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CB 그룹 본사 14층, 쥬얼리 디자인 사업부.
복도를 지나가는 직원들의 시선에는 숨길 수 없는 서늘함과 거부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화려한 스틸레토 힐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한수진의 손에는 단출한 개인 소지품 박스가 들려 있었다.
수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강도진이 내어준 디자인 3팀장실 문을 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앉아야 할 자리는 'CB 패션&쥬얼 총괄 디자이너' 직함이어야 했다. 김미자의 협박과 친자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서 언론의 동정표를 얻어내며 CB에 재입성할 때만 해도, 수진은 자신이 CB의 구원자이자 여왕처럼 화려하게 복귀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강도진은 수진에게 총괄 자리는커녕, 기존에 존재감조차 미미했던 쥬얼리 3팀장 자리를 던져주는 데 그쳤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사무실 안에 모여 있던 팀원 세 명이 건성으로 고개를 숙였다. 영혼이라곤 하나도
모니터의 파란 빛 아래, '디스팩트' 성창규 기자는 놋쇠 라이터를 달각거리며 수첩을 펼쳤다. 수첩 한쪽에는 '제3의 남자',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강도진'이라는 이름이 굵게 적혀 있었다.강도진의 행보는 기자의 눈에 지독하게 모순되어 보였다. 얼마 전 성대한 기자회견까지 열어 한수진을 보호하는 듯 행동했고, 그녀를 회사 핵심 직책으로 복귀시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집으로 들였던 남자였다. 그런데 정작 세간에서 한수진을 '아동 유기범'으로 몰아가며 사지가 찢기도록 물어뜯는 이 상황에는 단 한 줄의 해명 기사나 법적 대응조차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다.'이상하잖아. 정말로 한수진을 보호하려는 거라면 왜 이 타이밍에 손을 놓고 있지? 도덕적 타격이나 치부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한수진이 모든 비난을 뒤집어쓰도록 방치하는 건가? 아니면…… 한수진이 아이를 버린 건 맞는데, 강도진이 그걸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공모한 건 아닌가?'이 모순된 태도에서 기자의 정교한 가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창규는 일단 모든 의문의 중심인 한수진부터 철저히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정재계 큰 건을 취재할 때마다 비밀리에 도움을 받던 흥신소 실장과 해커에게 연락을 넣어 한수진의 금융 거래 내역과 과거 동선을 샅샅이 뒤지라고 지시했다.며칠 뒤, 성창규의 손에 결정적인 자료들이 쥐어졌다.한수진의 계좌 내역에는 기이한 흐름이 존재했다. 강도진을 만나기 전에는 마케팅 팀장 문성태에게 매달 용돈 식으로 돈을 입금받았던 기록이 있었고, 강도진과 본격적으로 얽히면서 잠시 멈췄다가, 문성태가 회사에서 해고당한 직후부터는 역으로 한수진이 문성태에게 매달 큰돈을 송금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기에 흥신소가 확보한 호텔 로비 CCTV 복원 화면에는 한수진이 문성태와 밀회를 즐기는 모습이 명확히 담겨 있었다."강도진 몰래 뒤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건데…….
CB 그룹 본사 14층, 쥬얼리 디자인 사업부의 분위기는 사막의 밤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화려한 디자인 3팀장실에 홀로 앉아 있던 한수진은 연신 손톱을 뜯으며 창밖을 노려보았다. 복도를 지나치는 직원들은 짐짓 모른 척하며 지나쳤지만, 유리에 비친 그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비웃음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점심시간 사내 식당에서의 굴욕은 시작에 불과했다. 복도 중앙 휴게실을 지나칠 때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수군거림이 수진의 귓가를 환청처럼 파고들었다."이사회 승인받고 들어왔다고 어깨에 힘주는 것 좀 봐. 그래봤자 실적 하나 못 내면 끝 아니야?""소문 들었어? 한수진이 진짜로 아이를 유기한 게 맞나 봐. 그러니까 대표님이 예전과 다르게 사택에 밀어 넣기만 하고 쳐다보지도 않으시지.""어쩐지, 대표님이 요새 사내 행사에 한수진 이름은 싹 빼라고 지시하셨다던데? 조만간 또 쫓겨나는 거 아니야?"직원들의 노골적인 무시와 찌라시 같은 소문에 수진의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본인이 꿈꾸던 복귀는 CB의 구원자이자 여왕이었지, 사내의 버려진 유령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이 비참한 왕따와 모멸감의 근원이 오직 강도진 대표의 서늘한 냉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수진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늦은 밤, 포스트 빌리지 2층 서재.강도진 대표는 완전히 망가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비워진 위스키 병들이 어지럽게 굴러다녔고, 고급 카펫 위에는 깨진 글라스 잔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독주를 물처럼 비워내도 가슴 깊은 곳을 짓누르는 죄책감과 허무함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미자의 폭로로 진실이 밝혀진 후, 도진을 덮친 건 지수를 향한 뼈아픈 후회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형벌 같은 고통이었다."대표님…… 제발 그만 마시십시오. 속 다 뒤집어지십니다."비서가 안절부절못하며 말렸지만, 도진은 피로와 알코올로 붉
