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Chapter 61 - Chapter 70

76 Chapters

60화

아이테르는 혼란을 틈타 재빨리 애드와 메티스의 옷깃을 붙잡았다.​“튀어!!!!”​​ 그대로 구름 위로 뛰어오른 세 사람은 왕궁 하늘 위까지 단숨에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구름 위에 쪼르르 앉은 세 사람은 아래쪽 대참사 현장을 내려다봤다.​왕궁 정원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의무병 불러!!!”​“기사단장님 정신 차리십시오!!”“카시안 님 정신 차리세요!!!!!”“어느 미친놈이 노인을 투척무기로 써?!?!”​​ 아이테르가 식은땀을 흘리며 애드를 돌아봤다.​그리고 진심으로 무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너 진짜 다른 의미로 무서운 놈이구나.” ​​애드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괴로워했다.​​ “으아아악!!!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모습을 본 메티스가 진지한 얼굴로 위로했다.​​“아니야 애드! 분노를 제물로 영감님을 명계에서 소환하려 했던 거면, 진짜 성공 직전까지 갔어.” ​​“…?”​​ 애드가 멍한 얼굴로 메티스를 바라봤고, 아이테르도 흐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항상 느끼는 건데, 넌 웃으면서 말로 사람 엄청 패더라.”​​ “응? 내가 언제?”​​ “항상.”​“늘.”​​ 메티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냥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정확히 3일 후, 엘쉬온 왕궁에서는 베네딕트 카시안의 장례식이 장엄하게 열리게 되었다.​세르반 대륙 최강의 검성이자 왕국을 위해 평생 검을 바친 영웅의 마지막 길이었다.​​ 문제는 그 장례식에 세 사람이 차마 당당하게 참석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현재 왕궁 기사들 사이에서 세 사람은 이미 『영웅 시신 투척범』으로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 사람은 멀찍이 구름 위에 숨어 장례식장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 메티스가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도 참석하고 싶다.”​​ 애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이테르만 괜히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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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엘쉬온 왕국 전역에는 최근 기묘하고도 이상한 소문 하나가 은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대륙의 영웅, 검성 카시안의 장례식장에 무려 길이가 3미터가 훌쩍 넘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나 마지막 날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는 흉흉한 이야기였다.​괴물을 직접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비슷한 증언을 남겼다.​“검성님의 고결한 마지막을…… 괴물마저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더군요.”“그런데 이상하게 괴물의 얼굴이 아니라, 몸통 쪽에서도 웅얼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길이가 3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는데, 걷는 꼴이 엄청나게 엉성하고 기괴했어요.”​“걸음을 옮길 때마다 괴물의 관절에서 사람 비명 같은 소리가 났다니까요? 진짜라니까!”​​왕성 한복판에서 그 처참한 소문을 전해 들은 세 사람은 조용히, 그리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두 번 다시는 자신들의 인생에 그딴 끔찍한 흑역사를 만들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잠시 후, 가장 먼저 수치심을 이겨내고 정신을 수습한 것은 아이테르였다.​그는 애드에게 천천히 다가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애드.""응?""너랑 헤어진 뒤에 …""메티스랑 같이 널 찾으러 다닌 적이 있었어."​아이테르의 말에 옆에 있던 메티스도 무언가 번뜩 떠올랐는지 손뼉을 짝 쳤다.​​ “아!”​​“그 못생긴 놈 이야기구나.” ​​애드가 메티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못생긴 놈?"​아이테르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가는 도중에 어떤 남자가 주변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서 정체가 뭐냐 물었지”“…누군데?”​​“그녀석, 자신을 ‘기만의 신, 아파테’라고 거창하게 소개하더라고.”​“아파테라고…?”​​ 애드의 기억에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완전히 낯선 이름.​아이테르가 중요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려 하자, 메티스가 홀린 듯 다시 틈새를 비집고 끼어들었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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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애드는 아이테르의 듬직한 위로에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정말...?"​애드가 두 눈을 반짝이며 아이테르를 바라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 친구였던 헬리오스를 죽였고.""이 세상을 지배하겠다 하고, 게다가 널 노리는 것도 뻔히 보이는데."​아이테르는 애드의 가볍게 어깨를 툭 쳤다.​"내가 그걸 보고만 있겠냐?"​그 순간 애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아이테르!""응?""고마워!"​아이테르는 괜히 민망해진 듯 시선을 훽 돌렸다.​"뭘 그런 걸 가지고."​하지만 그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바로 그순간​구석에서 혼자 삐져 있던 메티스가 터덜터덜 걸어왔다.​"...이야기 다 끝났어?"​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잔뜩 심술이 나 있었다.​애드는 그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다.​생각해 보니 조금 전 자신이 대놓고 "집중 안 되니까 끼어들지 마."라고 말한게 떠올랐다.​애드는 재빨리 메티스에게 다가갔다.​그리고 7살 시절의 짬에서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싹싹 빌었다.