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Chapter 111 - Chapter 120

125 Chapters

111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턱 끝을 조심스럽게 치켜올리며 그녀의 은빛 눈동자를 집요하게 쏘아보았다. "북부에서 사령 군주를 베고 돌아온 뒤로 당신의 단전 속에 내 흑색 마기가 여전히 날뛰고 있을 터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몸으로 그런 거친 힘을 다루게 만들어서, 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는 줄 아는가? 당신이 전장에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전하, 저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고작 그 정도의 마기 충돌로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의 힘이 제 안에 스며들어 이전보다 더 강한 기백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말대꾸하지 마라, 로젤린. 당신이 제아무리 대륙 최강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내 눈에는 그저 한순간에 바스러질 것 같은 유리 인형일 뿐이야.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떤 전장에도 혼자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으며 지독한 구속의 뜻을 드러냈다. 그의 입술이 로젤린의 이마와 뺨을 거쳐 그녀의 목덜미로 느릿하게 내려앉았다. 그의 여린 살결 위에 지독한 낙인을 새기듯, 끈적하고도 깊은 입맞춤이 이어졌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로젤린의 전신에 묘한 전율이 일어났다. 평생을 전장의 선봉에 서서 누구에게도 온전한 보호를 받아본 적 없던 그녀였다. 언제나 타인의 방패가 되어 피비린내 나는 공포를 홀로 버텨내던 자신을, 이토록 철저하고 완벽하게 품 안에 가두고 아끼려는 이 남자의 사랑은 이제 로젤린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로젤린은 그의 은빛 머리칼을 강하게 움켜쥐며 그가 주는 지독한 무게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침소 한구석에 놓인 만년설 요람 안에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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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는 단호하게 선언하며 로젤린의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팍에 거칠게 밀착시켰다. 그의 은빛 머리칼이 로젤린의 새까만 흑발과 얽히며 두 사람의 숨결이 다시 한번 뜨겁게 교차했다. 아내를 전장에서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지워내려는 사내의 지독한 집착이, 이제는 백금빛 화염이라는 완전한 무력을 얻어 광기 어린 형태로 폭발하고 있었다.  로젤린은 그의 단단한 가슴에 기댄 채, 그의 확고한 의지를 읽어내었다. 더 이상 말릴 수 없음을, 그리고 이 남자가 자신을 향해 뿜어내는 구속이 얼마나 달콤하고 거대한 장벽인지 그녀의 영혼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제롬, 노아. 당장 대공가와 황실의 연합 군세를 남부령의 경계선으로 전진시켜라.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출정 준비를 끝마치지 못한다면 가문 전체를 내 화염으로 구워버릴 것이다." "대공 전하, 그리고 비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제롬은 주군의 부활한 압도적인 무력과 자비 없는 위엄 앞에 소름을 돋우며 즉시 검을 뽑아 경례한 뒤 방을 나갔다. 노아 역시 매형의 상상을 초월하는 육아 광기와 아내 집착에 한숨을 내쉬며, 남부 화산 마나를 상쇄시킬 새로운 연동 결계 장치를 정재하기 위해 마탑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방에 둘만 남게 되자, 테오도르는 로젤린을 침대 위로 부드러우면서도 강압적인 힘으로 밀어눕혔다. 그는 그녀의 위에 군림하듯 올라타 두 손으로 로젤린의 뺨을 감싸 쥐었다. 저주로부터 해방되어 맑아진 그의 붉은 빛 눈동자에는 오직 아내를 향한 맹목적인 정염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로젤린. 내 눈을 봐. 당신의 그 검은 머리칼도, 은빛 눈동자도, 내 안에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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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마주 잡으며 나직하게 웃었다.  "전하, 몇 번을 말씀드려야 안심하시겠습니까? 저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고작 며칠 마차를 탔다고 해서 지칠 만큼 유약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이 저를 전장에 혼자 보내지 않고 함께 가겠다고 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당신이 강한 무인이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아내잖아. 가문의 저주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지니, 내가 그동안 당신을 얼마나 숨 막히게 만들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 미안해, 로젤린. 내 불안 때문에 당신을 유리 인형처럼 가두려고만 했어."  테오도르는 미안함이 서린 눈빛으로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7년 동안 전장의 사냥개로 살아가며 누구에게도 온전한 보호를 받아본 적 없던 로젤린이었다. 