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70

100 فصول

61화. 용상

“주상전하, 김종원 장군과 홍양 대감 들었사옵니다.”“그래, 들라하라.”김종원과 홍양이 왕위에 오른 겸에게 절을 올렸다.그들 뒤를 연화가 지키고 서 있었다.“어서 앉으십시오. 두 분 스승님을 뵈니 정말 기쁩니다.”“주상전하, 이제 말씀을 낮추시지요. 용상에 앉으셨으니 이제 소신들에게 하대하셔야 합니다.”고지식 김종원 장군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예, 알겠습니다. 아직 입에 붙지 않아 그러니 넘어가 주십시오. 하하. 일단 두 분을 뵈었으니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하고 싶었습니다.”“전하, 말씀을 낮추시지요.”“아아, 알겠소."꼬장꼬장한 스승의 간언에 큼-마른기침을 내뱉었다."홍양 대감께서 명 사신과 함께 들어왔을 때, 과인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것이오. 연아, 너는 알고 있었느냐?”“예, 전하. 동궁전을 빠져나와 잠시 집에 들렀을 때 부인께 들었습니다.”연화를 바라보는 홍양의 표정에 자식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선왕 전하께서 승하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명 사신과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그리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뱃길에 올랐습니다.승하하신 전하께는 불충이오나, 그땐 세자이셨던 전하의 안위가 더 걱정되어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래도 어찌 그리 빨리...”“소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명황제의 고명을 받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명 사신과는 평소에도 친분이 있었던지라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과인을 생각하는 대감의 충심에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소. 대감이 아니었면 옥새를 받기까지 더 힘든 과정을 겪었을 것이오.”“소신이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하께서 소신을 꼭 필요로 하실 때 힘이 되어 드리겠다고요. 전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읍할 따름이옵니다.”“기억합니다. 대감, 이제 과인의 곁에서 더 힘이 되어주실 순 없겠소?”“전하, 이미 조정을 떠난 지 오래된 사람입니다. 이제는 더 젊고 능력 있는 전하의 사람들을 등용하시어 곁을 채우셔야 합니다.”“알
اقرأ المزيد

62화. 용상 2

“예. 전하. 나인들에게 내일까지 준비를 마쳐놓으라 일러두겠사옵니다.부원군 대감, 모레 중전마마와 함께 중궁전으로 입궁하시도록 조치해 놓겠습니다.”“알겠네.”“아, 그리고 부원군과 중전께 어려운 부탁을 하나 드려야겠습니다.”“하명하십시오, 전하.”“이리 급작스럽게 왕위에 오르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즉위식과 가례 같은 큰 행사를 두 번이나 여는 것이 참으로 부담이 아닙니까? 전쟁으로 국고도 부족할 터인데... 그 또한 백성의 고혈이니 말입니다.그러니 즉위식과 가례를 함께 치르고자 합니다. 부원군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참으로 합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전하. 오히려 전하의 즉위식에 중전마마께서 함께하실 수 있으니 영광인 줄 압니다.”“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이야기를 마친 부원군은 겸에게 인사를 하고 상선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그가 떠난 방 안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겸이 나지막이 연화를 불렀다.“연화야.”“예, 전하.”“괜찮으냐?”“무엇이 말씀이십니까?”“중전... 말이다.”“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신의 자리는 전하 옆을 지키는 것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전하께서는 가야 할 길을 가시옵소서.”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무슨 염치로 그녀의 의중을 떠본단 말인가.“그래, 너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너의 그 말에 왠지 서운함이 드는구나… 내가… 참으로 염치가 없지?”연화는 굳은 입술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는… 이리도 마음이 서운하고, 미안하고, 불편한데, 너는 정말 괜찮다고만 하는구나.”“전하, 소신으로 인해 용상의 자리에서 하지 않으셔도 되는 생각을 하신다면, 신은 전하 곁에 머물 수 없습니다. 소신이 전하께 그런 존재가 된다면, 참으로 괴로울 것입니다. 부디 전하께서 가셔야 할 길에 소인을 돌아보지 마시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그래, 내가 너에게 서운함을 내비치는 것조차 이제는 안
اقرأ المزيد

