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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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전쟁의 서막 1

왕자의 탄생 소식은 삽시간에 온 나라에 퍼졌다.전국에서 축하 인사와 선물이 궁궐로 끊임없이 밀려들었다.그 과정에서 겸은 또다시 외면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폭풍전야의 이 잠깐의 평화가 영원하면 좋으련만…​“세자저하, 중궁전에서 찾으십니다.”“중궁전에서 나를? 해산하신 지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직 몸이 온전치 않으실 텐데, 중궁전으로 오라 하셨다고?”“예, 소인도 놀랐습니다.”예상치 못한 소환에 겸은 당황했지만, 곧바로 나설 채비를 했다.​중궁전으로 향하는 길, 겸은 중전의 심중을 가늠해 보았다.정신없는 와중에도 세자를 부른 이유는 뻔했다.'왕자를 앞에 둔 나의 반응을 살피려는 것이겠지.'중전을 만나는 길은 늘 그렇듯 비장함이 필요했다.​​겸이 도착했다는 말에 중전은 전에 없이 환한 미소로 겸을 맞이했다.“어서 오세요, 세자.”겸은 고개 숙여 예를 갖춰 인사하면서, 유모의 품에 안긴 아기를 흘긋 바라봤다.“아마 마마, 경하드리옵니다. 혹여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아주 좋습니다. 세자, 어서 가까이 와 아우를 보세요.”중전 곁에 앉은 유모가 조심스레 왕자를 겸에게 보여주었다.왕자는 생각보다도 훨씬 작았다.감긴 눈을 꿈틀거리며 쌔근쌔근 잠든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이 작디작은 아이가... 자신을 위협할 존재라니, 이 평화를 깨려는 것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겸은 순간, 이 어린 생명을 견제해야만 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꼈다.​“참으로 귀엽고 어여쁩니다.”겸이 조심스레 말했다.그러나 중전은 웃음을 거두고 서늘한 눈빛으로 겸을 바라보았다.“귀엽다니요! 세자의 눈에는 우리 왕자의 기개가 보이지 않습니까? 왕실의 대들보로, 큰일을 할 인물로 성장할 것입니다.”그를 향한 중전의 표정은 단호했다.다시금 왕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금세 부드러워졌지만, 그 말속엔 뚜렷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겸은 웃을 수 없었다.왕위 계승권자가 아닌 왕손은 궐 안팎에서 조용히 살아야 했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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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전쟁의 서막 2

편전 안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왕은 가소롭다는 듯 겸을 바라보았다. “세자! 전쟁은 아이들 칼싸움이 아니다.”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지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실전이 있어야 진정한 경험이 쌓이는 것. 소자가 국경을 수복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소자를 함경도로 보내주십시오.” “허, 어림없는 소리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나흘. 나흘이면 충분합니다. 소자와 동궁전 익위사들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나흘 후 출정하고, 준비되는 대로 지원군을 보내주십시오.” 단단한 눈빛과 단호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그의 태도를 왕은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왕은 생각에 잠겼다. 세자의 자청은 그의 선택지에 없었던 것이다. 왕이 침묵을 지키자, 대신들이 웅성대기시작했다. 이 일을 두고 다시 한번 대신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겸은 그 듣기 싫은 소란 속에서 묵묵히 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대신들의 고성이 편전 안을 메우는 동안, 왕의 마음은 복잡한 심연 속에 잠겼다. '이겸... 이놈이..' 방그레 웃던 어린 세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늘 반듯하고 똑똑했지만, 그 때문에 더욱 미웠다. 적자가 아닌 그가 왕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그의 한이 되었었다. 그런 그가 장성하여, 전장의 선두에 서겠다 청을 하고 있다. 차라리 겁내고, 회피하고 무능하길 바랐다. '허나... 저 오랑캐들의 발길질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왕은 두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나라가 흔들리는 이 마당에 삐뚤어진 마음으로, 올바른 결정을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세자가 전장에서 공을 세운다면? 백성과 신료들의 존경이 그에게 쏠리게 된다면? 왕은 이마를 부여잡고 고심에 빠졌다. 뒷골부터 머리까지 뻣뻣해지며 숨까지 가빠왔다. 다시 한번 겸이 왕 앞으로 나섰다. “아바마마, 소자를 보내 주시옵소서.” 그 소리에 왕은 고개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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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전쟁의 서막 3

