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오프닝 패션쇼가 대성공으로 끝나고 연일 주문이 폭주하던 날, 성수동 THE MOON의 이지수 대표실은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었다. 지수는 다음 컬렉션의 러프 스케치를 펼쳐놓고 서류와 원단 샘플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박진우가 들어왔다. 그는 지수의 손에 들린 만년필을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쉬는 것도 엄연한 업무의 연장입니다, 이 대표님." "진우 씨? 하지만 아직 라인업 체크도 남았고……." "나머지는 팀원들과 내가 완벽하게 처리할 겁니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군말 없이 날 따라오는 겁니다." 차에 올라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도착한 곳은, 에메랄드빛 남해 바다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프라이빗한 별장이었다. "진우 씨, 여기가 어디예요? 회사 일도 그렇고…… 현수랑 현지, 우리 예인이까지 아이들만 두고 나만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지수가 아이들 걱정에 긴장을 풀지 못하자, 진우가 나지막하게 웃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화면 속에는 마당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진우의 두 아이 현수, 현지와 지수의 딸 예인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쥐여주며 온화하게 웃고 계신 지수의 부모님이 계셨다."이게…… 부모님이 왜 아이들과 계세요?""어머님과 아버님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현수랑 현지, 예인이까지 할머니, 할아버지랑 놀이공원 가기로 했다며 신이 났더군요."지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보자, 진우가 지수의 볼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사실 이번 휴가, 어머님이 제게 먼저 부탁하신 겁니다. 그동안 너무 큰 풍파를 겪으며 제 자신을 깎아먹던 지수가 또 일에 파묻혀 지낼까 봐 걱정되신다면서요. 아이들은 당신들이 책임질 테니, 지수 데리고 어디 가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 오라고요.""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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