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도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도 선생님이 예전부터 외손자가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고 줄곧 말씀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선과 형태를 보는 감각이 남달랐고, 특례로 진학을 거듭하면서 어린 나이에 이름을 알렸다고요.”“세계 곳곳에서 멋진 건축물도 많이 설계했다고 하셨는데, 그게 영우 씨였네요!”영우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그럼 저희도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셈이네요. 시유 씨가 보내 주는 디자인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외할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거였네요.”시유는 얼른 영우의 손을 잡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새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느새 그런 감정은 말끔히 사라졌다.대신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끼리만 느낄 수 있는 묘한 친근감이 생겼다.“반가워요. 앞으로 영우 씨가 아니라 선배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영우가 크게 웃었다.“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생각보다 인연이 깊다는 거죠.”시유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다시 도서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옛날 일을 하나씩 꺼내 놓을수록 이야기가 잘 통했다.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어느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새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계속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여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대로 차를 몰아 새나를 호텔로 데려갔다.호텔에 방 하나를 잡은 여준은 새나를 방 한쪽에 내버려 두었다.그리고 굳은 얼굴로 진명화와 진지원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당장 와야 한다며, 할 말이 있으니 빨리 오라고 했다.이런 창피한 일을 집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호텔 방을 잡은 것이었다.진지원과 진명화를 기다리는 동안 여준은 호텔 창가에 서서 담배만 연달아 피웠다.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영우와 강씨 집안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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