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쓰는법 하나도 몰라요!”“…….”애드의 억울한 목소리가 협곡 전체를 울렸다.메르디시안은 갑자기 궁금해졌다.검성 카시안은 대체 제자 교육을 어떻게 했던 걸까.그리고 에레보스와 막강한 실력자일지도 모를 가면 쓴 남자와 맞붙은 검성이 교육자로서는 형편없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잠시 후.자신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던 애드가 문득 손을 들었다.“저기… 어둠의 힘을 쓰는 거나 빛의 힘을 쓰는 거나 원리는 비슷하지 않나요?”“...어?”“그러니까 제가 스승님 기술을 설명하면 마왕님이 그 원리를 알아내서 알려주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애드의 기적적인 논리에 메르디시안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어둠을 근원으로 사용하는 마왕에게 빛의 힘의 원리를 설명만 듣고 분석해 달라니 이건 마치 생선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생선뼈 구조도를 그려 달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메르디시안은 애드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태양의 신은 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지? 아니, 교육을 하긴 한 건가?'애드는 그런 속마음도 모른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메르디시안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내가 어둠의 힘을 보여 줄 테니, 네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빛의 힘으로 대응해 봐.”그러자 애드가 곧장 고개를 내저었다.“안 됩니다.”“왜?”“검 잡는 법이랑 빛의 힘을 폭발시키는 것밖에 모르거든요.”“…….”“그러니까 제가 기술 좀 익힌 다음에 다시 보여 주세요.”“…….”그 순간 메르디시안은 애드를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주 조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잠시후.그는 문득 깊은 생각에 빠졌다.'잠깐만 어둠의 힘을 쓰는 내가 빛의 힘을 설명만 듣고 이끌어 낸다면...''그럼 나 완전 천재 아닌가?'생각이 깊어질수록 메르디시안의 붉은 눈동자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여자들은 똑똑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했지? 그 소
애드를 어깨에 대롱대롱 매단 채, 어둠의 힘을 시연하기 딱 좋은 협곡까지 순식간에 날아온 메르디시안.그는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기절한 애드를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쿵!!!!“끄아아악!!!”애드의 얼굴이 지면과 정면으로 충돌했다.기절해 있던 정신이 밀려오는 고통과 함께 강제로 깨어났다.애드는 얼굴을 부여잡은 채 벌떡 일어났다.“마왕님!! 좀 다정하게 깨워 주세요!!”“난 제법 다정하게 깨웠다고 생각했는데?”메르디시안은 진심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애드는 그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몹시 얄미웠다.메르디시안은 검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었다.“그래서.”“네?”“너 빛의 힘은 얼마나 쓸 수 있어?”메르디시안의 질문에 애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기 자신도 잘 몰랐다.‘가만 보자… 내가 뭘 쓸 수 있더라.’예전에 시간의 동굴에서 헬리오스에게 수련받았을 때 배운 것들…빛의 힘을 한순간에 태양처럼 폭발시키는 방법, 그리고 카시안에게 배운 기본 검술.마지막으로 카시안이 죽기 직전까지 가면 쓴 남자와 싸우며 보여 주었던 수많은 기술들.애드는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었다.‘분신술이 있었고…’‘태양 뭐시기 있었고…’‘그리고 카시안식 어쩌고 하면서 가면 쓴 남자 턱 걷어차는 것도 있었고…’“…….”잠시 생각하던 애드의 표정이 점점 더 미묘해져갔다.생각해 보니 이상했다.카시안은 분명 엄청난 기술들을 많이 사용했다.문제는 그걸 쓰는 방법을 알려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애드는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두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명계 어딘가에서 편히 쉬고 있을 카시안의 얼굴을 떠올렸다.‘아니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스승님…’‘검 쥐는 법만 엄청 알려주지 않았나?’기억을 더듬으면 더듬을수록 애드의 표정이 점점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아니
