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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망각이 낳은 형벌: Chapter 21 - Chapter 30

40 Chapters

20화

로엘과 소연을 제외한 모든 게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매말랐던 가지에 초록 새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어긋나지 않고 모든 게 조화로운 나날들. 폭풍이 몰아친 로엘과 소연의 상황과는 다르게 이곳은 꽤나 한가로워보였다. 상반된 분위기가 이질감을 자아낸다. 둘에게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왔다.새하얀 백사장 위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에 띄는 곳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길을 오가는 차가 없어 한적함을 유지했다. 해변가를 앉아 묵묵히 바다를 응시하던 소연이 작게 웃어 보였다."로엘, 나...알아." 로엘이 햇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입을 연다."뭐를.""이 여행이...우리의 마지막인 거지?"로엘이 그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잔잔한 눈동자에 마음껏 담아 놓기라도 하듯 가만히 들여다보며 입을 뗀다."아무래도."그의 태연한 목소리에 서운한 듯 소연의 입술이 부풀어 올랐다.그런 소연을 감상하듯 그가 상체를 젖혔다.이내 피식-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는다."예쁘네."소연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예쁘네'라고 말하는 로엘의 눈동자에서 슬픔이 가득 묻어났기 때문이다."내가 너 살릴 거야. 걱정 마."로엘이 소연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바보."소연은 지척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로엘에게 손을 뻗었다. 이어 그의 볼 한쪽을 어루어 만지며 잠시 상념에 빠졌다.'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한 없이 행복한데.''나대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줘. 로엘.'***정오를 넘긴 시간, 소연은 밖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미풍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동시에 호텔 창가 넘어로 들어오는 한가로운 오후의 여유로움을 한껏 느끼는 중이었다. 이어 창가를 바라보던 소연 시선이 한 곳에 집중 되었다."어? 저건... 로엘! 이리와봐! "순간 로엘의 귓가에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이 아픈 와중에 해맑게 웃는 표정을 하며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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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로엘. 그가 솜사탕 노점상 앞에 발길을 멈췄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솜사탕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솜사탕 하나."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그의 짧은 언어에 솜사탕 사장의 미간이 일순 좁아졌다. "거, 젊은 청년이 말 되게 짧구먼."사장이 불쾌한 티를 내자, 로엘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항상 마계 최고였던 그에게 존댓말이라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원래 짧다. 무슨 문제라도?"노점상 사장의 얼굴이 삽시간 붉게 달아올랐다. 로엘의 태연한 저 여유가 더욱 그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다."너한테는 안 팔아. 돌아가."순간, 자신에게 무례한 한낱 인간을 힘으로 밀어버릴까 싶었지만 소연의 얼굴이 떠올라 참기로 했다."내 여자가 아프다. 이 솜사탕을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해."무표정한 얼굴에 슬픈 사연이 가득한 듯한 말 한마디로 사장의 마음이 요동쳤다.'혹시 머리가 아픈사람인가?''허우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생긴 게 아깝구먼.'"쯧. 한 개에 3,000원.""여깄다."그가 무미건조하게 대답을 툭 내뱉으며, 만 원권 한 장을 내밀었다.사장은 로엘의 손에 든 만 원권 지폐 한 장을 매몰차게 빼았은 후, 거스름돈 7,000원을 그에게 휙 던져줬다.거칠게 뿌리쳐진 사장의 손길에 로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는 말없이 팔을 들어 올려 노점의 쇠기둥을 움켜쥐었다. 이어 다음 순간, 가볍게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기둥이 무너져내리듯 우그러졌다."뭐, 뭐야."로엘의 힘을 목격한 노점 사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까지 더듬으며, 그를 바라보는 얼굴은 금세 파리하게 물들었다."너. 다음은 없다."애초부터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의 광경을 보고 나니 더더욱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진, 진짜 미친놈이잖아!'놀란 사장을 뒤로하고 소연에게 향하던 로엘의 발걸음이 멈췄다. 해변 한쪽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작은 조개껍질이었다. 모래 위를 떠돌았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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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로엘을 대신해 마계로 돌아온 이는 이안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어둠이 맺히더니, 곧 단단한 형태를 이루며 작은 결정으로 응축되었다. 어두운 마계의 심장부에서 빛나는 그 결정은, 하위 등급 마족들에게 배급되었다.배급을 받던 하위 마족들은 불만으로 들끓었다. 그들은 로엘의 금지 명령으로 더이상 인간을 사냥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안의 마력 결정에 감사하기보다, 자신들의 본능을 억누르는 이안과 로엘에게 분노를 품었다. 하위 등급 마족들은 이안의 뒤에서 몰래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배고픔을 아는가?""이까짓 결정 따위가 진짜 음식이 될 수 있을까?"불만을 품던 몇몇 하위 마족들은 기회를 노렸다. 그들은 이안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은밀하게 인간 세계로 넘어갔다. 