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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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진명화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몸을 떨었다.고개를 돌리자 병실 문 앞에 부인걸이 서 있었다.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부인걸은 키가 180cm에 달했고,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해 탄탄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외모와 체격 모두 또래 중 단연 돋보였다.여준은 부인걸을 많이 닮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으면 누가 봐도 부자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분위기까지 비슷했다.몇 년 전부터 부인걸은 부씨 집안의 주요 사업을 여준에게 맡기고 대부분의 시간을 G시에서 보냈다.그곳에서 회사의 일부 사업과 부동산 등을 관리하며 사실상 반은퇴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하지만 부씨 집안에서 부인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아직 집안 재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쥐고 있었고, 모든 것을 여준에게 넘긴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진명화는 그런 남편을 늘 어려워했다.존경하는 마음도 컸지만, 두려운 마음 역시 컸다.부인걸은 무엇이든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사소한 일에도 기준이 까다로웠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진명화는 남편만 보면 본능적으로 숨이 막힐 만큼 큰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당신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진명화는 고개를 숙인 채 억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부인걸은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최근 H시에서 벌어진 일은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며칠 전 돌아온 뒤로 집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대략적으로 전해 들었다.여자들끼리 벌인 사소한 다툼이라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대략적인 사정은 알 수 있었다.최근 H시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시유의 행동이 지나쳤던 것도 사실이었다.감정적으로 행동했고,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 결국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진명화와 여준 역시 빛나가 태어난 뒤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가족이라면 지켜야 할 도리와 배려를 너무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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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우리 집은 예전부터 조용히 살고, 집안의 화목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왔어. 시유가 우리 집에 시집왔으니 이제는 부씨 집안을 먼저 생각해야 해. 그 점은 네가 시유에게 잘 이야기해.”부인걸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처음부터 끝까지 병실에 머문 시간은 고작 10분도 되지 않았다.남편으로서 병문안할 도리는 다했다는 듯했다.부인걸이 병실을 나간 것을 확인한 진명화는 화를 참지 못하고 침대 옆 탁자에 놓여 있던 찻잔을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쨍그랑!“네 아빠 좀 봐. 1년 내내 집에도 잘 안 들어오더니, 한번 들어왔다 하면 나한테 잔소리만 한가득이야!”“내가 그동안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온갖 집안일이며 인간관계까지 다 챙겼어.”“너희 네 명을 키운 것도 나야. 내가 부씨 집안에 뭐 하나 잘못한 게 있어?”“그런데 이제 와서 시유 하나 때문에 나를 무슨 잘못만 한 사람처럼 몰아붙여?”진명화는 본능적으로 또 모든 책임을 시유에게 돌렸다. 시유를 향한 불만이 이미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유란은 결국 미간을 찌푸렸다.“엄마, 아빠가 다른 걸 가지고 뭐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시유가 아이를 낳은 일에서 엄마가 너무 자기 생각만 했다고 한 거예요.”진명화는 화가 치밀어 유란의 얼굴이라도 할퀴고 싶은 심정이었다.“너, 너...”그러다 결국 손을 내저었다.“됐어. 너도 나가. 여기서 더 이상 나 화나게 하지 말고. 이제 보니까 너나, 네 아빠나, 여준이나 다 똑같아!”“너희끼리 한편 먹고 나만 따돌리잖아. 너희가 진짜 부씨 집안 사람이고, 나는 남이야!”유란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했다.‘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시어머니 노릇만큼은 유난히 모질고 고집스러우시네.’이런 성격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건 불가능했기에 유란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몸조리 잘하고 푹 쉬라는 말만 남긴 뒤 병실을 나왔다.그날 밤 진명화는 혼자 병실에 누워 있었다. 마음은 답답하고 허전했다.시간이 갈수록 외롭고 쓸쓸한 기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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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한편, 다른 병실에서는 새나와 진지원이 마주 앉아 있었다.두 사람 모두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엄마, 이제 어떡해요?”“임시유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강해진 거예요? 우리가 사람을 시켜 불을 지른 증거를 이렇게 빨리 확보할 줄은 몰랐어요.”“지금 이모도 화가 났고, 오빠까지 우리한테 등을 돌렸잖아요.”새나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는 어떻게든 판을 뒤집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얻은 건 하나도 없고, 오히려 돈까지 엄청나게 물어줘야 하잖아요.”진지원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새나를 흘겨봤다.“이제 와서 무슨 방법이 있겠어. 이미 일이 터졌잖아. 돈을 물어주지 않으면 시유가 우리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할 거야.”“다 너 때문이야. 네가 처음부터 여준이와 조금만 거리를 뒀어도 이런 일은 없었잖아.”새나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엄마, 왜 또 전부 제 탓으로 돌려요?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된 건 다 임시유 때문이잖아요.”그러다 새나는 미간을 좁혔다.