언제나 타인의 방패가 되어 피비린내 나는 최전선을 홀로 버텨내던 자신을, 이제는 가혹한 구속이 아닌 온전한 동반자로서 아끼고 배려해 주는 이 남자의 변화는 그녀의 가슴 깊은 곳을 잔잔하게 뒤흔들었다. 저주가 사라진 뒤 비로소 마주하게 된 사내의 진짜 심성은 더없이 다정하고 깊은 그늘을 품고 있었다.  로젤린은 고개를 저으며 테오도르의 은빛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받아내었다.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하의 그 집착조차 저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었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엘리시아가 있지 않습니까? 그 아이가 당신을 구원했으니, 우리는 이제 앞만 보고 걸어가면 됩니다." "그래, 우리 딸이 내게 새로운 삶을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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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미소 지으며 그의 손을 더 단단히 맞잡았다. 서로의 머리색을 뒤바꾼 채 완벽한 결속을 다짐한 두 사람의 숨결은, 남부의 뜨거운 화산재가 휘날리는 대지 위로 붉게 타오르는 전장의 불꽃과 함께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 붉은 대지의 균열   제국 남부령의 경계선을 넘어서자 대지의 색은 완전히 달라졌다. 푸르던 초원은 간데없고 용암의 열기에 바짝 말라버린 붉은 황무지와 검은 화산재가 지평선을 가득 메웠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매캐한 유황 냄새가 밀려왔으나, 빈터발트 대공가의 연합 군세는 단 한 걸음도 지체하지 않고 전진했다. 최전선에서는 기사단장 로간이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며 군대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흑랑 기사단의 갑옷 위로 붉은 화산재가 눈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 부기사단장 제롬 역시 보급 마차들과 황실 마탑의 정화 마석들을 일사불란하게 배치하며 후방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첫 번째 장군 카르카스를 격파한 군대에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이 감돌고 있었다. 대군을 이끄는 지휘 마차 내부의 공기는 바깥의 지옥 같은 열풍과 달리 더없이 쾌적하고 나른했다. 마차 사방에 새겨진 정화 마법 진이 유황 가스를 완벽하게 걸러내고 있었고, 은은한 만년설 목재 향이 실내를 채우고 있었다.  로젤린은 마차 창틀에 턱을 괸 채 밖으로 지나가는 용암 계곡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창유리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볼 때마다 기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테오도르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영혼의 낙인처럼 새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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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콰창. 마차의 문이 열리며 부기사단장 제롬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상체를 들이밀었다. "대공 전하, 비전하! 전방의 화산 계곡 내부에서 거대한 마나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두 번째 장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테오도르와 로젤린은 즉시 마차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전방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거대한 용암 계곡의 중심부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 틈새에서 칠흑 같은 오벨리스크와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신형이 솟구쳐 올랐다.  두 번째 장군, 대지를 뒤흔드는 거인 장군 브루투스였다. 그의 온몸은 단단한 화산암과 흐르는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투구 모양의 석재 사이로 번득이는 두 개의 황금빛 안광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짓밟겠다는 듯 흉포하게 빛나고 있었다. 브루투스가 거대한 바위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자, 전장의 대지 전체가 뒤틀리며 수천 개의 균열이 발생했다.  "가소로운 인간의 그릇들이여! 위대하신 주군의 봉인을 거부하고 감히 이 성역까지 발을 디디다니! 오늘 너희 모두를 이 화산재 밑바닥에 매장해주마!" 브루투스의 사나운 포효가 계곡 전체를 압착하듯 울려 퍼지자, 지면을 뚫고 수백 마리의 화산 고렘들과 불타는 정령들이 일제히 솟구쳐 올랐다. 흑랑 기사단의 말들이 공포에 질려 앞다리를 치켜들었고, 숙련된 기사들조차 상상을 초월하는 거인의 위압감 앞에 무기를 쥔 손을 덜덜 떨었다.