63화. 도피 1

“살려 준다 했지. 왕자의 목숨만은 살려 준다, 약조했다.”“그래서... 그래서 전하께서 이리 시름이 깊으셨군요.”“그래. 그 어린아이를 죽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하지만 상황이 이리되고 보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듯 하구나..대신들도 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방도가 없구나.”“이번 일은 소인이 하겠습니다. 소인에게 맡겨 주십시오.”“연이 네가? 어쩌려고 하느냐?”영도가 연화를 보며 말했다.“전하께서 약조를 지키실 수 있게. 하지만 누구도 왕자를 찾을 수 없게 해야지요.”“그것이 가능하겠느냐?”“왕자의 생사와 거취를 아는 자는 오로지 소인 한 명뿐입니다.전하께조차 말씀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영도대장께서도 모르는 척해주십시오.소인이 죽으면, 그마저도 왕자의 거취를 아는 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왕자는 먼 곳으로 유배시켰다’ 고만 알리십시오.”“어찌하려는 것이냐?”“전하, 소인을 믿으시지요?”“당연한 것을 어찌 묻는 것이냐?”“그럼 소인을 믿고 맡겨 주십시오.전하께서 약조를 지키실 수 있게, 하지만 왕자마마께서 전하께 위협이 되지 않게 처리하겠습니다.”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연화가 말한 방법보다 더 나은 방도를 생각해 낼 수 없었다.“그래, 그럼 그리하거라. 모든 것을 너에게 일임하겠다.”“예, 전하. 내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그때 상선이 나서며 말했다.“홍연 나리, 내일은 전하의 즉위식 아닙니까? 전하의 즉위식에 호위무사가 빠질 순 없습니다. 며칠 더 미루시지요.”"맞다. 연화야. 하루정도 미뤄도 되지 않겠느냐?"영도의 만류에도 연화는 제 의지를 꺽지 않았다.“아닙니다. 즉위식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연화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못난 제 정인을 앞에 두고 그녀는 그저 갈길을 가려한다.“전하, 전하께서 용상에 앉으시는 모습을 뵙지 못하는 불충을 용서하십시오.”겸은 연화의 어깨를 토닥였다.그녀가 어떤 마음일지… 겸 또한 그
اقرأ المزيد

64화. 도피 2

“왕자를 죽이지 않겠다는 그 말을 어찌 믿느냐?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 세자 그놈이 왕자를 살려둘 리가 없지!”“전하께서 폐비와 같으신 줄 아십니까? 약조를 목숨처럼 중히 여기시는 분입니다.왕자를 죽여야 한다고 많은 신하들의 간언에도, 약조를 지키고자 소인을 직접 보내신 것입니다.”“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어! 왕자는 절대, 절대 내어줄 수 없어!”“어찌 내어줄 수 없다 하십니까? 혹, 후일을 도모하시기 위함입니까?”“뭐야?”“아, 그런데 전하께서 폐비를 살려두라는 말씀은 없으셨던지라…왕자마마를 내어주시지 않으면 제가 마마를 어찌할지는 모르겠습니다.시체가 되어 왕자를 내어주시겠습니까, 아니면 곱게 내어주시겠습니까?”연화의 협박에 폐비는 분노로 몸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분했지만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인정사정없이 아버지의 목을 밴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홍연 저 자는 아버지를 인정 없이 단칼에 베어버린 자다.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베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냉혹한 자야."자신이 여기서 죽는다면 후일을 도모하지 못한 채 왕자를 빼앗기게 될 것이다.폐비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내가 살아 있어야 왕자와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나?'연화의 눈에 대비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렸다. 픽-웃음이 흘렀다.“주상전하 말씀대로, 폐비께서는 참으로 우매하십니다.”“뭐야? 네 이놈!”폐비는 예의 없이 조롱하는 연화를 향해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이제 저런 것에게 까지 무시를 당하다니, 제 처지가 참으로 기구했다.“폐비께서 왕자를 끼고 계시면, 전하께서 아무리 왕자의 목숨을 살리고자 하셔도 신하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결국 주상전하께서도 대신들의 등쌀에 왕자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하시겠지요. 정말로 그걸 원하십니까?”폐비는 분함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후일을 도모하려는 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근원을 없애야 한다는 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지금의 주상은 이겸, 그놈이니.그들은 주상에게
اقرأ المزيد

