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Chapter 191 - Chapter 200

204 Chapters

제191화

시유는 입술에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곧바로 손을 들어 여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당신 정말 미쳤어?”하지만 여준은 시유의 두 손목을 한꺼번에 움켜쥐더니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그리고 목덜미에까지 거칠게 입을 맞췄다.시유는 분노가 치밀어 욕설을 내뱉으려 했지만, 여준은 다시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거칠고 집요한 입맞춤에 시유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여준은 숨이 막힐 듯 버둥거리는 시유를 겨우 놓아주었다.여준은 시유의 턱을 움켜쥔 채 차갑게 내려다봤다.눈빛에는 짙은 소유욕이 어려 있었다.“당신은 내 아내야.”“미쳤어?”시유가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여준은 그런 시유를 바라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이미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그래. 나 미쳤어. 당신 때문에 미칠 것 같아.”시유는 분노에 찬 눈으로 여준을 노려봤다.그러다 여준의 손아귀가 잠시 느슨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리를 들어 힘껏 걷어찼다.“미칠 거면 혼자 미쳐. 나한테 와서 이러지 말고.”여준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다행히 발에 맞지는 않았지만, 시유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시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여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입술은 벌써 붉게 부어 있었고, 옷깃 사이사이에도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시유는 손등으로 입가를 거칠게 닦았다.손끝에 묻어난 붉은 자국을 확인한 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다.이제 와서 어떻게든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끌려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분했다.시유는 반드시 최대한 빨리 여준과의 혼인 관계를 끝내겠다고 마음먹었다.잠시 눈을 감았다 뜬 시유가 차갑게 말했다.“내일 당신 앞으로 소장이 두 개 들어갈 거야. 하나는 이혼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세오름타워 저작권 분쟁 소송이야. 두 소송 모두 내가 반드시 이길 거야. 못 믿겠으면 기다려 봐.”말을 마친 시유는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었다.이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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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시유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지금 시유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이렇게 쏟아지는 비가 몸에 남은 여준의 흔적은 물론이고, 마음속에 남은 흔적까지 모두 씻어 내렸으면 했다.지금은 몸에 남아 있는 여준의 흔적조차 견딜 수 없이 싫었다.행복했던 과거를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싫었다.단 한순간이라도 그때를 떠올리는 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자신이 견뎌 낸 모든 고통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쾅!천둥이 울리는 순간 번개가 번쩍이더니 시유의 바로 앞 콘크리트 바닥에 내리꽂혔다.빗물이 사방으로 튀었다.시유는 한참을 걸었지만 뒤에서 차가 따라오는 기척은 없었다.여준은 따라오지 않았다.사람들 앞에서는 새나가 비를 맞을까 봐 걱정된다며 서둘러 뛰쳐나갔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정작 자신이 빗속으로 뛰쳐나오는 모습을 뻔히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역시 여준에게는 자신보다 새나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그 생각이 들자 시유는 허탈하게 웃었다.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비를 맞으며 한참을 걷다 보니 자신이 어디까지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때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무거운 발걸음이 빗소리를 뚫고 점점 가까워졌다.곧 커다란 검은 우산이 시유의 머리 위로 펼쳐졌다.거센 비와 바람이 더 이상 몸에 닿지 않았다.시유가 고개를 들었다.영우였다.우산은 시유 쪽으로 한껏 기울어져 있었다.정작 영우의 어깨는 빗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영우는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급하게 뒤쫓아온 게 분명했다.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콧날을 타고 빗방울이 흘러내렸다.그런데도 영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시유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걸쳐 주고는 자신의 몸으로 시유를 비바람에서 가려 줬다.“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뭐 하는 거예요? 몸도 아직 회복 중이잖아요. 이렇게 비 맞고 있으면 나중에 고생할 수 있어요.”영우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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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몇 초 동안 영우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하지만 등에 업힌 시유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힘이 빠져 잠든 건지, 아니면 정신을 잃은 건지 알 수 없었다.영우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영우는 걸음을 재촉해 곧장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대자 곧 문이 열렸다.영우는 시유가 다치지 않도록 단단히 받친 채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오래된 골목 입구.여준은 긴 손잡이가 달린 검은 우산을 든 채 쏟아지는 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여준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얇게 다문 입술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눈빛에 서린 한기는 쏟아지는 빗줄기보다도 차가웠다.그때 뒤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꽃무늬 우산을 든 채 차에서 내려 비틀거리며 달려왔다.새나는 치맛자락을 한 손으로 걷어 올린 채 여준에게 달려왔다.“왜 여기 서 있어? 얼른 차 타. 비가 너무 많이 와!”새나는 여준의 우산 아래로 들어왔다.우산을 접은 뒤 자연스럽게 여준의 팔에 팔짱을 끼려 했다.목소리에는 애교와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역시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아껴 주는 사람은 오빠뿐이야. 분명 다시 나를 찾으러 올 줄 알았어. 영우 씨는 다르잖아. 