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hapter 191 - Chapter 200

212 Chapters

제191화

하지만 지은영의 말에서는 지강산이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결혼이라는 큰일조차 이렇게 대충 장난처럼 처리하고 있었다.지은영은 의자에 기대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서령 언니, 생리적으로 끌린다는 게 뭔지 알아요?”허서령은 우울한 감정에 휩싸였고, 심장이 몹시 아팠다. 눈물이 눈가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지은영의 질문을 마주할 수 없어 침묵했다.지은영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했다.“우리 둘째 오빠가 언니에게 느끼는 게 바로 그런 거예요. 첫눈에 보고 바로 심장이 뛰었고, 언니를 향한 사랑은 숨겨지지 않았어요. 우리 가족 모두가 봤어요.”“언니가 우리 둘째 오빠에게 어떻게 하든,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오빠는 언니를 보면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고, 가까이 가고 싶어 해요.”“언니가 지금도 싱글이라면, 우리 둘째 오빠를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될까요? 저는 오빠의 결혼이 불행해지는 걸 정말 원하지 않아요.”허서령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했다.그녀가 6년 전에 저지른 ‘배신’을 지강산은 신경 쓰지 않았고, 지은영조차 마음에 두지 않았다. 지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었다.“저는 큰어머니가 소개한 그 여자가 정말 싫어요. 너무 강하고 너무 유난스러워요. 집안 조건이 조금 좋은 것 말고는 어디 하나 언니보다 나은 데가 없어요. 우리 둘째 오빠랑도 전혀 안 어울리고요.”“미안해.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허서령은 갑자기 일어서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기고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갔다.지은영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곧장 일어나 따라갔다.허서령은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칸막이 안에 들어갔다. 문을 닫고 변기 뚜껑 위에 앉았다.온몸이 차가웠고, 두 손은 심하게 떨렸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한 방울씩 쏟아졌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위는 경련하듯 아팠고, 심장도 아팠다. 온몸의 뼈는 수백만 마리 개미가 갉아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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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가기 전에 지은영에게 메시지를 보내 시간을 약속했고, 지강산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점도 특별히 설명했다.지은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둘째 오빠 마주칠 일 없어요. 오빠 바빠요. 제가 일부러 오늘 할아버지 댁에 가는지 문자로 물어봤는데, 시간이 없대요.”정오 무렵, 햇살이 밝았다.허서령은 소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부드러운 검은 머리를 뒤로 묶었다. 옅은 화장은 단아하고 품위 있었다. 선물을 들고 기억을 더듬어 골목 안쪽의 한옥으로 찾아갔다.“서령 언니.”지은영은 문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요. 할아버지 뵈러 가요.”오래된 정취가 느껴지는 마당에는 꽃과 녹음이 가득했다. 구석의 작은 가산과 대나무 숲은 시적인 정취가 있었고, 대들보에 걸린 새장에는 검은 구관조 두 마리가 갇혀 있었다. 두 사람이 지나갈 때 새들은 재잘재잘 말을 했다.“미녀! 은영이 미녀! 언니! 미녀 언니! 예뻐! 예뻐!”지은영은 웃으며 손을 뻗어 새들을 놀렸다.“역시 우리 할아버지가 키우는 구관조답게 입이 달콤하네.”허서령도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지은영을 따라 거실로 걸어갔다.기품 있으면서도 절제된 고풍 거실은 넓고 밝았다. 자단목 소파 의자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그는 몸이 정정했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허리는 소나무처럼 곧게 편 채 차를 마시고 있었다.“할아버지, 누가 왔는지 보세요.”지은영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용식은 천천히 잔 속의 차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은 뒤, 눈을 들어 문가를 바라보았다.허서령을 보자 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며 얼굴 가득 웃음이 피었다.“서령이냐? 서령이구나... 하하... 어서 와. 얼른 들어와 앉아라.”허서령은 선물 상자를 들고 다가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건강하셨어요?”“그럼, 아주 건강하지.”지용식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탁' 치며 기운차게 말했다. 