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기사에게 미친 대공님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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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로젤린은 성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가 돌아왔는데, 쓰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테오도르는 성문 앞에 이르러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주위에 널린 시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로젤린에게만 직진했다. "로젤린!" 그가 로젤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땀과 피, 그리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섞인 그의 체취가 훅 끼쳐왔다. 평소의 시원한 민트 향은 온데간데없었지만, 로젤린에게는 그 어떤 향수보다 안도감을 주는 냄새였다.  "무사하셨군요." 로젤린이 그의 등에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약속했잖아. 밥 먹으러 온다고."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얼굴을 감싸 쥐고 이리저리 살폈다. "이 피… 다친 거야? 어디 아파?" "제 피 아닙니다. 놈들의 것입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콩 박았다. 그의 피부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전하? 열이 심합니다."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 테오도르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의 붉은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족을 소멸시킬 때 썼던 힘의 반동이 이제야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용의 힘을 개방한 대가는 인간의 육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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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당황했다. 보통의 영애들은 첫 바퀴도 돌기 전에 사전을 떨어뜨리며 울상을 짓기 마련인데, 로젤린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흥, 중심 잡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이번에는 부채를 들고 우아하게 부치며 걸으세요! 부채질 한 번에 여덟 번의 박자가 느껴져야 합니다!" 로젤린은 주머니에서 부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사전을 머리에 얹은 채 부채를 펼쳤다.  파악. 부채가 펼쳐지는 소리가 마치 검이 칼집에서 뽑히는 소리처럼 날카로웠다. 그녀는 정확한 리듬에 맞춰 부채를 움직이며 걸었다. 한 바퀴, 두 바퀴. 교사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이게 아니에요! 너무 살벌하잖아요! 부채는 남자의 마음을 간지럽히듯 부드럽게 흔들어야지, 누가 적의 목을 치라고 했나요?" "제 부채질에 목이 날아갈 정도면 그 남자가 너무 약한 것 아닙니까?" 로젤린의 반문에 백작부인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입 조심하세요! 당신은 지금 빈터발트의 명예를 짊어지고 있는 겁니다! 다음은 대화법입니다. 귀족 사교계에서는 직설적인 화법은 금기입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드레스가 촌스럽다고 비웃으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로젤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그럼 당신의 안목이 촌스러운 것이니 안과에 가보라고 하겠습니다." "틀렸어요! 정말 최악이군요!" 백작부인이 머리를 짚으며 탄식했다. "그럴 때는 '오, 영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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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해주세요." "네? 이건 아직 세공도 안 된 원석입니다만…." "이게 좋습니다. 빈터발트의 얼음 같잖아요." 로젤린은 그 원석을 머리 장식과 목걸이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보석상들은 의아해했지만, 대공비의 명령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한편, 노아는 무도회의 명단을 정리하며 로젤린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누님, 황제가 특별히 지명한 손님들이 있어요. 동부의 카스텔란 후작부인과 서부의 폰테인 자작. 둘 다 황제의 충견들이죠. 무도회 도중 누님에게 시비를 걸거나 음모를 꾸밀 가능성이 커요." "무슨 음모?" "주로 식사 예법이나 춤실력을 트집 잡겠죠. 아니면 누님의 과거를 들먹이며 모욕을 주거나." 노아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성녀 이벨리나예요. 그녀가 이번 무도회에 성수(聖水)를 가져와서 전하의 저주를 정화하겠다고 선언했대요. 만약 그게 성공하면 누님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정화라.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쇼는 가능해요. 가짜 신성력으로 잠시 통증을 멎게 한 뒤, 사람들에게 성녀의 기적을 보여주려 할 거예요."  로젤린은 차갑게 웃었다. "내 남편의 몸에 가짜 약을 쓰겠다고? 용서 못 해." 그녀는 노아에게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겼다.&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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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무도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황제의 하이에나들이 로젤린을 노리고 다가오고 있었고, 이벨리나의 성수 쇼도 준비되어 있었다. 로젤린은 차가운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그녀는 다가오는 카스텔란 후작부인을 향해 우아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어서 오십시오, 후작부인. 제 드레스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아 보이시네요?" 로젤린의 선공에 후작부인이 당황하며 부채를 퍼덕였다. 폭풍의 전야는 지나갔다. 이제 폭풍 속으로 뛰어들 시간이었다.  * 무너지는 성역과 가려진 진실  연회장의 차가운 공기는 로젤린의 은빛 드레스 자락에 닿아 부서졌다. 그녀가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카스텔란 후작부인을 응시하자, 후작부인은 부채를 파르르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대공비, 지금 그 말씀은 우리 동부 가문들이 전장에 나가지 않고 놀기만 했다는 뜻인가요?" 후작부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로젤린은 여유롭게 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놀았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신들이 화려한 티타임을 즐기기 위해 찻잔을 들고 있을 때, 제 부하들은 적의 화살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린 것뿐입니다." '사교계의 문법은 피곤하군. 하지만 적의 기세를 꺾는 원리는 전장과 같다.' 로젤린은 한 발자국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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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황명입니다, 전하! 