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hapter 631 - Chapter 640

684 Chapters

제631화

지강산은 허서령을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정하게 웃었다.“여보...”허서령이 말끝을 길게 늘이며 애교를 부렸다.지강산은 결국 못 이기는 척 책을 내려놓고 일어나 허서령 쪽으로 다가와 곁에 누운 뒤 품으로 끌어안았다.뜻대로 되자 허서령은 무척 기뻐하며 몸을 조금씩 움직여 지강산의 따뜻한 품 안으로 파고들며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지강산은 허서령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낮게 말했다.“자기 잠들면 난 다시 내 침대로 갈게.”“네.”허서령도 더 억지를 부리지 않고 손을 지강산의 가슴 위에 올렸다.잠시 뒤, 그 손이 아래로 내려가 일부러 잠옷 안으로 들어갔다.지강산은 허서령의 팔을 덥석 잡아 밖으로 빼냈다.“장난치지 말고 얌전히 자.”“가슴 근육만 좀 만져 본 건데. 거기는 안 만졌잖아요.”“어디든 만지지 마.”허서령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들어 지강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여보, 잘 자요.”“잘 자.”지강산도 허서령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지강산의 품에 안겨야만 허서령은 자신이 정말 행복한 여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금세 잠에 빠졌다.지강산이 언제 큰 침대에서 빠져나갔는지는 알지 못했다.확실히 자제력 하나는 대단했다.그 뒤로 허서령은 차츰 따로 자는 생활에 익숙해졌다.지강산도 임신 사실을 모두에게 숨기는 데 힘을 보탰다. 집에서 밥을 해 주는 아주머니조차 몰랐다.그날, 전 큰어머니 도미란이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허서령이 도미란을 맞았다.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도미란은 안으로 들어와 값비싼 선물을 내려놓자마자 허서령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깜짝 놀란 허서령은 반사적으로 배를 감쌌다가 정신을 차리고 곧 손을 내렸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서령아! 내가 이렇게 빌게. 우리 아들 선처받을 수 있게 합의서 좀 써 주면 안 되겠니? 내가 예전에 너한테 잘못한 일이 있다면 무릎도 꿇고 절도 할게. 돈으로 갚으라면 갚을게. 제발 로운이 좀 살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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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알아서 처리하세요.”허서령은 가져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먹는 것에 혹시 독이라도 들어 있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주머니가 집으로 가져가는 것까지 굳이 막지는 않았다.방으로 돌아온 허서령은 문을 닫고 지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은영아,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둘째 새언니, 무슨 일이예요?][너희 언론의 여론 영향력을 좀 빌리고 싶어. 현직 비리 공무원 한 명을 익명으로 폭로하려고.][누군데요?]허서령은 답 대신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파일을 전송했다.그 사람은 예전에 허서령이 고객의 소송을 맡았을 때부터 뇌물수수와 비리에 관한 증거를 많이 확보해 둔 인물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번에 허서령은 부패한 공무원을 폭로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동시에 도미란까지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해결하는 셈이었다.도미란은 허서령이 임신했을 때 방사선이 나오는 보석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자기 아들이 사람을 시켜 허서령을 차로 치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도와줬다.도미란이 그밖에 무슨 나쁜 짓을 더 했는지는 이제 알고 싶지도 않았다.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했다.얼마 뒤 그 공무원의 비리가 터졌고, 수사를 따라가다 도미란이 돈을 건네 뇌물을 주고 형사 사건에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도미란도 결국 수갑을 찼지만, 허서령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건 끝내 알지 못했다.도미란은 그 비리 공무원 때문에 자신까지 엮였다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태아가 넉 달이 됐을 때 허서령의 배도 아주 조금 볼록해졌다. 눈에 확 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워낙 마른 편이라 자세히 보면 티가 났다.지강산은 한 달 전부터 이미 휴가를 신청해 둔 상태였다.마침내 휴가 승인이 났다.두 사람의 결혼식도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지강산은 장인과 처남 가족의 항공권을 예약했다.