하위 마족들은 인간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밤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나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카페를 마감하고 가게 문을 닫으려던 은하의 귓가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끝에 들어온 것은, 하위 마족들이 인간들을 몰아세우며 희열 어린 웃음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만해!"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어 사람들을 마족에게서 떼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마족을 막는 것은 무리였다. "비켜."마족의 손이 은하를 향해 거칠게 뻗어왔다. 압도적인 힘에 그녀의 가녀린 몸이 좌우로 휘청거렸다.하위 마족들은 그런 은하를 재밌다는 듯 큭큭 거리며 희롱했다. 그중 한 마족이 은하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아끌며 그녀의 가슴살을 자신의 손으로 덥석 집어 주무르기 시작했다."이 인간 여자, 젖가슴 좀 봐.""오 좋은데? 나도 만질래."다른 마족이 은하의 티셔츠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찢어버렸다. 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의 하얀 가슴살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그만해...! 읏..."마족이 그녀의 가슴에 생채기를 낼 때마다 고통에 몸무리치던 은하는 자신도 모르게 절박한 심정으로 그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이안!-""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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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읏...이안." 이안은 은하의 위로 올라타 가슴 위에 생긴 생채기를 집중적으로 핥으며 애무를 이어갔다. 이안의 애무에 은하의 질구에서는 투명하고 미끄러운 애액이 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하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이안의 눈에서는 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안은 은하의 가슴을 하급 마족이 만졌다는 것에 큰 불쾌함을 느껴 자신의 타액으로 씻기겠다는 집념 하나로 은하의 흰 가슴살을 마구잡이로 핥는 도중 이안의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그의 성기를 은하가 덥석 잡아냈다. "윽...은하야." "나, 나 이러면 못참아." 은하는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항상 말하잖아요. 참지 말라고." 은하의 한마디에 이안은 애써 붙잡았던 이성을 날려버리고 그저 본능에 충실한 개처럼 은하를 거친 손길로 범하기 시작했다. 거칠면서도, 다정한 그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맡긴 채 쾌락에 젖어들었다. 이어 이안의 긴 손가락이 은하의 질 입구를 찾아 들어섰다. "흣!... 이안-!" 이안이 그녀의 귀를 빨며, 손가락에 힘을 주어 강한 피스톤 질을 이어갔다. 피스톤 질을 할 때마다 질퍽 거리는 소리에 방안에 울려 퍼진다. 이안은 빠르게 손가락을 한 개에서 두 개로 늘린 뒤, 은하에게 키스를 하며 그녀의 풍만하고 흰 가슴살을 어루어만졌다. 은하는 절정에 치달았고 다급하게 이안의 성기를 찾아 손에 쥐었다. 그의 울퉁불퉁한 성기를 매만지며 위 아래로 왔다 갔다 하니, 이안의 귀두 입구 쪽에서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윽!.." 이안의 벌어진 잇새에서 짧고 굵은 신음이 터졌다. 이안은 순식간에 은하를 들어 몸을 돌려세운 후, 은하의 질 입구에 자신의 큰 성기를 빠르게 삽입했다. 퍽! 퍼억! "아......!" 이안의 성기가 엎드린 상태로 삽입되자, 그녀는 자궁 깊은 곳까지 비벼지는 쾌락에 젖어들었다. 절정에 치달은 은하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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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벚꽃이 만개한 계절이었다. 거리마다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렸고, 사람들은 따뜻한 봄을 만끽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봄의 한가운데에서, 로엘과 소연의 시간은 처참히 무너지고 있었다. 소연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어 숨은 점점 가늘어졌고, 몸은 더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로엘을 불러 세웠다. "...로엘."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로엘을 부르자, 로엘은 곧장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응. 나 여기 있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소연은 힘겹게 눈을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 나 그래도...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숨이 끊어질 듯 이어진 그녀의 음성에 로엘의 심장이 강하게 조여왔다. "소연아." 소연은 힘겹게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끌어모으듯 입을 열었다. "로엘. 나, 너에게 프로포즈 받아서 너무 행복했어." 소연의 깊은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눈물이 보고 있자니 로엘의 가슴이 타 들어갔다. "...사랑해. 로엘." 그 말을 끝으로, 소연의 의식이 끊어졌다. "소, 소연아?" 로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무너진 육체를 붙잡으며 그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고, 그저 희미한 숨만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안 돼." 소연의 붙잡고 있는 로엘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의 혼탁한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소연아.. 제발 눈 좀 떠봐." 그러나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어 로엘, 그의 감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처절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안 돼..!" 마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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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이안이 선택받은 순간,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요했다. 