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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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달빛이 창가를 비추는 가운데,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다. 어젯밤의 상처와 피 냄새는 잊혀진 지 오래였다. 오직 서로의 박동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정말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 로젤린은 눈을 감으며 그의 목을 더 꽉 끌어안았다. *** 다음 날 아침, 빈터발트 성은 어제의 긴장감이 무색하게 평화로웠다. 로젤린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테라스로 나갔다. 맑은 공기와 함께 저 멀리 영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누님! 누님, 여기 계셨어요?" 노아가 다급하게 테라스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어젯밤 황궁에서 가져온 이상한 형태의 금속 장치가 들려 있었다.  "무슨 일이니, 노아? 몸은 좀 괜찮아?" "제 몸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것 좀 보세요. 어젯밤에 황궁 지하 밀실에서 챙겨온 장치인데, 제가 분석해보니 이게 단순한 마도구가 아니었어요." 노아는 장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마력을 주입했다.  위잉. 장치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공중에 복잡한 마법 지도가 나타났다. 그것은 제국의 전도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특정 지점마다 붉은 점들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 붉은 점들이 뭔데?" 로젤린이 묻자 노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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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더니, 이내 차갑고 습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로젤린은 착지함과 동시에 검을 뽑아 전방을 경계했다.  그곳은 탑의 내부라고 하기엔 너무나 광활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사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오직 바닥에 새겨진 마법 회로들만이 은은한 푸른 빛을 내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공간 왜곡인가?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군." 테오도르가 주위를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단순한 왜곡이 아니에요. 이건 누군가의 정신 세계를 물리적으로 구현해 놓은 것에 가까워요. 이 탑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있어요."  노아의 말대로, 발밑의 마법 회로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쿠우웅. 어디선가 거대한 울림이 들려왔다. 바닥이 진동하며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기괴한 눈동자 하나만이 박혀 있었다.  "심연의 종자들이군. 영혼을 빼앗기고 탑의 부속품이 된 자들이야." 테오도르의 손끝에서 황금빛 불꽃이 피어올랐다. "로젤린, 오른쪽은 당신이 맡아." "알겠습니다."  로젤린은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그녀의 몸이 한 줄기 은빛 섬광이 되어 적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챙! 챙그랑!&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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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거의 다 왔어요. 이 문 너머에 가장 거대한 마력 반응이 느껴져요. 그리고… 누님, 조심하세요. 익숙한 기운이 섞여 있어요." "익숙한 기운?" 로젤린은 의아해하며 거대한 문을 밀어젖혔다. 그곳은 탑의 꼭대기, 제단실이었다. 천장은 뚫려 있어 핏빛으로 물든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제단 중앙에는 한 남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폐위된 황제, 알렉산드로 3세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피부는 투명해져 그 안으로 흐르는 검은 마력이 훤히 보였고, 등 뒤에는 기괴한 날개 뼈가 돋아나 있었다. "왔는가, 나의 기사여. 그리고 빈터발트의 괴물이여." 알렉산드로가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공허한 어둠 그 자체였다.  "폐하, 그 흉측한 몰골은 뭡니까? 신이 되겠다더니 괴물이 되기로 하신 겁니까?" 로젤린이 혐오감을 드러내며 물었다. "괴물이라니. 이건 진화다. 죽음과 고통에서 해방된 완벽한 존재지. 이 제국은 이제 나의 영원한 왕국이 될 것이다." 알렉산드로의 손짓 한 번에 제단 주변의 마법진이 활성화되었다.  "로젤린, 저 남자는 이미 이성이 없어. 대화할 가치도 없지." 테오도르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마력이 제단실 전체를 환하게 비췄다. "오늘 여기서 제국의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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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공산의 왕좌와 붉은 새벽  검은 탑이 무너져 내리던 그 밤, 제국의 태양이라 불리던 알렉산드로 3세는 전설 속의 괴물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로젤린의 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을 때, 그가 내뱉은 마지막 숨결은 신의 권능이 아닌 패배자의 비명이자 비릿한 피 냄새뿐이었다.폭발과 함께 먼지로 화해 사라진 황제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으나, 제국 전역을 짓누르던 불길한 마기가 걷히는 순간 사람들은 직감했다. 