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서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할머니가 진심으로 자신의 두 번째 혼처까지 알아봐 주려 한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이렇게까지 빨리 자리를 잡다니.’“할머니, 저 아직 그런 생각 없어요.”강윤서는 관자놀이를 가볍게 문질렀다. 지나친 관심과 호의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하지만 할머니가 이미 약속을 잡아뒀단다. 그냥 친구처럼 먼저 만나보는 거야. 사람을 더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 나머지는 만나서 이야기하자꾸나. 알겠지?”최혜란은 차분하게 설득하더니 강윤서가 다시 거절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윤서는 한동안 꺼진 화면만 바라보며 말문을 잃었다. 할머니가 박태경 대신 해주려는 보상치고는 지나치게 과감한 방식이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저녁 6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마음을 정했다. 어차피 직접 나가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서로 불편하지 않게 정리하는 편이 나았다.최혜란이 약속 장소로 잡은 곳은 경원에서 가장 호화로운 ‘더 하이브’였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사교 공간으로,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프라이빗 룸을 함께 갖춘 곳이었다. 전자 입장권에는 5층이라고 적혀 있었고 독립된 룸에서는 식사와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강윤서는 룸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상대가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더 고민하지 않고 문을 살짝 밀었다.그리고 그 순간, 시선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룸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커다란 통유리 앞에 박태경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었고 그의 곁에서는 서다빈이 발끝을 세운 채 넥타이를 정리해 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서다빈이 천천히 그의 입술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두 사람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눈앞에서 막 키스하려는 순간을 직접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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