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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2 15:28:33

다음날, 일행은 정비를 마치고 엘프 왕국을 떠났다.

“가지마, 인간.”

“가지마, 네리나.”

엘프 쌍둥이들이 눈물콧물을 흘리며 그들을 붙잡았다. 엘프 왕은 허허 웃으며 쌍둥이를 한 손으로 잡아채 양쪽으로 안아 들었다.

“살아 돌아오시게.”

왕의 배웅을 맞으며 일행은 남쪽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남쪽은 위험하다고 신신당부를 한 후에야 그들을 보내주었다. 쌍둥이들은 울다 지쳤는지 왕좌에 드러누워 쌕쌕 잠이 들어 있었다.

엘프 왕국에서 식량을 두둑하게 챙겨준 덕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졌다.

1. 엘실실라의 사원

일행은 너른 평야를 끊임없이 걸었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이상한데. 긴, 오르하. 너희 네리나와 동행했을 때 별 일 없었나?”

조세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에녹이 조세르의 옆에 와 섰다.

“아, 아무일도!”

네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긴과 오르하는 그런 네리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수상한데… 네리나가 톰이랑 에녹 근처에만 가잖아?”

“그게 수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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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2

    “내가 바닥에서 잘게요. 조세르는 침대에서 자요.”“…왜 그래야 하지?”“네?”네리나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조세르가 쓴 과일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친절히 말했다.“왜 우리가 따로 자야 하지, 여보?”“네에? 우리끼리 있을 때는 안그래도 되잖아요!”“난 한시도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당신도 그렇지?”조세르가 능글맞게 말했다. 네리나는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덥썩 좋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조세르가 다홍빛 눈동자를 살풋 접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침대로 이끌어 눕히자 네리나는 못이기는 척 그를 힐끔 바라보며 자리에 누웠다.그는 네리나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자신은 이불 위에 누웠다. 네리나는 내심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조세르.”“음?”“언제쯤이면 다 말해줄거예요? 약속이니, 아까 도우미 일족이니 하는 것이요.”“네리나, 그대의 영혼이 지식을 감당할 무게가 된다면.”네리나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거렸다.“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냐구요.”조세르가 그녀의 양 입술을 엄지과 검지로 콱 집고 흔들었다.“그떄가 되면 내가 먼저 말하지, 나의 네리나. 그러니 이제 자 주겠어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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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일행은 정비를 마치고 엘프 왕국을 떠났다.“가지마, 인간.”“가지마, 네리나.”엘프 쌍둥이들이 눈물콧물을 흘리며 그들을 붙잡았다. 엘프 왕은 허허 웃으며 쌍둥이를 한 손으로 잡아채 양쪽으로 안아 들었다.“살아 돌아오시게.”왕의 배웅을 맞으며 일행은 남쪽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남쪽은 위험하다고 신신당부를 한 후에야 그들을 보내주었다. 쌍둥이들은 울다 지쳤는지 왕좌에 드러누워 쌕쌕 잠이 들어 있었다. 엘프 왕국에서 식량을 두둑하게 챙겨준 덕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졌다.1. 엘실실라의 사원일행은 너른 평야를 끊임없이 걸었다.“그나저나 분위기가 이상한데. 긴, 오르하. 너희 네리나와 동행했을 때 별 일 없었나?”조세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에녹이 조세르의 옆에 와 섰다.“아, 아무일도!”네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긴과 오르하는 그런 네리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수상한데… 네리나가 톰이랑 에녹 근처에만 가잖아?”“그게 수상합니까?”톰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녹은 여전히 조세르의 옆에 서 있었다.네리나의 얼굴이 붉어지자 조세르는 그녀를 추궁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았다.네리나의 얼굴이 터지기 직전까지 가자 조세르는 그녀의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네리나, 나의 네리나. 그대가 나를 첫번쨰로 선택해줬으면 좋겠어.”조세르가 속삭였다. 네리나는 조세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부채질을 했다.“저기 봐요, 엘실실라의 사원같습니다.”톰이 말했다. 거대한 평야의 한쪽에 반쯤 무너진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조세르가 추억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엘실실라라…. 한 번도 짐을 이겨본 적 없는 나라였지.”“와, 한 번 들어가봐요.”네리나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하자 일행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에녹이 네리나에게 물었다.“유적 좋아해?”긴이 눈을 크게 뜨고 에녹에게 말했다.“뭐야, 두 글자 이상으로 말할 수 있는 거였어?”“닥쳐.”“이봐, 에녹. 나한테도 길게 말해달라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0

    “말투는 이렇지만 내 마음은 진심이야.”“그걸 왜 여기서 말하는데요!”“여기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긴의 다정한 다갈색 눈동자는 오롯이 네리나를 담고 있었다. 네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뒤돌았다.긴이 그녀의 등에 머리를 기대었다.“이정도는 괜찮아?”“뭐가요. 안괜찮아요.”그가 머리를 기댄 채로 말하자 네리나의 가슴까지 그의 목소리가 닿는 듯 했다. 긴이 곧바로 머리를 떼어내며 소리내어 웃었다.“기억하라고, 아가씨. 오늘은 긴이 고백한 날이야. 적어도 내일까지는 내 생각으로 가득하겠지.”네리나는 갑작스러운 긴의 고백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긴의 고백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긴은 굳이 네리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용의 비늘! 벌써 찾았군요!”톰이 눈에 띄게 네리나와 긴을 반겼다. 그가 덥썩 용의 비늘을 잡으려 했다.“워워, 내 생명과 맞바꿔서 가져온거라고. 통구이 되기 싫으면 물러서.”긴이 그리 말하며 용의 비늘을 조세르에게 넘겨주었다.“나는 만질 수조차 없더군요.”“필히 그럴 것이니.”조세르가 우아하게 대답하며 비늘을 받아들었다. 그가 검지손가락으로 비늘을 톡 건드렸다.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9