그 사람 마음에는 애초에 내가 없으니까.”여준은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차 타.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차 안은 내내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여준은 핸들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머릿속에서는 조금 전의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시유가 빗속으로 뛰쳐나갔을 때, 여준은 본능적으로 따라가려 했다.그런데 몸을 돌리는 순간 맞은편 도로에 서 있는 새나가 눈에 들어왔다.그때 새나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빨간 원피스가 몸에 달라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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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영우는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시유의 젖은 머리카락을 바라봤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영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차라도 끓여 줄게요. 몸 좀 녹여요.”시유는 온몸이 축축하고 끈적거려 불편했다.이번에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옷을 받아 욕실로 들어갔다.욕실 역시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은은한 프리지아 향에 소나무 향이 어우러져 긴장했던 마음까지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시유가 씻고 나오자 영우는 오픈형 주방 조리대 앞에 서 있었다.원목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영우는 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냄비 속 국물을 천천히 저어 보고 있었다.탄탄한 팔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고개를 숙인 영우의 표정은 차분하고 진지했다.평범한 집안일조차 영우가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특별해 보였다.잠시 후 영우가 정갈한 그릇을 시유 앞에 내려놓았다.“따뜻할 때 마셔요.”영우가 숟가락을 건넸다.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웠다.“꿀도 넣었어요. 속이 불편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시유는 정말 속이 좋지 않았다.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자 달콤하면서도 은은하게 알싸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따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 속까지 천천히 퍼지는 것 같았다.시유는 그릇을 쥔 손에 살짝 힘을 줬다.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영우를 바라봤다.복잡한 감정이 눈빛을 스쳤다.“고마워요.”영우도 맞은편에 앉았다. 손에는 차 한 잔을 들고 있었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영우가 시유를 바라봤다.맑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분명했다.“시유 씨 몸은 시유 씨가 챙겨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건강까지 해치면서 무리하지 마요. 오늘 제가 우연히 빗속에서 혼자 걷는 시유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몰라요.”시유의 손이 잠시 멈췄다.시선이 그릇 안으로 내려갔다.잔잔하게 흔들리는 국물 위로 자신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쳤다.시유는 작게 대답했다.“네.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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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임시유! 강영우! 문 열어!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여준은 예전에 영우와 함께 이 오래된 골목에 와 본 적이 있어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쏟아지는 빗속에서 여준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안에 있는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악을 쓰듯 외쳤다.영우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마당에 있는 나무 대문의 빗장을 풀고 문을 열었다.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여준이 서 있었다.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턱선을 따라 빗물이 계속 흘러내렸다.핏발이 선 눈으로 영우를 노려보는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둘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여준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강영우, 선 넘지 마.”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준은 영우의 어깨를 거칠게 밀쳤다.그리고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여준은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다급하게 방 안을 둘러봤다.그러다 익숙한 모습을 발견한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따뜻한 노란빛 조명이 집 안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시유는 원목 식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흰색과 연한 파란색이 섞인 체크무늬 면 잠옷을 입고 있었다.목둘레가 살짝 벌어져 하얀 쇄골이 드러났고,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쇄골 위에 붙어 있었다.막 씻고 나온 모습이었다.그런데 시유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두 손으로 그릇을 감싸 쥔 채 여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여준을 다시는 가까이 오게 하지 않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그 모습을 본 여준은 가슴 한구석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질투와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왔다.“한밤중에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시유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감정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담담했다.여준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시유에게 다가갔다.시선이 시유와 영우 사이를 오갔다.“둘이 여기서 단둘이 있는데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영우는 여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시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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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영우가 새나를 대하는 태도는 지나치게 차가웠다.