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Chapter 81 - Chapter 90

125 Chapters

81

 "감히 누구의 아이를 논하는 거지? 내 아내와 아이를 모독한 대가가 무엇인지 그 귀족 놈들의 뼈에 새겨줄 것이다. 제롬, 당장 흑랑 기사단을 소집해라. 웰링턴 후작가를 비롯해 그 성명서에 서명한 모든 가문의 저택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테오도르의 분노에 알현실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흔들렸다. 각성한 용의 군주가 내뿜는 위압감 앞에 제롬과 노아는 숨도 쉬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렸다. 로젤린은 차분하게 손을 뻗어 테오도르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녀의 서늘한 정화 마나가 그의 손목을 타고 흐르자, 날뛰던 용의 광기가 간신히 가라앉았다. "테오도르, 진정하십시오. 저들의 비겁한 도발에 무력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저들이 원하는 바입니다. 대공비의 군권을 빼앗기 위해 사교계의 여론을 이용하려는 수작이겠지요. 저들이 제 가문과 아이의 이름을 더럽히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로젤린의 눈빛은 전장의 여신다운 냉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상석에서 천천히 일어나 바닥에 엎드린 제롬을 내려다보았다. "제롬 경, 셰비 백작부인의 알현을 허가하세요. 도망치는 것은 칼리스의 방식이 아닙니다. 저들이 나를 유약한 임산부라 믿고 있다면, 그 오만한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것입니다."  로젤린의 단호한 선언에 테오도르는 결국 혀를 차며 그녀의 허리를 다시 감싸 안았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하지만 내 곁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마라. 그 천박한 자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닿는 것조차 불쾌하니까."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귓볼을 살짝 깨물며 자신의 독점욕을 과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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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그들의 목을 베는 것은 가장 쉬운 일입니다, 테오도르. 하지만 그들이 쌓아 올린 오만한 권력과 명예를 철저하게 짓밟아 무너뜨리는 것이 진정한 복수지요. 당신과 내 아이를 위해, 저는 제국의 가장 완벽한 지배자가 될 것입니다." 로젤린은 그의 흑발을 손가락으로 받아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녀의 고백에 테오도르의 얼굴에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과 맹목적인 연모가 피어올랐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영원한 서약을 다짐했다.  "그래, 당신 뜻대로 해라. 이 제국 전체를 당신과 내 아이를 위한 거대한 요람으로 만들어주지." 창밖으로는 수도 엘라도르의 밤바람이 거세게 불어왔지만, 황금빛 마력 장벽으로 둘러싸인 이 호화로운 요람 안만큼은 지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달콤한 낙원이었다. 귀족들의 음모와 사교계의 폭풍은 테오도르의 오만한 발치 아래 짓밟혔고, 두 사람의 지독한 연정은 다가올 제국의 봄을 향해 더없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웰링턴, 네가 그 어떤 음모를 꾸미든 상관없다. 내 아내와 아이를 건드린 대가는 오직 핏빛 파멸뿐이니까.' 테오도르는 잠든 로젤린의 배를 살며시 쓸어내리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 뒤틀린 신성  대공궁의 침소는 백야처럼 하얗고 고요했다. 창밖으로 불어오는 엘라도르의 칼바람은 두꺼운 마호가니 창틀과 그 위에 겹겹이 쳐진 황금빛 결계에 가로막혀 단 한 자락의 한기도 들여보내지 못했다.방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오직 최고급 정화 마석들이 뿜어내는 은은한 은백색의 빛과,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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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오후가 되자, 황실 의사당의 대회의장은 삼엄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중앙 귀족들과 의원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 채 회의장 문을 바라보았다. 웰링턴 후작의 성명서 발표 이후, 대공 부처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쿵, 쿵, 쿵. 지면을 울리는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마침내 대회의장의 거대한 황금 문이 열렸다.  검은 갑옷을 입고 황금빛 화염을 은은하게 내뿜는 테오도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품에는 화려한 모피 망토로 온몸을 감싼 로젤린이 안겨 있었다. 테오도르는 수백 명의 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로젤린을 황제보다 더 높은 자리에 마련된 대공비 전용 상석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말해라. 내 아내와 아이의 핏줄을 검증하겠다고 설친 자들이 누구지?"  