​"메티스~ 미안해~~"​메티스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없이 애드를 위에서 아래로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애드는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한층 더 과하게 꽃받침을 하며 웃어 보였다.​"용서해 줄 거지?"​메티스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애드의 눈을 찔렀다.​콕-​"아아아아악!!!!!"​애드는 두 눈을 감싸 쥔 채 그 자리에서 펄쩍 뛰기 시작했다.​"눈!!!""내 눈!!!""으아아악!!!"“예전엔 쪼끄만 해서 봐줄 만하게 귀여웠어. 하지만 징그럽게 커버린 지금은 단 하나도 안 귀여워.”​​애드가 눈물이 찔끔 고인 눈을 겨우 뜨며 억울하게 소리쳤다.​"그래도 사람 눈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찌르냐!!!!!""아직 한번 더 찌를 수 있는데.""뭐?!"​애드는 황급히 두 눈을 가렸다.​메티스는 그 모습을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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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아이테르는 잠시 고민하더니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음… 쉽게 말하면.""…헬리오스는 내 증조할아버지쯤 되는 위치?""...뭐?"​아이테르의 충격적인 말에 애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신이라 오래 살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왜냐하면 애드가 기억하는 헬리오스는, 맨날 반찬 투정을 하고.​장작 패기 귀찮다고 도망가고 에리스랑 만나면 유치하게 말싸움부터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애드 입장에서 본 그는 도저히 태초의 신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그리고 그 순간.​애드의 머릿속에 어머니 로테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 헬리오스의 얼굴도 함께 떠올랐다.​"..."​잠시 뭔가를 계산해 보던 애드의 표정이 서서히 썩어 들어갔다.​'잠깐 그럼.'​'어머니는 인간이고.'​'아버지는 아이테르 증조할아버지뻘이고.'​애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우리 아버지 완전 도둑놈이었잖아...?”​옆에서 애드의 말을 들은 메티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푸흡."“생각해 보니까 진짜 그렇네! 우리같은 신들의 기준으로도 헬리오스님은 까마득한 연상이잖아?”​메티스의 말에 아이테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연상중에서도 엄청 연상이지."​애드는 갑자기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 깎이는 기분이었다.​멀리 하늘 어딘가 만약 헬리오스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잠시 후.​애드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잠시 접어 두고 본론을 꺼냈다.​"그런데...""어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에레보스랑 마왕, 단 둘뿐이라고 들었거든?"​아이테르와 메티스가 장난기를 거두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응,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어."​애드는 잠시 뜸을 들이다, 시선을 아래에 두고 말했다.​“근데,스승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정체 모를 남자는 마왕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둠의 신 에레보스 본인도 아닌데 버젓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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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앞장서서 엘쉬온 수도 중앙에 위치한 헬리오스의 신전으로 향하는 애드의 모습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표정은 잔뜩 겁먹은 듯 굳어 있었고, 손끝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뒤따라가던 메티스가 그런 애드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애드……? 왜 그렇게 겁먹었어?”​메티스의 말에 애드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그는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도 스친 듯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그러고는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쳤다.​“으아아아아악!!!!!”“?!”​메티스와 아이테르는 동시에 흠칫했다. 멀쩡히 걷다가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누가 봐도 수상했다.​아이테르가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혹시…… 정서 불안?”​메티스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그런 것 같아.”​애드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자마자 홱 돌아섰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와 두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이테르! 메티스!!!”“어? 왜!”“무슨 일인데?”“신전에 들어가서 교황님을 보더라도 절대 공격하면 안 된다? 알았지?”​애드의 갑작스러운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힐끔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우리가 왜?”“맞아. 교황님을 왜 공격해?”​두 사람의 태연한 반응에 애드는 이를 바득 갈았다.​“들어가서도 그런 소리 하나 보자……”“……?”​애드가 자꾸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자 오히려 메티스와 아이테르 쪽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세 사람은 마침내 헬리오스의 신전에 도착했다.​신전 안으로 들어서자 메티스와 아이테르는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오오~ 신전도 있고, 헬리오스는 진짜 성공했네.”​아이테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메티스도 부러운 눈치로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헬리오스님은 자기 목소리를 대신 전해주는 교황님도 있고. 