하지만- 그의 시간만이, 조용히 끝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이안은 홀로 이별을 준비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혼자만 아는 이별을. 벚꽃이 흩날리던 오후. 이안은 은하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은하야.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그가 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가벼운 말투에 은하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진짜 봄이네." "따뜻하다." 분홍빛 꽃잎이 둘 사이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이안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황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순간- 그의 얼굴을 본 은하가 멈칫하며 이안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안. 무슨 일 있어?" 은하의 말에 그의 속눈썹이 잘게 흔들렸다. 이내 이안이 피식, 웃으며 은하의 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니. 그냥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서." 이안이 따뜻한 햇살에 비춰지며 자신을 어루어 만지자, 은하는 제 앞에 비춰지는 이안의 선을 자신의 푸른 눈 위로 오롯이 담아냈다. 그의 본성은 악마이지만, 기다란 속눈썹이 정갈하게 박힌 눈을 볼 때마다 때 묻지 않은 듯 그의 자태가 고결하다고 느꼈다. "은하야?" 순간, 그녀의 짧은 상념을 조각내는 그의 음성이 귓가에 박혔다. "어, 어?" 그가 은하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가느다란 시선 사이로 묘하게 불안해 보이는 은하의 모습이 가득 들어찼다. 은하가 무언가 느낀걸까? 이안이 은하에게 몸을 기울이며, 그녀의 뒷머리를 받치며 부드럽게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어 길거리를 다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이내 그들을 힐긋 거리며 바라봤다. 시선을 느낀 은하가 이안의 옷깃을 움켜쥐며 슬며시 몸을 밀어냈다. "읏. 사람들이 너무 쳐다보는데?" 은하의 말에 이안은 달뜬 숨소리를 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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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창세의 조각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각의 결계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빛이 번쩍이며 공간을 가르듯 나타난 창세의 화살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안의 심장을 꿰뚫었다. 푹. 창세의 화살이 이안의 심장을 관통하자 이안은 순간 몸이 그대로 굳어버리며 생각보다 강한 통증에 아연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짧고 굵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윽." 바로 다음 순간. 그의 입과 화살에 심장을 관통당한 심장 상처 부위에서 붉은 피가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결국 이안의 몸이 휘청이며 무너졌다. "큭..!" "꺄악!"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놀란 소연이 비명을 질렀고, 로엘은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에 악다구니했다. "하, 이안." 너 이새끼 이럴 거 알고 있었지." 로엘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이안의 심장에 관통되어 있는 화살을 빼내고, 출혈 부위를 막아보려 애쓰지만, 창세의 신 쉐리의 영혼이 일부 깃들어 있는 화살을 빼내는 건 마왕 로엘이라고 해도 쉽지 않았으며, 출혈 또한 일시적으로 지혈됐을 뿐 혈액은 또다시 상처를 뚫고 새어 나왔다. 강한 고통에 시야가 흐려진 이안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로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어 짧은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어 말했다. "하, 하아...로엘 그리고 소연씨." "너희 둘을 만나게 돼서...행복했어." 이안의 숨이 가빠지며 목소리가 점차 내려앉아 흐려지기 시작했다. ".....우리 은하...잘 부탁해. 그리고 그녀의 기억을 지워줘." 그 말을 끝으로- 점차 이안의 몸이 발끝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로엘과 소연은 황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 안 돼!!!" "이안...! 도대체 너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야?.." 소연과 로엘이 흩어져 가는 이안에게 소리쳐보지만 이안의 대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미 많은 출혈에 의식이 혼미해졌기 때문에. 그 순간. "이안!!!!" 멀리서,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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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미지의 세계에 있는 창세의 신전에 소환 당한 이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뭇가지에 예쁘게 폈던 벚꽃잎이 아스라이 다 흩어진 후, 푸른 새싹이 나뭇가지를 가득 매웠다. 화창한 밖의 상황과는 다르게 이안을 잃은 은하의 상태는 많이 심각했다. 그녀는 이안의 소멸 이후, 하루하루를 이를 사리문 채 눈물로 견뎌 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안이었고, 밤이 깊어 잠들려 할 때마다 마지막 순간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무렇지 않게 웃다가도, 문득 그의 이름이 떠오르면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녀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이안이 사라진 그날에 멈춰 있었다. 그런 은하의 모습을 지켜보는 로엘과 소연의 마음 또한 무거웠다. 이안이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짙은 죄책감에 짓눌렸다. "은하언니...미안해." "나 때문에 이안님이 희생을 했어." 소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했지만, 은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한 채, 소파에 몸을 느른히 젖히며 허공에 시선을 고정했다. "..........." 