테오도르의 서늘한 음성이 대회의장 전체를 압착하듯 무겁게 짓눌렀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귀족들을 향해 잔혹하게 빛나자, 의원들은 감히 그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때, 대회의장 중앙의 대기가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공간의 균열 사이로 불길한 보랏빛 안개와 함께 검은 로브를 입은 심연의 눈 잔당들이 들이닥쳤다. 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혼란 속에서, 안개의 중심부로부터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이벨리나가 걸어 나왔다. "테오도르… 마침내 당신을 구원하러 왔어요." 이벨리나는 기괴하게 웃으며 손에 든 검은 마석을 발동시켰다.  파지직. 마석에서 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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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입술을 삼키듯 덮쳤다. 혹여나 그녀를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지워내려는 듯, 지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끈적하게 얽혀드는 입맞춤이었다.대회의장에 남아 있던 귀족들과 의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외면했으나, 황금빛 마력으로 둘러싸인 두 사람의 결계 안만큼은 지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달콤한 성역이었다. 귀족파와 타락한 성녀의 첫 번째 음모는 대공 부처의 압도적인 무력과 신뢰 앞에 처참하게 부서졌다. 하지만 웰링턴 후작과 이벨리나가 살아남은 이상, 이어질 핏빛 보복의 서막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로젤린은 남편의 품에 안긴 채, 다가올 폭풍을 향해 소드 마스터의 서늘한 결의를 다졌다.    * 맹목의 서약과 가라앉는 밤   황실 의사당에서 대공궁으로 돌아오는 길은 지독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황금빛 마력 장벽으로 사방을 빈틈없이 둘러싼 대공가의 마차 안은 외부의 비명이나 소란을 단 한 자락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차 내부를 가득 채운 테오도르의 마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무겁고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대공궁에 도착할 때까지 로젤린을 자신의 품에서 단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의 커다란 두 손은 로젤린의 허리와 허벅지를 부서질 듯 움켜쥐고 있었다.그녀를 안은 테오도르의 전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짜 성녀 이벨리나의 마력에 홀려 자신의 반려이자 유일한 구원자인 로젤린에게 검을 겨누었다는 사실이 그를 미치기 일보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대공궁의 가장 깊숙한 침소에 들어서자마자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침대 위에 부드러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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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제롬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으며 보고를 이어갔다. "전하, 대회의장에서의 소동 직후 웰링턴 후작과 이벨리나는 사전에 준비된 고위 공간 이동 마법 진을 통해 수도 외곽의 비밀 은신처로 도주했습니다. 현재 귀족파의 핵심 의원들과 남부 영주들의 잔당들이 그들의 뒤를 받치며, 대공 전하를 폭군으로 몰아세우는 성명서를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습니다.사교계의 여론 역시 대공비 마마의 임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흉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롬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대공궁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듯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테오도르의 손끝에서 황금빛 스파크가 파지직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그의 오만한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잔혹하게 올라갔다. "여론? 명분? 그딴 하찮은 단어들로 내 아내와 아이의 권위를 깎아내릴 수 있을 거라 믿는 모양이군. 제롬, 당장 흑랑 기사단을 소집해라. 그 성명서에 서명한 모든 귀족 가문의 저택을 포위해라. 단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수도의 귀족가 절반을 피로 물들여주지."  테오도르의 자비 없는 명령에 제롬과 노아는 숨을 헐떡였다. 각성한 용의 군주가 내뿜는 살기는 인간의 이성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대로 두면 수도 엘라도르는 정말로 황금빛 화염에 휩싸여 멸망할 터였다. "테오도르, 멈추십시오. 무작정 군대를 움직여 학살을 벌이는 것은 저들이 가장 바라는 그림입니다." 로젤린이 테오도르의 손목을 잡으며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에는 전장의 사령관다운 명징함과 냉혹함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저들이 사교계의 여론과 궁정의 법도를 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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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이 아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로젤린은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속으로 자문했다. 