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자, 황실 의사당의 대회의장은 삼엄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중앙 귀족들과 의원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 채 회의장 문을 바라보았다. 웰링턴 후작의 성명서 발표 이후, 대공 부처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쿵, 쿵, 쿵. 지면을 울리는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마침내 대회의장의 거대한 황금 문이 열렸다. 검은 갑옷을 입고 황금빛 화염을 은은하게 내뿜는 테오도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품에는 화려한 모피 망토로 온몸을 감싼 로젤린이 안겨 있었다. 테오도르는 수백 명의 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로젤린을 황제보다 더 높은 자리에 마련된 대공비 전용 상석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말해라. 내 아내와 아이의 핏줄을 검증하겠다고 설친 자들이 누구지?" 테오도르의 서늘한 음성이 대회의장 전체를 압착하듯 무겁게 짓눌렀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귀족들을 향해 잔혹하게 빛나자, 의원들은 감히 그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때, 대회의장 중앙의 대기가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공간의 균열 사이로 불길한 보랏빛 안개와 함께 검은 로브를 입은 심연의 눈 잔당들이 들이닥쳤다. 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혼란 속에서, 안개의 중심부로부터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이벨리나가 걸어 나왔다. "테오도르… 마침내 당신을 구원하러 왔어요." 이벨리나는 기괴하게 웃으며 손에 든 검은 마석을 발동시켰다. 파지직. 마석에서 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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