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아도 갖춰야 할 절차는 갖춰야 했다.넓은 호텔 룸 안에는 푸짐한 음식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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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지용식이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조금 적긴 한데. 그럼 뒤에 0 하나만 더 붙이면 어떨까요?”허태하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안 됩니다, 안 돼요. 우리 동네 좋은 풍습을 망치면 안 되죠. 제가 말한 금액 그대로 해 주세요. 정말 더 주고 싶으시면 제 딸한테 주세요. 결혼 축하금이라고 생각하고요.”어른들은 더는 이런 문제로 실랑이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몇 사람은 웃으며 술잔까지 기울였다.지강산은 허서령의 손을 잡고 가까이 몸을 기울여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진 않아?”“전혀요.”허서령은 미소 지으며 지강산의 귓가에 속삭였다.“전 오히려 돈을 들고 와서라도 지강산 씨한테 시집가고 싶은데요.”“남들이 비웃을 수도 있어.”“남들은 부러워만 할걸요. 이렇게 좋은 집안에 시집와서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났는데 누가 비웃어요. 돈을 많이 받는다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고향에서는 원래 몇백만 정도가 보통이니까 이게 정상이고요.”지강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허서령의 손을 제 허벅지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했다.“아버님이 제산시에 와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시면 내가 모실 수도 있어.”“아빠는 제 동생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허서령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생각이 좀 옛날식이거든요. 아들이 있는 이상 제 동생이 거지가 될 만큼 가난해져도 아들 곁을 지킬 사람이에요.”지강산은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존중했다.지강산은 잠자코 고개를 숙여 허서령의 희고 발그레한 손을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예쁜 손톱을 살며시 만졌다.마치 재미있는 보물이라도 만지는 사람처럼 만졌다가 보고, 보고 또 문질렀다.허서령은 지강산이 푹 빠진 얼굴로 자기 손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면서 평범한 손가락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허서령은 시선을 들어 아버지를 바라봤다.수술 뒤 어린 시절의 많은 기억은 잊어버렸지만 최근의 일은 비교적 잘 기억났다.그래도 어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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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결혼 축하해!”모두가 일어나 잔을 들고 큰 소리로 축하했다.지강산도 봄바람을 맞은 사람처럼 환한 얼굴로 잔을 들었다.“감사합니다.”마당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저녁 햇살은 부드럽고 포근했고, 바람도 맑고 상쾌했다.인생이 언제나 따뜻한 것만은 아니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도 아니었다.그래도 자기들만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잔치가 끝났다.지씨 집안 사람들은 허서령이 살이 찐 것 같다는 의문을 지강산에게 따로 묻지 않았다. 모두 한마음으로 두 사람을 존중하며 침묵했다.아주머니는 집 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며 일주일 휴가를 받았다.지강산은 장인과 처남 가족을 할아버지 댁에 머물게 한 뒤 모든 일을 마치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그때는 이미 밤 열 시가 넘은 뒤였다.지강산은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다.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커튼과 침구는 모두 따뜻한 계열의 색상이었다.아내는 이미 씻고 긴 머리를 말린 뒤 화사한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허서령은 급히 책을 내려놓고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지강산은 곧바로 허서령을 끌어안았다.“뛰지 마. 천천히 걸어.”“여보.”허서령은 지강산의 목을 꼭 끌어안고 발끝을 들어 얼굴을 어깨에 묻었다. 벅찬 감정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우리 결혼식 끝났어요.”“응. 끝났어.”지강산은 팔에 힘을 주어 허서령을 깊이 품에 안더니 고개를 숙여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익숙한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우린 부부야. 평생 함께 사는 짝이고, 한집 식구야. 영원히 안 헤어질 거야.”“네.”허서령은 품에 안긴 채 목이 메었다.