평생을 적들의 목을 베고 전장을 피로 물들이는 사냥개로 살았기에, 생명을 품고 길러내는 어머니라는 자리는 여전히 낯설고 두려웠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끝에는 언제나 깊은 책임감과 알 수 없는 위태로움이 맴돌았다. 달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침대 머리맡의 의자에 앉아 있던 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밤새 단 한 순간도 눈을 붙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의 손에는 대륙 전역의 명의들이 작성한 태교 일기와 임산부 관리 서적이 들려 있었다. 제국 최강의 군주이자 각성한 용의 지배자가 아내의 태교를 위해 밤새 책을 정독하는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지독한 집착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깼나, 로젤린.” 테오도르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침소의 적막을 부드럽게 깨뜨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로젤린이 움직이자마자 가늘게 찢어진 용의 세로 동공을 한 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쫓았다. 그 안에는 아내를 향한 맹목적인 연모와, 혹여나 그녀의 몸이 상할까 안절부절못하는 과보호의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책을 내려놓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로젤린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 그의 넓은 가슴이 등 뒤에 맞닿자마자 기분 좋은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의 손가락이 로젤린의 손목에 새겨진 황금빛 마력 사슬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실체가 없는 빛의 고리였으나, 그것은 로젤린의 맥박과 체온, 작은 마나의 흐름 하나까지 테오도르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확실한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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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대답에 테오도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깊은 입맞춤을 남겼다. 혹여나 그녀의 몸이 상할까 온 신경을 집중해 지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끈적하게 얽혀드는 입맞춤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제국 황실 의사당 앞 광장은 웰링턴 후작이 소집한 수백 명의 귀족과 의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귀족들은 대공의 폭정을 비난하며 대공비의 군권 회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치켜들고 있었다. 광장 중앙의 거대한 분수대 주위로는 불길한 보랏빛 안개가 은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웰링턴 후작은 광장 한구석에서 검은 로브를 쓴 이벨리나와 심연의 눈 잔당들을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성녀여, 대공 부처가 도도하게 대공궁에 숨어 있는 동안 준비는 완벽히 끝났소. 이제 이 의식이 시작되면 수도 전체의 마나가 오염되어 대공은 미쳐 날뛸 것이고, 우리는 제국의 적을 처단할 합법적인 권력을 쥐게 될 것이요.” “염려 마세요, 후작. 테오도르의 용의 심장은 이미 내 타락한 신성력에 상처를 입었어요. 오늘이야말로 그 비천한 여기사 년의 배를 가르고, 테오도르를 내 발치 아래 영원히 무릎 꿇릴 테니까요.”  이벨리나는 기괴하게 웃으며 손에 든 검은 마석을 광장 중앙의 지맥을 향해 내리꽂았다. 순간, 대지가 비명을 지르듯 거칠게 요동치며 광장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보랏빛 마법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진득한 오염의 마기가 공기 중에 퍼져나가자 귀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금이다! 대공의 저주받은 핏줄이 제국을 오염시키고 있다! 모두 대공가를 처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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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식하는 어둠의 잔재  대공궁의 침소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수도 엘라도르를 피로 물들인 숙청의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으나, 황금빛 마력 장벽으로 겹겹이 차단된 실내에는 단 한 자락의 소음도 스며들지 못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오직 최상급 정화 마석들이 내뿜는 서늘하고도 맑은 기운, 그리고 임산부의 마나 안정을 위해 대륙 전역에서 공수해 온 고가의 영약 향기뿐이었다. 로젤린은 실크 침구 위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어둠 속에서도 번득이는 두 개의 붉은 눈동자였다. 