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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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어떤 삶을 살고 계신 겁니까? 2

보는 눈이 많다. 지금은 몸을 낮춰야 할 때…​스승의 말을 떠올렸다.겸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구겨져 있으라 하시면, 그리하겠습니다.이에 힘을 주자, 굵은 핏대가 이마에 섰다.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인 세자의 정수리를 한참 쳐다본 후에야 그에게서 한발 물러났다.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그의 행동에 화가 조금은 누그러졌는지 치켜떴던 눈도 제자리로 돌아왔다.“됐습니다. 이만 돌아가세요. 피곤하군요.”중전은 냉랭하게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거슬러 침전으로 향했다.그녀의 발걸음이 보이지 않자 천천히, 그리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웠다.멀어져 가는 중전의 모습에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저하, 동궁전으로 뫼실까요?”내관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겸이 고개를 저었다.“혼자 걷고 싶구나. 나인들과 내관을 모두 물려라.”“하지만 저하...”“연이 함께할 것이다.”겸이 단호하게 말하자 내관은 고개를 숙이고 한 발짝 물러났다.​빠른 걸음으로 후원으로 향했고, 연화가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입궁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세자가 이 궁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세자라는 지위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구중궁권속에서도 그는 피어나지 못한 꽃과 같았다.웃는 일보다는 근심이 많았고, 해야 할 일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많았다.그 단단한 하던 어깨가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 보였다.한참을 걷던 겸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연화가 겸의 등에 부딪힐 뻔했다.“내가 너를 호위무사로 들인 걸 후회할 때가 있는데, 언제인 줄 아느냐?”“송구하옵니다. 저하... 소인이 그러한 마음을 들게 하였다면...”“영도는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다. 그와는 말없이도 통했는데…”아직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셨구나…연화가 옆으로 다가가 고개 숙였다.“소인은 언제든 저하의 말씀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겸은 한참을 침묵하다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하듯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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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어떤 삶을 살고 계신 겁니까? 3

서책을 보던 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지러지고 심란한 마음에 글이 눈에 잘 들지 않았다. “김내관, 서고로 갈 것이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문이 열리고, 김내관과 영도가 그를 따를 채비를 했다. “영도야, 퇴청할 시간이 아니냐?” “소인에게 그런 것은 없습니다.” 듬직한 그 다운 대답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잠을 자야 일을 할 것이 아니냐? 나는 서고로 가 있을 터이니, 연을 만나거든 서고로 오라 전하거라.” 겸의 명에도 곁을 떠나지 않는 영도를 향해, 지금 당장 나서지 않으면 사흘밤낮을 잠도 못 나게 하고, 밥도 안 주고 꼼짝없이 잡아두겠다고 협박을 하자, 그제야 영도는 마지못해 따라나서던 걸음을 멈추었다. 영도가 연화를 기다리며 잠시 동궁전을 서성이니, 연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를 보고 인사를 하는 연화를 보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래. 왔구나.” “왜 나와계십니까?” “네게 전할 말이 있어 기다렸다. 저하께서 지금 서고에 계신다. 나는 퇴청할 터이니 그리로 가보거라.” 짧은 대답 후 인사를 마치고 서둘러 서고로 향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걷자니, 아름다운 동궁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평소와는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다. “킁! 킁!” 이곳에서 나면 안 되는 냄새가 났다. 순간, 불길한 생각에 서고로 뛰기 시작했다. 멀리 서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분주히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불이야! 서고에 불이 났다!” 그 말에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안돼… 저하… 저하!” 연화는 지체 없이 서고로 뛰기 시작했다. 이미 서고 주변에 궁인들이 물을 길어와 뿌리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연화가 김내관을 발견하고는 달려가 물었다. “안에 저하가 계십니까?” “예!” “누가 들어갔습니까?” “저하만 계십니다. 제가 들어가려 했는데, 불길이 갑자기 거세져서… ” 어쩔 줄 몰라하는 내관을 뒤로하고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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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어떤 삶을 살고 계신 겁니까? 4

