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뒤끝이 꽤 긴 편입니다. 신의를 저버린 자들과는 다시 거래하지 않습니다. 당장 나가세요. 내 기사들이 당신들을 끌어내기 전에.""부, 부인! 한 번만 기회를…!""경비병!"로젤린의 외침에 제복을 입은 흑랑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상단주들은 질질 끌려 나갔다."후우. 아침부터 피곤하군."로젤린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때, 2층 계단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역시 내 아내야. 장사의 기본을 아는군."테오도르가 가운 차림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느슨하게 묶은 가운 사이로 탄탄한 가슴 근육이 보였다."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십시오. 하인들이 봅니다.""보라고 해. 내 몸 좋은 거 자랑 좀 하게."테오도르는 뻔뻔하게 로젤린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찻잔을 뺏어 들었다."간접 키스입니다.""그래서 마시는 건데."그는 로젤린이 입을 댄 곳에 정확히 입술을 대고 차를 마셨다. 로젤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남자의 능글맞음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었다."그래서, 다음 일정은 뭡니까? 상인들도 쫓아냈고, 연회도 끝났으니 다시 영지로 돌아갑니까?""아니. 아직 할 일이 남았어."테오도르의 눈빛이 진지해졌다."황제가 가만히 있을 리 없어. 분명히 반격을 해올 거야. 우리는 여기서 그 반격을 받아치고, 빈터발트의 입지를 완전히 굳혀야 해.""반격이라…."그때, 집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전하! 비전하! 손님이 오셨습니다.""쫓아내. 상인 놈들이면.""아닙니다. 그게… 신전에서 오셨습니다.""신전?"테오도르의 미간이 좁혀졌다."성녀 이벨리나 님께서 오셨습니다. 황제 폐하의 명으로, 전하의 병을 치료하러 오셨다면서…."성녀. 이벨리나.그 이름을 듣는 순간, 로젤린의 기억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왔다.7년 전. 로젤린이 전장을 누비며 피를 뒤집어쓸 때, 이벨리나는 후방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며 '전장의 천사'라는 칭송을 받았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무엇보다 '여자'다운 그녀는 모든 기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심지어 로젤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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