차갑다 못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준의 마음까지 서늘해질 정도였다.그런데 시유를 대할 때는 전혀 달랐다.영우가 시유를 챙기는 모습은 여준에게도 뜻밖이었다.영우는 여준에게 옷깃을 붙잡힌 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그저 자신의 옷깃을 움켜쥔 손을 내려다봤다.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봤다.“내가 왜 새나와 결혼했는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영우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하지만 그 말은 여준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그날 밤, 우리 둘 다 술에 취했잖아. 분명 우리 둘이 같은 방에서 잤는데, 다음 날 눈을 떠 보니 내 옆에 있던 건 네가 아니라 새나였어. 지금까지도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난 내 행동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야. 술에 취했다고 아무 여자와 쉽게 관계를 가질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 그때 넌 눈이 벌게진 채 주먹까지 쥐고 나한테 새나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몰아붙였지.”영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여준의 손목을 붙잡은 손에 힘이 조금씩 들어갔다.그동안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처음으로 눈빛에 드러났다.“그때 널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새나와 결혼하겠다고 한 거야. 내가 왜 새나와 결혼했는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그날 밤 나와 새나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영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나도 아직 의문이 남아 있어. 그날 밤 넌 어디에 갔던 거야? 왜 갑자기 사라졌고, 새나는 어떻게 우리 방에 들어온 거지? 나와 새나가 결혼하게 된 과정에 네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어?”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영우의 목소리에 희미한 원망이 묻어났다.사실 이 이야기는 끝까지 마음속에 묻어 둘 생각이었다.친구였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두 사람의 우정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그때부터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의문이 이제는 날카로운 가시처럼 가슴을 찔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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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여준은 경악한 듯 눈을 크게 떴다.“그건 모두 오해야.”영우의 온화하던 얼굴에는 어느새 어두운 기색이 드리워져 있었다.“이미 다 알아냈어. 네가 나한테 새나와 결혼하라고 하기 한 달 전, 새나가 술에 취한 너를 찾아 네 방에 몰래 들어갔지.”“어떻게든 너와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던 거야. 다행히 네 누나가 그 사실을 알고 막았고, 그래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어.”“그날부터 넌 새나가 너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거고. 그래서 믿을 만한 남자를 찾아 새나를 결혼시키려고 했던 거잖아.”영우가 여준을 똑바로 바라봤다.“결국 내가 가장 적당한 상대였던 거고. 안 그래?”여준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영우야. 정말 오해야.”영우는 웃었다.여준의 부정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무슨 일이 있었든 상관없어. 이미 벌어진 일이고, 돌이킬 수도 없으니까. 원래는 더 따져 볼 생각도 없었어. 잘못된 일이면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했지.”“어차피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못했으니까, 누가 내 아내가 되든 상관없었어. 그런데 네 동생이 정말 가만히 있지를 않더라고. 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고, 그동안 크고 작은 문제를 계속 일으켰어. 그것까지는 다 참았어.”영우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하지만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선이라는 게 있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거잖아.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아이까지 가진 뒤, 이번에는 그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고 했어. 그건 나도 더는 못 참아.”영우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여준은 온몸이 굳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시유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여준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목소리도 거칠게 떨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니, 아이까지 다른 남자의 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럴 리 없어. 새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영우는 여준을 바라봤다.평소 온화하던 눈빛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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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하지만 영우가 어떤 사람인지는 여준도 잘 알고 있었다.확실한 증거를 찾고 몇 번이고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꺼낼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영우가 직접 사실을 확인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하지만 그 진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설마 새나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낳았다는 뜻인가?’여준의 온몸이 떨렸다.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여준은 급하게 의자를 끌어당겨 털썩 주저앉았다.집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창밖에서는 여전히 천둥과 번개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여준은 영우의 말을 겨우 받아들였다.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멍한 얼굴로 물었다.“그럼 리오가 네 아들이 아니라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새나가... 새나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영우도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영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그건 새나한테 직접 물어봐. 