“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해요. 임시유가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까지 강해진 거죠?”“엄마, 아무래도 시유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아요. 반드시 그게 누군지 알아내야 해요.”진지원은 미간을 꾹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늘 임시유 옆에 붙어 다니던 젊은 남자 있잖아. 이름이 뭐였더라... 변항이었나? 그 사람, 보통 실력은 아닌 것 같더라.”“지금 임시유나 임애교의 능력만으로는 그런 사람을 곁에 둘 수 없어. 새나야, 우리도 더 이상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해.”새나는 답답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아빠는 우리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고, 이런 일을 아빠한테 알리는 건 더더욱 안 돼요.”“알았다가는 우리 둘 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는데요?”진지원은 몇 초 동안 말없이 생각했다.그러다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한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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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우리 둘이 역할을 나눠서 움직이자. 너는 여준이를 맡고, 나는 네 이모를 맡을게.”“반드시 임시유가 자기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부씨 집안에서 완전히 쫓아내야 해.”새나의 눈빛에 순간 사악한 기색이 스쳤다.지금 새나는 시유를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시유는 집에서 꼬박 사흘을 기다렸다.그리고 사흘 뒤, 마침내 여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여준은 시유에게 TS레스토랑에서 만나 앞으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이야기하자고 했다.시유는 곧장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2층 룸의 문을 열자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여준뿐만 아니라 유란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시유는 잠시 멈칫했다가 금세 표정이 굳었다.“일 얘기하자고 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부유란 대표님까지 데리고 온 거야?”여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시유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눈빛에는 이전과 달리 진심 어린 호의가 담겨 있었다.“내가 여준이랑 같이 가겠다고 한 거야. 엄마랑 여준이는 올케가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내가 대신 사과하고 싶어.”“우리 사과, 받아 줄 수 있겠니?”유란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시유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존중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갑작스러운 태도에 시유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입꼬리에는 비웃음이 걸렸고 본능적으로 여준을 바라봤다.“왜?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써 보려는 거야? 이런 건 나한테 안 통해.”“내가 최근에 부유란 대표님한테 빛나 사진 몇 장 보냈다고 해서 내가 부유란 대표님이랑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거야?”“그래서 부유란 대표님을 데려와서 내 마음을 돌리려고? 난 당신 가족 누구와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야. 그러니까 이런 수작은 그만 부려.”시유는 유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단 몇 마디로 두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봤다.말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여준은 그런 시유의 냉정함과 단호한 태도에 머리가 지끈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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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유란과 여준은 동시에 크게 놀랐다.유란은 무의식적으로 시유의 손을 잡았다.“그동안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부부 사이의 문제는 두 사람이 직접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올케가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 아버지도 그러셨어. 올케가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엄마가 한 행동은 여러모로 부족했다고.”“오늘 내가 온 건 올케한테 사과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빛나 백일잔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어서야.”“아버지는 이번에 백일잔치를 제대로 크게 열어서 올케가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아쉬움까지 모두 보상해 주고 싶어 하셔.”“대신 그동안 있었던 일은 이제 내려놓고, 더 이상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좋겠대. 앞으로는 여준이와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유란의 말투에는 예전의 오만함이 전혀 없었다.차분했고, 시유의 의견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시유가 부씨 집안에 시집온 뒤 처음 받아 보는 대우였다.부씨 집안 사람이 자신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하고 있었다.예전에는 달랐다. 유란이든 여준의 작은누나이든 막내누나이든 시유를 만날 때마다 늘 자신들이 시유보다 한참 위에 있는 사람인 양 굴었다.안하무인에 가까울 정도로 거들먹거리기 일쑤였다.시유가 지금처럼 모든 걸 터뜨리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이런 존중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시유는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그저 담담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유란을 바라봤다.유란이 자신을 설득하러 왔다는 걸 알아차린 시유는 이미 마리에게 연락을 해두었다.잠시 후 마리가 급하게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달려왔다.마침 룸 앞에 도착한 마리는 유란의 말을 고스란히 들었다.쾅!마리는 그대로 감정을 폭발시키며 룸 문을 열어젖혔다.“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설마 부씨 집안에서는 백일잔치 하나 크게 열어 주겠다고 하면 시유가 알아서 고분고분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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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아, 맞다. 