거역하신다면 반역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후작이 검을 뽑아 들었다. 동시에 연회장 곳곳에 매복해 있던 근위대원들이 무기를 드러냈다. 귀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도망쳤다. 로젤린은 테오도르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눈에 서슬 퍼런 살기가 감돌았다.  "반역? 주인을 지키는 기사에게 반역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군요. 반역은 지금 무고한 대공에게 칼을 겨누는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닥쳐라, 칼리스! 너도 이제 끝이다!" 후작이 명령했다.  "대공비를 제압해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기사들이 일제히 로젤린에게 달려들었다. 로젤린은 허리춤의 은빛 검을 뽑았다.  챙! 순식간에 첫 번째 기사의 검을 쳐내고 그의 명치를 걷어찼다. 그녀의 움직임은 연회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한 줄기 섬광처럼 보였다. "전하, 제 뒤에 계십시오." 로젤린은 춤을 추듯 기사들 사이를 누볐다. 그녀의 검술은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은빛 사자의 포효』. 그녀의 마나가 검날을 타고 흐르며 푸른색 궤적을 남겼다.  "크아악!" 기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그녀에게 일반 기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테오도르였다. 주변의 마나 농도가 짙어지자, 그의 체내에 있던 용의 심장이 다시 거세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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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테오도르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편지 내용을 확인하더니 차갑게 웃었다. "협박이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협박인데."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어깨를 짚었다. "로젤린, 결정해.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할게. 전쟁을 원해? 아니면 잠입?" 로젤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전쟁입니다. 하지만 군대가 아닌, 제가 직접 갑니다." 그녀는 벽에 걸린 제복을 집어 들었다. "황제의 목을 따러 가겠습니다."  * 사자는 왕관을 탐하지 않는다  침묵이 내려앉은 집무실 안, 로젤린은 숫돌에 검을 갈고 있었다. 서걱, 서걱 하는 규칙적인 소리가 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 그녀의 눈은 검신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7년 전, 이 검으로 황제를 지키겠노라 맹세했을 때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비치는 것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반역자가 되기로 결심한 전사의 눈뿐이었다. "전하, 정말 괜찮겠습니까?" 로젤린이 멈추지 않고 검을 갈며 물었다. 방 한쪽에서 지도를 훑어보고 있던 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무엇이 말인가?" "제국의 황제에게 칼을 겨누는 일 말입니다. 빈터발트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을지도 모릅니다. 반역자의 가문이라는 꼬리표는 수백 년을 따라다닐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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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금속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여전히 힘이 좋군, 로젤린. 하지만 기술이 너무 정직해." "정직한 게 아니라 확실한 겁니다!" 로젤린은 검을 비틀어 발렌타인의 대검을 흘려보내고, 곧바로 그의 목덜미를 노려 찔러 들어갔다. 은빛 사자의 발톱. 그녀의 검날에 푸른색 마나가 서리며 공간을 찢어발겼다. 발렌타인은 노련하게 고개를 돌려 피한 뒤, 대검의 손잡이로 로젤린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로젤린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타격을 최소화하고 착지했다. '스승님, 황제가 숨기고 있는 것이 뭡니까?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도박을 하는 거죠?' "폐하께서는 두려워하고 계신다. 빈터발트의 힘과, 네가 가진 잠재력을. 너희 둘이 합쳐지면 황권은 종이조각에 불과하게 될 테니까." '두려움 때문에 충신을 버리고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다니, 정말 멍청한 군주군요.' 전투는 치열해졌다. 로젤린과 발렌타인의 움직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주변의 대리석 기둥이 박살 나고 나무들이 꺾여 나갔다. --- 한편, 별궁 안. 테오도르는 황제 알렉산드로 3세와 마주하고 있었다. 황제는 화려한 보좌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척하고 있었으나, 잔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빈터발트 대공. 예의도 없이 남의 집 안방까지 쳐들어오다니." "인질들을 돌려받으러 왔다. 알렉산드로, 헛수고하지 말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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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세 사람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국의 역사는 오늘부터 새롭게 쓰일 것이었다. 칼과 피로 얼룩진 과거가 아닌, 신뢰와 사랑으로 벼려진 새로운 시대로. 하지만 평화는 잠시였다. 수도 외곽, 황궁의 소란을 지켜보던 검은 로브의 무리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계획대로군. 황제가 제거되었으니, 이제 진짜 주인이 나타날 차례다.' 그들의 서늘한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빈터발트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승리의 잔향과 그림자의 태동  수도로 향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전력 질주하던 마차는 이제 제국의 정식 가도를 당당하게 달리고 있었다. 마차 옆을 호위하는 흑랑 기사들의 갑옷에는 어젯밤의 격전이 남긴 흔적들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고, 그들의 눈빛에는 주군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로젤린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길가에 멈춰 서서 마차를 구경하는 영지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황제가 폐위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전령들에 의해 사방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제국은 이제 큰 혼란에 빠지겠지.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옆자리에 앉은 테오도르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는 어젯밤의 무리한 마력 사용으로 안색이 평소보다 조금 더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 있었다. 로젤린은 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온기에 몸을 기댔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어서요. 황제는 폐위되었지만, 제국의 질서는 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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