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일행은 정비를 마치고 엘프 왕국을 떠났다.“가지마, 인간.”“가지마, 네리나.”엘프 쌍둥이들이 눈물콧물을 흘리며 그들을 붙잡았다. 엘프 왕은 허허 웃으며 쌍둥이를 한 손으로 잡아채 양쪽으로 안아 들었다.“살아 돌아오시게.”왕의 배웅을 맞으며 일행은 남쪽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남쪽은 위험하다고 신신당부를 한 후에야 그들을 보내주었다. 쌍둥이들은 울다 지쳤는지 왕좌에 드러누워 쌕쌕 잠이 들어 있었다. 엘프 왕국에서 식량을 두둑하게 챙겨준 덕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졌다.1. 엘실실라의 사원일행은 너른 평야를 끊임없이 걸었다.“그나저나 분위기가 이상한데. 긴, 오르하. 너희 네리나와 동행했을 때 별 일 없었나?”조세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에녹이 조세르의 옆에 와 섰다.“아, 아무일도!”네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긴과 오르하는 그런 네리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수상한데… 네리나가 톰이랑 에녹 근처에만 가잖아?”“그게 수상합니까?”톰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녹은 여전히 조세르의 옆에 서 있었다.네리나의 얼굴이 붉어지자 조세르는 그녀를 추궁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았다.네리나의 얼굴이 터지기 직전까지 가자 조세르는 그녀의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네리나, 나의 네리나. 그대가 나를 첫번쨰로 선택해줬으면 좋겠어.”조세르가 속삭였다. 네리나는 조세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부채질을 했다.“저기 봐요, 엘실실라의 사원같습니다.”톰이 말했다. 거대한 평야의 한쪽에 반쯤 무너진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조세르가 추억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엘실실라라…. 한 번도 짐을 이겨본 적 없는 나라였지.”“와, 한 번 들어가봐요.”네리나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하자 일행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에녹이 네리나에게 물었다.“유적 좋아해?”긴이 눈을 크게 뜨고 에녹에게 말했다.“뭐야, 두 글자 이상으로 말할 수 있는 거였어?”“닥쳐.”“이봐, 에녹. 나한테도 길게 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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