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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잔인한 축복: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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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화 찬란한 복귀는 없었다

CB 그룹 본사 14층, 쥬얼리 디자인 사업부.복도를 지나가는 직원들의 시선에는 숨길 수 없는 서늘함과 거부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화려한 스틸레토 힐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한수진의 손에는 단출한 개인 소지품 박스가 들려 있었다.수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강도진이 내어준 디자인 3팀장실 문을 열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앉아야 할 자리는 'CB 패션&쥬얼 총괄 디자이너' 직함이어야 했다. 김미자의 협박과 친자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서 언론의 동정표를 얻어내며 CB에 재입성할 때만 해도, 수진은 자신이 CB의 구원자이자 여왕처럼 화려하게 복귀할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강도진은 수진에게 총괄 자리는커녕, 기존에 존재감조차 미미했던 쥬얼리 3팀장 자리를 던져주는 데 그쳤다."팀장님, 오셨습니까."사무실 안에 모여 있던 팀원 세 명이 건성으로 고개를 숙였다. 영혼이라곤 하나도 없는 뻣뻣한 인사였다.수진은 박스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특유의 도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과거 도진의 연인이자 브랜드의 중심이었던 시절의 오만함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었다."다들 모였네요. 내가 이번에 쥬얼 3팀을 총괄하게 된 한수진입니다. 세간의 오해 때문에 잡음이 좀 있었지만, 내 실력과 감각은 이미 검증된 거나 다름없으니 다들 날 믿고 따라오면 됩니다. 이번 시즌 메인 라인업부터 전면 수정할 테니까, 기존 안 전부 가져오세요."수진의 당당한 요구에 팀원들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가장 고참인 윤 대리가 지극히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한 팀장님, 죄송하지만 이번 시즌 라인업은 이미 기획조정실과 이사회 승인까지 다 끝난 상태입니다. 찰스 총괄님 지시로 디자인 수정은 불가능합니다.""찰스? 그 양반은 패션 총괄이지 쥬얼리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권한은 없을 텐데요?""경영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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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화 탐욕의 덫

CB 그룹 본사 14층, 쥬얼리 디자인 사업부의 분위기는 사막의 밤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화려한 디자인 3팀장실에 홀로 앉아 있던 한수진은 연신 손톱을 뜯으며 창밖을 노려보았다. 복도를 지나치는 직원들은 짐짓 모른 척하며 지나쳤지만, 유리에 비친 그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비웃음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점심시간 사내 식당에서의 굴욕은 시작에 불과했다. 복도 중앙 휴게실을 지나칠 때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수군거림이 수진의 귓가를 환청처럼 파고들었다."이사회 승인받고 들어왔다고 어깨에 힘주는 것 좀 봐. 그래봤자 실적 하나 못 내면 끝 아니야?""소문 들었어? 한수진이 진짜로 아이를 유기한 게 맞나 봐. 그러니까 대표님이 예전과 다르게 사택에 밀어 넣기만 하고 쳐다보지도 않으시지.""어쩐지, 대표님이 요새 사내 행사에 한수진 이름은 싹 빼라고 지시하셨다던데? 조만간 또 쫓겨나는 거 아니야?"직원들의 노골적인 무시와 찌라시 같은 소문에 수진의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본인이 꿈꾸던 복귀는 CB의 구원자이자 여왕이었지, 사내의 버려진 유령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이 비참한 왕따와 모멸감의 근원이 오직 강도진 대표의 서늘한 냉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수진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늦은 밤, 포스트 빌리지 2층 서재.강도진 대표는 완전히 망가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비워진 위스키 병들이 어지럽게 굴러다녔고, 고급 카펫 위에는 깨진 글라스 잔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독주를 물처럼 비워내도 가슴 깊은 곳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허무함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미자의 폭로로 진실이 밝혀진 후, 도진을 덮친 건 지수를 향한 뼈아픈 후회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형벌 같은 고통이었다."대표님…… 제발 그만 마시십시오. 속 다 뒤집어지십니다."비서가 안절부절못하며 말렸지만, 도진은 피로와 알코올로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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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화 단단해지는 울타리

