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피할 생각조차 없었다.바로 곁에 언제든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역시나 부인걸의 지팡이가 시유에게 닿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부인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팡이가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이어 그의 팔이 그대로 뒤로 꺾였다.“아악!”부인걸이 비명을 질렀고 고통에 얼굴이 새빨개졌다.“여보!”“인걸아!”“아빠!”조금 전까지 부인걸과 함께 걸어 나오던 여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진명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시유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지만,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임시유, 너... 대체 무슨 짓이야? 빨리 놓으라고 해!”최선희도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주름진 뺨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시유야, 왜 이러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한 가족끼리 무슨 일이든 말로 하면 되지, 어떻게 사람들을 데리고 집에 쳐들어와서 시아버지한테 저럴 수 있어?”시유는 연로한 최선희를 바라보자 마음이 약해졌다.하지만 그 마음은 금세 가슴 깊이 쌓인 원망에 묻혀 버렸다.부씨 집안에서 자신에게 잘해 준 사람은 최선희뿐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진심으로 자신을 아끼고 도와준 건 아니었다.진명화가 자신을 혼내고 모욕하고 괴롭힐 때 옆에서 몇 마디 말리는 게 전부였다.최선희 역시 시유를 제대로 보호해 준 적은 없었다.지난 5년 동안 이 집에서 살얼음판을 걷듯 살았지만, 누구도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 주거나 존중해 준 적이 없었다.그러니 이제 와서 누구 하나 봐줄 이유가 없었다.시유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저도 예전에는 이 집 사람들과 좋게 얘기해서 해결해 보려고 했어요.”“당신들이 끝까지 절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제 딸까지 붙잡아 협박하면서 절 굴복시키려 들지 않았으면 저도 다시는 이 집에 들어올 생각 없었어요.”시유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집 안의 모습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이곳에서 당했던 모욕과 괴롭힘의 흔적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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