그리고 이번 일의 진짜 원흉인 소새나도 빼놓을 수 없죠. 소새나더러 직접 무릎 꿇고 우리 시유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그렇지 않으면 시유가 다시 부씨 집안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을 거고, 빛나를 데리고 돌아가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예요!”마리는 목소리를 높이며 테이블을 몇 번이나 세게 내리쳤다.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아팠지만 속은 후련하기만 했다.지난 몇 년 동안 시유가 얼마나 참고 또 참았는지,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삼켰는지 마리는 전부 지켜봤다.진작부터 부씨 집안 사람들을 수없이 욕하고 싶었지만 시유의 결혼 생활을 생각해서 꾹 참았다.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그동안 참고만 있던 자신도 이제는 제대로 나설 때가 된 것이다.지금이라면 부씨 집안 사람들과 정면으로 맞붙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시유가 자신에게 한마디만 해 준다면, 정말 부씨 집안과 정면으로 맞붙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친구가 그동안 당한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주고 싶었다.이럴 때만큼은 기꺼이 못된 사람이 되어 줄 생각이었다. 시유가 하지 못했던 말까지 자신이 대신 해 주고, 그동안 부씨 집안 사람들이 시유에게 퍼부었던 모진 말과 냉정한 대우를 하나도 빠짐없이 되돌려줄 생각이었다유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올케도 친구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걸 그냥 보고 있을 거야? 오늘 우리가 자존심도 내려놓고 체면도 버린 채 진심으로 올케와 이야기하려고 온 거야.”“그런데도 그 친구가 계속 이렇게 함부로 말하는 걸 그냥 내버려 둔다면... 앞으로는 이런 기회도 다시 없을 거야.”시유의 얼굴은 잔잔한 물처럼 평온했다. 눈빛에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었다.“제 친구가 저를 대신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마리의 뜻이 곧 제 뜻이에요.”“예전에는 조금만 무슨 일이 생겨도 제가 잘못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부씨 집안에 시집온 5년 동안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부 사과했어요.”“매번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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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짝!크고 선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룸 안이 순식간에 기묘할 정도로 조용해졌다.유란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거뒀다.시유의 뺨에 선명하게 다섯 손가락 자국이 남은 것을 본 순간, 유란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내가 사람을 잘못 때렸어. 여준이를 때리려고 한 건데...”마리는 화가 치밀어 곧장 시유를 자신의 뒤로 감쌌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유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엉뚱한 사람을 때렸네요. 원래는 허공을 때리려고 했거든요.”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하게 얼어붙었다.부씨 집안의 장녀이자 부강그룹의 대표인 유란은 그동안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대접을 받았고, 누구도 감히 그녀 앞에서 함부로 굴지 못했다.그런 유란이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았다.게다가 마리가 꽤 세게 때린 탓에 입가에는 피까지 배어 나왔다.유란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분노가 치민 유란은 당장이라도 마리에게 달려들어 제대로 혼내 주려 했다.하지만 여준이 재빨리 유란의 손목을 붙잡았다.“누나, 그만해요!”여준의 눈빛도 어느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이렇게 계속 싸우기만 하면 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제발 다들 그만 좀 해요. 누나는 나 도와주러 온 거 아니었어요?”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바라보는 여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이미 이 일에 완전히 진이 빠진 상태였다.유란은 여준을 가만히 바라봤다.“여준아, 너 시유랑 이혼해. 나도 이제 더는 말리고 싶지 않아. 대신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둬.”“이혼하는 건 너희 마음대로 해. 하지만 빛나는 우리 집안의 핏줄이야. 시유가 아이를 데리고 가게 둘 수는 없어.”“그건 아버지 뜻이니까 네가 잘 생각해서 결정해.”유란은 지금 이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신이 이곳에 온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었다.유란은 그 말을 남긴 뒤 시유를 차갑게 한 번 흘겨보고는 뺨을 감싼 채 몸을 돌려 룸을 나갔다.여준은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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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상황은 너무 갑작스러웠다.시유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보니 여준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시유는 곧바로 달려가 상태부터 살폈다.“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쓰러진 거야?”마리가 놀라 소리쳤다.시유는 여준의 숨을 확인한 뒤 곧바로 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찬훈은 계속 식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상황을 전해 들은 찬훈은 곧장 룸으로 올라와 여준을 부축했다.세 사람은 여준을 가까운 병원으로 급히 옮겼다.여준을 응급실로 들여보낸 뒤, 시유는 얼굴에 맺힌 식은땀을 손으로 닦아 내고 찬훈을 바라봤다.“어떻게 된 거예요? 원래 몸이 이렇게 안 좋았어요?”찬훈은 시유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께서 따님을 데리고 집을 나가신 뒤로 대표님이 밤마다 잠을 못 이루셨습니다.”“낮에는 계속 일을 해야 했고, 최근에는 이런저런 일까지 한꺼번에 터졌잖습니까. 며칠 전에는 감기까지 걸리셨는데도 계속 버티셨습니다.”“아마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신 것 같습니다.”시유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밤마다 잠을 못 잤다고요?”“그럴 리가 없잖아요. 부여준은 원래 하루에 일곱 시간은 꼭 자야 한다고 하던 사람이었는데...”