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점점 흘러 어느덧 한 시진에 가까워졌지만, 황제가 모습을 드러낼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기다리다 못한 외척 가운데 한 사람이 조심스레 연백리에게 다가와 나직한 목소리로 귀띔했다.“왕야, 폐하께서 이리 기미가 없으시니 조방으로 옮겨 기다리심이 어떠하겠습니까?”연백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담담히 입을 열었다.“어제에 이어 오늘 올라온 상소문을 읽고 고민하시느라 조회에 늦으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기다리시는 것이 좋을 듯하오.”말을 마친 연백리는 자신이 내뱉은 말 그대로 대전에 머무르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각을 기다렸다.경무왕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어느 누가 선뜻 먼저 몸을 뺄 수 있겠는가.결국 다른 대신들도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함께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다만 오래 서 있기 어려운 일부 연로한 대신들만 조용히 조방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골치가 아프겠지. 나 혼자가 아니라 각궁의 외척들까지 상소를 올렸으니 말이야. 어차피 본인이 해결하지도 못할 텐데... 누가 구원병을 자처하며 나타날지 궁금하군그래.’연백리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삼켰다.그 명장면을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끝내 자리를 지킨 채, 미동도 없이 연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한편, 폭풍 전 고요로 가득한 승명전.당연하게도 연각은 조회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어제에 이어 오늘도 밀려드는 상소문이 책상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하나같이 부제 대례를 앞두고 후궁을 들이는 것은 대불효라는 내용뿐이었다.총관태감 서공공은 조심스레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폐하, 아무리 그러하셔도 조회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게 내가 벌인 일도 아닌데, 왜 내가 감당해야 하지? 태후마마를 모셔오거라!”서공공은 입술만 달싹일 뿐 차마 대답을 잇지 못했다.황제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조회를 더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 사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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