연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겸이 치료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얕은 정도의 화상만 입었을 뿐 큰 문제는 없다는 어의의 소견에 심장을 쓸어내렸다.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괜찮으니 저 아이를 좀 봐주시게.” 담담한 표정으로 연화를 바라보며, 의원에게 말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연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어의의 강력한 권유에 자리에 앉았다. “어디를 다치셨습니까? “팔을 조금... 참을만 합니다.” 어의가 조심스럽게 소매를 걷어 올리자, 손등부터 팔까지 빨갛게 붓고 군데군데 진물 이 차 있었다. “이런…” 어의가 조심스레 치료를 시작하자 연화는 고통을 참으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많이 심각한가?” “당분간은 꽤 쓰리실 겁니다. 그래도 치료만 꾸준히 하면 크게 문제를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다만?” “흉은 좀… 남을 것 같습니다.” 어의의 말에 겸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 깨끗하며 건강했던 팔이 화상으로 얼룩진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불길을 헤치던 연화의 모습이 떠오르며 화가 났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그녀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을 것이다. ​ 치료를 마친 어의가 물러가자, 누가 듣을세라 영도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방화 같습니다. 불쏘시개로 쓰인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흠… 나도 그리 생각한다.”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겸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방화의 뒤에 떠오르는 한 사람. 만약 그 사람이 연루가 되어 있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그때였다. “주상전하 납시오!” 겸은 그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심드렁한 표정의 왕이 방으로 들어왔다. “세자. 큰 일을 겪었다지?” “송구합니다. 아바마마.” “그래. 많이 다치진 않았고?” “예, 다행히 불이 더 번지기 전에 빠져나왔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왕은 잠시 그를 멀거니 쳐다보고는 어딘가 긴장한 듯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누구도 다음 말을 이어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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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어떤 삶을 살고 계신 겁니까? 5

서고에 불이 난 이후, 겸은 한 번도 그곳에 가지 않았다. 어머님의 숨결이 담긴 애정하는 장소가, 두려움을 상기시키는 장소가 되었다. 이제는 서고를 지나 정자로 가는 것이 자연러워졌다. 그의 곁에는 여전히 연화가 조용히 뒤를 지키고 있다. ​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영도였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그는 겸 앞에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저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겸이 내관에게 눈짓을 하자, 내관은 조용히 물러나며 차와 다과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 세 사람이 정자에 둘러앉았다. “무슨 일이냐?” 심상치 않은 표정의 영도를 보자, 알 수 없는 불안이 몰려왔다. “어제 아버님께서 보내신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영도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내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방 오랑캐들이 국경을 넘어 민가를 침범하는 일이 잦아졌다 합니다.” “오랑캐들은 아직, 명과 전쟁 중이 아니냐?” “예. 허나 그런 와중에도 기회를 노려 조선 국경을 탐색하고 민가를 약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곁에 조용히 서 있던 연화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마도 명 다음은 조선이라 여긴 모양입니다. 미리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겸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아직은 민가를 약탈하는 수준이나, 횟수와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합니다.” “아바마마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예. 넉 달 전부터 보고를 하셨으나, 피해가 미미하다 판단하셨는지 별다른 조치 없이 경비를 강화하라는 명만 내리셨다 합니다.” 겸의 손가락이 다과상 위를 무심히 두드렸다. 그의 시선이 멀어지며 생각이 깊어졌다. “명조가 오랑캐에게 고전 중이라면, 다음은 분명 우리다.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겠구나.” 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바로 결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김내관, 전하께서 지금 어디에 계신지 알아보아라.” “예,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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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입맞춤 1

무너져버린 그의 모습에 연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나약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하지만 허물어진 그의 곁을 단단히 버티기 위해 눈을 뜨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자저하.”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 “일어나세요. 이 나라의 세자는 결코 무릎을 꿇지 않으십니다.”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던 겸은 그 따뜻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멎는 듯한 감각이 겸을 덮쳤다. ‘너는 왜 울고 있지…?’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눈망울은 충직스러운 자신의 호위무사가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빛에 물든 한 낯선 여인이 있었다. 큰 눈동자에 고인 물빛은 맑고도 깊었으며, 약간 그을린 피부는 햇살처럼 따뜻하고 생기 넘쳤다. 작고 고운 콧대, 단정한 턱선, 그리고 말간 볼 아래에 앉은, 붉은 입술 붉고 말캉한 그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이, 겸의 심장을 툭-툭 건드렸다. ‘저런 눈으로… 나를 바라봐준 이가 있었던가?’ ​그녀의 눈빛 하나에, 떨리는 입술 하나에, 감정의 흐름이 변했다. 가슴 안에서 쿵, 하고 또 다른 울림이 시작됐다. 숨결까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 한 사람의 ‘여인’이 있다. 겸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불쑥 다가오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녀의 향이 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질였다. 겸은 얼마동안 넋을 놓고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말이라도 하면 모든 감정이 흘러넘쳐버릴 것만 같았다. “저하.” 연화가 다시 불렀다. 그 목소리에 정신이 깨어났지만,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잊고 있었구나… 네가 여인이란 사실을..’ 이 말도 안 되는, 품어서는 안 되는 감정을 외면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각성해 버린 자신의 감정을 어찌 다루어야 할지 알 방도가 없었다. ​ 그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이 연화를 당황하게 했나 보다. 자신을 물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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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입맞춤 2

