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Chapter 151 - Chapter 160

169 Chapters

제152화: 아빠가 넷이면 계주도 완벽하다 — 가을 체육대회 대환장 파티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오늘은 여름이가 그토록 고대하던 가을 가족 체육대회 날. 그리고 셰어하우스의 네 아빠들에게는 그 어떤 비즈니스 미팅이나 중요한 계약보다 중요한, 자존심이 걸린 '올림픽' 개막일이었다. "유준아, 이거 협찬받은 거냐?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잖아!" 강태가 유준이 특수 제작해 온 '여름이 아빠들'이라는 금박 글씨가 박힌 한정판 트레이닝복을 입으며 툴툴거렸다. 하지만 내심 핏이 마음에 드는지 거울 앞을 떠나지 않았다. 유준은 선글라스를 치켜올리며 거들먹거렸다. "체육대회는 기선 제압이 반입니다. 자본주의의 든든한 맛을 동네에 보여줘야죠." 운동장 한편에 자리를 잡은 네 남자의 포스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강태는 이미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과시하고 있었고, 이수는 보온병에 담아온 특제 이온 음료와 유기농 과일 도시락을 일렬로 세팅했다. 태준은 학급별 대진표를 뚫어져라 분석하며 작전을 짜고 있었다. "아빠들! 나 왔어!" 하얀 체육복을 입은 여름이가 친구 지훈이와 함께 뛰어왔다. 그런데 지훈이의 뒤로 동네 조기축구회 에이스로 소문난 지훈이 아빠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아이고, 여름이는 삼촌들이 네 분이나 응원 오셨네요. 아주 든든하겠어. 오늘 학부모 계주에서 뵐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삼촌'이라는 단어에 네 남자의 미간이 동시에 씰룩거렸다. 지훈이 아빠의 묘한 도발에, 평소 이성적이던 태준마저 안경을 고쳐 쓰며 전투력을 불태웠다. "삼촌이 아니라 아빠들입니다. 계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본격적인 체육대회가 시작되자, 네 아빠의 '어른스럽지 못한' 폭주가 시작됐다. 첫 번째 종목인 학부모 줄다리기. 맨 뒤 앵커 자리에 선 강태가 "영차!" 하는 기합과 함께 굵은 팔뚝에 힘을 주자, 상대편 학부모들이 낙엽처럼 질질 끌려오며 싱거운 압승으로 끝났다. 이어진 '2인 3각 달리기'에서는 태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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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영광의 훈장과 고사리손 안마원

가을 체육대회의 영광스러운 승리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 아침. 평소라면 고소한 밥 냄새와 두부, 치즈의 발랄한 발소리로 생기가 넘쳤을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흡사 야전병원을 방불케 하는 처참한 신음만이 가득했다. "아이고, 내 햄스트링… 누가 내 다리에 모래주머니 채워놨냐." 강태가 소파에 널브러진 채 파스가 덕지덕지 붙은 허벅지를 부여잡고 끙끙거렸다. 평소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던 유준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그는 목부터 발목까지 온몸에 파스를 미라처럼 감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눈동자만 간신히 굴리고 있었다. "유준아, 숨은 쉬어지냐?"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걸어 나온 이수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려다, 팔이 올라가지 않아 허탈한 헛웃음을 지었다. 평정심의 대명사인 태준마저 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재에서 걸어 나오며 앓는 소리를 삼켰다. 어제 10살 딸의 응원에 눈이 돌아가 20대 시절의 운동 신경을 강제로 끌어다 쓴 대가는 참혹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여름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거실에 등장했다. 양손에는 유아용 장난감 청진기와 앙증맞은 안마 망치가 들려 있었다. "환자분들! 오늘 '여름이네 안마원' 특별 영업합니다. 어제 나 때문에 아빠들 다 병났잖아. 내가 싹 다 낫게 해 줄게!" 