CB 그룹 본사 14층, 쥬얼리 디자인 사업부.복도를 지나가는 직원들의 시선에는 숨길 수 없는 서늘함과 거부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화려한 스틸레토 힐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한수진의 손에는 단출한 개인 소지품 박스가 들려 있었다.수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강도진이 내어준 디자인 3팀장실 문을 열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앉아야 할 자리는 'CB 패션&쥬얼 총괄 디자이너' 직함이어야 했다. 김미자의 협박과 친자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서 언론의 동정표를 얻어내며 CB에 재입성할 때만 해도, 수진은 자신이 CB의 구원자이자 여왕처럼 화려하게 복귀할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강도진은 수진에게 총괄 자리는커녕, 기존에 존재감조차 미미했던 쥬얼리 3팀장 자리를 던져주는 데 그쳤다."팀장님, 오셨습니까."사무실 안에 모여 있던 팀원 세 명이 건성으로 고개를 숙였다. 영혼이라곤 하나도 없는 뻣뻣한 인사였다.수진은 박스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특유의 도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과거 도진의 연인이자 브랜드의 중심이었던 시절의 오만함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었다."다들 모였네요. 내가 이번에 쥬얼 3팀을 총괄하게 된 한수진입니다. 세간의 오해 때문에 잡음이 좀 있었지만, 내 실력과 감각은 이미 검증된 거나 다름없으니 다들 날 믿고 따라오면 됩니다. 이번 시즌 메인 라인업부터 전면 수정할 테니까, 기존 안 전부 가져오세요."수진의 당당한 요구에 팀원들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가장 고참인 윤 대리가 지극히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한 팀장님, 죄송하지만 이번 시즌 라인업은 이미 기획조정실과 이사회 승인까지 다 끝난 상태입니다. 찰스 총괄님 지시로 디자인 수정은 불가능합니다.""찰스? 그 양반은 패션 총괄이지 쥬얼리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권한은 없을 텐데요?""경영진 지시
시즌 오프닝 패션쇼가 대성공으로 끝나고 연일 주문이 폭주하던 날, 성수동 THE MOON의 이지수 대표실은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었다. 지수는 다음 컬렉션의 러프 스케치를 펼쳐놓고 서류와 원단 샘플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박진우가 들어왔다. 그는 지수의 손에 들린 만년필을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쉬는 것도 엄연한 업무의 연장입니다, 이 대표님." "진우 씨? 하지만 아직 라인업 체크도 남았고……." "나머지는 팀원들과 내가 완벽하게 처리할 겁니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군말 없이 날 따라오는 겁니다." 차에 올라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도착한 곳은, 에메랄드빛 남해 바다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프라이빗한 별장이었다. "진우 씨, 여기가 어디예요? 회사 일도 그렇고…… 현수랑 현지, 우리 예인이까지 아이들만 두고 나만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지수가 아이들 걱정에 긴장을 풀지 못하자, 진우가 나지막하게 웃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화면 속에는 마당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진우의 두 아이 현수, 현지와 지수의 딸 예인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쥐여주며 온화하게 웃고 계신 지수의 부모님이 계셨다."이게…… 부모님이 왜 아이들과 계세요?""어머님과 아버님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현수랑 현지, 예인이까지 할머니, 할아버지랑 놀이공원 가기로 했다며 신이 났더군요."지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보자, 진우가 지수의 볼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사실 이번 휴가, 어머님이 제게 먼저 부탁하신 겁니다. 그동안 너무 큰 풍파를 겪으며 제 자신을 깎아먹던 지수가 또 일에 파묻혀 지낼까 봐 걱정되신다면서요. 아이들은 당신들이 책임질 테니, 지수 데리고 어디 가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 오라고요.""엄마가……
수진의 실명 폭로와 대형 탐사보도 이후, 대질심문에서 김미자의 자백성 발언까지 확보한 검찰의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특히 압수된 OO유전자연구소의 비밀 서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미자뿐만 아니라 그녀와 친분을 맺어온 상류층 재벌가 사모님들과 여성편력이 심했던 재벌 인사들 다수가 이 연구소를 공유하며 친자 조작 및 성범죄 무마에 조직적으로 가담해 온 충격적인 카르텔의 실체가 드러났다.다음 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긴급 언론 브리핑을 열어 정재계를 흔든 유전자 조작 카르텔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OO유전자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결과, CB 그룹 김미자 씨를 주범으로 하여 상류층 다수 인사들이 모의해 친자확인보고서를 조직적으로 조작해 온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관련 음성 파일과 차명 계좌 입금 내역, 그리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들을 협박·공갈한 혐의까지 모두 입증되어 관련자 전원에 대해 전격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검찰 브리핑 생중계 화면이 전국의 뉴스 채널과 포털 메인을 도배하자, CB 그룹과 강수한·김미자 일가를 향한 국민적 공분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인정되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던 날, 김미자는 수갑을 찬 채 수많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유치장으로 이송되었다.화려했던 비단 옷과 명품 장신구 대신 칙칙한 수의를 입고 어두컴컴한 유치장에 갇힌 김미자의 몰락은 처절했다.평생 돈과 권력 뒤에 숨어 남의 인생을 쥐락펴락했던 그녀였지만, 대질심문에서 맞닥뜨린 "그 아이가 진짜 강도진의 핏줄이었다"라는 진실의 충격, 그리고 제 손에 채워진 차가운 수갑의 감촉에 사시나무 떨듯 떨며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도진아, 도진아…&hell
