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Chapter 11 - Chapter 20

32 Chapters

11. 리르카의 숲(2)

에녹의 환영 속에는 네리나 자신이 울고 있었다. 에녹이 네리나의 환영에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졌다. 에녹이 손을 툭 떨구고는 고개를 숙였다. “에녹!” 에녹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 앞에 네리나가 서 있었다. “에녹, 정신차려봐요!” 에녹이 환하게 웃었다. 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 쪽을 훑고는 만족했다는 듯 눈을 감았다가 번쩍 떴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요.” 네리나가 불퉁하게 말했다. 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늉을 했는지, 겁에 질린 자신을 골리는 것만 같았다. “어쩄든, 여기는 현실이 아니라 환영이에요. 자, 일어납시다.”“환영? 아아… 그렇군.” 주변이 챙강챙강 소리를 내며 깨지기 시작했다. 네리나는 속으로 왜 자신이 에녹의 환영 속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뭔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자, 일행이 다 모였구만, 요호-.”“우 위르케 위르카 오! 됐죠? 으휴 저 영감 계속 저 말을 덧붙이고 있어.”“말이 아니라 노래라네, 젊은 긴이여.”“그게 더 이상하잖아요, 영감.”“리르카를 화나게 하지 말게. 리르카는 화가 나면 무서워진다네.”“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 됐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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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하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네리나가 입을 떡 벌렸다.“안들려요?”“적어도 내 귀에는 아무것도 안들리는….”톰마저 한 마디를 보탰다. 네리나가 희게 질리자 조세르가 입을 열었다.“나의 백성들이 묻혀있는 무덤이다. 우리는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지. 이들은 끝까지 버텼고, 영생을 누리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거야.”“그러면, 그러면 왜 내 손이 닿자마자 빛으로 변해서 없어진 거예요?”“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 확실한 건 네 손길이 그들에게는 안식이라는 거야 네리나.”조세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또다시 너는 구원이구나, 네리나.”“아가씨가 마법의 손을 가지고 있든 말든, 여기 한가운데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도 없으니 이동하는 게 어떻겠소, 조세르씨?”“긴… 왜 조세르한테 물어봐요? 대장은 나라구요.”“아, 일 번 대장이 끙끙 앓아눕고 있으니 이 번 대장한테 물어볼 수밖에.”“세상에. 난 멀쩡해요!”“그러면 옷부터 챙겨입어 아가씨. 여벌 옷은 있지?”“…치. 긴은 너무해.”“긴은 현실적인 거랍니다.”네리나가 투덜거리며 담요 속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새 옷은 뽀송해서 네리나의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었다.“긴은 빚쟁이잖아요. 왜 돈도 안드는 이런 여행에 따라온 거예요?”“빚쟁이라니… 받을 빚이 있는 거랑 빚쟁이는 현저히 다른….”“아, 어쨌든요!”“빚쟁이는 빚을 받기 위해서는 지구 끝까지 쫓아간답니다.”긴이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 등을 돌렸다. 네리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벤자민이 언제 저렇게 젊은 긴에게 돈을 빌렸단 말인가? 가문의 장남이라 돈이 모자라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었다.“그러면 얼른 강을 건너요. 어차피 강을 다 건너려면… 족히 두시간은 걸릴 것 같아요.”“아가씨 분부대로.”일행이 다시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망자들이 다리 난간 위로 손을 뻗어왔다. 조세르가 했던 말을 떠올리니, 네리나는 괜히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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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나가 문득 톰의 환영을 떠올리고는 물었다.“톰이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어요?”“하하. 그 이름이 흔하다는 건 나도 이제 알아요. 하지만 내가 나에게 준 첫번째 이름이라서 그런지 애틋하네요….”“아….”“환영에서 본거죠?”네리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의 속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그러면 내가 진짜 멋진 두번째 이름을 줄게요.”“정말? 네리나씨가요?”문득 은빛 머리에 자색 눈동자를 한 톰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 한 구석에는 애수가 묻어 있어, 괜히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자색 눈동자가 반짝이며 대답을 종용했다. 네리나는 한참을 끙끙대며 고민한 끝에 이야기했다.“아우구스투스! 어떄요?”톰이 네리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예쁘게 웃으며 네리나에게 물었다.“네리나씨 이름의 뜻은 뭔가요?”“아 그게,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인데 뜻은 몰라요.”“아우구스투스라… 정말 멋있는 이름이네요.”속눈썹을 내리깐 톰이 네리나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갖다댄 상태에서 그대로 속눈썹을 들어 네리나를 보았다.쿵네리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순간 조세르가 그녀의 앞으로 와 톰을 밀치고는 그녀를 안아들었다.“조세르! 뭐예요! 왜 마음대로 안아요!”네리나가 조세르의 가슴을 콩콩 내리쳤다. 조세르는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네 마음이 나를 거부하지 않길래.”조세르의 품은 뜨끈뜨끈했다. 조세르는 그녀를 한참이나 내려놓지 않았다. 씩씩대던 네리나는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다음날, 소란스러운 소리에 네리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조세르와 나란히 누운 채, 그의 품에 한껏 파고들어 있었다. 깜짝 놀라 옷매무새를 정리하는데, 조세르가 윙크를 하며 말을 걸었다.“푹 잤어, 자기? 난 자기가 자꾸 파고들어서 여러모로 힘들었지 뭐야.”“시, 실례했어요.”네리나가 최대한 앙칼지게 말했는데도 조세르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네리나는 괜히 얄미운 기분이 들었다.“넌 추운 걸 싫어하니까. 그럴 수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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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나는 덜덜 떨며 에녹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긴이나 톰도 나랑 마찬가지잖아.’ 