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조원금을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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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모함이라?" 조원금이 코웃음을 쳤다. "배유리가 별채에 숨어 유산 후 몸조리를 하며 매일같이 보약을 달여 먹은 일, 그때 불렀던 의원과 시녀들의 증언까지 모조리 가지고 있는데, 불러서 대질이라도 해야겠느냐?"여씨는 다시금 경악했다. 조원금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언까지 낱낱이 확보해 두었다는 사실에 기함한 것이다.임 태비가 다급히 나섰다."왕비! 집안의 허물을 어찌 밖으로 떠벌린단 말이냐! 대체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게야?""오해이십니다, 태비 마마. 그 아이는 본래 당씨 가문 장남의 핏줄이었으니, 이제 와 한 식구가 된 마당에 밖으로 떠벌린다고 할 수도 없지요."조원금은 고개를 돌려 당학을 바라보았다."당 공자께서 유리를 마음에 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사내란 혈기 왕성하여 한때 이성을 잃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칩시다. 허나 당씨 가문에서 경왕부가 유리의 혼수를 떼어먹었다고 오해하고 있으니, 왕비이자 유리의 적모로서 제가 분명히 해명하여 우리 지영이가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은 막아야겠습니다."말을 마친 조원금은 턱을 치켜들었다."그간 경왕부는 우리 현준이 혼자 힘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영지에서 올라오실 때 챙겨온 재산도 얼마 되지 않으셨지요. 당 공자, 하나 묻겠네. 부모와 친오라비, 그리고 할머니까지 버젓이 살아 계시거늘, 이복 오라비인 세자가 서출 누이의 혼사까지 발 벗고 나서서 챙겨야 할 의무가 있는가?"조원금은 가차 없이 당학을 가리켰다."명색이 경왕부의 세자와 세자비인데, 사비를 털어 서출 누이의 혼수까지 대어주어야 하는가?"당학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졌다.배유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저는 왕부의 하나뿐인 딸입니다! 도리상 제 혼수가 고작 쉰 함일 리가 없습니다.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 분명하다고요!""네 생모는 첩실로 들어와 정실로 올려진 데다, 네 위로 친오라비가 둘이나 있다. 본래 모아둔 재산도 얼마 없거늘, 네게 얹어줄 혼수가 대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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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첩실의 손에 길러진 처자가 반듯하게 자랐을 리가 없지."조원금은 기세를 늦추지 않고 배유리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시집간 딸자식이니 별일이 없거든 본가에 발걸음하지 말거라. 집안에 괜한 풍파만 불러오지 말고!"모욕적인 말에 배유리는 귀에서 이명이 울릴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길길이 날뛰려는 그녀의 손목을 여씨가 다급히 잡았다.조원금은 여유롭게 자리에 앉으며 당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태후 마마 면전에서 굳이 데려가겠다고 청한 것은 당 공자 본인이네. 저 아이의 어떤 요망한 구석에 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명색이 양반가의 공자라면 시비는 가릴 줄 알아야지. 저 아이가 이리 망동하는 것을 언제까지 방관만 할 텐가? 우리 경왕부와 조씨 가문은 제 식구 건드리는 것을 가장 좌시하지 않는 성정이네. 같이 죽자고 달려드는 것쯤은 조금도 두렵지 않으니 처신 잘하시게!"그 서늘한 경고에 사방이 찬물을 끼얹은 듯 적막해졌다.유지영은 눈을 내리깐 채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며, 조원금에 대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일은 그녀가 직접 나서면 자칫 변명처럼 비칠 여지가 있었다.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조원금이 윗전의 기세로 짓눌러버리는 것이 지금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최적수였다.살얼음판 같던 대청에 부관이 도사를 모시고 들어왔다. 손에 염주를 든 도사는 제법 선인 같은 풍모를 풍겼는데, 문턱을 넘자마자 배유리에게 시선을 꽂고는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노골적인 시선에 바짝 긴장한 배유리가 당학의 옷깃을 끌어당겼다."서방님, 왕비께서 저리 저를 핍박하시니 이만 돌아가시지요."더 지체했다가는 과거의 추잡한 일들까지 조원금의 입에서 낱낱이 까발려질 판이었다. 그리되면 훗날 무슨 낯으로 경성에서 고개 들고 다니겠는가.당학이 낮게 심호흡을 하며 배유리를 이끌고 물러나려던 찰나, 도사의 목소리가 대청을 울렸다."아가씨의 얼굴에 흉한 살기가 깃들어 있소. 머지않아 명을 달리할 상이로다."그 말에 억눌려 있던 배유리의 분노가 기어코 폭발하고 말았다. 그녀는 도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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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당학은 배유리를 등 뒤로 감싸면서도 시선은 유지영에게 고정했다."