모니터의 파란 빛 아래, '디스팩트' 성창규 기자는 놋쇠 라이터를 달각거리며 수첩을 펼쳤다. 수첩 한쪽에는 '제3의 남자',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강도진'이라는 이름이 굵게 적혀 있었다.강도진의 행보는 기자의 눈에 지독하게 모순되어 보였다. 얼마 전 성대한 기자회견까지 열어 한수진을 보호하는 듯 행동했고, 그녀를 회사 핵심 직책으로 복귀시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집으로 들였던 남자였다. 그런데 정작 세간에서 한수진을 '아동 유기범'으로 몰아가며 사지가 찢기도록 물어뜯는 이 상황에는 단 한 줄의 해명 기사나 법적 대응조차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다.'이상하잖아. 정말로 한수진을 보호하려는 거라면 왜 이 타이밍에 손을 놓고 있지? 도덕적 타격이나 치부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한수진이 모든 비난을 뒤집어쓰도록 방치하는 건가? 아니면…… 한수진이 아이를 버린 건 맞는데, 강도진이 그걸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공모한 건 아닌가?'이 모순된 태도에서 기자의 정교한 가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창규는 일단 모든 의문의 중심인 한수진부터 철저히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정재계 큰 건을 취재할 때마다 비밀리에 도움을 받던 흥신소 실장과 해커에게 연락을 넣어 한수진의 금융 거래 내역과 과거 동선을 샅샅이 뒤지라고 지시했다.며칠 뒤, 성창규의 손에 결정적인 자료들이 쥐어졌다.한수진의 계좌 내역에는 기이한 흐름이 존재했다. 강도진을 만나기 전에는 마케팅 팀장 문성태에게 매달 용돈 식으로 돈을 입금받았던 기록이 있었고, 강도진과 본격적으로 얽히면서 잠시 멈췄다가, 문성태가 회사에서 해고당한 직후부터는 역으로 한수진이 문성태에게 매달 큰돈을 송금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기에 흥신소가 확보한 호텔 로비 CCTV 복원 화면에는 한수진이 문성태와 밀회를 즐기는 모습이 명확히 담겨 있었다."강도진 몰래 뒤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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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미끼와 덫

아침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강도진은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낯선 체온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옆에 누워 자는 척 숨을 죽이고 있는 여자, 한수진이었다.순간 강도진의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김미자의 폭로 이후 지수를 향한 죄책감 속에서 술에 취했던 어젯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을 속이고 여기까지 굴러들어온 한수진에 대한 분노와, 이따위 여자에게 휘둘린 지독한 자괴감이 그를 덮쳤다.강도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곧바로 비서 정지상에게 전화를 걸었다."정 비서. 지금 당장 사후피임약 사서 집으로 들어와."20분 뒤, 차가운 표정의 정지상이 약과 물을 들고 들어왔다. 상황을 파악한 한수진은 침대 구석으로 물러서며 악을 썼다."이거 놓으라고! 내가 왜 이 약을 먹어! 싫어, 안 먹어!""먹어. 내 참을성을 시험하지 마라, 한수진."성인 남성 둘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정지상이 수진의 팔을 강하게 결박하고, 강도진이 턱을 틀어쥐어 약과 물을 강제로 목구멍 너머로 밀어 넣었다.약물이 넘어가자마자 한수진은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붉어진 눈으로 강도진을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은 악에 받쳐 있었다."너 진짜 악마야……! 내 아이 빼앗아간 거 너잖아! 당신이 내 애 치워버렸잖아! 돌려줘! 내 아이 돌려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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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수면 위의 진실

디스팩트 편집국. 사방에 쌓인 서류 더미 사이로 성창규 기자가 붉어진 눈을 비비며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화면에는 한수진이 출산했던 산부인과 기록과, 이후 아동복지기관 및 위탁부모 데이터베이스 조회 결과창이 여러 개 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부 '권한 없음' 혹은 '보안 접근 제한'."하, 미치겠네. 핏덩이가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솟았나……."성창규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꼬물거리다 내던졌다. 수진에게서 "아이가 있다"는 반응까지 끌어냈지만, 그 아이가 퇴원 후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브로커나 흥신소를 아무리 털어도 단 하나의 흔적조차 나오지 않았다."아이가 버려진 거라면 최소한 미입양 아동 시설이나 해외 위탁 기록이라도 밟혀야 정상인데. 이 정도로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는 건……."성창규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개인이 아니다. 국가 기관급 보안을 동원하거나, 거대한 재력으로 기록 자체를 매입해 삭제할 수 있는 인물.'강도진.'강도진 급의 재벌이 작정하고 손을 써서 은폐해 버렸다면, 자신이 아무리 족보를 털어도 아이의 행방이 안 밟히는 게 당연했다."아이 쪽은 벽에 막혔고…… 그럼 남은 건 그 '직원'놈인가."성창규는 와인바에서 수진이 뱉었던 문장을 떠올렸다. '그 사람이 지금 남편 회사 직원이었거든요.'수진의 계좌로 거액의 돈을 송금받았던 전 CB 그룹 마케팅 팀장, 문성태.성창규는 즉시 흥신소 쪽에 연락을 취해 문성태의 현재 거주지와 동선을 추적시켰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흥신소 실장에게서 의외의 연락이 돌아왔다.― 기자님, 그 문성태라는 친구 지금 집에 없습니다. 어젯밤 불법 하우스 도박장 단속 때 현장에서 잡혀가지고 경찰서 유치장에 처박혀 있어요. 아주 빈털터리가 돼서 징징대고 난리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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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화 칼자루를 쥔 자