이 상황을 지켜보던 로엘 또한 황망한 얼굴로 낮게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은하. 미안하다." "내가 모두를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은하의 귀에 닿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 채, 눈물만 조용히 흘리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어진 사람처럼. 삐이- 그렇게 그녀의 귓가에는 이명만 가득 채워져갔다. "............" 허공만 바라 보던 그녀가 천천히 시선을 옮겨, 창밖을 바라봤다. 순간 그녀의 푸른 벽안이 흐트러졌다. 이내 깊은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떨어졌다. "왜......." "왜 하필! 이안인거야?" "왜!!!!!" 삽시간 그녀는 두 뺨을 붉히며 자신의 목울대를 콱 치받는 돌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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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괜찮아, 은하의 기억을 잠시 지운 것 뿐이야." 로엘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곧 다시 일어날거야. 걱정하지 마." "다행이다..." 소연은 그제야 안도하며 참았던 눈물을 흘려보냈다. 이안의 희생으로 얻은 창세의 조각으로 인해 건강은 회복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잔혹했다. 로엘과 다시 닿는 순간 다시 신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사실은 소연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로엘은 잠시 침묵을 유지한 채, 소연과 은하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직이 침음했다. 동시에 그의 시선 끝에서- 천천히 무언가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사랑을 지키는 길과 사랑을 내려놓는 길. 이 두 가지의 선택지에서 로엘은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후" 로엘은 소연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떨리는 어깨를 토닥이며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나, 바람좀 쐬고 올게." "응, 알겠어." 등을 돌려 나가려던 로엘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와 소연의 뺨을 어루만졌다. 얇고 마른 저 작은 몸을 자신의 품에 꽉 옭아맨 채로 끌어안고 싶었지만, 그 욕망은 소연에게 곧 죽음과도 같았다. 로엘은 마지막 본능조차 억누르며 손끝에 힘을 뺐다. '이안의 유언대로 은하의 기억을 지우고, 내가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면......이 두 사람의 세상도 비로소 평온해지겠지." 뺨에 닿는 생경한 감각에 소연이 멈칫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로엘의 손길은 마치 곧 사라질 신기루의 떨림처럼 위태로웠다. 조각의 힘으로 멈춰 세운 소연의 붕괴는, 역설적으로 로엘이 그녀 곁에 머무는 한 반드시 재개될 비극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허락받은 마지막 자비인가 봐.' 로엘은 슬픈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녀를 눈에 담았다. 소연은 애처롭게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로엘은 애써 미소 지으며 그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뒤돌아봄없이 발길을 돌려 집을 나섰다. 그는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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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본래라면 은하 역시 모든 기억을 잃었어야 했다. 소멸 직전 로엘이 그녀에게 막아의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엘은 이미 세계에서 지워지는 '망각의 형벌'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던 상태였다. 존재가 바스라지는 찰나의 순간, 그의 권능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겼고 그 틈새로 은하의 기억이 쏟아져 내렸다. 은하는 기억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눈을 떴다. 이안의 고결한 희생, 그리고 방금 전 로엘이 사랑을 위해 자신을 지워버린 잔혹한 선택까지. 은하에게는 그 모든 것이 선명한 칼날이 되어 심장을 파고들었다. 정신을 차린 은하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소연이었다. 소연은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텅 빈 껍데기만 남은 듯한 그녀의 눈에선 하염없니 눈물만이 차올라 두 뺨을 타고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자가 토해내는 기괴하고도 서글픈 비명이었다. "아...." 은하는 심장이 도려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신음했다. 모두를 지켜주고 떠난 이안, 그리고 가족처럼 아꼈던 로엘의 부재가 현실로 다가와 그녀를 짓눌렀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리고 싶었지만, 은하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자신마저 무너질 수는 없었다. 기억을 잃고도 본능적인 상실감에 젖어 우는 소연을 보며, 은하는 이 비극적인 진실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이안과 로엘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이 가냘픈 여자를, 이제는 자신이 돌봐야만 했다. 은하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소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너져 내린 소연을 자신의 품으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소연아......" 은하의 눈에서도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소연의 어깨를 적시는 눈물에는 이안에 대한 그리움과 로엘에 대한 애도, 그리고 홀로 남겨진 자의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은하는 소연의 등을 필사적으로 토닥이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젖은 목소로리로 속삭였다. "괜찮아, 이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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