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Chapter 181 - Chapter 190

204 Chapters

제181화

진명화와 유란, 새나는 모두 그대로 굳어 버렸다.누구도 시유가 이 정도로까지 막 나올 줄은 몰랐다.부인걸마저 안중에 두지 않을 줄이야.“아빠!”유란이 결국 화를 터뜨렸다.“이대로 내버려 두면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될 거예요!”부인걸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쾅!부인걸이 의자 팔걸이를 세게 내리쳤다.차가운 살기가 눈빛에 번뜩였다.“유란아, 아이를 데려오는 일로 끝내지 마. 부강그룹 핵심 기밀인 세오름타워 설계도를 빼돌린 혐의까지 적용해서 임시유가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이게 만들어.”“계좌와 재산 관련 부분도 법적으로 조치하고, 관련 기관에 넘겨 철저하게 조사받게 해.”“그리고 불효하고 며느리 노릇도 제대로 못 하는 여자라는 소문까지 퍼뜨려. 우리 부씨 집안이 대체 어떤 며느리를 들였는지 H시 전체가 똑똑히 알게 해.”이 순간 부인걸의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시유가 아무리 강하게 나와도 자신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부강그룹을 무슨 수로 일으켜세웠는데?’‘내 체면을 짓밟았으니 임시유와 임애교, 둘 다 대가를 똑똑히 치르게 만들 거야.’유란은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알았어요, 아빠. 제가 바로 처리할게요.”새나는 치솟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속으로 짜릿한 쾌감을 만끽했다.진명화는 신이 난 듯 손뼉을 치며 웃었다.“역시 당신이 한 수 위라니까요. 저런 고집불통을 상대하려면 역시 당신이 나서야 해요!”이번에 부씨 집안은 제대로 칼을 빼 들었다.불과 사흘도 지나지 않아 시유가 불효하고 며느리 노릇도 못 한다는 악평이 H시 상류층에 퍼졌다.온갖 소문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유는 자신의 카드 사용이 막히고, 계좌와 재산에도 법적 조치가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뒤이어 업계 관계자에게서도 소식이 들려왔다.부강그룹에서 업계 전체에 시유를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었다.누구든 시유를 고용하면 부강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셈이었다.사람을 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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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전화가 끊겼다.‘잘 지내 봐요?’시유는 핸드폰을 내려다봤다.‘나랑 영우 씨가 무슨 협력할 일이 있다고?’시유의 마음 한구석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이현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시유 씨, 엄청난 소식 하나 알려 드릴게요!”“우리 사무실의 또 다른 대주주인 제 형이 오늘 귀국해요! 앞으로 시유 씨랑 형,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지켜 주면 우리 라움디자인이 분명 업계 최고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가 될 거예요!”시유는 어리둥절했다.방금 전화에서 영우가 귀국한다고 했는데, 지금 이현도 형이 귀국한다고 했다.‘설마...’시유는 거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이제 알겠어요! 라움디자인을 만든 사람이 영우 씨였어요! 이현 씨 형이 영우 씨였던 거예요!”“그럼 지난 5년 동안 제 설계도에 의견을 줬던 사람이 영우 씨였던 거예요?”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하나로 이어졌다.시유는 단번에 핵심을 알아차리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현은 원래 시유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런데 시유가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이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동안 숨겨 왔던 이야기를 한꺼번에 털어놓았다.“맞아요. 시유 씨가 지난 5년 동안 작업했던 설계도는 사실 전부 형이 검토했어요. 제 실력으로 어떻게 시유 씨 같은 전문가의 설계를 제대로 검토할 수 있겠어요.”“형도 처음에는 시유 씨인줄 몰랐어요. 시유 씨가 지난번에 지분을 인수하고 싶다고 하면서 관련 자료를 보내 줬잖아요. 그제야 형이 시유 씨라는 걸 알았어요.”“처음에는 형이 저한테 시유 씨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괜히 시유 씨가 부담을 느낄까 봐 그랬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일하기로 한 이상 솔직하게 대해야지, 숨길 필요는 없다고요.”“라움디자인에 오신 걸 환영해요! 형은 이번에 귀국하면 당분간 여기서 지낼 거예요.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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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정말 시유였다.시유는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아이보리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머리에는 하얀 베레모를 쓰고 있었고, 가늘고 여리여리한 모습에는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정갈하게 꾸민 얼굴에는 은은한 화장이 올라가 있었고, 손에는 작은 재스민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누가 봐도 누군가를 마중 나온 차림이었다.여준이 탄 비행기는 오늘 H시 공항에 도착하는 마지막 항공편이었다.‘설마 나를 마중 나온 건가?’그렇게 생각하자 여준의 가슴이 금세 들떴다.하지만 곧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에 시유가 결국 마음을 굽힌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준은 들뜬 마음을 애써 눌렀다.허리를 곧게 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시유를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일부러 차가운 표정을 띠었다.시유는 혼자 공항 출구에 서 있었다.원래는 이현도 함께 오기로 했지만, 오는 길에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전화를 받고 먼저 돌아갔다.결국 시유 혼자 영우를 마중 나오게 된 것이었다.시유는 영우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공항 출구 쪽에서 익숙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큰 키에 단정한 얼굴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시유는 한눈에 알아봤다.‘부여준?’시유가 미처 무슨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여준이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여보.”