CB 그룹 본사 최고층, 대표이사실.유리창 넘어 도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묵직한 정적 속에서, 임원진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거칠게 열렸다. 마케팅 총괄 이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에 든 브리핑 파일을 움켜쥔 채 대표이사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대, 대표님! 증권가 찌라시 쪽에서 비상이 걸렸습니다."강도진은 서류에 서명하던 만년필을 멈추지 않은 채 무심하게 물었다."뭔가.""당사의 핵심 고객 데이터베이스 및 마케팅 전략 DB 일부가 암시장에 유출되었다는 소문이 찌라시 라인에 유포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정식 언론 보도가 터진 건 아닙니다만, 경제부 및 사회부 기자들 쪽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는 문의 전화가 마케팅팀과 홍보실로 한두 건씩 들어가고 있습니다!"순간, 종이 위를 거침없이 지치던 강도진의 만년필 끝이 딱 멈췄다.천천히 그가 고개를 들자,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을 것 같은 안광이 이사의 얼굴을 직격했다. 데스크 위로 감도는 중압감에 이사는 절로 침을 꼴깍 삼켰다."유출?""예, 예…… 전산실과 보안팀에서 긴급 점검을 진행 중입니다만…….""기사 터져서 주가 폭락하고 주주들 동요하기 전에 선수를 친다."강도진이 만년필을 책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으며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고함을 치거나 책상을 내리치는 동작 하나 없었지만,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이 담겨 있었다."어떻게든 유출 경로를 1시간 내로 찾아내. 내부 서버 로그 기록 모조리 털어서 누가, 언제, 어떤 권한으로 접근해 외부 백업을 받았는지 1초 단위로 추적해. 그리고 보안팀, 법무팀, 언론홍보팀 전원 지금 당장 대표이사실 옆 회의실로 비상 소집해.""예!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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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화 완벽한 고립

새벽 5시 40분. 서재 책상 위에 올려진 강도진의 개인 핸드폰이 거칠게 진동했다. 화면에는 지상의 이름이 떠 있었다.출근 준비를 하던 도진이 무심하게 전화를 받아 들었다."말해."[대표님, 지금 당장 디스팩트 메인 기사를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수화기 넘어 지상의 목소리는 이례적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도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트북을 켜 디스팩트 페이지에 접속했다. 붉은색 자막과 함께 뜬 헤드라인 기사가 도진의 눈을 스쳤다.[CB 그룹 DB 유출 파문, 구속된 브로커 문성태는 한수진의 내연남?]기사에는 최근 DB 유출 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문성태와 한수진의 밀회 정황, 그리고 두 사람의 은밀한 관계를 파헤치는 자극적인 폭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도진의 눈매가 순식간에 서늘하게 식어 내렸다."……정지상. 출처 파악해."[네, 대표님. 디스팩트 측 선을 타고 알아보는 중입니다만, 내부 제보 형태라 시간이 조금—]그때, 펜트하우스 현관 벨이 조용히 울렸다. 이 새벽에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잠깐 대기해."도진은 핸드폰을 쥔 채 거실로 나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리석 바닥 위에 묵직한 퀵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발신인 이름은 비어 있었다.도진은 칼로 테이프를 찢어내고 상자 안의 단단한 서류 봉투를 꺼내 들었다. 봉투 속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수십 장의 고화질 사진들과 프린트된 거래 내역서들이었다.사진 속 장소는 강도진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과거 자신이 한수진에게 사주었던 포스트 빌리지의 옛 거처.어스름한 새벽, 주변을 집요하게 살피며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수진의 모습이 첫 번째 사진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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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화 균열의 징후