멀뚱이 중전을 보던 왕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래.. 그럼 되겠군..” “이런 것을 두고 일석이조라 하지요?” 중전이 깜찍하게 웃자 왕의 심장이 말랑해졌다. “중전은 어린 나이에도 어찌 이런 혜안을 지닌 게요?” “과찬이십니다. 전하.” ​ ​ 늦은 밤, 겸은 영도와 연화와 함께 의견을 나누느라 평소보다 늦게 침소로 향했다. 연화가 침소를 나서기 직전, 머뭇거리며 겸을 바라보았다. "저, 저하."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청이... 하나 있습니다." "청이라? 네가 청을 다 하다니. 하하,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휴가를 주셨으면 합니다." "휴가?" "예, 사흘만. 그전에라도 출정일이 정해지면 곧바로 복귀하겠습니다." 연화는 어려운 부탁을 하듯 눈을 맞추지 못했다.. 겸은 연화의 말을 듣고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까닭을 물어도 되느냐?" "그저... 준비할 것도 있고, 떠나기 전 아버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저하!" 연화가 발끈하자 겸은 껄껄 크게 웃었다. "농이다, 농. 그래, 먼 길을 떠날 테니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지. 당연히 허락하겠다." "감사합니다, 저하! 출정식 때 뵙겠습니다." "사흘 못 본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운하구나." 겸의 말에 연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대답 없이, 자신의 표정을 들키기 전에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동궁전을 빠져나갔다. ​ ​ 이튿날 이른 아침, 편전으로 대신들과 세자가 모두 모였다. 왕은 깊은 고민 끝에 결심한 내용을 담담히 꺼냈다. "나라의 안위와 백성들의 고통이 걱정되어 과인은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밤새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을 명할 것이니 이의 없이 따르라." 편전 안은 긴장감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세자는 할 수 있는 만큼 군수물자를 꾸리고 군사를 정비하여, 사흘 후 출정하라. 전장의 선봉에 나서는 것과 준비 일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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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기습

​평안도로 접어들자 공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산세는 거칠어지고 계곡과 강을 여러 번 건너며, 좁은 계곡을 지나야 했다. 군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리를 달리며 땀과 먼지에 절어있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자가 없었다. 겸과 연화, 영도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겸은 잠들기 전 병사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이 긴 여정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깊게 새겼다. ​ 평안도의 북부에 다다르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바람이 한층 매섭게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오랑캐가 넘나 든다는 소문에 촌락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문이 열린 채 버려진 집들과, 방치된 우물에서는 벌레가 들끓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풍경이 이어지고 연화는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을 백성의 고단함과 절망이 느껴졌다. '꼭 지켜야 한다. 이 땅과 백성, 그리고 저하도.‘ ​ 그렇게 쉼 없이 달리고 달려 마침내 영도의 부친, 김종원 장군의 주둔지 인근에 당도했다. 말도 사람도 모두 지쳤지만,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하, 거의 다 온듯합니다. 아버님께서 병사하나를 보내주신다 하셨으니 지금부터는 속도를 좀 줄이시지요.” “그래, 기분 탓인지 위로 올라올수록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듯싶구나." 그때 멀리서 누군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영도야, 저기 오는 이가 김종원장군이 보낸 이가 아닌지 확인해 보거라.” “예 저하. 소인이 가보겠습니다.” 영도는 말을 빠르게 몰아 멀리서 오고 있는 병사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 병사와 몇 마디 나누고는 그와 함께 겸에게 달려왔다. 영도와 함께 온 병사가 말에서 내려 겸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 인사했다. “저하, 인사드리옵니다. 김종원 장군께서 보낸 이의주라 하옵니다.” “그래 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 “막사를 지을 적당한 장소를 찾았사옵니다. 멀지 않은 곳이니 소인이 뫼시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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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너와 함께라면

