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녀갔던 그 소녀가 다시 장락사를 찾아왔다.이번에는 광목이 아닌 명주와 아사 광목이 진열된 곳에서 한참을 서성였다.곱게 짜인 명주와 부드러운 결을 손끝으로 매만져 보면서도, 이따금 설아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몇 번이고 입을 떼려다 말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설아는 그제야 소녀에게 남모를 사정이 있음을 직감했다.손님을 응대하던 일을 마무리한 설아는 조용히 소녀에게 다가갔다.“소저, 찾으시는 옷감이 있나요?”갑작스러운 물음에 소녀는 흠칫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이내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며 혹시 누가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더니, 한참을 망설인 끝에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이런 옷감 말고... 좀 더 고운 옷감은 없을까요?”“어디에 쓰시려는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함께 찾아드릴게요.”하지만 소녀는 금세 입을 다물고 말았다.입술만 몇 번 달싹일 뿐, 끝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설아는 잠시 소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이곳은 손님이 많아 편히 말씀하시기 어려우실 것 같네요.”그녀는 안쪽을 손으로 가리켰다.“잠시 다실로 들어가시겠어요?”소녀는 시녀들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설아는 세 사람을 안쪽 다실로 안내한 뒤, 직접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 소녀의 앞에 놓아주었다.은은한 차향이 방 안을 가득 메우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소녀의 얼굴도 조금씩 풀어지는 듯했다.설아는 마주 앉아 찻잔을 조심스레 밀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는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무슨 사정이 있으신지 차근차근 들려주세요.”소녀는 말없이 찻잔을 감싸 쥔 채 한동안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이윽고 길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어렵게 마음을 다잡은 듯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저는 전 한림원 대학사 심문경의 손녀, 심여은이라 합니다.”소녀가 조심스레 신분을 밝히자, 설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학사 어른의 손녀 따님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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