같은 신 입장에서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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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애드의 말에 신전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메티스와 아이테르는 교황이 있는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자세히 보니 검은 그림자가 아니었다.​축축하게 젖은 긴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있었을 뿐, 검은 사제복을 입은 한 남자였다.​악신조차 한 발 물러설 것 같은 흉흉한 인상과 심연에서 막 기어 올라온 것 같은 음침한 분위기가 풍겼다.​교황은 메티스에게 얻어맞은 뺨을 두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신성한 신전에서 공격이 웬 말입니까……?”“……”​메티스와 아이테르는 교황의 얼굴을 보고 심연을 본것 마냥 공포에 질려 굳어 버렸다.​그리고 동시에 손가락을 떨며 교황을 가리켰다.​“저, 저저저저저게 무슨 교황이야!?!!?!!”“애드!! 혹시 네가 만난 마왕이 저 사람이야?!”​애드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아니.”“교황님이라고.”“거짓말하지 마!”“진짜라니까!”“…….”​그 광경을 지켜보던 교황은 또 한 번 외모 때문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잠시 후.​상황 파악을 끝낸 메티스와 아이테르는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어둠의 신인 줄 알았어요!”​교황은 이제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허허… 괜찮습니다.”“다들 처음 저를 보면 공격부터 하더군요.”“덕분에 맷집이 자연스럽게 강해졌지 뭡니까.”​그 말에 메티스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는지 연신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진짜 세상을 멸망시키러 온 악신인 줄 올았어요! 교황님 잘못은 절~대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태어난 얼굴이 잘못이지요!”“메티스…?”​애드와 아이테르가 동시에 경악했다.​“그게 사과냐…?”“어…?”​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메티스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그리고 세사람의 시선은 교황에게 향했다.​“…….”​교황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분명 웃고 있었다.​그런데 뭔가 이상했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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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교황님.”“네, 애드님.”​애드는 헛기침을 한 뒤 본론을 꺼냈다.​“혹시… 마왕님께서 어디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제가 마왕님의 도움을 좀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아무래도 마계로 돌아가셨겠죠?”​교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곧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쳤다.​“아.”“마왕님 지금 센티드 왕국 국왕으로 계신데요?”“…….”“네?”​교황의 황당한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 버렸다.​그리고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봤다.​아이테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무슨 마왕이 인간 국가의 국왕을 하고 있어?”“잘하고 계시던데요?”“…그게 더 이상하잖아요.”​교황은 아무렇지도 않게 품속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마침 잘됐군요.”“센티드 왕궁 내부 직통 워프 스크롤입니다.”“써 보시겠습니까?”“……?”​세 사람은 동시에 스크롤을 내려다봤다.​아이테르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아니 교황님은 대체 이런 아이템을 어디서 구하셨어요…?”​교황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마왕님께서 센티드 국왕이 되신 날 직접 나눠 주셨습니다.”“놀러 오라고요.”​잠시 신전 내부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그리고 메티스가 어이없다는 듯 작은목소리로 중얼거렸다.​“…무슨 집들이 전단지야?”“그런 셈이지요.”“…아니라고 해주세요.”​결국 세 사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워프 스크롤을 받아 들었다.​마왕을 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각오했건만, 정작 방법은 교황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애드와 아이테르, 그리고 메티스는 교황에게 받은 왕실 워프 스크롤을 손에 쥔 채, 센티드 왕성으로 향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아이테르는 신전을 떠나기 전, 문득 교황을 바라보더니 뻔뻔하게 손을 척 내밀었다.​“헤어지기 전에 찐하게 악수나 한 번 하죠.”​​ 교황은 잠시 그의 손바닥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두 손으로 정중하고 감격스럽게 감싸 쥐었다.​덥썩-​​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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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애드와 메티스는 기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얼어붙고 말았다.​반면 아이테르는 동요 없이 태연히 발걸음을 옮겼다.​기사의 앞을 가로막듯 멈춰 선 그가 당당하게 내뱉었다.​“마왕 찾으러 왔는데?”“야!”“거기서 진짜 마왕을 찾으러 왔다고 하면 어떡해!”​ 애드가 황급히 아이테르의 멱살을 잡으며 태클을 걸었다.​그러나 일행의 파멸적인 예상과 달리, 기사는 마왕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경계 태세를 완벽하게 풀더니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마왕님…”​ 기사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우리 국왕 폐하랑 친구분이셨군요!” “…엥?”​ 애드와 메티스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기사를 바라봤다.​ 아이테르는 기사의 헐렁한 반응을 보더니 더더욱 양아치처럼 가슴을 당당하게 폈다. ​​ “어. 