"궁수 준비! 발사!"타다다다!기름을 먹인 불화살이 밤하늘을 가르며 적들의 천막으로 떨어졌다.천막으로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기습이다!”적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적들이 조선의 군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허둥지둥하며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그 앞은 조선군이 창칼을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적들은 제대로 된 진형도 갖추지 못한 채 맥없이 쓰러져 가거나, 도망가기 바빴다.불길이 빠르게 번치며, 본거지는 금세 화염에 휩싸였다.적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조선군대의 기습에 그들은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제 한 몸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도망쳐야 했다.“도망치는 놈들을 놓치지 마라!”하지만, 조선군에 모두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적의 숫자는 많았다.적들은 조선군을 피해 산세가 험한 계곡 쪽으로 빠르게 이탈하기 시작했다.막사는 이미 뜨거운 불길아래 시체가 즐비하고, 비명으로 가득 찼다.더 이상 적들의 본거지에는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첫 기습 작전은 성공이었다.활활 타오르는 막사를 뒤로하고 겸이 병사들을 집결시켰다.병사들은 첫 승리예감에 흥분하여 기쁨이 포효를 했다.적의 막사를 둘러보고 마지막에 나온 영도가 겸에게 다가왔다.“막사의 수로 봤을 때 적들의 절반 정도가 빠져나간 듯싶습니다.”“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사람을 붙이거라.”“예, 저하. 소신이 병사 몇을 데리고 직접 다녀오겠습니다.”“그래, 조심해야 한다.”영도는 겸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적들이 도망친 계곡 쪽으로 달려갔다.​​조선군의 주둔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했다.​장거리 이동과 첫 전투로 모든 병사들이 지쳐 잠이 들었다.​막사로 돌아온 겸에게 피곤하지만 큰 고민이 생겼다.바로 연화의 거처문제였다.하루 이틀에 끝날 전쟁이 아니었기에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막사에서 함께 지내게 하기에는 걱정이 되었다.고심 끝에 겸은 자신의 막사 한편을 천막으로 나누어 연화의 거처로 삼기로 했다.겸은 막사를 정리하고 있는 병사를 불렀다.“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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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네 역할이 무엇이냐?

어려서부터 검술과 무예를 익혔지만 정말 전쟁에서 그것들을 쓰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칼을 겨눠봤지만, 목숨을 내놓고 싸운 적도 없었다. 연화는 긴장했고 불안했고, 무서웠다. 자신이 겸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뒷걸음질 치며 물러설까 봐 두려웠다. '내가 과연, 사람을 죽이고 저하를 지킬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수없이 되뇌이며, 묻고 또 물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잡았지만 점차 적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칼에 맞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금세 무색해졌다. 살의를 품은 채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적들을 보자 생존본능이 올라왔다. 이딴 생각 따윈 사치였다. ‘죽이지 않으면 나와 저하가 죽는다.’ 연화는 말의 고삐를 힘껏 움켜쥐고, 칼을 높이 뽑아 들었다. ​ ​ 연화의 칼은 누구보다 정확하고 빨랐다. 빠르고 긴박한 전쟁에서 연화의 검술은 빛을 발했다. 여기저기 피가 낭자하고 주변은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촤악- 연화의 얼굴이 피가 튀었다. 옆을 보니, 아군의 목을 단칼에 베고는 웃고 있는 적군의 얼굴이 보였다. 연화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죽어가는 아군의 얼굴을 바라봤다. 목이 잘린 채 눈을 뜨고 있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자, 분노가 일며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제 자신의 칼을 정비해 주겠다며 먼저 다가와 말을 걸던 어린 병사였다. 그 옆으로도 적들에게 베어져 나가는 아군들이 눈이 들어왔다. 그 순간, 연화의 눈이 붉어지며 희번덕 돌아갔다. ‘다 죽여버리겠어.’ 분노가 깃든 칼을 들고 누구보다 많은 수의 적을 베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적군이 하나둘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다. ​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적의 수는 현저히 줄어 있었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군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연화는 주위를 둘러보며 겸을 찾았다. 겸은 연화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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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가깝지만 먼