여름이가 소매를 야무지게 걷어붙이고 가장 먼저 강태에게 다가갔다. 조그만 고사리손이 강태의 태평양 같은 어깨를 쪼물딱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10살 아이의 악력이라 시원하기보다는 그저 간질간질한 수준이었지만, 강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과장된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으~! 우리 딸 손이 약손이네! 뭉친 근육이 사르르 녹는다, 녹아!" 다음 차례는 유준이었다. 여름이가 안마 망치로 유준의 종아리를 콩콩 두드리자, 파스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던 유준도 실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수와 태준 역시 아이의 서툰 안마에 기꺼이 등을 내어주며, 근육통 따위는 잊은 채 바보 같은 아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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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할리우드와 쫄보들 — 할로윈 대소동

10월의 마지막 주, 셰어하우스 마당은 아침부터 기괴한 스모그와 스산한 조명으로 가득했다. 여름이가 유치원 동창들과 동네 친구들을 초대해 생애 첫 할로윈 파티를 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딸바보 네 아빠들은 이왕 하는 거 동네에서 제일 멋진 '유령의 집'을 만들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유, 유준아… 이거 모형 퀄리티가 왜 이래? 진짜 피 아니야?!" 강태가 현관에 매달린 실물 크기의 좀비 인형을 보고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평소 벤치프레스 120kg을 거뜬히 드는 근육질 거구인 그는 의외로 귀신이나 벌레라면 질색을 하는 셰어하우스 공식 극강의 쫄보였다. "할리우드 특수분장 팀에서 직수입한 애니매트로닉스입니다. 할로윈은 리얼리티가 생명이죠." 유준이 태블릿 피씨를 조작해 좀비의 눈알에 붉은 불빛이 켜지게 만들며 낄낄거렸다. 주방에서는 이수가 평온한 얼굴로 거대한 늙은 호박들의 속을 파내고 있었다. 섬세한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그의 손길이 몇 번 스치자, 밋밋했던 호박들은 순식간에 정교하고 소름 돋는 악마의 얼굴(잭오랜턴)로 변신했다. 거실 구석에서는 꼼꼼한 성격의 태준이 거미줄 분사기와 스모그 머신의 매뉴얼을 정독하며 완벽한 타이머를 세팅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마녀 모자를 쓴 여름이와 꼬마 손님들이 호박 바구니를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 네 아빠들은 아이들을 놀래켜주기 위해 각자 처녀귀신,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로 분장하고 집안 곳곳에 잠복했다. 하지만 치밀했던 작전은 엉뚱한 곳에서 박살이 났다. "끼아아악!!" 2층 화장실에 숨어 있던 강태가, 볼일을 보러 들어온 처녀귀신 분장의 태준을 거울로 보고 허리가 꺾이도록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온 것이다. 놀란 강태가 우당탕탕 계단을 굴러떨어지며 대기 중이던 유준의 망토를 덮쳤고, 어둠 속에서 호박을 들고 있던 이수마저 도미노처럼 휩쓸려 거실 한가운데로 나자빠졌다. "푸하하하! 아빠들 진짜 웃겨!" 거실 바닥에 한데 엉켜서 바들바들 떠는 건장한 아빠 넷을 보며,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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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대포 카메라와 극성 팬클럽 — 눈물의 학예회