자리에 앉은 뒤 손짓으로 그녀에게 앉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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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허서령은 사과 주스 한 잔을 들고 나왔고, 지은영은 수박과 멜론을 담은 과일 접시를 들고 그녀 곁을 따라 나왔다.“할아버지, 누구랑 통화하세요?”지은영이 궁금해 물었다.지용식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내려놓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허허, 안 알려 줄 거다.”“할아버지, 주스 드세요.”허서령이 두 손으로 사과 주스를 올렸다.“고맙다, 서령아.”지용식은 받아 한 모금 마시더니 눈매가 달처럼 휘어졌다.“음, 정말 맛있구나.”허서령은 고풍 소파에 앉았다. 지은영도 따라 앉아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몸을 가까이 붙였다. 몇 년 만에 만났지만 조금도 서먹하지 않았고 오히려 절친처럼 가까웠다.지용식은 주스를 내려놓고 자애롭게 물었다.“서령아, 제산시에는 일하러 온 게냐?”“아니에요, 할아버지. 엄마가 아프셔서 성원 병원에 모시고 왔어요.”“제산시까지 멀리 와서 치료받아야 한다면 많이 심각한 거냐?”허서령은 몇 초간 침묵했다가, 그들이 걱정하는 것이 싫어 애써 웃었다.“사실 괜찮아요. 난치병이라 조금 번거로운 정도예요. 저희 쪽 의사들이 성원 병원이 더 권위 있다고 추천해 줘서 왔어요.”“무슨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지용식의 눈빛은 진심이 묻어났다.“절대 우리를 번거롭게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한 번 맺은 인연도 결국 인연이야.”“고맙습니다, 할아버지.”허서령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에게 잘해 줄수록 그녀의 마음은 더 무겁고 죄책감이 깊어졌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오늘 저녁은 할아버지 집에서 먹고 가라.”지용식은 일어나며 밖으로 걸어갔다.“뒤뜰에 토종닭 몇 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아주머니에게 두 마리 잡아 몸보신하게 해 달라고 해야겠다. 얼마나 말랐는지...”허서령은 당황해 일어나려 했다.“괜찮아요, 할아버지. 저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은영이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 붙잡았다.“서령 언니, 할아버지 기분 상하게 하지 말아요. 할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시는데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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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그녀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엄마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하선희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어루만지다 고개를 숙여 유심히 보았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여름인데 손이 왜 이렇게 차? 이렇게 오랜만에 봤는데 살이 많이 빠졌구나. 밥 제대로 안 먹고 다닌 거 아니야?”밥 제대로 안 먹고 다닌 거 아니냐는 한마디가 허서령의 눈물을 끌어냈다.그 말은 그녀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곳을 곧장 찔렀다. 깊은 바다에 빠져 허덕일 때 갑자기 떠오른 부목 같았고, 어두운 동굴 속의 등불 같았다.저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친어머니조차 그녀가 말랐는지, 손이 차가운지, 밥을 잘 먹는지 신경 쓴 적이 없었다.6년 만에 그녀는 다시 하선희에게서 어머니의 온기를 느꼈다.그녀는 정말 지강산 삼 남매가 부러웠다.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에서 자랐고, 이렇게 좋은 부모와 재미있고 귀여운 할아버지가 있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눌러 눈가의 눈물을 삼키고, 평온하고 담담한 척 미소를 지었다.“아주머니, 저 잘 지내요.”하선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허서령을 바라보았다. 애정 어린 말투에는 조금의 원망도 섞여 있었다.“이 양심 없는 것, 너는 그동안 잘 지냈다니 다행이지만 우리 아들은 고생이 많았어.”허서령은 숨이 턱 막혔다. 가슴에 큰 돌이 눌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여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지상훈이 조용히 일깨웠다. 하선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쉬며 허서령의 손을 토닥였다.“아줌마가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했다고 미워하지 마. 그냥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어.”“제가 강산 씨에게 미안해요.”허서령은 눈을 내리깔았다. 눈물이 거의 버티지 못할 지경이었다.하선희는 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손을 문질렀다.“에휴, 다 지나간 일이니 더 말하지 말자. 그런데 네 손은 이렇게 오래 잡고 있어도 왜 안 따뜻해지는 거야? 병원에 한번 가 볼까?”