흐느끼는 연화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들썩이는 연화의 작은 등을 아이를 달래듯 토닥여 주었다.그의 너른 품에 안겨 마음껏 울었다.너무나도 따뜻하고 포근해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이러면 안 되는데… 안되는데…안 되는 줄 알면서도 다시 그를 향한 마음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 그녀를 향해 웃어주고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겸이 있었다.그리고 무슨 용기였을까?연화는 겸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자신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 눈이 동그레 졌다.치기 어린 행동에, 차마 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다시 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연화의 그 행동이 겸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는 것을 연화는 알 리가 없었다.규칙적으로 뛰던 그의 심장소리가 요동치는 것이 연화의 귀까지 들렸다.얼떨떨하고, 어색한 상황에 한동안 그들은 서로의 품에서 안정을 찾아갔다.얼마나 그리 기대 있었을까?겸은 어느새 자신의 품에서 쌔근대는 연화를 살포시 들어 안아 자리에 눕혔다.그리고 한동안 잠든 연화를 바라보다, 달아오른 마음과 몸을 식히기 위해 막사를 나섰다.​​이튿날, 연화는 떠오르는 태양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났다.꿈도 꾸지 않고 깊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얼마 만에 단잠인가?연화는 일어나자마자 막을 들춰 겸의 상태를 확인했다.겸도 오랜만에 단잠을 자는지 쌕-쌕-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그가 깰까 조심스럽게 막사 밖으로 나갔다.북방의 새벽공기에 숨을 쉴 때마다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멍하니 멀리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제 있었던 일들이 불현듯 떠올랐다.‘미쳤구나 홍연화. 어쩌려고 그런 짓을…’연화는 후회를 하며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혹 이 일로 인해 겸이 다시 자신에게 다가올까 봐, 다가오는 겸을 밀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전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그와 막 하나를 두고 생활을 해야 한다.지근거리에 있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언제까지 모른 척 버틸 수 있을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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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침투 1

예상치 못한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연화에게 향했다.“계획은?”김종원장군의 질문이 이어졌다.“포로로 위장해 적의 통태를 살히겠습니다. 적들의 정보를 알아낼 수 도 있고, 적들을 칠 적당한 때를 봐서 서신하겠습니다.”“안된다.”겸이 단호하게 말했다.“너무 위험하다. 너 혼자서는 무리야. 무슨일을 당할 줄알고?”영도도 겸의 말을 거들었다.“믿어 주십시오.”그러나 연화는 물러서지 않았다.“안된다. 너는 엄밀히 말하면 전하의 호위무사이다. 네가 그런 일 까지 할 필요는 없어.”“제가 가장 적임자 입니다. 저하와 영도장군께서는 알고 계시지요.”금방이라도 비밀을 털어 놓을 것 처럼 비장한 표정이었다.“연아!”영도의 목청이 올라갔다.“안된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겸이 영도의 말을 다시 확인시켰다.그러나 김종원장군의 생각은 달랐다.“지금으로써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저하.”“안됩니다. 연은 내 곁에 있어야 합니다.”“이 전장에서는 사사로운 정은 버리셔야 합니다.”겸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썹이 꿈틀거렸다.“안된다. 내가 다른 방법을 고심해 볼것이니 더 이상 이일에 대해 언급하지 마라.”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막사를 나갔다.연화가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저하를 설득하겠습니다.”“연아!”연화가 겸을 따라 막사를 나가자, 영도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나서려고 했다.“앉거라!”김종원장군의 호통이 이어졌다.“무엇이 대의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라. 이 전장에 온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친우이다. 너와 저하와 가깝다고 하여 특혜를 주는 것이냐?”“아버님, 그것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홍연은 군사가 아닙니다. 저하의 호위무사입니다.”“이곳은 전장이다! 모두가 군사이고 무사이다. 저하의 호위라면 너도 있고, 나도 있고, 여기 모든 병사들의 몫이기도 하다.”“아버님!”“그만하거라. 그저, 저하의 뜻을 따를 것이다.”​​겸이 막사로 들어오자, 연화가 바로 뒤따라 들어왔다.“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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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침투 2