65화. 도피 3

유모가 채비를 마치자 왕자를 품에 안고 연화를 따라나섰다.말을 타본 적이 없다는 유모의 말에 연화는 말에 짐을 싣고, 걸어서 도성 밖을 나섰다.한참을 왕자를 안고 걷던 유모가 힘이든지 헉헉대며 물었다.“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돌이 지난 왕자는 얌전히 있지 않았다.제법 무게도 나가 유모의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저 산만 넘으면 될 겁니다.”연화는 우물쭈물하며 유모에게서 왕자를 받아 안았다.한참 동안, 유모와 번갈아가며 왕자를 안고 걷기를 반복했다.날이 어스름해질 무렵에서야 그들은 산을 넘기 시작했다.“여기서 잠시 쉬시죠.”연화가 자리에 앉자 유모는 왕자를 내려놓고 물을 마시며 숨을 골랐다.그런 유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연화가, 별안간 그녀의 뒷목을 가격했고 곧 유모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미안하네. 이제 자네도 자네 갈 길을 가시게.”연화는 말과 유모를 남기고, 왕자와 짐을 챙겨 산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날이 완전히 저물자 연화는 주변을 살폈다.늦은 밤 산중에 사람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연화는 짐 안에 들어 있던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다행히 왕자는 자신의 처지도 모른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누런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렸다.누가 봐도 생활에 지친 아낙네 같은 모습이었다.고된 여정으로 한결 더 그럴듯해 보였다.그리고 쌔근쌔근 잠든 왕자를 포대기에 메고 달빛에 의지해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깊은 밤, 산중은 짐승들의 울음소리로 간담이 서늘하고 위험했지만 지체할 수 없었다.혹시라도 정신이 든 유모가 자신들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해가 뜰 때까지도 연화는 쉬지 않고 걸었다.그동안 왕자는 연화의 등에서 몇 번 뒤척였지만 무척 잘 잔 듯했다.날이 밝자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연화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연화가 주막 안으로 들어서자, 주모가 상을 펼치며 물었다.“이쪽에 앉으셔. 국밥 한
اقرأ المزيد

66화. 도피 4

“정말이오?”“그렇다니까. 옆 고을에 이 진사 댁인데, 3대 독자 집안에 10년째 아이가 없어 씨받이까지 들였는데도 소식이 없어. 아무래도 그 양반 씨가 없는 모양이야.”뭐가 웃기는지 입술이 씰룩거리는 모양새가 음흉했다.“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 갑니다. 그래도 괜찮겠소?”“그 댁이 지금 그걸 가릴 처지가 아니라니까. 게다가 곧 전라도 어디로 발령이 난다 하더이다. 지금이 딱이지.아이 데리고 떠나면 아무도 모를 일 아니오? 게다가 양반가 자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겠지.”“그럼 딱 맞는 조건이 아니오?”“그렇지! 근데 말이오. 이게 말은 쉬워도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란 말이지. 특히나 양반네들일이니…”그녀는 눈을 흘기며 연화를 눈치를 살피는 것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말인데 값은 잘 쳐주셔야 할 거요.”“내 원하는 대로 맞춰 드리리다.”이매는 기분이 좋은지 소리 없이 낄낄 웃었다.“자, 그럼 기다려 보시오. 내가 얼른 그 댁에 다녀오리다. 빠르면 반나절 안에 다녀올 것이니 여기서 꼼짝 말고 계시오.”이매는 약속한 대로 떠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연화를 다시 찾아왔다.“그쪽 이야기를 하니 반색을 하더이다. 양반가 자식이라니 믿기 어렵다 하였지만, 이 아이 얼굴을 보면 딱 알아본다 얘기해 놓았지.그래서 일단 만나보고 결정하시라 하고 오는 길이요.”“그럼 언제 출발하면 되겠소?”“당장 가면 좋겠지만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합시다.”이매가 돌아간 후에도 연화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그리고 쌔액쌔액- 세상모르고 잠든 왕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왕자마마.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사십시오.’웅얼웅얼 잠꼬대를 하며 이불을 걷어찬 왕자를 토닥이며, 연화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날이 채 밝기도 전, 이매가 찾아왔다.얼굴에는 싱글벙글한 미소가 가득했다.오랜만에 큼직한 건수를 잡은 탓인지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연화는 짐을 챙겨 왕자를 등에 업고, 이매의 뒤를 따
اقرأ المزيد