11월 중순, 셰어하우스 거실은 흡사 아이돌 데뷔를 앞둔 대형 기획사의 작전 상황실을 방불케 했다. 다음 주에 열리는 여름이의 초등학교 가을 학예회 때문이었다. "여름이가 맡은 역할이 무려 '토끼 1'이란 말이지. 대사는 세 줄이나 되고." 태준이 강당 도면을 펼쳐놓고 진지하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무대 조명은 45도 각도에서 떨어질 테니, 가장 완벽한 뷰를 확보하려면 객석 정중앙 C열 14, 15, 16번 좌석을 사수해야 한다. 이수, 티켓팅 준비됐나?" "내 광클 속도를 의심하지 마. 동네 피시방 VVIP석을 통째로 빌려놨으니까." 이수가 키보드를 푸는 시늉을 하며 비장하게 답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하게 폭주하고 있는 건 유준과 강태였다. "형들, '찍덕(사진 찍는 팬)'의 기본은 장비죠." 유준이 거실 바닥에 늘어놓은 것은 방송국 스포츠 중계에서나 쓸 법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포 카메라와 짐벌 렌즈들이었다. "이 정도면 100미터 밖에서도 여름이 솜털 개수까지 셀 수 있습니다." 그 옆에서 강태는 거대한 현수막을 쫙 펼치며 자랑스레 외쳤다. "이거 어떠냐! 무려 2000mm x 1200mm 초대형 특수 제작 플래카드다! 구조 잡고 글씨체 고르느라 엄청 고생했다고." 현수막에는 형광 핑크색 배경에 궁서체로 [우주 대스타 토끼 1 박여름! 아빠들이 격하게 아낀다!]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대망의 학예회 당일. 강당 뒷자리에 진을 친 네 남자의 포스는 단연 시선을 강탈했다. 대포 카메라를 든 유준과 태준, 2000mm x 1200mm짜리 초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우뚝 서 있는 근육질의 강태, 그리고 여름이가 마실 유기농 보리차와 수제 간식을 품에 안은 이수까지. 학부모라기보단 극성 사생팬(?)에 가까운 몰골이었다. 마침내 장막이 걷히고, 토끼 귀 머리띠를 쓴 여름이가 무대 위로 콩콩 뛰어올라왔다. "앗, 우리 토끼 왔다! 여름아!!" 강태가 초대형 플래카드를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그 순간, 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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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김치 대첩과 잃어버린 품격

코끝이 찡해지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말. 셰어하우스 마당에는 거대한 빨간 고무대야 세 개가 위풍당당하게 놓여 있었다. 한국인의 핏속에 각인된 거대한 연례행사, 대망의 '김장하는 날'이 밝은 것이다. "배추 100포기가 이렇게 많은 거였냐..." 강태가 산더미처럼 쌓인 절임 배추를 나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옆에서는 인간 탈수기로 빙의한 이수가 엄청난 속도로 무채를 썰어내고 있었고, 태준은 김장 레시피 북을 들고 양념 비율을 감독하고 있었다. "이수야, 새우젓과 멸치액젓의 황금비율은 6대 4다. 고춧가루는 덜 매운 걸로 섞고." "형님은 입으로만 김장하지 마시고 마늘이나 좀 빻으시죠." 이수가 매운 눈을 비비며 핀잔을 줬다. 그때, 다 절여진 배추의 물기를 뺄 빈 통을 찾던 강태가 다용도실에서 튼튼해 보이는 주황색 상자를 하나 들고나왔다. "어이, 유준아. 나 이 낡은 운동화 상자 좀 써도 되냐? 크기가 딱 배추 담기 좋게 생겼네." 마루에서 잠시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던 유준이 고개를 돌리다 기겁하며 맨발로 뛰쳐나왔다. "형! 미쳤어?! 그거 운동화 상자 아니야! 루이비통 가방이야! 한정판으로 구하기 엄청 힘든 M11919 모델 상자라고!!" 강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자를 뒤집어 보았다. "뭐? 이게 가방 상자라고? 크기나 두께나 딱 조던 농구화 사이즈인데? 배추 한 포기 딱 들어가겠구만." "내려놔! 거기 배추 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형 헬스장 보증금 빼도 못 물어내!" 유준이 비명을 지르며 상자를 빼앗아 품에 소중히 안자, 마당에는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빨간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여름이가 까르르 웃으며 다가왔다. "아빠들! 나도 할래! 내가 제일 맛있게 비빌 거야!" 여름이가 고사리손으로 야무지게 배추 잎사귀 사이사이에 빨간 양념을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볼과 코끝에 고춧가루가 묻은 줄도 모르고 열중하는 아이의 모습에, 네 남자의 입가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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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썰매는 없지만 루돌프는 근육질 — 산타 수호 대작전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 12월 중순. 