“어떤 의식이든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바라던 대로 강산 씨랑 결혼했다는 게 제일 중요해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지강산은 허서령의 허리를 안아 번쩍 들어 올렸다.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안쪽으로 걸어가 예쁘게 꾸며진 큰 침대 곁에 앉은 뒤, 허서령을 제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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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허서령이 아이를 낳는 날, 온 가족이 병원으로 모였다.모두가 설레고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허서령이 분만실로 들어간 뒤 지강산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에 빠졌다. 두 손은 차갑게 식어 떨렸고 눈가도 벌겋게 젖었다. 아무 말 없이 분만실 문 앞 벤치에 앉아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일 분 일 초가 끝도 없이 길게 느껴졌다.지은영은 카메라를 들고 이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록했다.모두가 새 생명이 태어나기를 기다렸고, 허서령이 무사히 나오기만을 바랐다.얼마나 지났을까. 간호사가 아기를 안고 나오며 크게 불렀다.“허서령 보호자분 계세요?”온 가족이 다급히 몰려갔다.“여기요. 다 여기 있습니다.”지강산도 급히 달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제 아내는요?”“아빠분 걱정하지 마세요. 산모와 딸 모두 건강합니다. 산모는 안에서 조금 더 관찰 중이에요.”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지강산의 두려움이 눈 녹듯 풀리며 참아 왔던 눈물이 끝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가족들도 크게 기뻐하며 서로 먼저 아기를 안겠다고 나섰다.지강산은 간호사에게 다가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아내를 보러 들어가도 될까요?”“안 됩니다. 밖에서 기다리세요. 관찰 시간이 끝나면 산모를 밖으로 모시고 나올게요.”“감사합니다.”지강산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간호사가 안으로 들어간 뒤 고개를 돌리니 지은영이 카메라를 들고 자기 얼굴을 찍고 있었다.지은영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둘째 오빠, 울었어?”지강산은 고개를 돌려 몰래 눈물을 닦았다. 지은영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딸을 보러 갔다.아기는 아버지 품에 안겨 있었다. 어머니, 할아버지, 큰형, 큰형수가 아이를 둘러싸고 있어 지강산이 가까이 갈 틈도 없었다.지상훈은 평소 엄한 얼굴이 무색할 만큼 활짝 웃고 있었다. 눈은 반달처럼 휘었고, 평소 굵고 우렁찬 목소리까지 저절로 가늘고 부드러워졌다.“아이고, 아이고... 우리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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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역시 둘째 오빠가 말은 제일 예쁘게 해.”지은영은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작은 요정처럼 이리저리 움직여 카메라에 가족들의 기쁨을 담았다.관찰을 마친 허서령을 간호사가 밀고 밖으로 나왔다.가족들이 모두 다가가 맞아 줬다.지강산은 빠르게 다가가 몸을 숙여 허서령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다정한 목소리에는 아직 긴장 때문에 약간 쉰 기운이 남아 있었다.“고생했어. 여보.”“아기는요?”허서령은 긴장한 얼굴로 아이부터 찾았다.“아버지가 안아 가신 뒤로 계속 안 놓으셔. 누구한테도 안겨 주지도 않고. 엄마는 힘이 없다고 하고, 나는 앞으로 안을 기회 많다고 하시고...”허서령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가족들은 허서령을 병실로 데려갔다.아기는 아기 침대에 눕혀 재웠다.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두 무리로 나뉘었다. 한쪽은 아이를 둘러쌌고, 다른 한쪽은 허서령 곁에 모였다.지은영은 카메라를 허서령에게 향하고 물었다.“둘째 새언니, 아기 낳는 거 많이 아팠어요?”허서령은 조금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았어. 무통 주사 맞아서 생각보다 수월했어.”지은영이 또 물었다.“둘째 새언니, 예전에 딸 낳는 게 제일 소원이라고 했던 거 기억나요. 지금 소원 이뤘는데 기분 어때요?”허서령은 눈물 맺힌 눈으로 살며시 웃었다.“너무 기쁘고, 만족스럽고, 행복해.”“둘째 새언니, 새언니가 안에서 아기 낳는 동안 둘째 오빠 밖에서 울었어요.”허서령이 놀라 지강산을 바라보자 지강산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은영이 말 듣지 마. 또 장난치는 거야.”지은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부정해도 소용없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찍었거든. 오빠 우는 것도 영상에 다 들어갔어.”지강산은 미간을 찌푸리고 지은영을 한번 노려봤다.허서령은 감동한 듯 눈가를 적신 채 입을 살며시 닫고 웃었다.그때 지태일이 물었다.“아기 태명 말고 애칭 하나 지어 줄까?”허서령은 지강산을 바라봤다. 