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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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결전의 날 2

일제히 공격해 오는 조선의 군대에 궁지에 몰린 오랑캐들은 필사의 힘을 다해 저항했다. 하지만 조선 군대의 총공격에 오랑캐들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하나 둘, 쓰러져 갔다. 일부는 두만강을 향해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그들은 뛰어가다 죽고, 차가운 물에 빠져 얼어 죽어갔다.​ 사방에 죽음이 도사린 아비규환 속에서 칼을 내려놓고 목숨을 구걸하는 오랑캐들이 속속 나왔다. 병사들은 약속한 대로, 항복을 위해 무릎 꿇은 자들을 제외하고는 가차 없이 목을 쳐내었다. 전쟁은 그렇게 끝이 보이고 있었다. ​ ​ 척- 끝까지 쳐든 손 끝에 적장의 목이 들려 있었다. 뚝뚝- 흐르는 피가 그의 팔을 타고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적들에게 그 모습은 마치 전쟁의 귀신과도 같은 섬뜩한 모습이었다. 조선의 병사들이 일제히 겸을 중심으로 대열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겸은 말을 다독여 대열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돌며,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그의 병사들을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 제자리로 돌아온 겸이 적장의 목을 다시 높이 쳐들었다. 전쟁의 막이 내렸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이 순간을 환호했다. ​ 병사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전투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목숨을 잃은 아군의 수는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사망한 병사와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주둔지로 먼저 출발했다. 그 사이 승전 소식을 들은 백성들이 전투지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백성들과 병사들은 뒷정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항복한 오랑캐들은 한데 묶어 무릎 꿇렸다. “저하, 생각보다 포로의 수가 많습니다.” 포로들을 물끄러미 보던 겸이 연화를 보며 말했다. “홍연 장군이 알아서 처리하라.” 자리를 떠난 겸의 자리에 연화가 섰다. 천천히 포로들을 둘러보던 연화가 칼을 빼들어 한 놈의 머리를 가차 없이 베었다. 그 모습에 포로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약조하지 않았어! 항복하면 살려주겠다고!” “뭐라는 거야?” 연화는 자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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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승전의 기쁨

연화는 괜스레 볼이 발그레졌다. ‘온천이면…’ 야릇한 상상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발을 애꿎은 땅에 비벼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간절히 목욕이 하고 싶었다. 개운하게 물로 씻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따끈한 물에 몸을 녹이고 흙과 땀을 씻어내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화가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겸이 연화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가자!” ​ 온천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주변은 나무와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온천이 있는지도 모를 만큼 작은 규모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따뜻한 수증기가 시야를 가렸다. 산중이라 더 추웠지만, 따뜻한 온천물을 보니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연화는 겸을 슬쩍 쳐다봤다. 겸은 연화를 보며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하… 어찌 들어갈까요?” “어찌 들어가다니? 벗고 들어가야지? 옷이 젖은 채로 돌아가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고뿔에 걸리면 어쩌려고.” 둘 다 온몸이 젖은 채로 돌아가면 분명 다들 이상하게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온몸을 비틀며 그의 눈을 피하는 연화를 보고는 겸이 먼저 제안했다. “내 뒤돌아 있을 테니 먼저 들어가거라.” “허나… 달이 무척 밝습니다.” “그러니 돌아 있겠다 하지 않느냐? 어서. 나도 빨리 뜨끈한 물에 몸을 녹이고 싶구나.” 연화는 뒤돌아 선 겸의 눈치를 보며 빠르게 옷을 벗어 바위 위에 걸쳐 놓고 물속으로 퐁당- 들어갔다. 물은 생각보다 뜨거웠지만 우물쭈물 댈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뜨거운 것을 참아내며 물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하!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수증기에 가린 그의 인영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연화는 눈 둘 곳을 몰라 고개를 돌렸다. 겸은 그런 연화를 보고 실소를 터뜨렸다. “왜... 왜 웃으십니까? 그리고, 어찌 그리 막... 아무렇지 않게 막... 벗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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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한양으로

