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똑똑하게만 자라면 됐지, 딸이면 뭐가 어때!”최선희가 여준을 바라봤다.“여준아, 네 엄마 말은 듣지도 마. 딸도 똑같이 귀한 보물이야!”진명화는 입을 삐죽였지만 시선은 저도 모르게 여준 품에 안긴 빛나에게 향했다.“어머니, 이제 와서 그런 말씀 하세요? 제가 딸을 셋이나 연달아 낳았을 때는 안 그러셨잖아요.”최선희가 눈을 흘기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 했어도 너처럼 이렇게 대놓고 하진 않았어.”“내가 하나 묻자. 애 태어난 지 한 달 됐을 때 제대로 챙기기는 했어? 백일 준비는 하고 있고? 네가 낳은 아이 넷은 내가 그런 거 하나라도 빼먹은 적 있었니?”최선희가 혀를 찼다.“그러니 손주며느리가 애 데리고 친정에 가서 안 돌아오지. 내가 보기엔 네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거야!”최선희는 가벼운 치매 증상이 있었다.정신이 또렷할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 사람을 겪어 온 만큼 중요한 순간에는 의외로 정확하게 본질을 짚곤 했다.여준은 최선희의 말을 듣다가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지난 5년 동안 시유는 부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과는 늘 겉돌았다.유일하게 최선희와만 사이가 좋았다.문득 할머니가 직접 나서면 시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때였다.밖에서 대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시유는 여준에게 세 번이나 연달아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여준은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시유는 여준을 너무 잘 알았다.그는 24시간 핸드폰을 몸에서 떼지 않는 사람이었다.전원이 켜져 있다면 전화를 못 들을 리가 없었다.결국 알면서도 받지 않는 것이었다.시유의 속에서 화가 끓어올랐다.여준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완전히 사라졌다.저 남자는 매번 말로는 다시 잘해 보겠다고 했다.자기가 잘못했다고, 앞으로는 바뀌겠다고 수도 없이 말했다.그런데 결국 전부 말뿐이었다.정작 일이 생기면 여전히 가장 먼저 자기 생각부터 했다.빛나가 자기 손에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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