“아주머니, 저 정말 괜찮아요.”허서령은 손을 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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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아니에요.”허서령은 급히 부정했다.한의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가씨는 자신이 놓아주었고, 담담해졌고, 내려놓았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사실 그건 심맥이 상한 증상일 뿐이에요.”허서령은 벌떡 일어서서 가방을 집어 들고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선생님 정말 오진하셨어요. 저는... 건강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지용식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죄송해요, 할아버지. 병원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오늘 저녁은 먹고 가지 못할 것 같아요.”그녀는 다시 지상훈과 하선희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아저씨, 아주머니. 먼저 가 볼게요.”더는 머무를 용기가 없었다. 허서령은 인사를 마치고 모두의 걱정 어린 시선 속에서 서둘러 밖으로 걸어갔다.마당 밖에는 어스름이 짙었다. 허서령은 빠르게 걸었다. 대문에 거의 다다른 순간, 갑자기 발을 멈추고 그대로 굳었다.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의 밤빛이 몽롱하게 번져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남자에게 떨어졌다. 심장이 갑자기 쿵쿵 미친 듯이 뛰고, 조여들며 아파 왔다.1년 2개월 만에 그녀는 다시 지강산을 보았다.지강산은 검은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여전히 늠름하고 곧았으며, 차갑고 준수했다. 깊고 아름다운 검은 눈에는 담담한 빛이 어렸다. 그 역시 같은 순간 멈칫했다.마주친 두 사람의 눈빛 속에는 풀리지 않는 무거움과 억눌림이 짙게 배어 있었다.고작 1년 2개월이었지만,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허서령은 제산시에 온 순간부터 지강산을 마주칠 수도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색할 뿐, 매우 놀라지는 않았다.반대로 지강산은 할아버지 집에서 허서령을 만난 일이 충격적이고 뜻밖이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아무리 많은 감정이 몰려와도 그는 그저 잠시 굳었을 뿐이었다.허서령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었고, 가방끈을 쥔 손마디가 서서히 하얗게 질렸다.그의 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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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지은영의 몸은 그 큰 손에 따라 한 바퀴 돌아갔다. 고개를 들자, 남성적이고 차갑고 준수한 얼굴이 눈앞에 들어왔다.지은영은 몹시 반가워 환하게 웃었다.“큰오빠도 왔어?”지태일은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꼬맹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어?”“큰오빠, 들어올 때 서령 언니 못 봤어?”지은영은 지태일이 어리둥절해 하자 급히 설명했다.“둘째 오빠 전 여자친구, 허서령 말이야.”지태일이 말했다.“밖에 벽을 짚고 걷는 여자애가 있긴 했어. 원피스를 입었고 비틀거리더라. 날이 좀 어두워서 얼굴은 못 봤어.”지은영은 급히 지태일의 손을 밀어내고 밖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허서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밤이 내려앉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허서령은 네온사인이 눈 부신 거리를 걸었다. 6월의 바람은 후끈했지만, 그녀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냉기가 스며 나와 온몸의 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두 발은 돌덩이를 채운 것처럼 무거웠다. 지하철 입구까지의 짧은 길도 그녀에게는 많은 힘이 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붐비는 전철 안으로 들어섰지만 자리가 없었다. 그녀는 구석에 서서 몸을 힘없이 벽에 기댔다.머릿속에는 지강산의 모습이 몇 번이고 떠올랐다. 하지만 그를 생각하는 것조차 모독이고, 도덕적이지 않으며,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자격이 없었다.다시 지강산을 만나면 슬프고, 울고, 격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를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모든 감정은 없었고 그저 심장이 조금 아플 뿐이었다. 그 외에 특별한 감정은 없는 것 같았다.어쩌면 이것이 한의사가 말한, 심맥이 심하게 상했다는 상태일지도 몰랐다.그저 숨 한 줄기를 붙잡고, 자신을 낳고 길러 준 어머니를 위해 애써 살아가는 것, 어머니가 주었던 그 보잘것없이 적은 사랑이 이미 이 세상에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집착이 되었다.그녀는 병원으로 갔다. 