편전에 왕과 대신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오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왕은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왕좌에 앉아 있었다.​무거운 머리와 조여 오는 숨통에 대신들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그때 병조판서가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주상전하, 방금 전갈이 도착했사옵니다.”“그래, 말해 보라.”“세자저하께서 오랑캐를 섬멸하고 국토를 수복하신 후, 지금 한양으로 향하고 계시다 하옵니다.”​왕은 아픈 것도 잊을 채 허리를 펴고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세자가 지금 한양으로 오고 있다?”“예, 전하. 전쟁에서 승리하시고 당당히 한양으로 오고 계십니다. 드디어 전쟁이 끝났습니다, 전하. 경하드리옵니다.”여기저기서 대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병조판서는 세자의 활약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종종 전해 오는 전갈에는 세자의 활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 생각했던 세자가 점차 국토를 점차 수복하자, 병조판서는 적극적으로 그를 지원하고자 했었다.하지만 왕과 대신들은 마치 남의 나라 일인 양, 전쟁을 지원하는 일에 소극적이었고 매번 딴지를 걸기 일쑤였다.지들이 배 따시게 누워 있는 것이 누구 덕인지 알고?염치없는 인간들에 진저리가 났지만, 자신에게는 힘도 용기도 없었다.마지막에 병사와 군수품을 요청해 왔을 때에도 목소리를 높여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지만,번번이 묵살당하기 일쑤였다.저놈들은 나라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득실을 먼저 따졌다.​이런 상황에서도 세자는 제 몫 이상의 일을 해내더니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그런데 왕과 저 대신들은 누구 하나 마음껏 기뻐하거나 칭찬하는 이가 없었다.“전하, 백성들에게 전쟁의 승리를 알려 조선과 주상전하의 위엄을 다시 한번 널리 알리심이 맞을 줄 압니다.”왕의 안색은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되었다. 괜히 백성들에게 혼란만 안겨 줄 것이다. 그래서 한양에는 언제 당도한다고 하더냐?”“아마도 빠르면 나흘 후나, 늦어도 닷새 후에는 당도하실 것입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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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상위 복(上位㚆)

겸과 일행은 쉼 없이 달린 끝에 하루 만에 한양에 당도했다.궐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리 무겁고 분주했다.겸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제 본분도 잊은 채 왕의 침전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그의 머릿속에 제 아비의 멀어져 가는 영을 붙잡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겸은 왕을 원망한 적은 있어도, 단 한 번도 미워하거나 그가 자신의 곁을 떠나길 바라진 않았다.그는 가장 가까운 뿌리였고, 유일한 혈육이자 그의 주군이었다.​​왕의 침전 가까이에 이르자, 대신과 관료들이 무릎 꿇고 흐느끼고 있었다.겸의 기척을 느낀 이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겸은 그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쳤다​그를 발견한 상선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주상전하, 중전마마, 세자저하 드시옵니다!”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문이 열리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왕의 모습이 보였고,그 옆에서 절규하며 눈물을 흘리는 왕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자식이 전쟁에서 돌아온 줄도 모르고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앞에 겸은 무릎을 꿇었다.겸을 발견한 중전이 그의 옷깃을 붙잡고 날카롭게 외쳤다.“다 네놈 때문이다! 네놈 때문에 전하께서 쓰러지신 게야!”겸은 당치도 않는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대신 어의를 향해 물었다.“어찌 된 일인가? 아바마마께서 왜 일어나지 못하시는 것인가?”“갑자기 쓰러지신 이후 깨어나질 못하고 계십니다. 그 전날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으셨기에, 소인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내가 알지!”눈물범벅이 된 중전이 다시 언성을 높였다.그녀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애처롭기까지 했다.“세자 때문이다! 세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셨으니, 세자 때문이 아니면 누구 때문이란 말인가!”그 말에 참을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었다.'전쟁을 끝내고 살아 돌아온 내게 어떤 잘못이 있단 말인가?'그런데 그때, 왕이 신음 소리를 내며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였다.“전하! 전하, 정신이 드십니까? 신첩이옵니다!”“으… 겸… 겸이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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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왕위 쟁탈전 1