셰어하우스 거실 한가운데에는 유준이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나 볼 법한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워두었다. 반짝이는 전구 아래, 여름이는 정성스럽게 쓴 크리스마스 카드를 트리에 매달아 놓고는 방으로 쏙 들어갔다. 여름이의 방문이 닫히고 집안이 고요해지자, 거실 곳곳에 위장(?)하고 있던 네 남자가 득달같이 트리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수야, 핀셋." 태준이 수술을 앞둔 외과의사처럼 비장하게 손을 내밀었다. 이수가 건넨 핀셋으로 봉투의 접착면을 조심스럽게 뜯어낸 태준이 여름이의 편지를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산타 할아버지! 짝꿍 지훈이가 산타는 다 가짜고 엄마 아빠들이 몰래 선물 놓는 거래요. 저는 안 믿어요! 그러니까 올해는 진짜 오셨다는 증거로 거실에 루돌프 발자국이랑 썰매 종소리를 남겨주세요! 그리고 제 선물은… 우리 아빠들 안 아프게 해주는 건강 팔찌 4개 주세요!] 편지를 다 읽은 순간, 거실에는 일순간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건강 팔찌 4개." 강태가 굵은 팔뚝으로 눈가를 벅벅 문지르며 훌쩍였다. "이 바보 같은 딸내미야, 자기 선물은 안 달라고 하고 아빠들 아프지 말라고… 흑, 산타 이 자식은 뭐 해! 당장 우리 여름이한테 선물 보따리 안 바치고!" "형, 산타가 우리잖아요." 유준이 코를 훌쩍이며 현실을 짚어주었다. 태준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의 눈빛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매섭게 빛났다. "여름이가 원한 건 값비싼 장난감이 아니다. '동심'이지. 지훈이 그 녀석은 저번 발렌타인데이 때부터 자꾸 우리 딸의 세계관에 흙탕물을 튀기는군. 올해 크리스마스 미션은 명확하다. 작전명: 동심 철통 방어. 완벽한 산타와 루돌프의 흔적을 창조한다." 대망의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여름이가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한 네 남자의 은밀하고도 요란한 작전이 시작됐다. "형… 나 진짜 이거 입어야 돼?" 강태가 울상을 지은 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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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판도라의 상자와 꼬리 잡기 — 새해맞이 대청소 대첩

새해가 밝고 맞이한 1월의 첫째 주 주말.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태준이 단호한 목소리로 대청소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목표는 묵은 먼지와 불필요한 짐의 완벽한 박멸이다. 강태는 거실과 베란다, 이수는 주방, 유준은 화장실을 맡는다. 실시." 평소 셰어하우스의 생활비와 가계부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실세 태준의 불호령에, 건장한 세 남자는 찍소리도 못 하고 걸레를 집어 들었다. 여름이도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먼지떨이를 든 채 뽈뽈거리며 아빠들을 도왔다. 사건의 발단은 소파 밑에 쌓인 먼지를 치우던 여름이의 해맑은 외침에서 시작되었다. "어? 아빠들! 소파 쿠션 지퍼 안에 두툼한 돈봉투가 들어있어!" 걸레질을 하던 강태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아, 아니야 여름아! 그거 아빠가 몰래 프리미엄 단백질 보충제 사려고…!" 하지만 이미 봉투는 매의 눈을 한 태준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 태준은 안경을 번뜩이며 선고했다. "공동 구역에 방치된 출처 불명의 자금은 셰어하우스 비상 식비로 귀속한다." 눈앞에서 생때같은 비상금을 뺏긴 강태가 억울함에 몸부림치다, 돌연 이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나만 뺏길 순 없지! 이수 저 자식, 저번에 프라이팬 산다고 생활비 타가 놓고 남은 돈 주방 환풍기 위에 숨기는 거 내가 똑똑히 봤어!" "뭐? 이 배신자 형이 진짜!" 이수가 국자를 집어 던지며 환풍기 위를 사수하려 했지만, 190cm가 넘는 강태가 훌쩍 뛰어올라 꼬깃꼬깃한 5만 원권 뭉치를 찾아내 태준에게 바쳤다. 순식간에 거실은 서로의 비상금을 찾아내기 위한 진흙탕 폭로전으로 변모했다. 이수는 유준이 컴퓨터 본체 케이스 안에 몰래 숨겨둔 최신형 게임기 영수증과 한정판 피규어 구매 내역을 폭로했고, 유준은 억울하다며 강태가 신발장 안쪽 낡은 운동화 속에 숨겨둔 또 다른 현금 뭉치를 찾아냈다. 서로 살벌하게 물고 뜯는 어른들의 유치한 꼬리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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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동네 어린이들을 도발한 어른들의 눈싸움 대첩