여준은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시유의 코트 앞섶이 벌어진 것을 보더니 무심코 손을 뻗어 옷깃을 여며 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마중까지 나왔어?”당연히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처럼 말하는 여준을 보며 시유는 어이가 없었다.“설마 내가 당신 마중 나온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여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렇게까지 티가 나는데 모를 수가 있나?’‘고집도 참 세지. 분명 마음을 굽혔으면서도 끝까지 아닌 척하네.’‘정말이지...’여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꾹 눌렀다.말투에는 은근한 다정함이 묻어났다.“알았어, 알았어. 당신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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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영우는 그제야 여준이 뒤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여준 역시 정장을 차려입고 캐리어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는지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영우의 표정은 담담했다.오랜 친구를 만난 사람답게 반가워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오히려 눈빛에는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네 아버지가 시유 씨가 이 업계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시집온 지 5년이나 된 데다 아이까지 낳은 며느리를 이렇게 대하는 게 부씨 집안 스타일인가 봐? 부씨 집안의 가풍이 어떤지 이제야 제대로 알겠네.”여준은 영우의 말에 담긴 날카로운 기색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너 내 아내랑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던 거야?”영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차가운 눈빛이 여준을 향했다.“아주 오래전부터. 적어도 너보다 먼저였어.”여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희 원래 서로 알지도 못했잖아. 그럴 리가 없어!”시유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여준의 격한 반응을 바라봤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은 평온했다.영우가 라움디자인의 뒤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두 사람이 일찍부터 알고 지냈다는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시유가 대학생이었을 때부터 라움디자인의 여러 작업을 맡아 왔고, 그 과정에서 영우와 설계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적도 많았다.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있었다.예전에는 영우와 여준이 꽤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영우가 여준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묘한 반감까지 느껴졌다.‘설마 부여준이랑 소새나 사이에 있었던 일 때문인가?’‘영우 씨도 그 일 때문에 부여준에게 실망한 건가?’영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나는 시유 씨와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는 사람이야. 앞으로도 함께 일하면서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이고. 그러니 네 아버지가 업계에서 시유 씨를 퇴출시키려고 해도 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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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시유가 자신의 손목을 빼내려 하자 여준은 오히려 시유의 손목을 더 세게 붙잡았다.“이 일에 대해서는 나한테 제대로 설명해야 해.”시유가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추려던 순간이었다.영우가 여준의 손을 거칠게 떼어 내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려 여준의 가슴을 세게 후려쳤다.“나랑 시유 씨가 정상적으로 협력하는 사이인데, 그걸 왜 너한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설명할 게 있다면 오히려 네가 우리 둘한테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야?”“아, 맞다. 너 이미 설명했지. 새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닌, 그저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라고 했잖아.”“그럼 나도 똑같이 말해 줄게. 네가 새나와 무슨 사이면, 나와 시유 씨도 딱 그 정도 사이야. 시유 씨, 가요.”영우는 정말 거침이 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유는 마치 눈앞에서 숨겨진 실력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평소에는 산속에서 흐르는 샘물처럼 맑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막상 맞붙고 보니,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여준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여준은 영우의 주먹에 맞고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시유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오빠가 보내 준 사람들은 대체 다 뭐야?’‘변항 씨 한 명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든든했는데...’‘이번에는 또 영우 씨까지 나타나다니.’시유는 영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저도 모르게 감탄이 어렸다.이 순간만큼은 외국에 있는 오빠가 유난히 그리웠다.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사람을 자신에게 보내 줄지 벌써부터 기대될 정도였다.영우의 한마디 한마디에 여준은 목이 턱 막히다 못해 가슴까지 꽉 조여 왔다.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영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시유의 손목을 잡아끌었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시유를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시유는 재빨리 차 키를 꺼내 차 문을 열었다.그러자 영우는 아무 말 없이 운전석에 올라탔다.