그에게서 느껴지는 체온과 온기에 얼어붙었던 몸이 점차 녹아들었다. 경계를 푼 그녀가 그의 품 안으로 천천히 몸을 내맡기었다. ​경직되었던 몸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낀 그가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숨결이 그의 입술에 닿자, 겸은 그녀의 입술을 벌렸다. 숨을 고르며 더 농도 깊은 입맞춤을 이어갔다. 이번엔 망설임이 없었다. 부드럽던 입맞춤은 점차 깊이를 더했다. 숨결은 가빠지고, 가슴은 요동쳤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고, 서로의 체온이 뒤섞이며 모든 이성이 흐려졌다. 입술 끝에서부터 온몸으로 전해지는 전율. 연화는 더는 자신을 말릴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저하를 향한 마음의 연장이라 믿고 싶었다. 그들은 얼마인지 모를 시간 동안, 서로를 잊고 오롯이 감각에만 집중했다. 입술이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천천히 서로의 숨결이 섞였다. 눈을 감은 연화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입술 위에서 시작된 떨림은 어느새 목덜미, 어깨, 허리까지 퍼졌다.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조여왔다. 그녀의 입술 안에서 그는 천천히, 조심스레, 그러나 더 깊숙이 그녀 안으로 스며들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은 채, 숨결이 교차했다. 숨을 마시는 것인지, 내쉬는 것인지도 모를 만큼 그들의 입맞춤은 점점 농도 짙어지고 있었다. 입술 끝에서 혀끝이 닿았을 때, 연화는 손끝까지 전해지는 간지러움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겸은 그녀의 반응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그녀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연화의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이 휘청이자, 그녀를 품 안으로 더욱 깊이 끌어당겼다. 그들의 입술이 다시 엇물렸다. 이번엔 더 깊고, 더 탐욕스럽게. 젖은 숨결이 서로의 뺨을 적셨고, 뺨과 뺨이 스칠 때마다 속삭임처럼 낮은 숨소리가 숲을 채웠다. 그들의 본능은 익숙한 듯 움직였다. 심장소리는 귓가를 때렸고, 서로의 온기에 취해 정신이 아득해졌다.​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피가 한 곳으로 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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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연심 부정기 1

“예? 입술이요?”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으로 입을 만져보니, 입술이 꽤나 부어올라 있었다.그제야 연화는 입술에 감각이 돌아온 걸 느꼈다. 얼얼하고, 따끔거렸다.“아…이것은... 아! 맞다! 아까 숲에서 넘어졌는데, 나뭇가지에 긁혔지 뭡니까. 그때 부었나 봅니다.”말도 안 되는 변명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뭔 소리를 하는 거냐!! 이 바보야!’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슬쩍 영도를 보았지만, 영도는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그저, 그녀의 행동을 보고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그래. 조심 좀 하지. 숲이 얼마나 위험한데.”오늘따라 유독 발그레한 그녀의 얼굴과, 도톰한 입술이 더 눈에 밟혔다.그녀를 보고 불끈 달아오르는 피를 식히려, 얼른 뒤를 돌아 제갈길을 갔다.​​겸은 이미 말에 올라타 떠날 준비를 마친 듯했다.그가 출발하자, 내관과 나인들이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을 보고서야 영도와 연화도 말에 올랐다.앞서가던 겸이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연화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거리를 유지하며 오고 있었다.그러나 그 눈빛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그만이 느낄 수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잠시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연화는 앞서가는 겸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바람이 스치듯 옷자락을 흔들고,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불씨 하나가 다시금 타오르고 있었다.‘… 잊지 못할 거야.’그녀의 눈동자에, 아직도 그의 열기가 담겨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되돌릴 수 없는 짓을 저질렀으니, 이를 어찌한다...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찌 행동해야 하며, 어찌 그를 대해야 할까?그리고 그는… 자신을 어떻게 대할까?한낱 욕정에 이끌린 행동이었다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나?그러한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서글픔이 밀려왔지만, 받아들여야 했다.그의 옆을 지키는 것 만이 자신의 의무라는 것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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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연심 부정기 2

