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Chapter 101 - Chapter 110

125 Chapters

101

* 유약한 껍데기와 잔혹한 결론   대공궁의 내실을 가득 채웠던 칠흑 같은 마기와 황금빛 화염의 잔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박살 난 유리창 너머로 매서운 밤바람이 밀려들어 와 방 안의 피비린내를 씻어내려 했으나, 공기 중에 고착된 초월적인 위압감만큼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사방에 흩어진 은제 장식물들과 부서진 가구 파편들이 조금 전까지 이곳이 지옥과 다름없는 전장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로젤린은 침대 머리맡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의 혈맥이 칼로 난도질당한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토해냈지만, 그녀는 자신의 품에 쓰러진 사내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테오도르는 의식을 잃은 채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언제나 오만하게 빛나던 그의 깊고 짙은 흑발은, 이제 눈이 부실 정도로 고귀하고 투명한 은빛으로 완벽하게 탈색되어 있었다. 반대로 로젤린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그녀 자신의 머리카락은 밤하늘의 심연을 녹여낸 듯한 새까만 흑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두 사람의 영혼과 마나가 동기화된 사슬을 통해 완전히 교차하며 일어난, 기적이자 저주의 흔적이었다.  로젤린은 낯설게 변해버린 자신의 흑발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7년의 전장 속에서도 흔들림 없던 은빛의 긍지가 한순간에 지워졌음에도 기묘하게 슬프지 않았다. 도리어 이 검은 머리칼이 테오도르와 자신을 더 단단하게 옭아맨 끊을 수 없는 낙인처럼 느껴졌다. '이 남자의 본질을 내 안에 새겨 넣은 대가가 이것인가?' 로젤린은 속으로 자문하며 테오도르의 창백한 뺨을 어루만졌다. 뺨에 닿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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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그는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입을 맞추며 끈적한 집착을 과시했다. 그러나 곁에서 마법 진을 분석하던 노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노아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매형, 누님. 지금 두 분이 교감을 나누실 때가 아니에요. 방금 전 매형의 코어 잔재를 정밀 진단했는데, 지극히 잔혹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노아의 진지한 어조에 로젤린과 테오도르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무슨 뜻이지, 처남? 내 코어가 완전히 파괴되기라도 했다는 뜻인가?" 테오도르가 냉혹하게 묻자, 노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라리 완전히 파괴되었다면 나았을 겁니다. 매형의 몸 밖으로 탈출한 그 현신한 용의 인격은, 본래 매형의 가문에 흐르는 혈맥의 저주 그 자체예요. 즉, 매형의 영혼과 그 괴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매형 속의 코어를 정화해 일시적으로 잠재우기는 했으나, 이건 말 그대로 일시적인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노아는 지도를 펼치며 저주의 파동이 남긴 궤적을 짚었다.  "수도 외곽으로 도망친 그 괴물은, 매형과 영혼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매일 밤 매형의 생명력과 마나를 조금씩 빨아들이며 자신의 힘을 회복할 거예요. 괴물의 힘이 전성기에 도달하는 순간, 그 괴물은 자신의 완전한 부활을 위해 원래의 그릇인 매형의 육체나, 혹은 더 순수한 마력을 가진 조카의 몸을 빼앗으러 반드시 대공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노아의 잔혹한 결론에 침소 안의 공기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지금의 평화는 시한부 선고와 다름없었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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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깨어나라, 나의 검들이여. 나를 부정하고 가두려 했던 자들의 핏줄을 끊어내고, 이 대지를 다시 우리의 황금빛 요람으로 만들 시간이다.' 괴물의 강력한 사념이 지맥의 흐름을 타고 제국 전역의 깊은 지하, 버려진 무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는 심연의 계곡으로 무섭게 몰아쳤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은 제국 동부의 거대한 공동묘지인 '통곡의 회랑'이었다. 수백 년 동안 단단한 신성력 사슬에 묶여 잠들어 있던 고대의 사령 군주가, 지맥을 타고 흘러든 용의 마기를 받아들이는 순간 눈을 떴다. 대지를 움켜쥔 거대한 뼈의 손가락들이 무덤을 깨부수고 솟구쳐 올랐다. 이어서 남부의 붉은 화산 지대에서는 불타는 철퇴를 든 거인 장군이, 북부의 얼어붙은 호수 밑바닥에서는 피를 마시는 흡혈 귀족이 차례로 봉인을 깨부수며 포효했다.  