겸은 3일 밤낮을 차가운 왕의 시신 곁에서 지켰다.그가 그동안 먹은 것은 물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한 모금 이상을 넘기지 못했다.연화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저하, 이러다 저하께서 병이 나십니다. 미음이라도 한술 드시고 잠도 주무셔야 합니다.”“아바마마 생전에 늘 마음에 들지 않는 불효자였지 않느냐. 살아서 효도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곁을 지키고 싶구나.”“곁을 지키시려면, 저하께서 먼저 강녕하셔야 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잠시 눈이라도 붙이시지요.”김내관도 곁에서 거들었다.“예, 저하. 벌써 반쪽이 되셨습니다. 이러다 큰일 나십니다. 동궁전으로 가셔서 잠시라도 쉬십시오.”그들의 간청에 겸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동궁전으로 향하는 내내, 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아바마마께서 마지막으로 내게 하시고자 했던 말씀이 무엇일까?’왕의 마지막 눈빛과 간절함이 자꾸 떠올랐다.혹시, 왕자와 중전을 지켜달라는 부탁이었을까.아니면… 자신에게 성군이 되어달라는 간곡한 당부였을까.후자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그렇지 않다면, 마지막까지 왕은 끝까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오랜만에 자리에 누운 겸은 깊은 잠에 빠졌다.육신은 이미 지쳐 있었고, 살기 위해 스스로를 휴식 속에 몸을 내던졌다.그 깊은 꿈 속에서, 왕이 나타났다.왕은 무어라 말하고자 다가왔다가도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겸은 그 뒤를 필사적으로 쫓았다.「아바마마… 무슨 말씀을 하시려던 겁니까… 소자가 어찌하길 바라신 겁니까… 뭐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아바마마…」​식은땀을 흘리며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겸을, 연화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끊임없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주며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때, 김내관이 급히 방으로 뛰어들었다.“홍연 대장!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십니까?”“무장을 한 병사들이 동궁전을 에워싸고 있습니다!”그 말에 연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때 마침 영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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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왕위 쟁탈전 2

연화는 그저 말없이 부인의 뒤를 따랐다.제 아무리 천방지축 날뛰어 다닌 집안이라지만, 언제나 부인 앞에서는 죄인인 몸이 한껏 움츠렸다.안방으로 들어간 연화는 예를 갖춰 절을 한 후 부인의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그런 연화를 부인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2년여 만에 보는 연화의 얼굴은 많이 변해 있었다.피부는 그을리고 퍼석했으며, 손은 부르트 갈라졌다.달 오르듯 통통했던 얼굴은 날카롭고, 반짝이던 눈빛은 또렷하고 단단해졌다.많이 컸구나.곱디곱던 아이의 상한 얼굴을 보니, 부인의 마음도 썩 좋지 않았다.연화는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대체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아버님은 어디 가셨는지, 시간은 촉박했지만 감히 여쭙지 못하였다.둘 사이의 침묵을 가르듯 한참을 연화를 바라보던 부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한양으로 오던 도중, 김종원 장군은 왕의 승하 소식을 들었다.장군과 병사들은 전쟁의 승리를 치하받기도 전에, 복귀하자마자 갑옷을 벗고 상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군수품을 정리하고, 포로를 격리시키며, 뒷정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틈틈이 승하하신 왕을 향해 통곡을 하기도 했다.그러나 슬픔에 잠긴 듯 조용한 궁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영의정이 데려온 사병들과 금위대가 동궁전을 에워싼 것이다.김종원은 궁에 복귀한 세자의 안위에 대해 연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세자 저하께 변고가 생겼구나.’김종원 장군은 충신이었다.비록 서인의 눈밖에 나, 변방으로 내쫓기긴 했지만 결코 왕을 원망하지 않았다.평생 충성을 맹세한 주군이었기에 멀리서 그 충심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자신이 짊어진 역할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그의 주군은 이미 승하하였다.김종원은 세자의 역모설은 믿지 않았다.자신이 지켜보아온 세자 이겸은 절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이제 자신이 충성을 바쳐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했다.당연히 그 대상은 세자 이겸이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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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왕위 쟁탈전 3