네리나는 자신이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고민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결정적인 순간에 단 한 번 트롤의 시선을 끌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일행들은 트롤과 싸우고 있었다. 달달 떨고 있는 톰을 향해 트롤이 달려가자, 뒷편에서 오르하가 화살로 목덜미를 맞추었다.에녹은 긴 검을 휘둘러 트롤의 인대를 끊으려 했다. 조세르는 허공에 떠서 목걸이로 트롤 어깨에 앉은 오크를 후려쳤다. 오크가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자 트롤이 자리에 멈춰섰다. 네리나가 나서 트롤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야, 여기!” 트롤이 멍청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 앞에 무릎을 꿇더니 손을 내밀었다. 어깨에 타라는 신호인 것 같았다. “어?” 네리나가 트롤처럼 멍청한 얼굴로 외마디를 내뱉었다. 트롤은 지금, 자신에게 명백히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네리나!!” 조세르가 허공에서 소리쳤다. 오크는 피를 흘리다가 기절한 것 같았다. 바닥에 내려선 조세르가 그녀를 껴안았다. “위험한데 왜 이리로 왔어!”“나도, 나도 도와주려고.”“알아, 바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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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요?”네리나가 투덜대자 조세르가 낄낄대며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할 수 있어 네리나. 방금 잘 안된 이유는… 비늘이 뭘 보여줄지 모르는 상태였기 떄문이겠지.”“맞아요. 이 비늘이 뭘 보여준다는 거예요?”조세르가 일행을 엄숙하게 둘러보고는 말했다.“비늘에 담긴 기억.”“이 비늘이 떨어질 당시의 기억을 보여준다는 겁니까?”오르하가 묻자 조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네리나, 다시 한번 해볼래?”“왜 조세르가 안하고 나한테 해보라는 거예요? 이런 마법 같은 일은… 조세르한테 더 어울리는 걸요.”“사랑스러운 네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도 할 수 있어. 너는 그만큼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아이란다.”네리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비늘을 다시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외쳤다.“비늘 속의 기억을 보여줘!”“!!”이들의 눈 앞에 실제 같은 기억이 펼쳐지고 있었다. 긴이 서 있는 앞쪽으로 느긋해보이는 레드 드래곤과 벤자민이 앉아 있었다.“오, 미의 신이시여,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시련을.”오르하가 탄식을 내뱉고는 벤자민이 잘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벤자민의 손을 움켜쥐려 했지만 손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네리나는 벤자민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최소한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네리나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벤자민은 영영 내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용이 무어라 말을 내뱉자 벤자민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다. 벤자민이 일어나서 팔을 벌리며 바람을 느꼈다. 용은 벤자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네리나가 보기에 벤자민은 쓸쓸해 보였다. 가족을 떠나 용에게 납치되었으니 그럴만도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곧 용이 발을 내밀자 벤자민이 발등에 올라탔다. 네리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얼마나 무서웠을까, 저 어린 것이.”“그런 것 치고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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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다시 들어가야한다면, 기꺼이.”“그나저나 오르하, 예쁜 얼굴이 널린 건 엘프 왕국일텐데 왜 인간 세계에서 지랄이야?”“긴, 정말 내가 긴 말을 하게 만드네요. 거기는 나같이 생긴 엘프들밖에 없다구요.”“아씨, 재수없어. 너도 니 얼굴이 예쁜 건 아나보지?”“정확히는 아름다운 거죠.” 긴과 오르하가 투닥거렸다. 에녹은 익숙하다는 듯 검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 이 터를 더 돌아봤으면 좋겠어. 괜찮겠지, 네리나?” 조세르가 네리나에게 허락을 구했다. 조세르의 얼굴에도 벤자민의 것과 비슷한 쓸쓸함이 서려 있어서, 네리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나는 조세르랑 좀 돌아보고 올게요. 다들 쉬고 있어요.” 긴과 오르하는 멱살까지 잡으며 다투느라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에녹이 불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서, 네리나는 살풋 미소지으며 조세르의 손을 잡았다. “여기는 신전이었어. 태양신과 물의 신을 함께 모셨지.” 황량하게 네모난 터만 남아있는 곳을 보며 조세르가 말했다. “이 옆은 백성들이 와서 제물을 바치곤 했던 제단이지.” 조세르가 기억을 더듬을수록 네리나는 슬퍼졌다. “왜 영원한 건 없을까요?”“현재 속에 있으면 모든 것은 영원해. 우리는 그저 흐름 속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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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왕국의 터보다 더 서쪽에 있는 곳, 금지된 숲을 지나지 못하는 인간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에 두번째 엘프들의 왕국이 있었다. “가는 길에 시장이 있어요. 거기서 필요한 물건을 좀 보충할 수 있을 거예요.”“엘프들의 시장은 어떤 모습인가요 오르하?”“주로 하프엘프들이 물건을 파는 편이죠.”“하프엘프가 있어요? 인간이랑 교류는 거의 없지 않아요?” 네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성년이 채 되지 않긴 했지만, 나이로는 이백살이 훌쩍 넘었어요. 나 같은 놈들이 떠돌아다니다 눈이 맞으면 하프가 태어나는 거죠.”“이백살… 난 아직 스무 살도 안 됐는데.”“걱정말아요. 그러면 나이가 거의 같을 테니.”“우와….” 그때 네리나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바위산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그 주위를 동그란 공처럼 생긴 물체가 감싸고 있었다. 긴조차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부유해파리라니… 책에서만 봤는데 실존하는 거였군요.” 톰이 말했다. 그도 신기한 듯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바위산의 사이사이를 흰 연기처럼 생긴 것들이 지나고 있었다. “톰, 톰! 저 흰 연기 같은 건 뭔가요?”“부유해파리의 새끼입니다. 아직 움켜쥘만 한 것을 찾지 못한 거죠.”“우와. 어떻게 알아요?&rd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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