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알의 손이 그녀의 발목 위에서 잠깐 멈췄다. 아주 잠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빠졌다.‘다치시면 안 되는데.’신이었던 그녀에게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신은 다치지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 쉽게 다칠 수 있는 몸이었다.그 사실이 처음으로 그의 가슴 어딘가를 조여들게 했다.벨루알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목을 살피던 손을 거두는가 싶더니, 그대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베, 베르?! 내려줘요, 저 혼자 걸을 수 있어요!”네루실리아가 화들짝 놀라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러나 벨루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움직일수록 팔에 힘을 더 실을 뿐이었다.“삐었을 때 무리하게 걸으면 더 나빠질 수 있어요.”“그 정도로 심하지 않아요!”“의사가 봐야 알 수 있습니다.”그는 단호했다. 토를 달 틈조차 주지 않는 말투였다. 네루실리아는 잠시 그의 옆얼굴을 올려다보다가,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도 참.”벨루알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안은 팔에서 힘이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마을 의사에게 발목을 보여주는 내내 네루실리아는 민망한 듯 시선을 딴 데로 돌렸고, 벨루알은 그 옆에 서서 조용히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별것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을 때, 네루실리아가 슬쩍 그를 곁눈질하며 말했다.“거봐요. 별것 아니라고 했잖아요.”“다행이네요.”그는 짧게, 그러나 진심으로 답했다. 그 한마디가 어딘지 반박할 수가 없어서, 네루실리아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그날 이후 벨루알은 그녀가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쓰러질까 봐 매번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네루실리아가 거절해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그날따라 네루실리아는 말이 없었다. 벨루알과 나란히 걸으면서도 시선은 줄곧 발아래를 향해 있었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있었다.벨루알은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저녁빛이 그녀의 머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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