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은 따뜻한 품 안에 가만히 있으며 밀어내지 않았다. 지강산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듣자 마음도 차분해졌다.“제가 성격 세서 싫지는 않아요?”“좀 센 게 좋지. 그래야 생기가 있잖아.”허서령은 천천히 팔을 들어 지강산의 허리를 감았다. 눈을 감고 숨을 한번 들이마시자 마음이 달콤해졌다.그런데 자신을 안고 있는 이 남자는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목소리도 조금 가라앉아 보였고, 포옹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같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멀어질 사람처럼 느껴져 묘하게 불안했다.지강산은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안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품을 풀고,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서령아, 잘 자.”그 말을 남긴 지강산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상자를 주워들고 밖으로 나갔다.허서령도 그의 뒤를 따라 나왔다.지강산은 종이상자를 잡동사니를 두는 방에 놓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허서령도 자료를 정리한 뒤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박규태 사건 재판이 열리는 날, 허서령은 방청하러 갔다.기억이 없는 만큼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세한 부분을 통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박규태가 기소된 이유는 그녀에게 약을 먹이려 한 일이 아니라 뇌물수수와 사법 방해 혐의였다.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사건인데도 검사 측 변호사로 하준이 나왔다.허서령은 지강산이 뒤에서 부탁했을 거라고 짐작했다.법정을 나서다가 허서령은 입구에서 하준 변호사와 마주쳤다. 그가 옅게 웃으며 물었다.“허 변호사, 이렇게 쉬운 사건을 직접 방청하러 왔어?”허서령도 예의 바르게 웃었다.“이렇게 쉬운 사건에 하 변호사님까지 직접 나오셨으니, 뒤에 있는 누군가가 피고인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만하네요.”하준은 웃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서령이 다시 물었다.“하 변호사님, 박규태가 예전에 저한테 약을 먹이려고 했다던데 사실인가요?”“그래.”“그럼 왜 그 혐의까지 추가하지 않았죠?”“첫째는 증거가 부족했고, 둘째는 그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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