과거 대륙의 절반을 파멸로 몰아넣었던 10명의 암흑 장군들이, 현신한 용의 부름에 응하여 동시에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제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강력한 마나의 붕괴 현상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거대한 종말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괴물은 멀리서 들려오는 심복들의 울부짖음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지하 궁전의 벽면을 타고 음산하게 공명했다. --- 같은 시각, 대공궁의 침소는 깊은 침묵과 긴장감에 짓눌려 있었다. 창밖으로는 밤새 내리던 폭풍우가 걷히고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지만, 방 안의 분위기는 여전히 얼음판처럼 차가웠다. 로젤린은 침대 옆에 놓인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거울 속에는 낯선 여인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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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가소로운 괴물 놈이 감히 누구의 땅을 넘보는 거지? 내가 비록 코어의 껍데기만 남았을지라도, 내 가문의 유산을 더럽힌 대가가 무엇인지 그놈의 뼈에 새겨줄 것이다. 제롬, 당장 수도령의 모든 군사를 집결시켜라." 테오도르가 냉혹하게 명령하려 했으나, 로젤린이 그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가로막았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에는 전장의 총사령관다운 명징함과 냉혹함이 서려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무인보다 압도적인 기백을 뿜어내고 있었다.  "테오도르, 지금 당신의 몸으로 군대를 지휘하는 것은 자멸 행위입니다. 노아가 진단했듯, 그 괴물과 당신의 영혼은 여전히 사슬로 연결되어 있어요. 당신이 무리하게 마력을 쥐어짜 낼 때마다, 그 괴물은 역으로 당신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더 빠르게 전성기의 힘을 회복할 것입니다." 로젤린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제롬과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괴물이 10명의 장군들을 소집해 수도를 향해 오고 있다면, 우리는 도망치는 대신 저들의 목을 가차 없이 잘라내야 합니다. 저들이 수도령의 경계선에 도달하기 전에, 제가 직접 흑랑 기사단과 선봉대를 이끌고 나가 저 장군들의 목을 하나씩 베어 제단 위에 바칠 것입니다." 로젤린의 단호하고도 완벽한 결론에 제롬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소드 마스터이자 제국의 총사령관인 그녀가 직접 진두지휘를 맡는다면, 그 어떤 암흑의 군대라 할지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비전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흑랑 기사단은 오늘부로 대공비 마마의 검이 되어, 반역자들의 무리를 단숨에 초토화하겠습니다!" 제롬이 즉시 검을 뽑아 경례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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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달칵,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황실 마법사단장 노아와 부기사단장 제롬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제국 북부령의 정밀 지도가 들려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누님, 매형. 첫 번째 장군이 마침내 북부 방어선 외곽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노아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지도를 탁자 위에 거칠게 펼쳐 보였다. 지도 북쪽 경계선에 불길한 검은 마나 포인트가 선명하게 빛나며 주변의 지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방금 전 북부 마탑의 감시 진이 전송한 데이터에 따르면, 각성한 첫 번째 존재는 과거 용의 군주를 보필하던 사령 군주 카르카스입니다. 수백 년 동안 북부의 얼어붙은 대묘지에 봉인되어 있던 자인데, 현신한 그 괴물의 부름을 받고 깨어나 주변의 모든 시체와 사령을 일으켜 세우며 수도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노아의 설명에 제롬 역시 무릎을 꿇으며 덧붙였다. "정보부의 첩보에 따르면, 카르카스가 이끄는 사령 군대의 규모는 이미 수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군사들로는 저들의 죽지 않는 신체를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북부 방어선을 지키는 영주군들은 이미 공포에 질려 후퇴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사람의 보고가 끝나자, 침소 안의 공기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사령 군주가 이끄는 암흑의 군대가 수도를 향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제국의 존망이 걸린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뜻했다.  테오도르는 침대 위에서 지도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붉은 빛 눈동자에 주체할 수 없는 모멸감과 분노가 피어올랐다. 