“애드가 좀 시끄럽네~”그렇게 두사람은 끝까지 집무실 밖으로 나가지않았다.그리고 센티드 왕성을 빠져나온 애드와 메르디시안.메르디시안은 애드를 아예 짐짝처럼 어깨에 둘러멘 채 성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으으음…”애드는 메르디시안의 어깨에 데롱데롱 매달린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살려주세요…”“안 죽인다니까?”메르디시안은 애드가 살짝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그는 센티드 왕궁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분수대, 꽃밭, 연못, 기사단 훈련장 등모두 어둠의 힘을 시연하기에는 전부 부적절해 보였다.“하아…”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다 부숴질 것 같은데.”“그럼 보여주지 마세요…”“그건 안 되지.”애드는 메르디시안의 말에 진심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잠시 후.메르디시안은 결국 다른 장소를 찾기로 결정했다.그리고 허리 뒤에 접혀 있던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쳤다.촤아악ㅡ!순간 거센 바람이 날개 주변을 휩쓸었다.애드는 본능적으로 불안해졌다.“저기…”“응?”“설마 날아오르시게요?”메르디시안은 해맑게 웃었다.“어~ 꽉 잡아~”“잠깐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애드는 그 말을 끝까지 하지도 못했다.그순간메르디시안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슈우우우우우우우욱!!!!!“으아아아아아아아악!!!!!”순식간에 땅이 멀어졌다.왕성에서 도시로 그리고 산맥 순서대로 순식간에 작아졌다.애드의 얼굴에 강풍이 정면으로 들이쳤다.퍼버버버벅!!!“아파아아아악!!!”그의 머리카락은 미친 듯이 휘날리고, 눈도 제대로 못떴다.반면 애드와 달리 메르디시안은 너무나 상쾌해 보였다.“야호~! 좋구나~!”“날씨 끝내주네~!”“저는 안 좋아요오오오오오!!!”하지만 애드의 절규는 바람에 휩쓸려 사라졌다.메르디시안은 신나게 하늘을 날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어디 보자…”“적당히 부숴도 문제없는 곳이
잠시후.영상 속의 에레보스의 붉은 눈동자가 잠시 번뜩이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그리고 그의 양 손바닥에서 검은 마력이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쿠구구구구구ㅡ순식간에 하늘이 태양 자체가 삼켜진것 처럼 새까맣게 물들었고 주변의 나무들이 빠른 속도로 말라가기 시작했다.풀은 회색으로 변했고 꽃은 순식간에 시들어 버렸다.생명력이 강제로 빨려 나가는 것 같은 충격적인 모습."..."세 사람은 말없이 영상을 바라봤다.그리고 영상 속 메르디시안이 검은 기둥에 휩쓸렸다.그의 모습은 마치 용암 속에 던져진 사람처럼 피부가 녹아내리고 근육이 타들어 가더니 이내 뼈가 드러났다.그것은 공격이라기보다 자연재해에 가까웠다.그 모습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되었다.팟-!"봤지?"메르디시안의 담담한 목소리가 집무실 내부를 울렸다.하지만 세사람 중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메티스는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었고 항상 여유를 부리던 아이테르도 처음으로 농담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그리고 애드는 점점 표정이 참담해지고 있었다.'…아버지 저보고 저걸 막으라고요?'애드의 등골이 서늘해졌다.방금까지는 어떻게든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저건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한 순간 에레보스를 막아 달라고 부탁했던 헬리오스가 조금 원망스러워졌다.'아버지… 저건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잘못 끽하면 바로 사망인데요?’애드는 진심으로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는 살짝 희망회로를 돌리며 메르디시안에게 물었다."혹시 공략법은 있나요?""없어.""망했네."그렇게 세 사람은 어둠의 힘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거대한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아니 그냥 벽이 아닌 절대 뚫리지 않는 철벽같았다.아이테르가 무거운 표정으로 애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힘내라, 애드.""...?"곧이어 메티스도 애드의 등을 토닥이며 엄지를
메티스와 아이테르, 애드는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경악했다.메르디시안이 설명해 준 '심연의 손'과 기본 공격만 해도 이미 최강의 기술처럼 느껴졌는데, 그것조차 준비운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메티스가 굳은 얼굴로 메르디시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저기... 마왕님?""음?""마왕님도 에레보스와 같은 어둠의 힘을 쓰고 계시잖아요.""그 공격들에 대한 공략법은 없나요?"메르디시안은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심연의 손'이나 기본 공격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나도 쓰는 기술이니까.""하지만..."메르디시안의 표정이 살짝 진지해졌다."지금부터 설명할 건 에레보스만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나도 약점을 몰라.""..."그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그때 애드가 메르디시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설명만 듣는 것보다 직접 겪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나중에 어둠의 힘을 직접 보여주실 수 있나요?""어?"메르디시안은 애드의 말이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정도야 어렵지 않은데."그는 검지손가락 끝에 검은 마력을 아주 작게 피워 올렸다.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맞은편에 있던 아이테르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퓨슉-!"어?""어어?"아이테르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었다.검은 마력이 스쳐 지나간 바닥이 폭발하듯 갈라졌다.쾅!!!!!!!대리석 바닥은 새까맣게 변하며 부식되기 시작했다.치이이익ㅡ금세 표면이 녹아내렸고, 내부 구조까지 드러났다.푸쉬이이이...아이테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부서진 바닥을 내려다봤다."..."잠시 세사람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메르디시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게...""기술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인데도.."그는 썩어가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위력이 저
