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그룹 본사 최고층, 대표이사실.유리창 넘어 도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묵직한 정적 속에서, 임원진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거칠게 열렸다. 마케팅 총괄 이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에 든 브리핑 파일을 움켜쥔 채 대표이사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대, 대표님! 증권가 찌라시 쪽에서 비상이 걸렸습니다."강도진은 서류에 서명하던 만년필을 멈추지 않은 채 무심하게 물었다."뭔가.""당사의 핵심 고객 데이터베이스 및 마케팅 전략 DB 일부가 암시장에 유출되었다는 소문이 찌라시 라인에 유포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정식 언론 보도가 터진 건 아닙니다만, 경제부 및 사회부 기자들 쪽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는 문의 전화가 마케팅팀과 홍보실로 한두 건씩 들어가고 있습니다!"순간, 종이 위를 거침없이 지치던 강도진의 만년필 끝이 딱 멈췄다.천천히 그가 고개를 들자,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을 것 같은 안광이 이사의 얼굴을 직격했다. 데스크 위로 감도는 중압감에 이사는 절로 침을 꼴깍 삼켰다."유출?""예, 예…… 전산실과 보안팀에서 긴급 점검을 진행 중입니다만…….""기사 터져서 주가 폭락하고 주주들 동요하기 전에 선수를 친다."강도진이 만년필을 책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으며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고함을 치거나 책상을 내리치는 동작 하나 없었지만,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이 담겨 있었다."어떻게든 유출 경로를 1시간 내로 찾아내. 내부 서버 로그 기록 모조리 털어서 누가, 언제, 어떤 권한으로 접근해 외부 백업을 받았는지 1초 단위로 추적해. 그리고 보안팀, 법무팀, 언론홍보팀 전원 지금 당장 대표이사실 옆 회의실로 비상 소집해.""예!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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