    “인어비늘갑옷은?”“입었고, 검도 챙겼어요.”“잘했어, 아가씨.”엘프 왕국의 서쪽으로는 수풀이 가득해 있었다. 말의 발이 나뭇잎에 푹푹 빠지기는 했지만, 오르하와 갔던 북쪽보다는 수월한 경로였다. 네리나는 긴을 꼭 끌어안고 싶지는 않아서 말의 앞에 타겠다고 했다.“긴, 레드 드래곤이 물이 있는 서쪽으로 왔을까요?”“모르는 소리. 벤자민은 인간이라 물이 필요하잖아.”“아, 그러네.”네리나가 눈에 띄게 풀죽은 표정을 했다. 긴이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말했다.“왜 기분이 안좋아졌어?”“벤자민이 보고 싶어서요. 내 유일한 가족이었는데.”“벤자민이 보고 싶구나.”그 말을 끝으로 긴은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긴은 이따금 네리나의 정수리를 흐트렸고, 네리나는 씩씩대며 머리의 모양을 잡았다.얼마나 더 말을 타고 들어갔을까, 마침내 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을 매어두고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우와아…!”거대한 폭포가 그들의 눈 앞에 서 있었다. 햇빛과 물줄기가 어우러져서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네리나는 그 거대한 풍경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아가씨, 이제 기분 좀 나아졌어?”“네? 네.”&l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8

    “리르카는 알아본다네 네리나야 네리나여 네리나다. 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리르카가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네리나는 안도감에 가슴이 턱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리르카!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우리를 따라온 거예요?”“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 리르카는 모든 숲의 주인이라네! 따라오다니!”“기분 나빴다면 미, 미안해요.”“리르카는 네리나를 도와주러 왔다네, 네리나는 도움이 필요하다네.”“맞아요. 나무들이 왜 갑자기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오르하를 공격했어요.”리르카가 가져온 나무 물병의 뚜껑을 열고는 오르하의 상처에 쏟아부었다. 깨끗하고 청량한 물이 지나가자 그의 상처가 아무는 것이 눈에 보였다.“어린 애들이 까불면 화가 나기 마련이네, 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까불다뇨. 우린 최대한 숨죽이고 조용히 있었다구요.”“네리나는 모르는 그런 게 있다네, 리르카는 안다네.”“으음….”그때 오르하가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다. 눈 앞에 리르카가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눈빛을 했다.“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뭐든 한가지는 대답해주지, 엘프 오르하여.”“숲의 주인이니 아시겠죠. 숲에서 용의 흔적을 발견하신 적이 있습니까?”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13

    오르하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네리나가 입을 떡 벌렸다.“안들려요?”“적어도 내 귀에는 아무것도 안들리는….”톰마저 한 마디를 보탰다. 네리나가 희게 질리자 조세르가 입을 열었다.“나의 백성들이 묻혀있는 무덤이다. 우리는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지. 이들은 끝까지 버텼고, 영생을 누리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거야.”“그러면, 그러면 왜 내 손이 닿자마자 빛으로 변해서 없어진 거예요?”“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 확실한 건 네 손길이 그들에게는 안식이라는 거야 네리나.”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12. 강의 망자들

    오르하가 엘프의 말로 무어라 중얼거리고는 말했다.“제1시대 마지막 전쟁이야.”“그렇게 부르나보군, 제1시대라고.”오르하의 말에 조세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망자들 중 유독 많은 이들이 다홍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에녹을 비롯한 일행이 조세르를 힐끔 쳐다보았다.강의 한 가운데 돌과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 마차 세 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좋을 만큼 넓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11. 리르카의 숲(2)

    에녹의 환영 속에는 네리나 자신이 울고 있었다. 에녹이 네리나의 환영에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졌다. 에녹이 손을 툭 떨구고는 고개를 숙였다.“에녹!”에녹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 앞에 네리나가 서 있었다.“에녹, 정신차려봐요!”에녹이 환하게 웃었다. 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 쪽을 훑고는 만족했다는 듯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10. 리르카의 숲

    “벤자민? 너 뭐라고?”정신이 아득해졌다. 벤자민이 자신을 배척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조금만 가족 행세를 해줬다고 해서 좋아 날뛰는 모습이 참 웃겨.”“아아….”믿기지 않는 현실에 네리나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침대 기둥에 등을 대었다. 그때 손등에서 할짝임이 느껴졌다. 네리나가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눈앞의 벤자민을 노려보았다.“벤자민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벤자민은 그럴 아이가 아니야.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네리나가 말하자마자 눈 앞이 유리조각이 깨지듯 챙강챙강 소리를 내며 조각나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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