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대표실.도진은 면세점 참패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초조함을 감추듯 담배 연기를 깊게 마셨다. 잿빛 연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며 공중에 어지럽게 흩어졌다.“이탈리아 펠레 로사 쪽 원단 수급, 확실한 거지? 선급금까지 배로 얹어줬으니 이번 컬렉션 일정엔 1분 1초도 차질이 없어야 해. 면세점 패배는 이번 프리미엄 라인으로 한 방에 덮는다.”“네,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펠레 로사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원단 가공업체라 제이아우라 같은 신생 브랜드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 곳입니다. 원자재만 제때 들어오면 판세를 뒤집는 건 시간문제입니다.”정지상 실장의 보고에 도진은 그제야 길게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원자재 공급만큼은 완벽하게 수급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치명적인 패배 뒤에 찾아올 완벽한 반격의 기회. 도진은 자신이 쥔 이 카드가 판을 뒤엎을 절대적인 치트키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안도감도 잠시, 도진의 눈이 책상 위에 흐트러진 신규 라인 시안들을 향하자마자 다시 서늘하게 굳어졌다.탁!도진이 시안집을 책상 위로 거칠게 던져버렸다.“원자재는 완벽한데, 문제는 디자인이야! 작년보다 디자인이 형편없잖아! 원단이 아무리 최고급이면 뭐 해, 옷 꼬라지가 이 모양인데! 정 실장, 당장 이유 찾아와!”도진의 날카로운 불호령에 정지상 실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문제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실무진 쪽을 확인해 보니, 지난 시즌 대비 메인 디자이너들의 공백이 큰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과거 한수진씨가 전 디자인 총괄로 있던 시절, 그녀에게 부당한 대우와 공적 훔치기를 당했던 베테랑 디자이너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이직한 여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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