테오도르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로젤린이 잠든 몇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황실 의학회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는 태교 일기와 마력 보존 서적이 들려 있었다. 제국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던 용의 지배자가, 아내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밤새 펜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독하리만치 맹목적인 집착의 단면이었다.  "더 누워 있어라, 로젤린." 테오도르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깨뜨렸다. 그가 손을 뻗어 로젤린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은빛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마나가 로젤린의 살결을 타고 흐르며, 아랫배의 미세한 마나 소용돌이를 달콤하게 달래주었다. 로젤린은 자신의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실체가 없는 황금빛 마력 사슬이 여전히 은은하게 빛나며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테오도르가 잠든 순간조차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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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 제 의지가 아니에요! 누님이 직접 오시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테오도르, 노아를 핍박하지 마십시오. 제 몸과 아이의 안위는 제가 가장 잘 압니다. 그리고 이 가짜 성녀가 남긴 마지막 잔재는, 오직 제 정화의 힘으로만 완벽하게 끊어낼 수 있습니다."  로젤린은 테오도르의 품 안에서 가만히 내려와 이벨리나의 격리실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은빛 눈동자는 전장의 사령관다운 냉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젤린은 자신의 손목에 감긴 황금빛 마력 사슬을 가볍게 튕겼다. 파지직. 순간, 로젤린의 손끝에서 시작된 서늘한 정화의 마나가 실체화된 은빛 실의 형상으로 뻗어 나가 이벨리나의 가슴팍을 정확하게 관통했다.이벨리나가 테오도르의 내면에 숨겨두었던 미세한 저주의 연결 고리를 역추적하여 단숨에 찾아낸 것이다.  "크헉! 이, 이럴 수가… 내 심연의 각인이 어째서…!" 이벨리나는 눈을 부릅뜨며 피를 토했다. 그녀가 자부했던 타락한 신성력과 심연의 눈의 마력은, 칼리스 가문의 봉인자의 피를 이어받은 로젤린의 명징한 기운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낙엽처럼 바스러졌다. 완벽한 상성 관계이자 압도적인 무력의 격차였다.  로젤린은 은빛 실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테오도르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저주의 쐐기를 외부로 완전히 끄집어내어 소멸시켰다. 테오도르의 심장을 갉아먹던 기분 나쁜 탁기가 사라지자, 그의 붉은 눈동자가 한층 더 맑고 선명한 선홍빛을 되찾았다. "웰링턴 후작, 그리고 이벨리나. 너희가 사교계와 궁정의 법도를 무기 삼아 내 군권을 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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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우리의 아이가 체내에서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 기록하는 중이다. 황실 의학회의 서적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 임산부의 감정 변화가 마나 회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군. 당신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나는 황궁의 의학회 전체를 이곳으로 끌고 와 무릎 꿇릴 것이다.”  로젤린은 그가 적어 내려간 태교 일기의 내용을 슬쩍 훔쳐보았다. '아이가 정화의 기운을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로젤린의 숨소리가 평소보다 깊었으니, 오늘 아침은 북부의 만년설에서만 자라는 빙하 연어를 가져오라 명하겠다.'라는 터무니없고도 맹목적인 과보호의 문장들이 가득했다.  “빙하 연어라니요. 수도에서 북부령까지 황실 비행선으로도 사흘은 걸리는 거리입니다.” “공간 이동 마법 진을 연이어 폭파하면 반나절이면 충분해. 내 아내와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대륙을 뒤흔들어서라도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내 허락 없이는 이 침대 밖으로 발가락 하나 까딱할 생각도 하지 마라.”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셔츠 깃을 살짝 걷어내고 그녀의 흰 살결 위에 지독한 소유욕을 담아 깊은 입맞춤을 남겼다. 그의 뜨겁고 끈적한 숨결이 피부를 타고 흐르며 기묘한 전율을 선사했다. 아이가 자라날수록 그의 집착은 이성을 초월한 완벽한 사슬이 되어 로젤린을 구속하고 있었다. --- 늦은 오후, 대공궁의 집무실은 흑랑 기사단장 제롬과 황실 마법사단장 노아가 가져온 보고서로 가득 차 있었다.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아예 자신의 넓은 무릎 위에 앉힌 채 상석에 버티고 앉아 있었다. 그의 한쪽 팔은 로젤린의 허리를 단단히 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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