‘저게… 에레보스.’그의 안색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애드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자 평생의 복수 대상.하지만 아버지가 끝내 미워하지 못했던 헬리오스의 마지막 말.애드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영상을 바라보다 문득 카시안과 대적했던 가면의 남자를 회상했다.가면의 틈새로 보였던 그 얼굴은 에레보스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그러나 눈빛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발목을 잡았다.애드는 확신할 수 있었다.남자는 에레보스가 아니다. 반드시 제3자가 개입되어 있다… 라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메르디시안이 영상 속 에레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우선 이 녀석에 대해 설명하지.”애드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고정했다. 이제는 복수를 위해 쫓던 원수가 아니라, 진실을 관통하는 한 남자를 응시하는 눈빛이었다.곧이어 영상 속 에레보스의 손끝에서 검은 마력이 일렁였다.스르륵—검은 안개와도 같은 마력이 메르디시안을 향해 뻗어 나가더니, 찰나의 순간 그를 집어삼켰다.“...!”잠시 후, 영상 속 메르디시안의 피부가 숯처럼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마치 생명력이 통째로 휘발된 것만 같았다.그 참혹한 광경에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메르디시안은 영상 속 자신을 가리키며 무심하게 말했다.“이게 에레보스의 기본 공격이다.”“저 검은 마력에 닿는 순간 육체는 타들어 간다.”“일반인이라면...”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태연히 말을 마쳤다.“뼈도 못 추리고 증발하겠지.”메티스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와...""그럼 장례는커녕 수습도 안 되겠네.""맞아.""유골함에 담을 조각조차 남지 않을 테니까.""......"메르디시안의 설명은 누구에게도 위안이 되지 못했다.그러자 영상 속 에레보스가 다시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쿠구구구-지면이 요동치더니 수십 개의 검은 손이 대지를 뚫고 솟구쳤다.팟! 파바밧!!!애드는
수년간 적막한 검은 숲에 홀로 살던 로테는 이제 외롭지 않았다.든든한 친구 에리스와,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루카.그리고 그녀의 배 속에는,곧 세상에 태어날 작은 생명까지 함께였으니까.창문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던 로테는 조용히 생각했다.'마도서로 친구를 소환했던 일은... 정말 잘한 일이었어.''어머니, 저는 이제 외롭지 않아요.'감성에 젖어 있던 그때,멀리서 익숙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야, 이 정신 나간 여자야! 아기 성별도 모르는데 드레스를 왜 벌써 사 ?!""하! 내가 여신인데 그것도 모르겠냐?
모두가 잠든 새벽녘, 다락방.에리스는 낮 동안 실패로 끝난 ‘루카 헬리오스 검증 계획’을 떠올리며 종이 위에 또 다른 작전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밀가루 반죽을 올려놓고 태양의 열기로 빵을 굽게 한다.“......”잠시 생각하던 에리스는 제 손으로 쓴 문장을 다시 읽고는 얼굴을 찌푸렸다.“이건 나도 좀 아니다.”구겨진 종이가 허공을 가르며 쓰레기통 안으로 날아갔다. 휙.“하아...”한숨과 함께 힘이 빠진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대었다.“어머님은 왜 스스로를 봉인하신 거람.”문득 떠오른 어머니의 얼굴
"...어디 갔다 왔냐?"늦은 밤, 두 사람만의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문 앞에는 팔짱을 낀 에리스가 단단히 삐진 얼굴로 서 있었다."어…? 자는 줄 알았는데. 루카랑 시장 구경 좀 다녀왔지."로테가 어깨를 툭 건드리자, 에리스는 손등을 찰싹 때려냈다."흥."그 모습에 루카가 피식 웃었다."너 질투하냐? 먼저 잔다며.""아니."에리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내가 화난 건, 둘이 시장 다녀와 놓고 내 거 하나도 안 사 왔다는 거야.""…. 그거였어?""그래! 닭꼬치 하나라도 '아, 이건 에리스 줘야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나… 난 이제 채식할래…." 로테와 루카는 오크고기를 먹은 충격으로 저녁이 될 때까지 화장실을 번갈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에리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키득 웃었다. "그거 차별 아니냐? 돼지나 소는 잘만 먹으면서, 오크는 왜 그렇게 질색이야?" 창백한 얼굴의 루카가 벽을 짚은 채 말했다. "차별이라면서 너는 왜 안 먹었는데?" "무슨 소리야." 에리스가 당당하게 턱을 들었다. "난 차별하는데?" "와… 진짜 뻔뻔하다." 에리스는 피식 웃다가 문득 루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