밤새 내린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주말 아침. 셰어하우스 마당에는 무릎까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창밖을 확인한 여름이는 신이 나서 오리 모양 눈사람 틀과 썰매를 챙겨 들고 공터로 달려나갔다. "아빠들! 나 지훈이랑 공터에서 눈사람 만들고 올게!" 아이를 따라 나선 네 아빠의 눈앞에 펼쳐진 공터는 이미 동네 초등학생들의 활기찬 고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유치원 시절부터 지훈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온 옆 동네 5학년 상철이 무리가, 여름이와 지훈이가 열심히 쌓아 올린 눈사람 기둥을 살짝 치며 은근슬쩍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 목격되었다. "에이, 이게 무슨 요새야? 보잘것없네. 우리 성은 너네 거 두 배는 되는데!" 지훈이가 입을 삐죽이고 여름이의 눈망울이 시무룩해진 그 순간,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강태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어이, 거기 꼬마들. 감히 누구 요새를 보잘것없다고 하냐?" 190cm에 달하는 근육질의 강태가 눈밭을 헤치고 등장하자, 아이들이 멈칫했다. 이어서 안경을 번뜩이는 태준과, 손에 눈싸움용 장갑을 낀 이수, 그리고 태블릿으로 공터 지형을 스캔 중인 유준이 차례로 진형을 갖추었다. "태준 형, 지형상 저쪽 상철이네 성이 고지대입니다. 하지만 입구 쪽 방어선이 취약해요." 유준이 요새 건설용 한정판 장비 상자를 풀며 말했다. "일단 온열 히터가 내장된 특수 장갑부터 착용하시죠." "좋아. 이수는 여름이와 함께 수비용 눈사람을 최첨단 예술 작품으로 조각하도록. 강태는 눈던지기 탄약을 확보해라. 나는 사격 각도를 계산하겠다." 태준의 비장한 지휘 아래, 셰어하우스의 '어른스러운 폭주'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행동대장 강태가 오리 모양 눈 틀을 양손에 쥐고 초당 3개씩 '눈오리 탄약'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무한 동력 공장처럼 쌓여가는 오리 탄약 더미에 초등학생들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다. 이수는 예술 혼을 불태워, 단순한 눈사람이 아닌 디테일이 살아있는 초대형 '두부와 치즈' 눈조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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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정적 속에 남겨진 거인들 — 아빠들의 분리불안

"다녀오겠습니다!" 여름이가 시골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며 활짝 손을 흔들었다. 긴 방학 중 단 사흘간의 시골 체험이었지만, 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온 셰어하우스의 거실은 마치 몇 년은 방치된 것처럼 차갑고 적막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평소라면 "아빠! 나 오늘 핑크색 양말 어디 있어?"하는 귀여운 비명이 퍼졌을 시간이었다. 이수는 습관처럼 7가지 반찬과 따뜻한 소고기뭇국을 정성스레 차려놓았으나, 정작 식탁에 앉은 사내 넷은 숟가락만 든 채 멍하게 빈 의자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이가 늘 앉던 방석이 놓인 자리였다. "…이수야. 계란말이에 하트 모양 케첩 안 올렸다." 강태가 멍한 눈으로 젓가락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수가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올려봤자 먹을 애가 없잖아." 