세자비, 유리를 너무 감싼 제 잘못이 큽니다. 유리가 과거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부인으로 맞이한 이상 탓하지 않을 것이며 당씨 가문 역시 따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허물은 저 혼자 짊어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굽혀 대청 안의 사람들에게 예를 갖췄다."부디 왕부의 어르신들께서는 유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 부인이니,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전부 제게 하십시오."모든 책임을 기꺼이 떠안겠다는 참으로 당당하고 번듯한 태도였다. 그 모습에 배유리는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훌쩍였다."서방님...""혼수 문제는 당씨 가문의 처사가 경솔했습니다. 결코 세자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재산에 눈이 멀어 유리를 부인으로 맞이한 것이 아닙니다. 할머님께서 연로하시어 세간의 험한 풍문을 감당하기 어려우시니, 부디 왕비 마마와 세자비께서는 관용을 베풀어 주십시오."당학은 정중히 예를 갖추고는 배유리를 품에 안고 막 자리를 뜨려 했다.그러나 유지영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당 공자, 무엇이 그리 급한가? 기왕 이리된 거 도사의 말이나 마저 듣고 가지 그러나.""제 부인은....""자네의 부인이기 전에 경왕부의 핏줄이야. 목숨이 달린 일이니, 만에 하나라도 그냥 넘길 수는 없지."유지영은 부관들을 시켜 문을 가로막고 두 사람의 앞길을 차단했다.당학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몸을 돌려 유지영을 노려보았다."세자비께서는 어찌하여 제 부인을 이리 짓밟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시는 겁니까?""어째 당 공자가 몹시... 초조해하는 것 같군. 혹여 품어서는 안 될 딴마음을 먹었다가 덜미라도 잡힐까 두려운 건가?"유지영은 비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임 태비는 무언가 말하려다 조원금의 경고 어린 눈빛과 마주치고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태비는 아예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며 모른 척했다. 배영준과 배옥준 두 형제는 여전히 상황 파악조차 못한 채 얼떨떨해 있었기에 나설 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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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경왕부에서 사람이 당도했을 때, 류씨는 정원에서 당씨 노부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곁에 있던 당응혜도 류씨에게 받아 챙긴 것이 많았던 터라 옆에서 말을 거들고 있었다."어머니, 경왕부에 딸이라고는 그 아이 하나뿐인데 어찌 서러움을 당한 걸 보고도 가만히 있겠어요. 뒤로는 반드시 학이를 챙겨줄 겁니다.""눈치 빠른 자들은 뜬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법이지요."이틀에 걸쳐 연달아 설득한 끝에 당씨 노부인의 끓어오르던 화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꼬장꼬장하게 말했다."오늘 경왕부에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 당씨 가문의 체면은 어찌 되겠느냐?"류씨가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노부인, 안심하세요. 오늘 분명 결론이 날 텐데, 어쩌면 왕부에서 혼수를 백여 함쯤 더 얹어줄지도 모릅니다."그 말에 비로소 당씨 노부인의 안색이 부드러워졌다.쾅!부관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오며 사색이 되어 외쳤다."노, 노부인! 큰일 났습니다! 경왕부에서 사람이 왔는데, 새댁께서 급사하셨다며 우리 가문더러 해명하라고 합니다!""뭐라고?!"세 사람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당씨 노부인이 기가 막혀 소리쳤다."방금 죽었다고 하였느냐?""예, 경왕부 사람이 그리 전했습니다. 나리와 노부인께서 왕부로 와주셔야겠고 전갈을 보냈습니다. 큰도련님도 왕부에 잡혀 계신 듯합니다."그 말에 류씨도 평정심을 잃고 당씨 노부인의 소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노부인, 경왕부가 함정을 판 것입니다. 학이를 모른 척하시면 안 됩니다."분노한 당씨 노부인은 이를 갈았다."아무리 왕부라지만 우리 당씨 가문을 이런 식으로 능멸하다니! 우리가 그토록 만만히 보였다는 게야? 가자!"오늘은 끝까지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끝장을 볼 태세였다.앞까지 걸어간 당씨 노부인은 걸음을 멈추고 류씨를 돌아보았다."이 혼사는 장공주께서 중매를 서신 것이다. 학이가 그동안 외숙모라 부르며 따랐으니, 장공주께서도 좌시하지는 않으실 게다. 너는 가서 장공주를 경왕부로 모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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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찰나, 이연령의 안색이 미세하게 어두워졌다.