아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확실해?”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는 나랑 도망치다가 죽었어요. 그래서 나만 도망쳤어요. 저기에 엄마랑 누이가 있어요.”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연화는 아이를 꽉 안아주었다.“약속하게. 꼭. 집으로 엄마랑 누이를 데려갈게. 집이 어디니?”아이를 산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성황당 옆 살구나무가 있는 집이에요.”연화는 봇짐을 열어 챙겨 온 주먹밥과 육포를 아이에게 쥐어줬다.“이거. 밥 잘 챙겨 먹어. 살아있어야 만날 수 있는 거야.”아이는 음식을 품에 꼭 품고,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면 안 돼! 알았지?”그 얼굴에는 엄마와 누나를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어서 가.”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익숙하게 산 아래로 내려갔다.연화는 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한참을 걸어가자, 불빛이 새어 나왔다.주둔지 입구에는 보초병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다.연화는 뒤로 돌아 가장 외진 막사뒤로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어둠 속, 여인들의 소리가 들렸다.그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안돼! 안돼!”“이 년이 겁을 상실했나? 저리 안 비켜?”“안된다! 이놈! 내 딸은 안돼!”퍽-퍽-오랑캐가 소녀의 어머니를 바닥에 눕히고 발길질을 해댔다.“어머니! 그만해! 그만! 제발… 흑흑… 따라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어린 소녀가 오랑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킥킥. 진작에 그럴 것이지 따라와!”음흉하고 비열하게 웃더니, 소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겼다.소녀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질질 끌고 나갔다.“안된다! 안돼!”어미가 오랑캐에게 달려들었지만 발로 걷어차이며 바닥에 쓰러졌다.“어머니!”“그만하지 그래?”갑자가 나타난 낯선 여인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너는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오랑캐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어디서 나왔는지 감을 못 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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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침투 3

“할 수 있겠어?”“예! 어머니가 여기 계셔서 참고 있던 거예요. 아픈 어머니만 아니었어도, 저 혼자서라도 도망쳤을 겁니다.”“밖이 많이 어두워.”“아버지는 나무꾼이고, 심마니세요. 이 산은 속속들이 다 꿰고 있습니다. 눈 감고도 갈 수 있어요.”연화는 봇짐에서 종이와 붓을 꺼내 겸에게 보낼 서신을 썼다.그리고 소녀에게 서신을 건네며, 조선군의 위치를 알려줬다.두 손으로 소녀의 손을 꽉 잡고 이야기했다.“꼭 성공해야 해. 그래야 우리 다 사는 거야. 알았지?”소녀는 단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소녀는 어머니와 다른 포로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연화와 함께 조용히 막사를 나섰다.​​보초병들을 피해 어두운 숲 속을 헤치고 나갔다.“잘 부탁해.”“네.”“그리고…”“말씀하세요.”“아니야. 몸 조심하고, 우리 내일 꼭 만나자. 알았지?”소녀는 연화를 한번 꽉 끌어안고는 소리 없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다음날 아침.연화는 포로들을 따라 움직이며, 적들이 시키는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빨래를 하는 손이 빨갛게 얼어 감각이 없었다.언 손으로 방망이를 두드리니 방망이가 이리 튀고 저리 튀기 일쑤였다.그런 연화를 보고 다른 포로들이 킥킥-웃어댔다.“조용히 안 해?”감시병의 호통에 일순간 조용해졌다.​빨래가 끝나고 한 곳에 빨래를 모아놓자, 감시병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그 모습을 보고 연화가 빨래에 침을 뱉었다.놀란 것도 잠시 곁에 있던 옆에 있던 포로들도 너나 할 것없이 빨래에 침을 뱉었다.큭큭-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저녁이 되자 온몸이 뻐근했다.칼싸움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인지, 온몸이 욱거렸다.연화에게 칠복이 어미가 다가왔다.“비상을 다 넣었어요. 곧 배급이 시작될 거예요.”“짧으면 10분, 길면 30분 안에 효과가 나타날 거예요.”“여기 가장 높은 사람은 기미 하는 사람이 있어요. ”연화는 잠시 생각에 잠다.“내가 직접 가져다 줄게요. 나한테 주세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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