어둡고 짓눌린 방안.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푸르스름한 빛 속에서, 수진은 홀로 TV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화면 속에서는 '참고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언론의 수십 가지 취재진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김미자의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그 마녀 같은 여자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수진의 입술 사이로 자조 섞인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악마 같은 년…….'김미자가 내민 가짜 유전자 결과지 한 장 때문에, 수진은 강도진에게 잔인하게 버림받았다. 그뿐인가. 임신 당시 아들을 가졌다며 고맙다고 건넸던 임신 축하금 30억 원을 다시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법원에서 지급보증서까지 받아내 수진의 목을 죄어왔던 그 악몽 같은 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라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수진은 눈을 차갑게 번뜩이며 노트북을 열었다.다른 강수한의 피해자들이 신분 노출이 두려워 익명의 뒤에 숨어 글을 올릴 때, 수진은 판을 뒤엎을 유일한 기회가 지금임을 직감했다. 수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실명과 얼굴이 찍힌 신분증, 그리고 과거의 아픈 기록들을 담아 인터넷 메인 게시판에 글을 써 내려갔다.[한수진입니다. CB 강도진 씨와 김미자 이사장에게 당한 가짜 친자확인서 사기극을 폭로합니다.]수진은 강도진이 자신에게 던져주며 쫓아냈던 김미자 측 유전자 연구원의 '가짜 결과서'와, 자신이 직접 대형 병원에 의뢰해 받았던 '진짜 일치 결과서'를 스캔하여 함께 첨부했다.반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수진의 실명 폭로와 명확한 물증은 가짜 유전자 연구소 사건에 기름을 부었다. 여론은 수진에 대한 거센 동정론과 함께, 강도진 역시 부모의 조작에 놀아난 '불쌍한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다.그러나 그 잠깐의 동정론은 불과 몇 시간 뒤 터져 나온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김미자의 주선으로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지수와 도진에게 허락된 기쁨은 야속할 정도록 짧았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확신을 유보한 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만을 나겼다. 그 일주닝은 도진과 지수에게 평생보다 긴 지옥이었다. 손끝하나 대면 깨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으나, 운명은 그들에게 자비롭지 않았다.일주일 후 다시 마주한 초음파 화면에는 생명의 고동 대신 기괴한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 포상기태 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 임신유지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태아를 제
슬비를 만나고 잠시 RV에서 현재까지 도진의 회사에 투자된 내역을 훝어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수는 아랫쪽의 축축한 감각에 번쩍 눈을 떳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희망이 이내 절망으로 뒤바뀌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몇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평소와 다르게 일찍 돌아온 도진은 지수를 찾으며 방문을 열었을때 무기력하게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지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 시술은 유난히 지수를 갉아먹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된 지수를 보며, 힘들었을 순간 곁을 지켜주
아침에 일어난 지수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몇일 집에 잘 들어오던 도진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았다.생리가 시작하기 전에 느껴지는 익숙한 배의 묵직한 불편감에 불안감이 든 지수는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만지며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편하게 강도진을 떠나기 위해 이번에도 실패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양가적인 생각에 웃음이 났다. 잠시 후 오랫만에 슬비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던 중 가정부의 통화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가출하신 것 같아요. 집에 안들어 오시네요. 아마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