그 국왕 폐하랑 친군데 깍듯이 모시도록.” “야!!!!!”​ 애드와 메티스가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기사는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는 복도 오른쪽 끝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오른쪽 끝 방이 폐하 집무실입니다.”​ 그리고 기사는 아이테르에게 슬쩍 끈적하게 다가와 아무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속삭였다.​ “대신 가시는 김에 저 오늘 퇴근 좀 빨리 시켜 달라고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 기사는 아이테르의 어깨를 친근하게 톡톡 두드리며 활짝 잇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복도를 뛰어가며 외쳤다.​ “퇴근~! 퇴근~!” “오늘은 칼퇴다~!”​ 멀어지는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메티스가 중얼거렸다.​ “그냥 퇴근하고 싶은 기사 1이었네.”​ 아이테르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아니, 저 정도면 날로먹고 일하는데?”​ 애드도 영혼이 빠져나간 눈으로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동의.”​그렇게 세 사람은 이 나라의 치안에 대해 묘하게 심각한 불안감을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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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아이테르가 메르디시안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애드.”“응?”“…그냥 가자.”“왜, 여기까지 왔는데.”“우리까지 도와달라 하면 저분 과로사할 것 같아.”​메티스도 아이테르의 분석에 진지하게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동의했다.​“응. 지금 영혼이 반쯤 빠져나와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들의 만류에도 애드는 포기하지 않았다.​“아니.”“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지.”​애드는 비장한 표정으로 메르디시안 옆에 자리했다.​아이테르와 메티스가 우려 섞인 눈초리로 그를 살폈으나, 애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메르디시안의 귀를 움켜쥐며 힘껏 잡아당겼다.​쭈우욱-!!!!!!!!!!!​“아아아아아아아아악!!!!!!!”​메르디시안이 고통에 못이겨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메르디시안님!”“제가 볼일이 있는데 그렇게 주무시면 어떡합니까!”​메르디시안은 제 귀를 당긴 애드의 손아귀를 힘껏 쳐내며 눈을 부릅뜨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야 이 악마 같은 새끼야!!!”“자는 게 아니라 과로로 쓰러진 거라고!!!!”​잠시 집무실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메티스가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애드를 바라봤다.​“와…”“쟤 지금 마족한테 악마 소리 들었어.”​아이테르도 흐린눈을 하고 대답했다.​“저 정도면 재능이다.”​애드는 마왕의 폭언과 인신공격에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자신이 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제 가슴팍을 탕탕 두드렸다.​“지금 제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그런데도 여기까지 직접 찾아온 게 뭐겠어요!”“전부 이 세상을 위해서라구요!!”“…….”​메르디시안은 멍한 얼굴로 애드를 바라봤다.​과로로 쓰러진 자신을 귀까지 잡아당겨 깨워 놓고는,​정작 애드 쪽이 더 억울해하고 있었다.​“…….”​그순간 메르디시안은 진지하게 고민했다.​'내가 잘못한 건가?'​아니.​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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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네.”​메르디시안은 먼 기억을 더듬듯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80년 전쯤이었나.”“느닷없이 마왕성까지 쳐들어와 나를 죽이겠다며 날뛰던 꼬맹이였는데.”“…….”“…그 시절에도 범상치 않은 힘을 지니고 있었어.”“결코 만만한 인간이 아니었어.”​메르디시안은 찻잔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나와 대등하게 맞붙을 정도였으니까.”“…그런 자가 패배했다고?”​애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약물의 힘으로 전성기의 위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습니다.”“그래도 이길 수 없었어요.”​메르디시안의 붉은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친우의 부고를 접한 이처럼,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메르디시안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태초의 어둠이라는 권능은, 오직 나와 에레보스라는 단 두 개의 고유한 존재만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된 영역이다.”“그건 단순히 수련을 많이 했다거나 강함의 수치 문제가 아니야. 애초에 이 세계관 우주의 법칙 자체가 그렇게 창조되어 설계되어 있으니까.”“결코 제3자가 노력이나 기행을 통해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질의 힘이 아니다.”​애드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그럼, 그 가면 쓴 남자는 대체 누구였던 거죠?”​메르디시안은 애드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역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다.​잠시 후.​메르디시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말을 잇는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자는 에레보스이거나.”“아니면… 이 세상의 법칙 자체가 뒤틀리고 있다는 뜻이지.”“……!”​그 말에 애드와 아이테르, 메티스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태초의 어둠.​그 힘은 본래 두 명의 전유물이었다. 인간의 의지로 닿을 수 없는,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법칙.​만약 제3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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