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은 이미 지씨 집안에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그 말을 들은 지태일은 벌떡 일어나 지강산의 앞으로 가, 옷깃을 움켜쥐고 일으켜 세운 뒤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며 한마디씩 내뱉었다.“안 좋아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서령이는 결혼도, 명분도 바라지 않고 몇천 킬로미터 떨어진 제산시까지 널 따라왔어. 네 아이를 가졌다가 유산하고, 우울증까지 겪고 수술도 했어. 이제 기억마저 잃었는데 네가 한마디로 안 좋아한다고 버려? 지금 당장 말 바꿔서 다시 해. 안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지강산은 씁쓸하게 웃었다.“형, 때리고 싶으면 때려. 나도 안 막을게.”지태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불거질 정도였지만, 동생의 붉어진 눈 안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맺힌 눈물도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하선희는 놀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지태일의 팔을 붙잡았다.“태일아, 흥분하지 마. 네 동생한테 분명 무슨 사정이 있거나 오해가 있는 거야. 일단 다들 진정하고 말로 풀자.”지은영도 큰오빠의 주먹이 무서워 달려가 다른 팔을 잡았다.“큰오빠, 진짜 한 대 치면 둘째 오빠 얼굴 망가질 수도 있어. 참아. 저 잘생긴 얼굴 망가지면 너무 아깝잖아.”지태일은 화를 누르며 지강산의 옷깃을 놓았다. 그리고 돌아서 허서령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령아, 여기 있지 마. 방에 가서 옷 몇 벌 챙겨. 우리 집으로 가자. 얘가 널 싫다고 하면 내가 널 내 동생으로 생각할게.”남편 말에 맞춰 정윤슬도 바로 일어나 진지하게 말했다.“맞아요, 서령 언니. 우리 집으로 와요. 집도 넓어서 여기보다 불편할 거 하나도 없어요.”하선희는 얼른 말을 막았다.“아니, 아니야. 왜 너희 집에 신세를 져. 서령이는 우리랑 같이 가면 돼. 우리 집에서 살자.”지은영은 더 적극적이었다.“제가 새언니 옷 챙겨 올게요. 지금 바로 가요.”지강산은 그 자리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깊은 눈은 흐트러진 검은 물처럼 모든 빛을 잃어 갔다. 시선도 점점 초점을 잃고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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