말실수를 깨달은 유영 현주는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연령,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신경 쓰지 마. 무슨 상관이겠어. 내가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건 다들 아는 사실인걸."이연령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으며 개의치 않는다는 듯 굴었다. 그러고는 눈을 내리깔며 짐짓 무심한 척 탄식했다."다들 태후 마마께서 내게 잘해주신다고들 하지. 하지만 고향에 내려가 반년 동안 제사를 모시고 돌아와 보니 모든 게 변해 있었어. 태후 마마의 마음속에는 경세자비가 자리 잡았고. 배현준이 유지영과 혼인할 줄은 정말 몰랐지."유영 현주가 말했다."듣자 하니 그 일은 어떤 내기와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그 말을 믿어?"이연령의 얼굴에 냉소가 스치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내가 못난 탓이지. 이럴 줄 알았더라면 고향으로 가기 전에 내 마음을 분명히 밝히는 건데."그 말에 유영 현주는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연령이 곁가지를 쳐가며 떠보아도,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태도로 일관했다.몇 번의 시도 끝에 이연령은 아예 묻기를 포기하고 유영 현주를 따라 진보각으로 장신구를 고르러 갔다.진보각 안에서는 경왕부에 일이 터졌다는 이야기로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이연령은 걸음을 멈추고 뒤에 선 시녀에게 눈짓을 보냈다. 뜻을 알아챈 시녀가 서둘러 상황을 알아보러 갔다.잠시 후, 소식이 전해졌다.배유리가 오늘 급사했으며, 이 일이 유지영과 얽혀 있다는 것이었다.이연령은 미간을 찌푸린 채 유영 현주를 바라보았다."배유리와 혼인한 사람이 당 대공자이자, 네 사촌 오라버니 아니야?""아버지 쪽의 친척일 뿐이지."유영 현주는 모란 비녀를 집어 들고 살피며 담담히 말했다."경세자비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라 이 일로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을 거야. 괜한 흙탕물에 발 들이지 말자."그 말을 들은 이연령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경세자비와 잘 아는 사이야?""그럴 리가. 연회에서 두세 번 마주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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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유지영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경왕을 흘끗 본 뒤, 다시 당씨 노부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혼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노부인께서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어찌해야 했는지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그녀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시녀가 장부를 가져왔다."유리 아가씨가 시집갈 때 혼수가 적었던 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유지영은 경왕을 바라보며 말했다."혼사는 내 손을 거친 적도 없는데, 내가 언제 훼방을 놓았단 말입니까?"경왕은 유지영이 체면도 살려주지 않고 따져 묻자 안색이 굳어졌다."그때 네가 왕부의 공금 십칠만 냥을 꽉 쥐고 내놓지 않으니 그리된 것 아니냐! 만약 유리에게 혼수로 주었다간, 너희 장방에서 틀림없이 난리를 쳤을 게 뻔한데!""보시오, 경왕 전하께서도 저리 말씀하시는데 어찌 감히 발뺌을 한단 말이오!"당씨 노부인은 유지영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서둘러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그저 태후 마마의 총애만 믿고 방자하게 구는 꼴이라니! 시아버지마저 들이받고, 참으로 무례하군!"당씨 노부인은 경멸이 가득한 얼굴로 음침한 눈을 하고서 유지영을 노려보았다. "허튼소리 그만하세요!"참다못한 조원금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현준이를 경왕부에 홀로 내버려 두고, 수년간 모인 공금을 몽땅 빼돌려 쓴 게 누군데! 지영이가 제 몫을 찾은 게 어찌 잘못이란 말입니까!"조원금의 사자후에 경왕의 위선적인 민낯이 그대로 까발려졌다. 조원금은 경왕을 손가락질하며 쏘아붙였다."딸이 그리 애틋하다면 당신 사재를 털어 챙겨줄 것이지, 남의 주머니에 든 은자를 탐내다니 참으로 뻔뻔하십니다!"멍해진 경왕은 금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조원금! 감히 본왕을 모욕하는 것이냐!"조원금은 경왕을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당씨 노부인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당신! 당신네 당씨 가문이 태후 마마께 매달려 기어이 유리를 며느리로 삼겠다고 억지를 부린 것이지, 유리가 시집가겠다고 매달린 게 아니지 않소! 