이름을 짓는 데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지은영은 카메라를 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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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날씨가 차츰 쌀쌀해졌다.자연분만한 덕분에 허서령은 회복이 빨랐고 사흘째 되는 날 퇴원했다.집에는 산후도우미를 불러 허서령과 아기를 돌보게 했다. 하지만 정작 산후도우미는 할 일이 별로 없는 사람처럼 돼 버렸다. 부모님과 은영이까지 집에 들어와 산모와 아이를 돌보기 편하게 하겠다며 함께 지냈기 때문이다.지강산도 출산휴가를 내고 종일 허서령과 아이 주변을 맴돌았다.허서령은 몹시 피곤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들었다.어렴풋이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려는 순간, 지강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주 가볍게 들렸다.“자, 여보. 당신 안 일어나도 돼.”허서령은 몽롱한 채 다시 잠들었다.“몸 조금만 옆으로 돌려줘.”허서령은 잠결에도 말을 잘 듣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희미한 의식 속에서 누군가 옷 단추를 풀고 아기를 품에 안겨 주는 것이 느껴졌다.젖이 도는 민감한 느낌에 허서령은 조금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내려 보니 예안이 품에 안겨 누운 채 젖을 먹고 있었다.지강산은 바로 옆에서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 허서령의 가슴이 아기의 코를 막을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허서령은 살며시 웃다가 아무 부담도 압박도 느끼지 않은 채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아기가 언제 품에서 떠났는지도, 지강산이 언제 옷 단추를 채워 주고 이불을 덮어 줬는지도 몰랐다.아기가 젖을 먹으려고 울 때 잠깐 깨는 것 말고는 허서령은 내내 아주 잘 잤다.산후도우미는 허서령의 산후조리 식단을 맡았고, 남는 시간에는 지강산에게 아기를 어떻게 돌보고 보살펴야 하는지 가르쳤다. 지강산은 무척 진지하게 배웠다.가끔은 시어머니도 와서 산후도우미에게 함께 배웠다.허서령은 아기 때문에 잠을 설칠 일이 거의 없었다. 사실상 아이를 직접 돌볼 필요도 별로 없었다.신생아는 젖을 먹고 기저귀를 갈 때를 빼면 대부분 잠만 잤다.밤이 됐다.허서령이 한창 깊이 자고 있는데 아기가 몇 번 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눈을 뜨자 지강산은 이미 일어나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있었다.지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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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모유 맛이죠. 조금 짜서 먹어 볼래요?”허서령이 웃으며 물었다.지강산은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됐어. 딸 먹을 걸 뺏어 먹고 싶진 않아.”예안은 갑자기 입을 놓더니 이내 깊이 잠들었다.지강산은 따뜻한 수건을 준비해 예안이를 닦아 주고, 허서령도 닦아 줬다.예안이를 아기 침대에 눕힌 뒤 다시 허서령에게 돌아와 천천히 눕혀 줬다.“자, 여보.”“자기도 자요.”사실 허서령은 지강산이 더 안쓰러웠다.임신 기간 내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임신 후반에는 지강산이 쥐 나는 다리를 주물러 주고, 머리와 몸도 씻겨 주고, 밤중에 일어나 먹을 것도 만들어 줬다. 임신 기간 내내 앞뒤로 뛰어다니며 세심하게 돌봐 줬고, 출산 뒤에는 휴가까지 내고 곁을 지켰다.지강산은 1인용 침대에 앉아 허서령을 바라봤다.허서령도 눈을 마주치고 의아하게 물었다.“왜 안 자요?”지강산은 침대에서 일어나 허서령이 누운 큰 침대로 올라왔다.“왜 이쪽으로 왔어요?”허서령은 놀랐다. 임신 기간 내내 지강산은 거의 함께 자는 걸 피했기 때문이다.지강산은 허서령을 안은 채 천천히 눕더니 이불을 끌어와 두 사람을 덮고 품 안에 꼭 가둔 뒤 나직이 속삭였다.“여보, 당신 안고 자고 싶어.”“저한테 젖 냄새 나서 별로일 텐데요.”지강산이 다정하게 말했다.“오히려 난 이 냄새 좋아해. 우유 향처럼 고소해서 한입 깨물고 싶을 정도야.”허서령은 따뜻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일부러 지강산의 하체와 닿지 않도록 조심했다. 괜히 반응하게 만들고도 풀어 줄 수 없을까 봐서였다.허서령은 팔을 지강산의 허리에 두르고 얼굴을 가슴팍에 비비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여보, 저 아이 낳고 몸매 망가지고 살도 찔 수 있잖아요. 그래도 싫어하지 않을 거죠?”“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그럴 일 없어.”“제가 100킬로까지 쪄도 여전히 사랑할 거예요?”“확실하게 말해 줄게. 그래도 사랑해. 하지만 내가 자기가 100킬로가 되게 두진 않을 거야. 변호사로서 이미지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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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그래.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함부로 움직이거나 만지지 말고.”