같은 시각, CB 그룹 대표이사실.도진은 지상이 들고 온 보고서를 서류함에 팽개치듯 던졌다. 서류 위에는 붉은색 글씨로 'VIP 전용 DB 유출 목록'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이게 사실이야?”“대표님, 당초 문성태가 넘긴 DB는 일반 고객 데이터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추가로 유포된 2차 유출분은 정재계 인사들과 해외 주요 바이어들이 포함된 VIP 전용 보안망 데이터입니다.”도진의 눈살이 차갑게 찌푸려졌다.“……뭐?”“게다가 다크웹에 이 VIP 정보가 2차분으로 최초 풀린 시점이, 한수진 팀장이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이사가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도진의 얼굴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단순한 일반 고객 정보 유출이라면 적당한 합의와 꼬리 자르기로 덮을 수 있었지만, VIP 정보 유출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한수진이 어떻게 VIP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거지?”도진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낮게 일갈하자, 지상이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한수진 팀장이 총괄 디자이너로 있던 시기, '새로운 태양' 론칭쇼 메인 준비를 직접 총괄했던 점을 상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론칭쇼 초청 VIP 명단과 최고 등급 고객 정보가 한수진 팀장 손을 거쳤습니다.”도진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파쇄했어야 할 VIP 정보까지 몰래 빼돌려 쥐고 있다가, 자신의 거처를 옮기던 시점에 다크웹 브로커에게 팔아넘겼다는 뜻이었다. 도진의 턱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한수진 이 미친 년이…….”도진은 이빨을 마득 갈았다. 수진을 감싸 안고 갈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당장 회사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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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화 수면 아래의 지각변동

도진은 자신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통제하지 못한 것은 ‘대중의 자연스러운 의구심’이었다.누군가 음해 기사를 쓰거나 폭로를 하지 않았음에도, 게시판과 SNS를 중심으로 의혹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잠시만. 처음 고객 정보 빼돌린 건 문성태(전 직원)였고, 이번에 또 빼돌린 건 한수진(현 직원+도진 연인)이잖아?”— “둘 다 강도진이랑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었는데, 강도진이 고객 정보 유출을 진짜 까맣게 몰랐을 수가 있음?”— “알면서 묵인했으면 공범이고, 진짜 몰랐으면 대표로서 보안 관리 능력이 아예 없는 거 아닌가?”처음 문성태 사건이 터졌을 때, 도진이 즉각적인 대처로 발 빠르게 수습한 덕분에 주가 폭락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었다. 하지만 연이어 수진의 고객 정보 유출까지 터지자, ‘발 빠른 대처’로 포장되었던 도진의 리더십은 순식간에 ‘허술한 보안 체계와 연속된 내부 비리’라는 상처로 돌아왔다.수진 개인에 대한 동정과 비판의 싸움은, 자연스럽게 “강도진 대표의 경영 자질과 고객 정보 유출 방조 의혹”이라는 질문으로 번져나갔다.CB 그룹 본사 복도와 이사 휴게실.연속된 고객 정보 유출 악재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 신뢰도에 자국이 남기 시작하자 이사들 사이에서 은밀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문성태 때 깔끔하게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수진 건으로 터지니까 모양새가 아주 안 좋습니다.”커피 잔을 들고 있던 한 이사가 찌푸린 얼굴로 혀를 찼다.“주주들 문의 전화가 계속 와요. 도대체 대표 가까운 사람들이 왜 자꾸 고객 정보를 빼돌리냐고. 시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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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화 드러나는 칼날

CB 그룹 본사 대회의실의 공기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서늘하게 내려앉아 있었다.중앙의 긴 대리석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갈라져 앉은 이사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새어 나오는 얕은 숨소리조차 거칠게 느껴질 만큼, 회의실 내부에는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그 침묵의 팽팽한 줄을 먼저 끊어낸 것은 박 이사였다.쾅!“그래서, 이 사태를 대체 어떻게 해결할 뻔했습니까!”요란한 소리와 함께 박 이사가 던져놓은 보고서 위에는 [CB 그룹 VVIP 전용 DB 유출 및 피해 예측 보고서]라는 붉은 제목이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일반 고객도 아니고 VVIP 고객 명단입니다! 정재계 인사들에 해외 바이어들 정보까지 다크웹에 돌고 있어요. 지금 각계에서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데, 대표라는 사람이 고작 변호사나 붙여주고 앉아 있습니까?”“맞습니다! 한수진 전 팀장이 형사들을 피해서 도망치는 장면까지 뉴스 속보로 생중계됐습니다. 기업 이미지가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떨어졌어요!”연이어 터져 나오는 이사들의 사나운 고성에 회의실 내부의 서늘했던 공기가 순식간에 과열되었다.도진은 정장 상의의 단추를 채운 채 차분하게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표정은 놀라울 만큼 온화하고 여유로웠지만, 찻잔을 받친 손가락 마디에는 흰 핏줄이 서 서늘하게 굳어 있었다.“이사진 여러분. 심려가 크신 점, 대표로서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도진이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한수진 건은 개인의 일탈일 뿐입니다. 현재 회사는 사이버수사대와 적극 협조하여 추가 피해를 막고 있으며, 이번 주 내로 미주 지역 대형 바이어와의 굵직한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시장의 불안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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