남부 화산대의 무한한 지맥 열기를 방패 삼아 진형을 갖춘 고대의 괴물은, 정공법으로는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기사단장 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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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는 자신의 몸 위를 달리는 하찮은 인간 무인을 향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석재 피부 틈새로 흐르던 용암이 거대한 촉수의 형상을 취하며 로젤린을 덮쳤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붉은 화염의 그물망은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고스란히 받아내기 어려운 치명적인 궤적이었다.  그 순간, 로젤린의 시야 사방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투명한 백금빛 화염이 장막처럼 펼쳐졌다. 테오도르가 지면에서 쏘아 올린 구원의 불꽃이었다. 백금빛 화염은 로젤린의 몸에는 단 한 줌의 열기도 전하지 않은 채, 그녀를 집어삼키려던 용암 촉수들만을 완벽하게 태워버리며 공기 중으로 소멸시켰다. ‘치익’ 유황 가스가 백금의 온기에 닿아 청량한 공기로 정화되는 기이한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조심해, 로젤린. 거인의 심장부에 일시적으로 지맥의 마나가 집중되고 있어." 테오도르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슬의 공명을 타고 그녀의 뇌리에 선명하게 전해졌다. 예전처럼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며 주변을 온통 피로 물들이려던 광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아내의 걸음을 온전하게 보필하고 그녀가 안전하게 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전방의 모든 위협을 걷어내 주겠다는 다정하고도 단단한 의지만이 화염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로젤린은 그의 지원에 보답하듯 검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당신이 내 뒤를 받쳐주고 있다면, 나는 그 어떤 장벽도 두렵지 않아.' 로젤린은 속으로 다짐하며 거인의 가슴팍을 향해 도약했다. 브루투스의 거대한 흉갑 중앙에는 붉은 용암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마나 중심핵이 박혀 있었다. 남부 대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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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저주에서 해방된다는 것이 이토록 영혼을 명징하게 만드는 것인지, 로젤린은 사내의 품 안에서 새삼 기적을 실감했다.  그때, 기사단장 로간과 부기사단장 제롬이 군사들을 재정비하고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대공 전하, 비전하! 두 번째 장군 브루투스를 완벽하게 소멸시켰습니다! 남부 방어선의 영주군들 역시 전하의 눈부신 활약에 사기를 되찾고 본대의 합류를 요청해 오고 있습니다."  로간이 우렁찬 목소리로 보고하자, 제롬 역시 지도를 펼치며 다음 상황을 설명했다. "정보부의 정찰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번째 장군의 소멸을 감지한 그 괴물이 크게 분노하여 남은 8명의 암흑 장군들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특히 세 번째 장군인 흡혈 귀족 블라드가 이끄는 혈족 군대가, 이 화산 지대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계곡인 '통곡의 골짜기'에 거대한 피의 결계를 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롬의 보고에 지도를 내려다보던 로젤린의 은빛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흡혈 귀족 블라드는 과거 대륙의 생명체들의 피를 말려 죽이던 잔혹한 불사의 괴물이었다. 저들이 피의 결계를 치고 수비 태세를 갖추었다는 것은, 진입하는 군사들의 생명력을 실시간으로 빨아들이겠다는 사악한 계책이었다.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손을 꼭 쥐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군주로서의 냉철한 판단력이 서려 있었다. "피의 결계가 생명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졌다면, 군사들을 무작정 진입시키는 것은 자멸 행위야. 로간, 제롬. 군사들은 이 화산 외곽에 진지를 구축하고 대기하게 하라. 나와 로젤린이 먼저 그 골짜기로 들어가 저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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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골짜기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자, 사방의 암벽들이 일제히 요동치며 거대한 피의 장막이 하늘을 가로막았다. 웰링턴 후작의 잔당들과 결탁했던 세 번째 장군, 흡혈 귀족 블라드가 쳐놓은 고대의 피의 결계였다. 장막 표면을 흐르는 진득한 피의 마나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실시간으로 빨아들이려는 듯 기괴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하하하! 결국 제 발로 이 지옥의 요람까지 걸어 들어왔구나, 오만한 빈터발트의 후예들이여!" 피의 장막 중앙에서 기괴한 안개와 함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벨벳 로브를 걸치고 창백한 피부를 드러낸 자, 그가 바로 세 번째 장군 블라드였다. 