지강산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피곤한 기운도 묻어났다.“여보...”“응.”“저 말고 다른 여자 좋아한 적 정말 한 번도 없어요?”“없어.”“소유하는요?”“안 좋아했어.”“도은정은요?”“아무 느낌도 없었어.”“심채린은요?”“갈수록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네. 동료일 뿐이야. 일 말고는 엮일 일도 없어.”“그래서 심채린 좋아해요?”허서령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안 좋아해. 다만 업무 능력은 높이 평가해.”“윤성은요?”지강산은 질색한 듯 말했다.“한밤중에 사람 속 뒤집지 마.”허서령은 웃으며 품속을 파고들었다. 역시 뼛속까지 이성애자인 남자였다. 다른 쪽으로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강산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허서령은 고개를 들어 잠든 지강산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봤다. 요즘 지강산은 자신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아이도 돌보고 허서령도 챙기느라 모든 일을 직접 했다.이보다 더 바랄 게 있을까.허서령은 눈을 감고 지강산의 품속에서 편안하게 잠들었다....몇 달에 걸친 수사와 재판 끝에 도주한 운전기사의 시신이 동남아의 어느 외딴 산속 땅 아래에서 발견됐다.지로운과 살인청부업자는 모두 중벌을 선고받았다. 도미란도 뇌물공여죄로 형을 받았다.뉴스가 나온 뒤 도은정이 한 번 허서령을 찾아왔다.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한 뒤 자신은 출국할 예정이라고 알려 줬다. 두 사람은 서로 잘 지내라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예안이 8개월이 되어 젖을 뗀 뒤, 지강산은 아이를 억지로 부모님과 보모에게 맡기고 허서령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명분은 못 갔던 신혼여행을 가자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아이를 낳은 뒤 부모님과 은영이까지 모두 강령원에 들어와 살았다.부모님은 손녀를 너무 예뻐해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방 안에서 지강산은 짐을 싸고, 허서령은 서랍을 뒤지며 주민등록증을 찾고 있었다.“임신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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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허서령이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 작성해 공증까지 받아 둔 유언장이었다.허서령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지강산에게 남겨 두었다. 예전에 지강산이 명의를 넘겨준 집과 차는 물론, 허서령이 따로 모아 둔 혼수 자금과 금 장신구까지 전부였다. 아버지와 남동생에게 남긴 것은 하나도 없었다.심지어 자신의 시신 장기까지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겠다고 적혀 있었다.허서령은 고개를 들었다가 지강산이 예전에 써 둔 유언장을 들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급히 일어나 달려가 서류를 빼앗은 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그거 보지 말아요.”지강산은 붉어진 눈으로 허서령을 품에 끌어안고 턱을 머리 위에 올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 암흑 같던 때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우리 둘이 결국 버텨 냈네요. 이 유언장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요.”허서령은 지강산의 허리를 안고 얼굴을 가슴에 기댔다.“여보, 예전에 아무리 많은 고생을 하고 아픈 일을 겪었어도 지금 생각하면 다 견딜 만했던 것 같아요. 지금 저한테는 자기도 있고, 예안이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아주버님이랑 윤슬이도 있고, 은영이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잖아요. 전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여자 같아요.”지강산은 고개를 숙여 허서령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당신을 만난 내가 운 좋은 사람인 건 생각 안 해?”“아니요.”허서령은 고개를 들어 지강산의 깊고 매력적인 눈을 바라봤다.“자기는 본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떤 여자가 자기와 결혼해도, 너무 심하게 자기 멋대로만 굴지 않는 이상 다 행복하게 살 거예요. 자기 가족들한테 사랑받고 존중받고, 자기한테도 사랑받고 예쁨 받으면서 말이에요.”지강산은 웃었다.“자기가 날 너무 좋게 보는 거야. 난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야.”“제가 다른 남자랑 결혼했으면 제 삶은 분명 엉망진창이었을 거에요.”지강산은 허서령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한 글자씩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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