힘을 잃고 유약한 그릇이 되어 아내의 보호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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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사령 군주의 자랑이던 불사의 군대들은, 로젤린의 정화 마나가 닿는 순간 단 한 번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화와 용의 마기가 융합된 새로운 힘은 사령 마나의 완벽한 상성이자 재앙 그 자체였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수천 명의 선봉대가 전장에서 완벽하게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 이럴 수가! 고작 인간의 검풍이 내 사령 결계를 이토록 손쉽게 찢어발기다니!" 카르카스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뼈의 마차에서 뒤로 물러섰다. 성벽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영주군 군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대공비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전장의 판도가 단숨에 뒤바뀐 순간이었다.  로젤린은 검을 사선으로 내리며 카르카스를 서늘하게 응시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며 전장의 여왕다운 위용을 더했다. "첫 번째 장군이라 하더니, 고작 이 정도 수준인가. 네놈들의 그 하찮은 부활이 내 남편과 아이의 요람을 위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면 참으로 어리석구나."  로젤린은 순식간에 공간을 지워버리듯 카르카스의 눈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녀의 비검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사령 군주의 목덜미를 향해 가차 없이 뻗어 나갔다. 첫 번째 사냥은 대공비의 압도적인 기백과 함께, 그렇게 잔혹하고도 완벽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 영혼의 진혼곡   카르카스가 내뿜는 보랏빛 사령 마나가 허공을 난폭하게 찢어발겼다. 방금 전 로젤린이 가른 검풍에 선봉대 수천 명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음에도, 고대의 사령 군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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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 그건 대공궁의 방어력을 반으로 줄여야 하는 위험한 도박이에요. 만약 수도에 남은 심연의 눈 잔당들이 이곳을 노린다면 조카가 위험해집니다." "내 딸은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킨다. 지금 로젤린의 검이 흔들리면 제국 전체가 무너진다. 당장 지맥을 개방해라."  테오도르의 단호한 지시에 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테오도르는 요람 안의 아기를 바라보았다. 아기의 황금빛 눈동자가 잠시 열리며 아빠를 응시했다. 테오도르는 아기의 작은 손을 잡으며 자신의 체내에 남은 미세한 정화의 기운을 조율했다. 힘은 약해졌을지라도, 아내를 지원하기 위한 그의 집착은 사방의 지맥을 통제하는 정교한 책략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  다시 북부 방어선 전장. 카르카스의 사령 안개가 로젤린의 전신을 감싸 안으며 그녀의 시야를 차단했다. 사방에서 기어 나오는 해골 기사들의 무기가 그녀의 마석 갑옷을 스치며 불꽃을 일으켰다. 로젤린의 체내 마나 회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흑색 마나와 은빛 정화력이 서로를 거부하며 혈맥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이제 끝이다, 대공비여. 네 목을 베어 주군께 바치고, 이 대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카르카스가 로젤린의 머리 위로 대검을 내리찍었다. 피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 로젤린의 발밑으로 거대한 은백색 마법 진이 전개되며 눈부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대공궁에서 테오도르와 노아가 지맥을 통해 송출한 중앙 정화 결계였다. 수도에서부터 뻗어 나온 명징한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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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적막한 침소 안을 부드럽게 울렸다. 그가 아이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잠들어 있던 아기가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테오도르의 각성했을 때의 눈빛을 빼다 박은 찬란한 황금빛 눈동자가 아빠를 향했다. ...엘리시아는 아빠의 은빛 머리칼이 신기한 듯 작은 손을 뻗어 테오도르의 커다란 손가락을 꼭 쥐었다. '응애'하는 작은 옹알이와 함께,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두고 있던 삼중 혈맥 동기화 사슬이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파지직. 침소 중앙에 설치된 결계가 공명하며 눈부신 백금빛 마력 파동이 엘리시아의 작은 손끝에서부터 피어올랐다. 그것은 테오도르의 파괴적인 용의 화염과 로젤린의 서늘한 정화 마나가 아기의 체내에서 가장 완벽한 비율로 융합되어 탄생한, 신비롭고도 초월적인 기적의 유산이었다. 아기의 마나가 동기화된 사슬을 타고 역으로 테오도르의 혈관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 들어왔다. 