67화. 도피 5

연화는 눈을 맞추고 앉아, 왕자의 손을 잡고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십시오. 왕자마마.”그 말을 끝으로 연화는 아이의 손을 놓고, 빠르게 집을 나섰다.마음이 묘했다. 홀가분한 듯하면서도 무겁고, 아련했다. 며칠 사이 정이라도 든 걸까.‘이제 잊자.’연화는 왕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마음을 억눌렀다.이제 제 손을 떠난 일이다.그리고 겸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그를 위한 일.‘이제 나만 입을 다물면, 그 누구도 왕자의 행방을 알 수 없다.주상전하께 드리운 가장 큰 장애물은 아재 사라졌으니, 전하를 지켜드릴 수 있어.’연화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산에 올라올 때처럼 미리 숨겨둔 옷을 갈아입고는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하산했다.혹시라도 유모나 누군가와 마주칠 확률을 줄이기 위함이었다.왕자가 없으니 되돌아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어느덧, 도성 안에 들어섰다. 무리를 해서 인지 몸에 열감이 느껴지고 식은땀이 났다.입궐할까, 집에 들를까 고민하던 연화는 걸음을 돌렸다.‘아버지가 보고 싶다.’오랜만에 집에 들러 잠시 낮잠을 잔 뒤, 연화는 곧장 입궁할 채비를 하였다.“연화야, 내가 궁에 기별을 넣을 테니 조금 더 쉬는 게 어떻겠느냐?”“아버지, 궁을 비운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텐데, 빨리 들어가 봐야지요.”“네 안색이 영 좋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얼굴에 핏기도 없고 식은땀도 나지 않느냐? 내가 대신 궁에 기별을 넣을 것이니…”“차라리 바로 궁으로 갈 걸 그랬습니다.”고집스러운 딸의 언행에 홍양은 또 자신의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알겠다. 대신 급한 업무만 보고 집으로 돌아와 쉬어야 한다.”“궐 안에도 숙직실이 있습니다. 거기서 쉬면 됩니다.”“안 쉴 게 뻔하니 하는 말이다! 연화야, 나는 주상 전하께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겐 네가 더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말거라.”연화는 웃으며 아버지 홍양을 살포시 안았다.“예, 아버
اقرأ المزيد

68화. 길들이기

회의는 길어지고 있었다.답이 나오지 않는 회의에 지친 겸이 언성을 높였다.“대책을 강구하지도 않고 안 된다고만 외치면 다인가?일단 여러 방면으로 대책을 세운 후에 반대를 해도 늦지 않을 터인데, 어찌 그리 그 입만 놀릴 것이오!”영의정의 역모 사건 이후로 조정은 아직 재정비되지 못하고 있었다.마지막에 영의정에게 등을 돌려 살아남은 몇몇 관료들은 새 왕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들은 철저히 실리에 따라 움직였다.처음에는 영의정을 따랐으나, 막판에 돌아가는 판세를 보자 까딱하면 자신들까지 역모로 몰릴 듯한 상황에 발을 뺀 것이다.역모 상황에서 발을 뺐다고 해서 그들이 겸에게 미안해하거나 협조하려는 마음은 없었다.오히려 자신들이 지켜오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내기 왕을 길들이려 했다.그들은 알고 있었다.당장 자신들이 빠지면 왕도 정사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사실을.영의정이 죽고, 서인의 수장 격이 된 우의정을 중심으로 남은 세력이 똘똘 뭉쳐 겸의 말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섰다.우의정이 한 발 앞으로 나와 말했다.“주상전하, 조세 제도 개편과 서얼 차별 철폐는 쉽게 결정하실 일이 아니옵니다.”“쉽지 않다는 건 과인도 알고 있소. 당장 그것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방법을 모색하고 차차 준비하자는 것인데, 그대들은 그것에 대해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지 않소?”“지금의 조세 제도는 조선의 건국부터 이어온 제도이옵니다.선왕들께서 잘 다져놓으신 이 제도에 백성들 또한 익숙하옵니다.함부로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고개는 숙이고 있지만 말투는 불손했다. 겸은 기름기 좔좔 흐르는 얼굴과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우의정, 그대는 하루에 몇 끼의 밥을 먹는가?”“예? 소신은... 세끼 먹고 있사온데...”“그래? 여기 있는 대신들도 전부 그러하겠지?지난번 회의가 길어져 점심을 거른 적이 한 번 있지 않았는가?그때 그대들이 회의 끝나고 밥도 못 먹었다며 투덜대는 소리를 과인이 들었는데 말이야.”우
اقرأ المزيد

