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가 나오자 식탁 분위기는 순식간에 풀렸다.지강산의 얼굴에도 차츰 웃음이 돌아오며, 눈에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지은영과 농담도 하고, 아버지에게 요즘 일 이야기도 하며, 어머니에게 반찬도 집어 드렸다.그러면서도 수시로 허서령을 바라보며 잘 먹고 있는지 확인했다. 고기도 집어 주고 휴지도 건네고 국까지 떠 주며 세세한 것 하나까지 챙겼다.저녁을 먹고 나서는 다 함께 거실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과일을 먹었다.허서령은 방에 들어가 씻은 뒤 다시 거실로 나오지 않았다.지은영은 하선희의 팔에 기대 다리를 소파 위로 접어 올리고 휴대전화를 봤다.지상훈은 지강산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국내외 이야기부터 정치, 민생, 우주항공까지 온갖 주제가 오갔다.한 주제가 끝날 때마다 지강산은 차를 마시는 틈을 타 허서령 방 쪽을 몇 번씩 바라봤다.하선희는 그 기대 어린 시선을 보고 결국 한마디 했다.“강산아, 그만 봐. 서령이는 방에 들어갔으니 오늘은 다시 안 나올 거야.”그 말을 들은 지은영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강산을 바라봤다.지강산은 어색하게 웃었다. 부정하지도 대답하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인 뒤 시선을 거두고 다시 아버지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지은영은 궁금해 작은 목소리로 하선희에게 물었다.“엄마, 둘째 오빠 뭐 보고 있었어요?”하선희는 딸의 귀 가까이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네 새언니 방 문 보고 있었지. 새언니가 방에서 나오길 기다리는 것 같더라. 며칠째 우리 집에 있으니 강산이도 많이 보고 싶겠지. 어렵게 왔으니까 얼굴 좀 더 보고 싶은 모양이야.”지은영도 하선희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오늘 밤 둘째 오빠랑 새언니 같은 방에서 안 자요?”하선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자기들 집에서도 늘 같이 자는 건 아닌 것 같던데 여기서야 더 그렇지.”“둘이 그렇게 어색해요?”“네 새언니가 기억을 잃었으니까 당연히 조심스럽고 낯설지. 네 둘째 오빠도 원래 예의 바르고 신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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