테오도르는 순간적으로 전신이 불타오르는 듯한 기이한 충격에 숨을 들이켰다. 크윽. 테오도르는 가슴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코어의 유리 껍데기만 남아 있던 그의 단전 내부로 엘리시아의 온화하고도 거대한 마력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평소의 용의 본능이었다면 외부의 마력을 적으로 인지하고 격렬하게 반발했겠지만, 아기의 마나는 테오도르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가장 친밀한 기운이었다. 그의 육체는 아무런 저항 없이 아기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 기운이 혈관을 타고 심장 깊은 곳에 도달하는 순간, 테오도르는 자신의 영혼을 옭아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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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요동   두 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테오도르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듯 로젤린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가 놓아주었다. 그의 거친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밤하늘을 닮은 흑발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은빛에서 흑발로 바뀐 그녀의 머리카락은 생경하면서도 지독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흑발도 제법 잘 어울려, 로젤린.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내 눈에는 그저 아름다울 뿐이지."  테오도르의 목소리에는 이전의 광기 어린 열기 대신, 깊고 진중한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로젤린은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뺨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매서운 전장을 지배하던 여전사의 기백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남편 앞에서만 보여주는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당신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그 백금빛 불꽃은 정말 놀라워요. 당신을 평생 괴롭히던 저주의 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로젤린의 은빛 눈동자가 테오도르의 가슴팍을 향했다. 그곳에서는 방금 전까지 요동치던 백금빛의 신성한 화염이 숨을 죽인 채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가문을 파멸로 이끌던 용의 저주가 이토록 완벽하게 정화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이었다. "우리 딸아이가 준 유산 덕분이지. 나조차도 내 안의 그릇이 이토록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과거의 힘이 파괴와 폭주만을 위한 야수의 본능이었다면, 지금의 불꽃은 내 의지대로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힘이야."  테오도르는 요람 속에서 다시 눈을 감고 새근새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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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수천 년간 가문의 피를 타고 흐르던 숙주의 생명력이 완전히 끊겨버린 충격. 그리고 가장 충직했던 첫 번째 장군 카르카스의 소멸. 두 가지 거대한 타격이 동시에 가슴을 꿰뚫자, 괴물은 이성을 잃은 채 피눈물을 흘리며 포효했다.  키샤아아아아악!  괴물이 내뿜은 암흑의 브레스가 동굴 벽면을 통째로 녹여버렸다. 영혼의 단절로 인해 극심한 허기와 타는 듯한 분노를 느낀 용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녀석의 거대한 꼬리가 대지를 내리칠 때마다 지반이 침하하며 검은 마나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용의 분노가 대지를 가르는군." 괴물의 발치 아래, 어둠 속에서 형형한 안광을 빛내는 거대한 그림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카르카스의 뒤를 이어 제국을 파멸로 몰고 갈, 아직 살아 숨 쉬는 나머지 사령 장군들이었다.  검은 대검을 짚고 선 두 번째 장군이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빈터발트의 사내가 감히 가문의 결속을 끊어내고 우리 장군을 베었다. 주군께서 굶주림에 울부짖고 계시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그늘 속에서 지팡이를 쥔 세 번째 장군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히히히, 제국의 모든 인간을 도륙하여 그 피로 주군의 허기를 채워드려야지요. 북부는 시작일 뿐, 이제 동부와 남부의 지맥을 통해 전 대륙을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 시간입니다."  괴물은 자신을 우러러보는 장군들을 향해 다시 한번 웅장한 포효를 내지르며, 제국을 통째로 집어삼키라는 묵시적인 명령을 내렸다. 잔존한 장군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어둠 속으로 흩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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