그리고 시유에게 조수석에 앉으라는 듯 고개를 까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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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새나는 영우를 마중 나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불과 한 시간 전, 새나는 우연히 강씨 집안의 고용인에게서 영우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요즘 영우는 자신에게 너무나 차가웠다. 칼바람보다도 더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다.전화도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심지어 귀국한다는 사실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새나는 영우를 놓칠 수 없었다.강씨 집안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놓칠 수 없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영우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오늘은 일부러 한껏 꾸몄다.사람들 사이에서 영우가 자신을 한눈에 알아보고, 다시 한번 자신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만들 생각이었다.“안 예뻐?”여준의 말에 새나는 무심코 한 바퀴 빙글 돌았다.하지만 자신감은 순식간에 꺾였다.여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눈썹을 찌푸린 채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말했다.“너무 과하게 꾸몄어. 너한테 안 어울려. 원래 네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나아. 이렇게 갑자기 분위기 바꾸지 말고. 이런 요염하고 섹시한 스타일은 너랑 안 맞아.”새나는 할 말을 잃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여준은 손에 들고 있던 캐리어를 새나에게 그대로 넘겼다.“나 마중 나온 거지? 설마 너도 영우 마중 나온 건 아니겠지?”새나는 순간 굳어 버렸다.‘너도’라는 말에 가슴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여준이 이미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새나는 급히 캐리어를 끌며 높은 구두를 신고 뒤따라갔다.한참을 뛰어서야 겨우 따라잡은 새나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영우 씨를 마중 나왔어?”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지금이라면 황소 한 마리라도 때려눕힐 만큼 화가 나 있었다.“누구긴 누구야. 시유지. 방금 꽃까지 들고 영우를 마중 나왔어. 둘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 같더라.”“새나야,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속고 있었던 것 같아. 둘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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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뭐라고?’여준의 추측대로라면, 시유는 새나에게 가장 중요한 두 남자를 아무도 모르게 모두 빼앗아 간 셈이었다.새나는 순간 자신의 매력이 완전히 짓밟힌 기분이 들었다.‘아니야.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오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다고!”“시유 언니한테 무슨 그런 대단한 매력이 있다고 오빠가 놓지를 못하고, 영우 씨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겠어? 말도 안 돼. 너무 억지잖아!”새나는 두 귀를 틀어막았다. 순식간에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다.운전할 힘조차 나지 않았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반면 여준의 속은 이미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마침내 모든 안개가 걷히고 진짜 원인을 찾아낸 기분이었다.여준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때 찬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사모님 차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호정 바비큐라는 곳 앞에 세워져 있습니다.][사모님과 강영우 씨, 고연호 씨, 진주찬 씨, 그리고 사모님의 친구인 윤마리 씨까지 전부 그곳에 있습니다.]여준의 숨이 순간 멎었다.‘그래, 아주 잘들 하고 있네.’이건 단순히 아내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한 정도가 아니었다.알고 보니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마저 하나둘 두 사람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었다.이렇게 성대한 모임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중심에 있어야 했다.사람들이 모이기 전이면 하나같이 자신의 의견부터 물었고, 꼭 와 달라며 진심으로 초대하곤 했다.그런데 정작 자신은 배가 고파도 저녁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그 누구에게서도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마치 모두에게 완전히 잊힌 사람처럼 느껴졌다.여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새나의 차창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쾅!강화유리가 금이라도 갈 듯 크게 흔들렸다.여준이 새나를 노려봤다.“너 운전할 수 있겠어?”새나는 온몸을 떨었다.“나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손까지 떨려. 운전 못 하겠어.”여준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내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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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목소리가 식당 안에 울려 퍼졌다.“남편 있는 사람이 늦은 시간까지 남자들이랑 어울려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시는 건 좀 그렇지 않아?”정말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시유는 그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는 듯 술병을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힘껏 던졌다.“당신이 상관할 일이야? 곧 버림받을 처지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해?”시유가 차갑게 눈을 흘겼다. 입구에는 여준과 새나가 나란히 서 있었다.두 사람 모두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고 안색도 창백했다.