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은 뺨을 붉힌 채 환하게 웃었다.“네. 잘 자요.”인사를 나눈 그녀는 책을 안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했다.자신의 포옹에 지강산이 뜨겁게 응했으니 그동안 혼자 지나치게 생각한 것이었다.지강산이 냉정해진 게 아니라 예의를 지키며 절제하고 있을 뿐이었다. 허서령은 즐거운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지강산은 방문을 천천히 닫았다.눈빛은 곧바로 어두워졌다. 그는 서재로 걸어가 의자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책상을 바라봤다. 손을 뻗어 우주비행사 로봇을 집어 들고 전원 버튼을 천천히 눌렀다.“주인님, 좋은 밤입니다.”에어봇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지강산은 풀이 죽은 얼굴로 로봇을 바라봤다. 넓은 어깨는 무거운 짐에 짓눌린 듯 축 처져 있었다.한참 뒤 그가 조용히 물었다.“에어봇, 내 여자 친구가 반년 뒤에 나를 떠난대. 우리가 함께할 시간에 다시 끝이 정해진 거야. 일을 그만두고 청혼해야 할까, 아니면 이 관계에서 빠져나와야 할까?”에어봇가 대답했다.“주인님, 남자는 꿈과 일을 우선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여자가 많아요. 이 사람이 떠나면 더 착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이 올 겁니다.”지강산은 씁쓸하게 웃으며 긴 한숨을 쉬었다.“가족과 반려자가 더 중요한 것 아니야?”“가족과 반려자도 중요합니다. 그분은 주인님과 결혼할 의사가 있나요?”지강산은 잠시 망설이다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나에 대한 기억도, 감정도 없어. 아직 헤어지지 않았고 연인 관계이니 책임감 때문에 곁에 있는 거겠지.”“주인님, 확신이 없다면 더더욱 일을 그만두고 청혼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나셔도 됩니다.”“바꾸지 않아.”지강산은 단호히 거절했다.“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분을 붙잡을 방법을 알려 드릴까요?”“억지로 붙잡아서 무슨 의미가 있어? 모두가 고통스러울 뿐이야. 난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주인님은 마음이 넓으시군요. 이미 내려놓기로 했다면 더는 슬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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