오후가 되자 네 남자의 '분리불안 증세'는 극에 달했다. 190cm 근육질의 강태는 여름이가 두고 간 앙증맞은 곰 인형을 품에 안은 채 소파에 웅크려 누워 있었다. "여름이가 없으니까 운동할 맛이 안 나… 덤벨이 가벼워서 재미가 없어…" 유준은 노트북 화면 가득 시골 마을 주변의 기상 특보를 띄워놓고 연신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형, 지금 시골에 눈 내려요. 시골길 빙판길 되면 어쩌죠? 당장 민간 헬기라도 띄워서 모셔올까요?" "다들 정신 차려." 태준이 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한 목소리로 메모지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겨울방학 시골 체험은 아이의 자립심에 유익하다. 우리는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잠깐, 내가 방금 작성한 메모가 왜 '여름이 안부 전화 타이밍 분 단위 리스트'지?" 자신도 모르게 10분 간격으로 시골 할머니 댁에 전화할 구실을 적어둔 태준은 스스로의 집착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식탁 한가운데 놓인 스마트폰에서 영상 통화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딩동-! 네 남자는 거실 바닥에 슬라이딩하듯 몸을 날려 화면 앞으로 몰려들었다. 화면 속에는 분홍색 귀마개를 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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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시골집의 야간 습격자와 할머니의 뚝배기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강원도 시골 마을의 정적을 깨트린 것은, 유준이 몰고 온 고급 SUV의 거친 엔진 소리였다. 시계 바늘은 이미 새벽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머니! 저희 왔습니다!" 시골집 대문을 부서질 듯 두드리는 소리에, 자다 깨서 빗자루를 틀어쥐고 나온 할머니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내 넷을 보고 하얗게 질렸다. 번쩍이는 서울 옷차림을 한 거구의 남정네 넷이 렌턴 불빛을 비추며 서 있는 모습은 흡사 강도단 같았다. "아니, 이 한밤중에 웬 장정들이 남의 집 대문을 부술 기세로 찾아와?! 도둑놈들이여 뭐여!"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희예요, 여름이 아빠들!" 태준이 서둘러 안경을 고쳐 쓰며 굽신거렸고, 강태는 품에 안은 대형 곰 인형을 들어 올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정을 들은 할머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껄껄 찼다. "뭐라? 애가 영상 통화로 보고 싶다 한마디 했다고, 이 밤중에 서울에서 세 시간을 달려서 내려왔다고? 에이고, 유별나다 유별나! 세상에 이런 유별난 아빠들이 어디 있다냐!" 할머니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밤길을 달려오느라 고생한 네 남자를 위해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짚이고 큼직한 뚝배기에 시골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냈다. 묵은지와 시골 손두부, 야들야들한 돼지수육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이야… 이 된장 깊은 맛은 진짜 감탄만 나오네요." 셰어하우스의 공식 셰프 이수가 된장찌개 국물을 한 입 삼키며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 강태는 밥 두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내며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네 남자는 여름이가 잠들어 있는 작은 아랫목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황토방 온돌 바닥 위에 190cm가 넘는 강태를 비롯해 건장한 성인 남성 넷이 뒹굴기엔 방이 턱없이 비좁았다. 유준은 "형, 내 다리 치워요!", "아우,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라며 투덜거렸지만, 아무도 거실로 나가지 않았다. 네 남자는 푹 곤히 잠든 여름이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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