신혼 첫날밤에 며느리 혼수부터 들춰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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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당응성은 말문이 막혔다.유지영의 시선은 당학에게로 향했다."유리 아가씨가 경왕부에 있을 때는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 가벼운 고뿔조차 앓은 적 없던 사람이 시집간 지 사흘 만에 갑자기 급사하다니, 참으로 미심쩍은 일이지."당학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태의 두 분을 더 청해 유리 아가씨의 상태를 진찰하게 할 것을 제안합니다. 과연 심맥이 손상되어 급사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약을 먹고 급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말입니다."유지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만약 약을 먹고 죽은 것이라면 당씨 가문이 재물을 노리고 목숨을 해친 것이 될 테고, 심맥이 손상된 것이라면 당씨 가문이 유리 아가씨를 핍박한 것이 되겠지요. 경왕부에서 기필코 진상을 명백히 밝혀낼 것입니다!"약을 복용했다는 말이 나오자 당씨 가문 사람들은 눈에 띄게 동요했다.당씨 노부인이 특히 심했다. 류씨 역시 안절부절못하며 조령 장공주를 쳐다보았다.조령 장공주가 헛기침을 했다."어려운 일은 아니지. 유 태의와 왕 태의 두 사람의 의술이 뛰어나니 분명히 밝혀낼 수 있을 게다."말을 마친 장공주는 류씨의 애처로운 눈빛을 무시하고, 곁에 있던 시녀를 시켜 두 태의를 청해 오라 일렀다.하지만 유지영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장공주 전하, 두 태의께서는 이미 오고 계십니다."그 말에 조령 장공주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표정이 굳었다."역시 경세자비가 주도면밀하군. 이 혼사는 내가 중매를 선 것이기도 하니, 오늘 기필코 이 일을 명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이 한마디는 당씨 가문 사람들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렸다.곧 두 태의가 도착했고, 옆방으로 안내되었다.당씨 노부인이 갑자기 미간을 짚으며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원금은 그 꼴을 보고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태의가 바로 옆방에 있으니, 유리 아가씨를 진찰하고 나면 노부인도 좀 살펴드리라 하지요."당씨 노부인은 이를 악물고 억지로 버텼다.이때 당학이 갑자기 당씨 노부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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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유지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당 공자가 유리 아가씨를 꼬드겨 약을 먹게 하고 경왕부를 협박한 것은 기정사실이네. 첩부인 여씨가 딸을 잘못 가르쳐 유리 아가씨가 왕부의 길러준 은혜를 저버리게 만들었으니, 첩부인 여씨와 당씨 가문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게다가 노부인께서 신혼 첫날밤에 혼수를 뒤지며 유리 아가씨에게 모욕을 준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네.""모든 잘못은 저 혼자만의….""당 공자가 홀로 저승으로 떠난 유리 아가씨가 눈에 밟혀 기어이 목숨으로 사죄하겠다면, 내가 경왕부 어르신들을 설득해 당씨 가문의 죄는 덮어두고 두 사람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 주겠네!"유지영은 당학의 입을 칼같이 막아버렸다.당학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유지영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 섬뜩한 독기가 스쳤다."안 돼!"류씨가 뛰쳐나와 당학을 제 등 뒤로 숨기며 유지영 앞을 가로막았다."유리가 제 분에 못 이겨 벌인 일인데 애가 못 말린 게 무슨 죄란 말입니까! 애당초 유리가 저지른 추문이 한두 가지요? 그쪽 경왕부에서 자식을 잘못 가르친 탓이지, 우리 당씨 가문을 탓할 일이 아니오!"그러고는 당응성에게 매달렸다."나으리, 경왕부의 횡포가 너무 심합니다. 우리 학이의 억울함을 꼭 풀어주셔야 합니다."안색이 시퍼렇게 질린 당응성이 굳은 얼굴로 유지영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두 가문이 혼인을 맺은 건 본래 경사인데, 숱한 오해로 사람이 죽었소. 우리 당씨 가문도 이 일로 인해 가슴이 아프지만, 세자비께선 어찌 이리 매몰차게 몰아세워 또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려 하시오?""목숨은 목숨으로 갚는 것,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입니까?"유지영이 서늘하게 반문했다."하지만 우리 가문의 잘못이 아니거늘…."분위기는 팽팽하게 얼어붙었고, 당씨 가문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옆방에서 유 태의와 왕 태의가 나왔다. 두 사람은 배유리가 응혈환의 발작으로 인해 급사했다는 진단을 내렸다.응혈환.천금의 가치를 지녔으며, 세상에 단 세 알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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