어머니는 아직 ICU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병원 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다. 위가 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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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허서령은 맞고 욕을 들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이 도착한 뒤, 소유하는 혼란을 틈타 떠났다.그녀를 때린 여자는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허서령도 경찰의 동행으로 검사를 받고 진단서를 받은 뒤 함께 경찰서로 갔다.진단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안면 연조직 손상, 고막 정상, 청력 정상, 환자 이명 증상 호소.]경찰서 안, 허서령은 그 여자가 지강산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은 도은정, 스물여덟 살, 제산시 모 기업의 고위 임원이었다. 그녀는 소유하의 모함을 믿고 그녀를 때린 것이었다.경찰은 계속 조정을 시도하며 그녀에게 고소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물론 그녀는 지금 소송할 기력도 없었고, 그렇게 번거로운 고소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말했다.“4천만 원.”경찰은 듣고 웃음이 나왔다. 도은정은 말을 듣자마자 기세등등하게 책상을 쾅 쳤다.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그녀는 거만한 모습을 보였다.“경찰 앞에서도 이렇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다니, 정말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백만 원만 줘도 많은 거야.”경찰이 설득했다.“허서령 씨, 상해 진단서와 검사비 등을 기준으로 보면 4천만 원이라는 요구는 증거가 부족해요. 법원에 가도 그렇게 많이 배상받기는 어려워요. 이런 사건을 많이 봤지만, 많아 봐야 백만 원 정도예요.”허서령은 침착했다.“의료비와 병간호비 400만 원, 정신적 손해배상 1600만 원, 일실수입 2천만 원.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도은정은 차갑게 웃으며 팔짱을 끼고 앉아 그녀를 업신여기듯 바라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정신적 손해가 무슨 1600만씩이나 돼요? 일실수입? 일은 하긴 해요? 무슨 일을 못 했다는 건데요?”허서령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한 글자씩 말했다.“병원 복도에서 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들. 그 많은 사람이 다 지켜보고 있었어요. 당신은 그 자리에서 제 뺨을 때리고, 제가 당신 약혼자를 꾀었다고 소리쳤죠. 그 순간 제 사회적 이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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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허서령은 당황한 도은정을 올려다본 뒤, 그녀의 시선을 따라 뒤쪽 문을 바라보았다.지강산은 들어오자마자 허서령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아무런 예고 없이 부딪혔다. 세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깊고 복잡한 눈 맞춤만 남았다.허서령은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맞은 것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허벅지 위에 놓인 손은 저도 모르게 떨려 와, 천천히 치마를 움켜쥐었다.그때 경찰이 들어오자 지강산이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도은정의 약혼자예요. 무슨 일인가요?”경찰이 말했다.“이분이 병원에서 허서령 씨의 뺨을 때렸고, 사람들 앞에서 저분이 자기 약혼자를 유혹했다고 욕했어요. 말하자면 당신을 유혹했다는 뜻이죠. 현재 허서령 씨는 배상금 4천만 원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해요.”“제가 배상할게요.”지강산은 걸어가 도은정의 곁에 섰다. 맞은편의 허서령을 바라보는 목소리는 물처럼 평온했다.“내가 대신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계좌 번호 줘.”‘4천만 원인데, 망설이지도 않는 건가?’허서령은 눈을 내리깔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치마가 찢어질 만큼 힘을 주며 마음속의 답답한 통증을 억눌렀다. 잠시 망설인 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아 곧장 휴대폰을 꺼냈다.도은정은 긴장해 지강산의 팔을 잡고 불쾌하게 말했다.“지강산 씨, 저 여자한테 배상할 필요 없어요.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는 거예요. 뺨 한 대에 4천만이라니 너무 말도 안 돼요.”지강산은 도은정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물었다.“조금 덜 배상하려고 이 여자와 소송할 생각이에요? 남들이 제가 전 여자친구와 아직 미련을 끊지 못했다고 오해하게 만들고 싶어요? 아니면 도은정 씨가 질투심이 심해 갑자기 사람을 때렸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도은정은 말문이 막혔다.“저...”