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을 움켜쥔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시유는 차갑게 여준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여준은 새나가 스스로 감당하게 두지 않았다.여전히 새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이게 자신이 그렇게 신중하게 골랐던 남편이었다.그토록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남자였다.시유는 예전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생각하며 차라리 그때 자신의 눈을 씻어 버리고 싶었다.“계속 나한테 잘해 줬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지금도 정말 나한테 잘해 줬다고 생각해?”“소새나한테 했던 것의 3분의 1만이라도 해줬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왔을 것 같아?”여준은 숨이 턱 막혔다.“왜 자꾸 새나랑 비교하는 거야? 새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잖아. 그런데 당신은...”“하하...”시유는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 이제는 정말 여준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새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울 줄 아는 아이에게 더 마음이 가는 법이니 당연히 편애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반면 자신은 어릴 때부터 온갖 일을 혼자 견디며 살아왔다.누가 돌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버텨 온 사람이었다.그러니 당연히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고, 누구에게도 특별한 사랑이나 보살핌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였다.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인지.세상에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었다.시유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지쳤다.“이혼하자, 부여준.”“또 그 얘기야? 당신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어도 툭하면 이혼하자고 하잖아.”여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죽어도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나 당신이랑 이혼할 생각 없어. 당신이 말한 일들도 우리 가족이 이제는 잘못을 깨닫고 있어.”“아버지도, 누나도, 할머니도 다 우리가 다시 잘 지내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다들 빛나가 다시 부씨 집안으로 돌아와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어.”“우리 가족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돼? 어차피 난 이혼 안 해. 그러니까 이혼할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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