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조금 낯설어서... 그럼 다음에 뵙지요.” 영도는 상기된 표정이 들킬까 두려워, 서둘러 대문을 열고 성큼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제가 배웅을…” 연화가 서둘러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따라나섰지만, 영도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화는 자꾸만 치솟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웃고 있는 연화를 향해 막둥어멈이 다가와 물었다. “뭐가 그리 즐거워요? 입이 귀에 걸려 있네요?” “어멈, 어멈. 나... 곧 아버님 품을 떠나게 될지도 몰라.” “아까 그 잘생긴 나리랑 드디어 혼례라도 하시려는 거예요?” “아니, 아니. 혼례는 아니고… 더 고귀하신 분과…” “다른 분이요?” “아… 아니… 아무튼, 잘되면 그때 말해줄게. 히!” 언제 봐도 기분 좋아지는 연화의 미소를 보고 막둥어멈은 더 묻지 않았다. 연화가 저리도 즐거워하는데, 그것이면 족하지!닷새 후,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푹 자야 최상의 몸상태로 대련을 치를 텐데... 도저히 설레는 마음에 잠이 쉬이 들지 않았다. 겨우 느지막이 잠이 들었지만, 얼마 안 가 다시 눈이 떠졌다. 밖을 보니 아직 닭도 울지 않은 짙은 새벽이었다. 연화는 잠을 청하기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입궁 준비를 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단정하게 소세를 한 후 환복까지 마쳤지만 아직도 아침은 오지 않았다. 홍양도 이른 아침 눈이 떠니긴 마찬가지였다. 멀찍이 그녀를 지켜보다, 이내 묵직한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벌써 채비를 마친 것이냐?" 홍양을 발견한 연화의 얼굴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에 한숨은 깊어졌다. “연화야… 아비와 한 약속, 잊지는 않았겠지?” “그럼요. 걱정 마셔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소녀가 이기지 못한다면, 아버님 뜻을 따에 것입니다." “그래. 부디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거라.” 마침, 동궁전의 내관이 도착했고, 연화는 큰 절을 올린 후 경쾌한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처음 밟는 궁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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