한 시대의 광기가 드디어 종막을 고했음을.  하지만 승리의 뒷맛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로젤린은 빈터발트 성의 집무실 테라스에 서서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았다. 눈앞에 펼쳐진 영지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수도 엘라도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그 자체였다. 황제는 죽었으나 그가 남긴 거대한 권력의 공백은 주인 없는 먹잇감이 되어 하이에나 같은 귀족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왕좌가 비었다는 것은, 누구나 그 자리를 탐낼 수 있다는 뜻이지.' 로젤린은 허리춤의 검자루를 매만졌다. 알렉산드로를 죽인 것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나, 세상은 이제 그녀를 '황제 살해자' 혹은 '제국의 구원자'라는 극단적인 수식어로 부르고 있었다.  "또 잠을 설치고 있군." 뒤에서 들려오는 낮고 갈라진 목소리에 로젤린은 고개를 돌렸다. 테오도르가 가운 차림으로 문가에 서 있었다. 황제와의 결전에서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탓에 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으나, 붉은 눈동자만큼은 예리한 광채를 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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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백작님께서 돌아가실 때 제게 맡기셨던 것입니다. 가문의 명예가 회복되는 날, 진정한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하셨지요."  그가 내민 낡은 상자 안에는 먼지 묻은 양피지와 기이한 문양의 열쇠가 들어 있었다. 로젤린이 양피지를 펼치자, 그곳에는 칼리스 가문의 충격적인 진실이 적혀 있었다. '우리 칼리스는 황실의 수호자가 아닌, 용의 폭주를 막기 위해 신이 안배한 '봉인자'의 혈통이다. 용의 심장이 깨어날 때, 봉인자의 피만이 그 광기를 잠재우고 진정한 힘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로젤린은 전율했다. 그녀가 테오도르의 발작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수백 년 전부터 맺어진 운명적인 계약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로는 이 사실을 알고 우리 가문을 멸문시키려 했던 건가? 봉인자가 사라지면 용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의문이 풀림과 동시에 분노가 치밀었다. 가문의 몰락은 단순히 황제의 변덕 때문이 아닌, 철저하게 계산된 찬탈의 과정이었다. 로젤린은 열쇠를 꽉 쥐었다. 이 열쇠는 수도 엘라도르 성당 지하에 숨겨진 칼리스 가문의 비밀 창고로 통하는 것이었다. 그곳에 심연의 눈을 무찌를 수 있는 마지막 비책이 잠들어 있을 터였다.   * 봉인자의 숙명  창밖으로 쏟아지는 하얀 눈송이가 빈터발트의 대지 위로 겹겹이 쌓여가고 있었다. 제국의 태양이었던 알렉산드로 3세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수도 엘라도르에서 돌아온 빈터발트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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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테오도르가 침대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노아는 지도를 펼쳐 제국 남동쪽의 해안 도시 '라그나'를 가리켰다. "모든 마력의 흐름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어요. 누군가 알렉산드로의 죽음을 계기로 거대한 마법진을 완성한 것 같아요. 황제는 그저 제물이자 꼭두각시였을 뿐이에요. 진짜 배후인 '심연의 눈'의 수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로젤린은 소름이 돋았다. 검은 탑에서 마주했던 알렉산드로의 기괴한 모습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뜻이었다. 그는 제국을 지배하려던 게 아니라, 더 거대한 악을 불러들이기 위한 문지기에 불과했다. "그들이 노리는 게 대체 뭐야?" "용의 힘이에요. 매형이 가지고 있는 그 근원적인 힘. 황제가 실패한 용의 힘 강탈을 그들은 더 정교한 술법으로 성공시키려 하고 있어요. 지금 라그나 근해에는 정체불명의 안개가 끼고 배들이 실종되고 있대요.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에요." 테오도르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지도를 응시했다. "남쪽으로 도망쳤군.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전하, 이 몸으로 다시 원정을 가시는 건 무리입니다. 마력 회로가 견디지 못할 거예요." 로젤린의 만류에 테오도르는 검 자루를 꽉 쥐었다.  "무리라고 해서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들이 내 힘을 노린다면, 내가 직접 가서 그 탐욕스러운 손을 잘라버려야지. 그리고 로젤린, 당신의 가주 복권 소식에 남부 영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고도 들어왔어. 리카르도 공작이 그들을 선동하며 제국 전체를 전쟁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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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해무와 타오르는 갈증  함대는 거친 파도를 뚫고 남으로, 더 남으로 향했다. 빈터발트의 깃발이 바닷바람에 찢길 듯 펄럭였다. 로젤린은 갑판 위에 서서 짙게 깔린 해무를 응시했다. 보통의 안개가 아니었다. 비릿한 마력의 잔재가 섞인,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를 짓누르는 듯한 불길한 기운이었다. 라그나 근해에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검게 죽어갔고, 수평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신음 같았다. '심연의 눈이 정말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나 보군.'  