“도은정 씨가 먼저 잘못했어요. 저 여자와 소송해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해요?”“그럼...”도은정은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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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지강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은정 씨, 왜 그 여자를 때렸어요?”도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마음 아파요?”지강산은 목소리에 힘을 실려 억눌린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왜 그 여자를 때렸냐고 묻고 있잖아요.”도은정은 답답하게 숨을 내쉬고 앞을 바라보았다.“그 여자가 당신 첫사랑이고, 두 사람이 4년 사귀었다는 것도 알아요. 5년 헤어졌다가 다시 반년 재결합했고, 지금은 헤어진 지 1년 2개월 됐죠. 그 여자가 어머니 병을 핑계로 제산시에 와서 치료받는 척하는 건 결국 지강산 씨에게 매달리려는 거잖아요. 일부러 할아버지 집에 찾아가 지강산 씨를 우연히 만난 척했죠. 이 약혼녀를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요. 저는 병원에 가서 그 여자에게 더는 지강산 씨에게 매달리지 말라고 경고했을 뿐이에요. 우리는 곧 결혼하니까요.”“그 말들은 누가 했어요?”“소유하요.”“그럼 소유하가 어릴 때부터 저를 좋아했고, 계속 저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는 말도 했어요?”도은정은 충격을 받아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강산은 차갑게 웃었다.“정말 궁금하군요. 도은정 씨는 어떻게 기업 임원이 된 거예요? 다른 사람이 몇 마디 했다고 이렇게 휘둘리고, 이렇게 쉽게 이용당하는데. 생각이라는 것이 없어요?”도은정은 모욕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인 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저는 그냥 지강산 씨를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예요.”지강산은 차갑게 비웃었다.“도은정 씨, 우리는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에요. 도은정 씨가 신경 쓰는 건 제가 아니라, 도은정 씨의 소유욕이에요.”“지강산 씨가 믿든 말든, 저는 첫눈에 지강산 씨를 좋아하게 됐어요. 지강산 씨가 전 여자친구와 미련을 끊지 못하거나,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는 건 원하지 않아요.”지강산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에게 꽂혔다. 태도는 냉정하고 엄숙했다.“도은정 씨, 저 지강산은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 인품을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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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좋아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큰어머니가 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셨을 뿐이죠.”“누구라도 상관없다는 거죠?”“네.”도은정은 화가 나 가슴이 오르내렸다. 호흡이 불안정했지만 억지로 굳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말을 꼭 이렇게 직설적으로, 사람을 상처 주게 해야 해요?”“저와 결혼할지 말지는 도은정 씨에게 선택권이 있어요.”그녀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보아하니, 두 번이나 지강산 씨를 찬 그 전 여자친구에게 꽤 깊이 상처받았군요.”지강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운전했다. 차는 경찰서를 떠나 도로를 달렸고, 보행로의 허서령의 곁을 지나갔다.지강산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팔꿈치를 차창 가장자리에 가볍게 올렸다. 시선은 저도 모르게 룸미러에 떨어졌고, 표정은 점점 더 깊어졌다.도은정이 궁금해 물었다.“만약 지강산 씨의 전 여자친구가 지금 돌아와 다시 만나자고 하면, 돌아갈 거예요?”“아니요.”지강산은 망설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답했다.“진심이에요?”도은정의 미소가 더 환해졌다.“제가 도은정 씨에게 거짓말할 필요가 있어요?”지강산은 씁쓸하게 웃고 몸을 바로 세운 뒤 버튼을 눌렀다. 창문이 천천히 올라갔다.도은정은 기쁜 표정으로 앉아 눈매에 웃음을 띠었다.“지강산 씨의 큰어머니가 확신에 차서 말씀하셨어요. 지강산 씨는 정말 좋은 남자라고요. 배운 게 많고, 가치관이 바르고, 온화하고 세심하며, 책임감도 강하다고요. 오늘 보니 확실히 실망시키지 않네요. 지강산 씨와 결혼하면 저는 분명 행복할 거예요.”도은정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어떤 여자든 지강산 씨와 결혼해도 잘 살겠죠. 지강산 씨 자체가 좋은 남자니까요. 지강산 씨 전 여자친구가 눈이 먼 것뿐이에요.”“어디로 가요? 데려다줄게요.”지강산은 화제를 바꿨다.“같이 밥 먹어요. 지난번 맞선 봤던 곳으로요.”“그래요.”지강산은 화면에 주소를 입력했다....허서령은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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