“허나, 아직 왕자께서 너무 어리시니, 서인 중에서도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왕의 어미가 이리 젊은데 무슨 걱정입니까? 오히려 제가 수렴청정을 하면, 그들에게 더 좋은 일 아닙니까?”중전은 그 이유를 묵살하듯 언성을 높였다.“언제까지 이렇게 시간만 끄실 겁니까? 아버님을 믿고 여태 기다렸지만, 결국 상황만 악화되었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체 없이 세자를 끌어내렸어야 했어요.”영의정은 그녀의 의견에 결심한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오라버니들과 병사들 모두 집결시키세요. 내가 직접 동궁전으로 향할 것입니다.”***겸은 그간 침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그 안에서 서책을 읽고 체력을 단련했다.그것이 중전을 더 애타게 만들 것이라는 계산이었다.감시를 붙인 이들은 하나같이 세자의 움직임이 없고,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다는 똑같은 말만 전해왔다.중전은 세자의 의중을 알아차릴 길이 없어 더 약이 오른 상태였다.이 외로운 길에 연화가 있어 그는 견딜 수 있었다.그에게 있어 그녀의 존재는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비록 전장에서 만큼 대화를 나눌 수도 애정을 나눌 수도 없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겸이 동궁전에 갇힌 지도 열흘이 지나고 있었다.“저하, 중궁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시찰을 마치고 돌아온 연화의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그동안 정적이 흐르던 동궁전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드디어 어머니께서, 이 아들을 직접 보러 오시려 하나 보구나."세자 이겸은 자세를 고쳐 앉고, 김내관에게 명했다.“김내관, 칠장복을 준비하라.”내관의 눈짓에 나인이 순식간에 정갈하게 준비된 칠장복을 대령했다.칠장복을 들고 들어온 향해 물러가라 명하자, 연화가 나인에게서 칠장복을 건네받았다.방 안에는 겸과 연화, 둘 뿐이었다.연화는 전운이 감도는 고용한 방 안에서 칠장복을 들고 겸의 앞에 섰다.그가 팔을 벌리자, 연화는 익숙하게 그의 몸에 칠장복을 한 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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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왕위 쟁탈전 4

내려앉았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경직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명분 없는 왕위 찬탈은 역모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 역모의 끝은 죽음뿐이라는 것도 말입니다.”“역모라? 그것은 세자가 할 소리는 아닌 듯싶은데?강녕하시던 주상전하께서 세자가 군대를 이끌고 도성으로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절하셨습니다.전하께서 혼절하시는 그 상황은 편전에 있던 모든 대신들이 지켜보았습니다.”“그렇다면 그것도 아시겠습니다.소자는 아바마마께서 혼절하신 그 순간, 도성밖에 있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전하께서는 그전에 이미 세자의 역모를 눈치채고 계셨습니다.그래서 세자가 군사를 이끌고 온다는 소식에 놀라 혼절하신 게 아닙니까?그러니 세자가 전하를 죽음으로 몬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증좌가 있으십니까?”“군사를 끌고 도성으로 향한다는 것 자체가 증좌가 아닙니까?”“참으로 억지도 그럴듯하게 하셔야 누구라도 믿어줄 것이 아닙니까?이 나라의 세자가! 침략자를 물리치고 포로를 끌고 돌아오는 모습을 본 수천, 수만의 눈이 있습니다!그들을 모두 거짓이라 몰아붙이시겠습니까?”“그들은 아무 힘도 없습니다. 지금은 내가 조선의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내가 전하는 말이 진실입니다!”겸은 코웃음을 치며 중전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조급해서 그런 건 아니시고요?”“뭐?”“아무리 조급하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려고 하십니까?”겸의 고압적인 태도에 중전의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쌌다.하지만 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한걸음 더 내디뎠다.“어머니께서는 참으로 한결같으십니다.”“뭐라?”“세상물정 모르고 우매한 것이 말입니다.”옆에 있던 영의정이 언성을 높였다.“세자께서는 말을 삼가세요!”“궁에 들어온 지 이쯤 되었으면 사리분별이란 것을 할 때도 되었는데...쯧. 처음 궁에 들어온 그때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닙니까?”겸은 위협적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세자는 멈추시오!”영의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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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옥새 1