멍한 눈으로 시유와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여준은 날아온 빈 술병을 손으로 받아 들었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쨍그랑!술병이 산산조각 나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쩔 줄 몰라 하며 여준을 바라봤다.하지만 영우만큼은 달랐다.방 한가운데 소파에 앉은 채 여전히 태연했다.손에는 접이식 부채가 들려 있었다.오래된 향비목으로 만든 부채살은 짙은 먹빛을 띠고 있었고, 면에는 최고급 자수로 비 내리는 풍경이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었다.시유가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아 영우에게 준 선물이었다.영우는 그 부채가 마음에 들었는지, 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부채살을 느긋하게 쓸어내리는 모습에는 한없이 여유가 묻어났다.잔뜩 화가 난 여준과 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영우만 유난히 차분하고 고상해 보였다.여준은 그 모습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곧장 시유에게 다가가 손목을 움켜잡았다.“아직 이혼도 안 했잖아. 당신은 여전히 내 아내야.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남자들이랑 어울려 술이나 마시고 다니는 게 말이 돼? 당장 집에 가.”시유는 손목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곧바로 손을 들어 여준의 뺨을 때리려 했다.“당신이 아직도 나를 아내라고 부를 자격이 있어?”“당신 집안에서 나를 업계에서 매장시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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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설마 영우가 이 자리에서 직접 이혼을 선언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새나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영우를 바라보는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 같았다.“그게 무슨 말이야?”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몸을 쉴 새 없이 떨었다. 몸이 쉴 새 없이 떨렸다.“이혼하겠다고? 아이까지 포기하겠다고? 그리고 나랑은 죽을 때까지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왜?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는 거야?”“설마 정말 마음이 변한 거야? 임시유를 사랑하게 된 거야?”새나는 순식간에 이성을 잃었다. 미친 사람처럼 영우의 발밑으로 달려가 주저앉았다.두 눈을 크게 뜬 채 영우의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영우는 그런 새나를 차갑게 내려다봤다. 칼날처럼 서늘한 눈빛이었다.“없는 말 지어내지 마. 나랑 시유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하지만 새나는 영우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당신이 정말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난 당신 위해 낯선 나라까지 따라가서 A국에서 꼬박 5년을 같이 살았고 아이까지 낳았잖아. 임신했을 때도, 출산 후 몸조리를 할 때도 당신이 곁에 있어 주지 못했지만 다 이해했어.”“그런데 결국 나랑 이혼하겠다고? 아이까지 버리겠다고?”새나는 눈물을 쏟아 내며 그 자리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러다 갑자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포장도 뜯지 않은 술병을 모조리 쓸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쨍그랑!순식간에 방 안은 술과 깨진 유리 조각으로 뒤덮였다.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이 인간쓰레기! 처자식까지 버리고 잘 먹고 잘살 줄 알아? 당신은 천벌 받을 거야!”“당신이 이혼하자고 한다고 내가 이혼할 것 같아? 어림도 없어! 질질 끌어서라도 당신과 끝까지 이혼하지 않을 거야!”“그리고 임시유, 이 못된 년아!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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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여준은 차갑게 말을 끊었다.“그래? 난 너희 눈에는 영우밖에 안 보이는 줄 알았어. 이제는 나를 친구로도 생각하지 않는 줄 알았고.”연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 있겠어. 모두 오해야.”“나 지금 한가하게 술이나 마실 기분 아니야. 새나가 오늘 이런 일을 겪었는데, 혹시라도 무슨 잘못된 생각이라도 하면 우리 모두 감당 못 해.”“강영우, 네가 따라가지 않겠다면 내가 오빠로서 직접 따라가 볼게. 네가 괜찮다고 해서 나까지 괜찮은 건 아니니까.”여준은 마치 자신만 새나를 걱정하는 사람인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시유는 그 말이 듣기 싫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갈 거면 빨리 가. 늦었다가 소새나가 또 강이나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하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난리라도 치면 우리까지 곤란해지니까.”마리도 옆에서 손을 내저으며 재촉했다.여준이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눈치였다.“가, 가. 우리 술 마시는 데 방해하지 말고. 여기서 할 일 다 했잖아. 얼른 동생이나 따라가 봐.”영우는 술잔을 들어 올렸다. 얼굴에는 여전히 태연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자, 다들 한 잔 하자. 오늘 나 귀국했다고 이렇게 자리까지 마련해 줘서 고마워.”여준은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완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난 기분이었다.아무도 자신의 행방에는 관심이 없었다.새나가 어떻게 됐는지도 마찬가지였다.오히려 모두가 자신을 귀찮은 사람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듯했다.여준은 결국 참지 못했다. 살면서 이렇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한 적은 처음이었다.손가락을 꽉 움켜쥔 여준은 방 안의 사람들을 차례로 훑어봤다.그러다 마지막으로 시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눈빛이 유난히 차갑게 가라앉았다.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니 시유는 지금도 자신의 아내였다.그렇게 생각한 순간, 여준은 그대로 시유에게 달려갔다.그리고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시유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여준은 시유를 그대로 어깨에 둘러메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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