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피어를 나오고 사흘 뒤, 해인은 외출 준비에 한참이었다. 방금 전 카이엔, 아니 최용훈과의 통화 내용은 이랬다.“오늘 우리 집에서 파티할래?”“응? 무슨 파티?”“좆같은 에로스피어 퇴소 파티.”“풉. 파티까지 할 일은 아니잖아.”“보고 싶기도 하고.”그 말은 곧 자고 싶다는 뜻을 숨기고 있었지만, 해인은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수긍했다. 이틀 동안 심심하기도 했고, 최용훈도 나름 믿을만한 사람이었고.약속 시간에 맞춰 집 앞까지 데리러 온 용훈은 매너 있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도 열어주었다. 차도 꽤 좋아 보였다.“뭐야, 민망하게 왜 이래.”“타. 배고프다.”그렇게 용훈의 집으로 향하는 길, 해인이 곁눈질로 힐끗거리며 물었다.“그동안 뭐 했어?”“나? 그냥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동기들도 만나고. 넌?”“난 그냥 집에만 있었어. 되게 심심하더라.”“아이고, 그랬구나. 연락하지 그랬어.”솔직히 연락을 기다리긴 했는데, 먼저 하기엔 자존심이 상해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다. 굳이 먼저 하지 않아도 언젠가 올 거라 생각했고, 결국엔 왔고. 그럼 된 거지 뭐.생각보다 그의 집은 멀지 않았다. 이십분 이내에 닿을 거리. 그리고, 주차장 입구부터 고급스러운 그런 아파트였다. “경특이 돈이 돼?”“그럴 리가.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사주신 집.”아, 금수저구나? 나름 결혼 생각도 있고? 해인은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그를 따랐다.넓은 대리석 현관을 지나 화이트와 우드톤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거실을 본 순간, 이상하게 최용훈이란 남자가 달라 보였다. 전보다 훨씬 더 단정해 보인달까. 웃기는 노릇이었다. 만난 곳 자체가 에로스피어인데. 심지어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배달음식도 마음에 들었다. 스시는 물론 디저트 아이스크림, 과일까지. “짠할까?”“응. 좋아.”그렇게 두 사람의 잔이 맞닿고, 비로소 에로스피어 퇴소 파티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시나리오, 챕터 이야기로 웃고 떠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주제는 현실로
최신 업데이트 : 2026-05-2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