영의정의 명령에 그의 큰아들이자 중전의 오라비인 김중언이 세자를 향해 달려가자,뒤에 있던 사병들도 일제히 겸 일행을 향해 공격을 개시하였다.하지만 애초부터 이 싸움은 겸의 승리를 의심할 길이 없었다.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최정예 병사들과 한낱 양반가의 사병들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다.겸은 김중언을 가볍게 내동댕이치고 나동그라진 칼을 발로 툭-차버렸다.영의정의 사병들은 머릿수는 우월했으나 그 실력은 겸의 병사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그 처참한 수준차이로,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주변에 피가 낭자했다.싸움은 어쩔 도리 없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그런데 갑자기 쓰러져 있던 김중언이 널브러진 병사의 칼을 빼앗아 들고 겸의 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겸의 바로 뒤에 있던 김내관의 칼이 김중언의 칼과 맞부딪쳤다.순식간에 김중언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박고 꼬꾸라졌다.김내관 또한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겸과 영의정은 동시에 소리쳤다.“중언아!”“김내관!”겸은 김내관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피로 낭자된 자신의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목도하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김내관을 방으로 옮기고 의원을 불러오라! 어서!”무방비된 그들의 곁을 연화가 단단히 지키고 섰다.눈앞에서 아들의 죽음을 목도한 영의정은 이성을 잃고 분노의 칼을 겸을 향해 휘둘렀다.눈이 뒤집힌 영의정을 발견한 연화는 느긋하지만 빠른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영의정의 칼이 두 동강 나며 땅에 떨어졌고, 연화의 칼은 어느새 영의정의 목 끝에 다다라 있었다.영의정은 얼음처럼 굳은 채로 분노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모를 눈물이 고여 있었다.연화가 칼끝으로 영의정의 고개를 치켜들었다.“영의정 영감. 생각보다 무모하시네요?”“뭐라?”“근데, 영감께서는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으십니까?”영의정의 눈이 커지면서 붉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몸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그런 영의정을 향해 연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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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옥새 2

[국왕을 세워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것은 천하의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함이며,충성스러운 신하의 후손이 대를 잇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법도이다.세자 이겸은 충성과 절개가 두텁고, 효성이 깊으며, 몸가짐이 공경스럽고 너그러워 나라의 모범이 되었다.그런데 왕업이 한창 번성하던 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부고가 도착하였다.관례에 따라 세자 이겸이 왕위를 계승하게 되어 있다.세자는 대를 이을 자격을 갖추었고,어질고 훌륭하여 오래전부터 나라의 기대를 받아 왔으며 조상들의 기반을 빛낼 만하다.이에 그 청을 허락하여 조선국왕을 계승하도록 한다.]겸은 고명을 건네받으며, 홍양과 눈을 맞추었다. 그는 나직이 미소 짓고 있었다.이거였구나.스승은 자신과의 약조를 지켜냈다.겸이 용상에 오를 명확한 명분을 안고 돌아왔다.겸은 이 상황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중전에게 당당히 걸어갔다.“어마마마. 이제 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이미 탈진 직전인 중전은 소리 내어 울 힘조차 없었지만, 눈은 여전히 겸을 매섭게 쳐다봤다.중전은 이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더 이상 버틸 힘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또한 알고 있었다.그러나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아버지와 오라비가 아직 자신의 눈앞에 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그리고 왕자...'저 놈이 원을 그냥 둘리 없을 것이다.'도저히 옥새를 겸에게 넘길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옥새를 넘기는 순간, 왕자와 자신은 그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그녀의 앞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던 겸이 고개를 숙인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제발, 이제 그만…’이윽고 결심을 마친 겸은 중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녀의 귀에 무언가 속삭이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졌다.이내, 중전이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들었다.엉망이 된 얼굴로 치마 속에 움켜쥐고 있던 옥새를 꺼내 들었다.느릿하게 일어나 겸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옥새를 내밀었다.겸은 무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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