세자빈을 떠올렸던 그 마음의 자리를, 요즘 들어 자꾸만 연화가 차지하고 있었다.​연화와 함께했던 그날.. 그리고… 그날의 입맞춤.​그는 자꾸만 그 장면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세자빈을 아꼈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혼란스러웠다.​'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신하는 향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언제부터였을까? 너무나도 조금씩 천천히 스며들어 확신할 순 없다.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입맞춤 이후 겸은 말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서책을 펼치고 있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말을 달려도 가슴 한가운데 알 수 없는 파동이 일었다.​연화를 보면 말이 꼬이고, 차마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어쩐지 연화도 자신을 피하는 것만 같은 느낌에 애가 타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고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내관과 나인들이 항상 함께하니 더더욱 조심해야 했고, 오히려 그 틈을 핑계 삼아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듯 보였다.보는 눈이 많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 것인데, 알면서도 자신에게 자꾸 멀어지려는 그녀를 보면 서운한 감정이 올라온다.​하지만 연화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묵묵히, 말없이, 언제나처럼.겸의 마음에, 그 존재가 점점 더 뚜렷하게 가슴에 새겨지고 있다.​한편 연화 역시 그날 이후 마음이 복잡했다.처음엔 그저 순간의 감정, 혹은 겸의 충동이라 여겼다.​하지만... 그가 이마에 남긴 그 가만한 입맞춤은 달랐다.감싸 안는 팔의 온기와, 바라보는 눈동자의 깊은 정은 감히 욕정이라 치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설마... 진심이셨을까? 설마, 나를... 여인으로 보고 계셨던 걸까...?'자신을 호위무사로서만 대했던 그가, 그날만큼은 너무도 다른 남자였다.그 생각이 들자, 연화의 가슴이 자꾸만 요동쳤다.그러나 이내 스스로를 다잡았다.'아니야. 내가 할 일은 분명하다. 나는 저하의 호위무사.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어.'그들이 복잡하고 미묘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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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세자빈 책봉 1

어지러운 마음에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세자빈책봉은 내명부의 권한이며, 중전의 책임이다.그녀를 말릴 명분이 없어, 그는 마지못해 대답했다.“예. 마마.”“고맙습니다. 내 해산일이 두 달 남짓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서둘러야겠군요.”“예, 중전마마.”겸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중전이 그를 불러 세웠다.“세자, 잠시만요.”“예, 중전마마.”“세자는 언제까지 나를 중전마마라 부를 작정입니까?”“송구합니다. 마마. 미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였습니다.”“설마 나를 무시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내가 나이는 어리나, 왕실의 어른이며 세자의 어미이지 않습니까? 매번 ‘중전마마’라 부르니 이 어미가 좀 섭섭하더군요.”틀린 말은 아니니,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소자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마마마.”그제야 중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얼마나 듣기 좋습니까. 자식은 부모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겸은 무거운 걸음으로 중궁전을 나섰다.‘하… 또 기분이 엉망이 되었어. 그나저나 세자빈이라…’겸은 중전의 말을 곱씹으며 한 걸음 뒤에 있는 연화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마음 한구석이 괜스레 무거워졌다.연화를 세자빈으로 들일 수는 없었다. 아니, 그럴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이겸,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명부 일에 감히 세자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신분의 벽은 높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겸은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며 냉정하게 현실을 되새겼다.​연화도 마찬가지였다.감히 넘볼 자리가 아님을, 그 자리에 설 수 없음도 안다.그녀는 그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오히려 지금처럼 겸의 곁에서 조용히 그의 호위를 맡고 있는 이 삶에 만족하고 싶었다.그런데도 순간, 겸 곁에 다른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마음이 아렸다.​중궁전을 나선 겸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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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세자빈 책봉 2

올 것이 왔구나.이것이 세자빈간택인가 싶게, 모든 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그 과정에서 겸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절차는 생략되었다.그러나 겸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그리하여 나온 그 결론이 과연 무엇 일지 궁금했다.“그래? 언제로 정해졌느냐?”“보름 후로 예정되었사옵니다.”‘보름… 보름이라…’쓴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아무도 눈치를 채지는 못했다.겸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김내관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허나, 저하. 지금 중전마마께서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해산 준비에 들어가셨습니다.”“진통? 예정일까지 아직 며칠이나 남지 않았느냐?”“예, 어의께서 말씀하시길, 세자빈 간택 준비로 무리를 하셨던 듯하다고 합니다.”겸은 짧게 숨을 삼켰다. 핑계도 좋구나.“그래도 큰 탈은 없겠지?”“예, 저하. 예정일 전후 열흘 정도는 정상 범주라 하였사옵니다. 초산이 아니시니 늦어도 반나절이면 왕자님인지 공주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김내관이 그의 눈치를 살피다 덧붙였다.“헌데 중전마마께서 해산을 하시게 되면, 세자빈 입궁은 자연히 미루어질 듯합니다.”“음...”이것도 의도된 것일까? 철저히 세자를 무시했고, 입궁 전인 세자빈조차 뒷전으로 밀린 것은?그 생각도 잠시, 겸의 머릿속에는 중전의 해산으로 가득 찼다.만약 중전이 왕자를 낳는다면, 그 이후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지금까지 자신을 향해했던 그 칼날들이 움직여, 자신을 해하는 것은 아닐지…확실한 것은 더 큰 시련이 다가오리라는 것이다.그때 연화가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저하, 차라도 준비하라 할까요?”“아니다. 바람이나 쐬자.”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후원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중궁전 근처는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갔고, 긴장감이 감돌았다.겸은 걷고, 연화가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연아, 둘만 있는 건 오랜만이지 않느냐?”“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하.”“그래? 나는 왜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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