임신했을 때부터 그렇게 챙기고, 출산하고 몸조리할 때까지 곁을 지키는 걸 보면... 혹시 네 아들 아니야?”여준은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그런 농담 하지 마. 내가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사촌동생이랑 그런 관계를 맺을 리가 없잖아! 절대 아니야. 맹세할게!”영우가 여준을 빤히 바라봤다.눈빛에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난 아직 모르겠는데.”그리고 시유를 바라봤다.“시유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시유는 그제야 놀라 벌어졌던 입을 다물었다.정신을 차린 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평소에 소새나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요.”“사촌동생은 물론이고 사촌동생 아들까지 보물처럼 아끼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렵죠.”여준은 식은땀을 흘렸다.이마는 물론이고 등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이 누구 것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여준은 그릇을 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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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시유와 영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시유가 여준에게 다가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동공은 풀려 있지 않았다.시유는 한숨을 내쉬며 영우를 바라봤다.“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봐요. 또 기절한 것 같아요.”영우가 미간을 찌푸렸다.“밖에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지금 병원으로 데려가기도 어렵겠어요.”시유가 위층을 가리켰다.“일단 위층 방으로 옮겨서 쉬게 해요. 영우 씨는 깨끗한 옷을 찾아서 갈아입혀 줘요. 온몸이 다 젖었네요.”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장 옷장으로 가서 남자 잠옷 한 벌을 꺼냈다.시유가 입고 있는 잠옷과 같은 디자인이었다.영우의 외할머니는 평소에도 꼼꼼하고 세심한 분이었다.영우가 결혼한 뒤에는 손자가 아내와 함께 찾아올 때 입을 수 있도록 잠옷과 세면도구까지 늘 준비해 두었다.그런데 지금은 뜻밖에도 그 잠옷을 시유와 여준이 입게 됐다.두 사람이 여준을 부축해 위층으로 옮긴 뒤, 시유는 먼저 방을 나왔다.영우는 여준의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카락을 닦아준 뒤 이불까지 덮어줬다.여준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이마가 뜨거운 걸 보니 열도 나는 것 같았다.다행히 영우의 외할머니는 이곳에 늘 구급상자를 마련해 두었다.영우는 그 안에서 해열제와 진통제를 찾아 여준에게 먹였다.하지만 사실 여준은 처음부터 의식이 있었다.그저 일부러 자는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여준에게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아픈 게 낫지. 열까지 나면 더 좋고.’이제 이곳에 계속 머물 이유가 생겼다.영우도 아픈 사람을 내쫓지는 못할 테니까.여준을 간호하고 나니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있었다.영우가 방에서 나오자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시유 씨, 옆방에서 자요. 저는 여준이랑 여기서 하룻밤 잘게요.”시유 역시 여준과 같은 방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지난번에도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아 여준을 챙겨 줬다가, 그 일을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었다.이미 이혼을 결심한 이상, 시유는 더 이상 미련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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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역시 여기 있었네! 어젯밤 영우 씨가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영우 씨 차도 아직 호정 바비큐 앞에 그대로 있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해서 여기까지 와 봤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새나는 화를 내더니 한편으로는 득의양양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새나는 어젯밤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영우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동원했다.여준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였다.영우와 시유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동안 영우를 보며 느꼈던 의문들이 하나둘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그래서 지난 5년 동안 영우 씨가 밤낮없이 일만 했던 거구나.’‘매일 서재에 틀어박혀 있던 것도 임시유와 연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나? 나한테 그렇게 차가웠던 것도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고?’새나는 밤새 뒤척였다.가슴속에서 치솟은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온갖 방법을 동원한 끝에 영우의 핸드폰 위치까지 확인했고, 그가 오래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 집이 어디인지도 알고 있었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해외로 떠나기 전, 영우가 직접 자신을 데리고 외할머니를 찾아갔던 곳이었다.그런데 영우가 갑자기 혼자 외할머니의 집을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게다가 외할머니는 요즘 그곳에 살고 있지도 않았다.새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여기가 분명 강영우가 임시유와 몰래 만나는 곳이야.’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강영우와 임시유가 정말 오래전부터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다면?’게다가 영우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과 부부관계도 하지 않았다.혈기왕성한 남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참아 왔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시유를 찾아갔을 게 분명했다.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가 그동안 참아 왔던 욕망을 풀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새나는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어젯밤 비만 그렇게 쏟아지지 않았다면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가 현장을 들이닥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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