여준은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이었다. 식사부터 수면, 독서 시간까지 하루 일과를 거의 초 단위로 관리했다.평소에도 자기 관리가 철저했고, 특히 잠자는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신경을 썼다.매일 어떻게든 일곱 시간은 자려고 했고, 함께 지낸 5년 동안 시유는 여준이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찬훈이 입을 열었다.“대표님은 사모님을 만나기 전부터 불면증이 있었습니다. 병원도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고요.”찬훈은 여기까지 말하다가 주변을 한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덧붙였다.“대표님이 그때 그렇게까지 사모님과 결혼하려고 했던 이유도 따로 있었습니다. 사모님을 안고 자면 마음이 편해져서 금방 잠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대표님이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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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죽는다’는 말 한마디에 시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유가 여준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한때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이었다.아무리 미워해도 여준이 죽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그런 여준이 오늘 눈앞에서 갑자기 쓰러지자 시유도 크게 놀랐다.시유는 여준을 한번 바라본 뒤 마리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마리를 한쪽으로 데려갔다.“저렇게까지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갈까, 아니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볼까?”마리 역시 시유처럼 원래 마음이 여린 편이었다.여준이 죽기를 바랄 정도로 원망하고 있지는 않았다.마리는 시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잖아. 일단 감정적인 건 잠깐 내려놓고,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보자.”마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시유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찬훈 씨가 한 말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혹시 너를 붙잡으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꾸며낸 걸 수도 있으니까.”결국 시유는 병실에 남았고, 마리는 먼저 돌아갔다.시유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조용히 병실을 지켰다.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작은 간이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병실 안은 고요했다.고르게 이어지는 숨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한참 뒤, 어둠 속에서 여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병원이라는 걸 알아챈 여준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순간, 작은 간이침대 위에 웅크리고 잠든 시유가 눈에 들어왔다.마치 발톱을 숨긴 순한 고양이 같았다.침대가 너무 짧아 시유는 다리를 살짝 구부린 채 잠들어 있었다.병실의 어두운 푸른 조명이 시유의 몸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아 가녀린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몇 가닥의 잔머리가 뺨 옆으로 흘러내려 있었다.고른 숨을 내쉴 때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잠든 와중에도 입술만큼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마치 고집스러운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듯했다.여준의 흐릿했던 머릿속이 순간 번쩍 맑아졌다.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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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그런데 집을 사고 나서야 시유가 태양파크에서 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림빌은 아직도 공사 중이었기에 최근 여준은 계속 이곳에서 지내고 있었다.여준은 시유를 조심스럽게 안은 채 계속 걸음을 옮겼다.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침실까지 들어갔다.그리고 침대 위에 시유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시유는 끝까지 깨지 않았다. 깊이 잠든 채였다.여준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곧장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침대에 누운 여준은 시유의 목 아래로 조심스럽게 팔을 넣었다.그대로 시유를 살며시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정말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각이었다.여준은 잠시 멍해졌다.시유와 이렇게 한 침대에서 함께 잠든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한번 잃었다가 다시 되찾은 것이라 그런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지금 여준에게 시유는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과 같았다.품에서 놓고 싶지도 않았고, 함부로 다루고 싶지도 않았다.그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있을 뿐이었다.혹시라도 깨울까 봐 조심스러웠다.방 안은 어두웠고 침대에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실크 침구가 깔려 있었다.여준은 시유의 겉옷과 바지를 조심스럽게 벗겨 주었다.시유는 예전과 다름없이 안에는 흰색 민소매와 면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녀는 평소에는 날씬해 보이지만, 옷을 벗으면 의외로 살집이 있는 편이었다.부드럽고 말랑한 몸이 품 안에서 포근하게 느껴졌다.시유를 안고 있으면 푹신한 베개를 품에 안은 것 같았다.여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 포근함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너무 지쳐 있었고 잠도 쏟아질 만큼 졸렸다.시유를 품에 안고 있으니, 오랫동안 바다를 떠돌던 배가 마침내 돌아갈 곳을 찾은 기분이었다.짙은 졸음이 밀려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잠에 빠져들었다.품에 안긴 사람은 밤낮으로 그리워했던 여자였다.두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자 여준은 더없이 큰 만족감을 느꼈다.곧 고른 숨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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