그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도드라져 있었고, 두 눈은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갈망하듯 흉포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블라드는 테오도르와 로젤린을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주군을 배신하고 하찮은 정화력에 영혼을 판 대공이 어떤 모습일까 했는데, 고작 가문의 신성한 화염을 잃어버리고 투명한 은발 껍데기가 되었군! 그 유약한 몸으로 내 피의 장막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더냐?"  블라드가 양손을 펼치자, 피의 장막에서 수천 마리의 흡혈 박쥐들과 붉은 피의 창들이 일제히 솟구쳐 올라 테오도르와 로젤린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지면을 통째로 녹여버릴 듯한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골짜기 전체가 적의 사악한 마나에 압착하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로젤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비검을 천천히 뽑아 들며 체내의 회색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정화의 은빛과 용의 흑색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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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알은 괴물의 발치 아래 무릎을 꿇으며 기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주군, 대공 부부의 무력이 저주를 벗어나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해졌습니다. 저들이 남부 화산 지대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지금,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상당한 전력 손실을 야기할 뿐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무력보다 저들의 가장 가냘픈 약점을 찌르는 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괴물이 황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좁히며 벨리알을 내려다보았다.  "약점이라니? 그 오만한 사내와 전장의 여우에게 무슨 약점이 있다는 말인가?" "저들이 목숨보다 아끼는 새로운 생명, 대공궁의 요람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엘리시아가 있습니다. 주군께서 다섯 번째 장군 오르크와 여섯 번째 장군 하겐을 남부 골짜기로 보내 대공 부부의 발을 묶어두시는 동안, 제가 직접 수도로 잠입하겠습니다.황실 마탑의 결계를 부수고 대공궁으로 들어가 그 아이를 완벽하게 납치해 오겠습니다. 아이를 인질로 잡는 순간, 저들은 무기를 버리고 우리의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벨리알의 간교한 계략에 괴물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잔혹하게 올라갔다. "좋다. 벨리알, 네놈의 그 기괴한 변신술로 대공궁을 처참하게 더럽혀라. 오르크와 하겐은 당장 군세를 이끌고 남부의 좁은 길목을 막아서라. 이기지 못하더라도 조급해할 필요 없다. 오직 시간을 끌며 저들의 시선을 남부에 묶어두기만 하면 된다." "주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벨리알이 고개를 들자, 그의 거친 사내의 골격이 마법처럼 흐려지더니 이내 세상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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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은 자신의 비검을 고쳐 잡으며 은빛 눈동자를 매섭게 빛냈다. 밤하늘을 닮은 새까만 흑발이 남부의 열풍에 거칠게 흔들렸다. "전하, 저들의 기운이 이전의 장군들과는 다릅니다. 우리를 죽이려는 살기보다, 철저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고 길목을 가로막으려는 의도가 느껴져요."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그의 투명한 은빛 머리칼이 용암의 붉은 열기 속에서 백금빛으로 아름답게 일렁였다. 저주가 사라진 그의 붉은 빛 눈동자에는 아내를 향한 온전한 다정함과 흔들림 없는 신뢰만이 가득 차 있었다. "당신 말이 맞아, 로젤린. 저들의 진형이 지나치게 수비적이야. 무언가 다른 음모를 꾸미고 우리를 여기에 묶어두려는 게 틀림없어. 하지만 저들이 아무리 단단한 성벽을 쌓을지라도, 내 백금빛 화염으로 저 길목 자체를 통째로 녹여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와 함께 저 장벽을 깨부수자." "당신과 함께라면 그 어떤 장벽도 두렵지 않습니다, 나의 전하."  로젤린이 미소 지으며 그의 손을 더 단단히 맞잡았다. 두 사람의 손목에 감긴 황금빛 마력 사슬이 강렬하게 공명하며 전장의 핏빛 안개를 거칠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결속이 다가올 치열한 사투를 향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남부 대화산 지대의 열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지만, 협곡 입구를 가득 메운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다섯 번째 장군 오르크가 들어 올린 무쇠 방패는 대지의 지맥과 완벽하게 공명하며 거대한 철벽의 결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 주변을 감싼 여섯 번째 장군 하겐의 그림자 마기는 사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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