69화. 군주의 길 1

‘저 여우 같은 늙은이.’예상했던 말이었다. 속내가 빤히 보이는 그가 우스워 조소가 흘러나왔다.“그렇게 하지요.”대답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생각보다 빠른 대답에 우의정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그러나 자신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왕의 입장을 이해했다.‘제 편이 필요하겠지. 가장 적합한 사람은 내가 아닌가.’“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소신의 여식이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마을에서 곱기로 소문난 아이입니다. 보시면 분명 마음에 들어 하실 것입니다.”“그래, 입궁까지 얼마나 시간을 드리면 되겠소?”겸은 뜨거운 차를 후후-불며 물었다.“음... 이레 정도면 충분할 듯합니다.”“닷새 드리리다.”“예? 닷새요?”“그렇소. 대감의 여식이 그리 곱다며 과인에게 자랑까지 하였는데, 어찌 이레씩이나 기다리라 하는 것이오?”“아! 하하하! 예, 그럼 닷새! 닷새 후에 입궁시키겠습니다.”“우의정을 장인으로 모실 생각을 하자니 참으로 든든합니다.”“전하!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세상에 가족만큼 단단하고 믿음직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그렇지요. 장인.”겸의 ‘장인’이라는 말에 우의정의 입술이 씰룩거렸다.떠나는 발걸음이 신나 보였다. 그런 우의정을 겸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매서웠다.“연아.”“예, 전하.”“홍양 대감을 드시라 해라.”“예? 아버님을요?”“그래. 그리고 상선은 부원군을 드시라 전하시오.”“예, 전하.”연화가 겸의 가까이 와 앉았다.“어쩌시려고요?”“청소를 한번 해야지."단호하고 결연한 표정을 짓던 겸이 연화의 얼굴을 보며 한껏 표정이 누그러졌다.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연화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연화, 너에게 이런 모습을 자꾸 보이게 되어 미안하구나.”“무슨 말씀이십니까?”“후궁 말이다. 중전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후궁까지... 너에게 참으로 면목이 없구나.”“전하, 그런 말씀이시라면 듣지 않겠습니다. 저하께서 하시려는 일에 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اقرأ المزيد

70화. 군주의 길 2

상선의 앞에 선 나인이 눈을 끔뻑거리며 물었다.“상선께서요?”“그래. 늦었으니 다들 처소로 돌아가고, 새벽에 나오도록 하거라.”상선의 말이 의아하긴 했지만, 쉬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더 묻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예, 상선 어른.”그렇게 나인들과 내관들은 모두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주거니 받거니 술과 안주를 나누던 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전하, 취하신 듯합니다. 이제 잠자리에 드시지요.”“그래, 그래야겠구나. 어찌 나만 취한 것 같은데?”“제가 좀 술이 셉니다, 전하.”“하하, 그러하냐? 나보다 적게 마신 건 아니고?”“직무를 유기하면 안 되지요. 적당히 마셨습니다. 전하를 모셔야 하니까요.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자리를 펴겠습니다.”연화가 어침을 정리한 뒤 겸을 자리에 눕혔다. 겸은 그녀의 손길을 따라 느긋하게 자리에 누웠다.겸이 나직이 연화를 불렀다.“연화야.”“예, 전하.”“어디 가지 마라.”“예. 전하께서 잠드실 때까지 옆을 지키겠습니다.”“여기, 내 옆에 눕거라.”“전하, 밖에 사람들이 있습니다.”“괜찮다. 어서 여기 눕거라. 어명이다.”겸이 팔을 뻗자 연화가 못이기는 척 살포시 그의 팔에 누웠다.너른 그의 품에 안기니, 오랜만에 맡아보는 체취가 너무 좋았다.“연화야, 왕의 자리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지치는구나. 이제 아바마마도 조금은 이해가 되고..""예...""그때가 참 좋았다.”“언제 말씀입니까?”“우리가 전장에 있을 때 말이다. 그땐 몸은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것 같구나. 내 사람들이 주위에 가득 있었고, 내가 하는 그 어떤 일도 방해하는 이 없이, 나를 지지해 주었지. 그리고 너와 항상 함께 잠들고 눈을 뜨고… 그때가 그리울 때가 많다.”“그때의 전하도, 지금의 전하도 모두 같은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소인은 전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연화의 말에 겸은 몸을 돌려 연화의 눈을 바라보았다.“이렇게 가까이서 널 보는 것이 얼마만이냐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5678910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