로젤린은 허리에 찬 검자루를 꽉 쥐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만이 이 비현실적인 공포 속에서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황제 알렉산드로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평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남긴 거대한 균열을 타고 더 깊은 어둠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비전하, 안개가 너무 짙습니다. 시계가 10미터도 확보되지 않아요."  제롬이 다가와 보고했다. 그의 얼굴에도 긴장의 기색이 역력했다. 빈터발트의 기사들은 대륙 최강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적과 마주하는 바다 위에서의 싸움은 그들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일이었다. "속도를 늦추지 마라. 이 안개는 마법적인 환술이다. 우리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로젤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녀는 뒤를 돌아 선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금 이 안개보다 더 위태로운 상태인 테오도르가 있었다. 선실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벽난로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 열기와는 달랐다. 테오도르의 몸에서 뿜어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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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누님! 이 배들을 조종하는 핵이 어딘가에 있어요! 그걸 부수지 않으면 끝이 안 나요!" 노아가 함선 중앙에서 마법 방어막을 유지하며 소리쳤다. 그의 안경 너머로 비치는 눈동자가 바쁘게 적진을 분석하고 있었다.  로젤린은 적진 한가운데서 유난히 거대한 돛을 단 기함 하나를 발견했다. 그 배의 선수상에는 인간의 머리 세 개가 달린 흉측한 조각상이 붙어 있었고, 그곳에서 진득한 보랏빛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건가 보군." 로젤린은 바다 위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로젤린! 위험해!" 테오도르가 외쳤지만, 로젤린은 이미 갑판 난간을 밟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녀는 자신의 발밑에 마나로 발판을 만들어 허공을 딛고 적의 기함을 향해 날아갔다.  슈슉! 날아오는 화살과 촉수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그녀는 기함의 갑판에 내려앉았다. 사방에서 마물들이 달려들었지만, 로젤린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은빛 사자의 포효: 섬멸』!  검을 휘두르자 거대한 검기가 원형으로 퍼져나가며 주변의 적들을 한꺼번에 분쇄했다. 로젤린은 망설임 없이 선수상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때, 선수상 뒤에서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나타났다. 심연의 눈 고위 사제였다.  "후후후… 여기까지 오다니 장하구나, 칼리스의 어린 사자여." 사제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검은 점액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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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선실 문을 열자마자 숨이 막히는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테오도르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억지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의 상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각성한 용의 문양이 가슴팍에서 붉게 타오르며 맥동하고 있었다.  "테오도르, 정신이 드십니까?" 로젤린이 급히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차가운 금속 갑옷이 그의 뜨거운 피부에 닿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테오도르는 신음하며 로젤린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로젤린… 당신…."  그의 목소리는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낮고 거칠었다. 이성이 마력의 폭풍에 휩쓸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로젤린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마치 갈증 난 자가 물을 찾듯 그녀의 향기를 들이켰다. "라그나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저 아래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나를 먹어 치우겠다고, 아니면 내가 그들을 먹어 치워야 한다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세요. 제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 저는 당신의 봉인자입니다." 로젤린은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려 그의 가슴으로 주입했다. 은백색의 기운과 청색의 마나가 섞여 테오도르의 붉은 열기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로젤린의 입술이 그의 귓가에 닿았다. "당신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집니다. 나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당신은 나의 남편이자, 빈터발트의 주군입니다. 고작 이런 어둠에 잡아먹히지 마세요."  로젤린의 간절한 목소리가 테오도르의 혼탁한 정신에 닻을 내렸다. 그는 몸을 떨며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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