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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위험한 진실의 티타임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9 21:12:16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카엘루스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턱을 부드럽게 고정하며 들어 올렸다.

​

“글쎄, 영애라면 이걸 어떻게 하고 싶을까?”

​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입가에 걸린 묘한 미소가 소름 끼치도록 매혹적이었다.

​

‘헉! 위험하다…… 이건 마치 로판 30화쯤 나오는 남주의 전형적인 유혹 포즈잖아?!’

​

머릿속 덕후 본능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정직했다. 서 있는 황제를 앉은 채로 올려다보느라 목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

“저…… 폐하. 지금 상황이 음, 묘하게 섹시하시긴 한데…… 제가 살짝 거북목이라, 이 자세가 좀 많이 불편하고 힘드네요.”

​

내 헛소리에 황제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묘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안면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

“……영애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나?”

“아니, 분위기 잡으시는 건 알겠는데 제 목뼈는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저기 저 알, 방금 또 ‘뀨-’라고 했다고요.”

​

황제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악마 같은 매력을 뿜어내던 그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무슨 웃음을 멈추지를 않는다.

​

아아, 나의 몽글몽글한 로맨스판타지가 이렇게 또 한 번 장르 파괴를 당하고 있었다.

​

“거북목이라니. 영애는 정말…… 매 순간 예상을 뛰어넘는군.”

​

카엘루스가 관자놀이를 짚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멀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칼라일 오라버니가 살벌한 냉기를 뿜으며 앞을 막아섰다.

​

“한가한 놀음은 그쯤 하시죠, 폐하. 지금 제 동생은 목숨을 위협받는 음모에 휘말렸고, 루체른 공작 가는 그 대가로 전쟁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

칼라일의 시선이 바구니 속의 알로 향했다. 아까보다 훨씬 선명해진 은빛 광채가 검은 껍질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

“이 기괴한 생명체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황궁 내부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닐 텐데요.”

​

카엘루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장난기 어린 기운이 순식간에 휘발되고, 제국의 주인다운 위압감이 들어찼다.

​

“맞는 말이다. 놈들이 성유물에 손을 댔다는 건 이미 금기를 넘었다는 뜻이겠지. 일단 이 알은 놈들의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마탑에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

칼라일의 제안에 나는 마시려던 찻잔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마탑! 로판에서 온갖 고지식한 천재들이 모여 마법 공학을 연구한다는 그 신비로운 장소!

​

“제국 최고의 마법사들이라면 이 알의 정체를 밝히고 본거지를 추적해 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세상과 단절된 마탑이 보안 면에서도 확실하겠죠.”

​

오라버니의 현실적인 제안에 황제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곧, 카엘루스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향했다.

​

“마탑이라…… 나쁘지 않군.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

​

카엘루스가 손가락으로 바구니를 가리켰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알 속에서 다시 한번 ‘뀨우—!’ 소리가 들리더니, 분명 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알이 언제부턴가 나와서 내 쪽으로 데구루루 굴러오는 것 아닌가?

​

그러고는 마치 온기를 찾는 강아지처럼 껌딱지가 되어 내 치맛자락 끝에 찰싹 달라붙었다.

​

“저 알 속의 생명체는 이미 엘리노아 영애한테 각인한 듯하거든. 뭐 이제야 생각해 보자면 뛰어난 영애의 정화력이 핵에 스며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지.”

​

황제의 입가에 다시 짓궂은 미소가 걸렸다.

​

“영애가 없는 마탑에서 저 녀석이 얌전히 연구에 협조할까? 가자마자 마탑 전체를 날려버리려 들 것 같은데.”

“그, 그럴 리가요! 제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

당황해서 알을 떼어내려 치마를 흔들어 봤지만, 알은 오히려 내 치맛자락을 꽉 붙잡으려는 듯 기묘한 진동을 내뿜으며 따라다녔다.

​

칼라일 오라버니의 안색이 수심으로 가득 찼다. 여동생을 위험한 황제 곁에 두기도, 정체 모를 괴생명체와 마탑에 보내기도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

결국, 카엘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최후통첩과도 같은 제안을 던졌다.

​

“선택권을 주지, 칼라일. 이 알을 마탑으로 보내고 그대의 동생이 함께 갈 것인가, 아니면…….”

​

그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엘리노아 영애를 정식으로 내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해, 내 비호 아래 두고 이 사건을 함께 해결할 것인가?”

​

뭐? 보좌관? 그건 말이 좋아 보좌관이지, 그냥 황제 옆에 24시간 찰떡같이 붙어 다니란 소리잖아!

​

‘내 평온한 라이프, 진짜로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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