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Bab 161 - Bab 170

195 Bab

EPISODE 159

밤새 끌어안고 뜨겁게 사랑을 나눴다.다음 날 늦은 아침.두 사람은 함께 욕조에 누워 서로의 몸을 씻겨주고 다시 사랑을 나눴다.물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안겨 있는 유진의 젖은 머리를 요스케가 가만히 쓰다듬었다.그리고 가만히 그녀에게 조금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네 어머니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돌아가신 거 아니야.”순간 유진의 놀란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 보았다.“무슨…… 소리에요.”“넌…… 어머니에게 죄책감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 걸고 지키고 싶었던 유일한 사랑이었어. 그리고… 너의 생부 역시 어머니가 배신한 게 아니야.""……네?"이번에는 그의 차례였다.겨우 열 여섯이었던 그녀가 이 추악한 진실 앞에 행여 깊은 상처를 입을까.그래서 영영 망가져 버릴까 봐 지금껏 가장 깊은 음지에 숨겨왔던 비극의 실체.그 비극이 자신들의 비극과 맞물려 있었다.그래서 그도 이제 이 비극을 무겁게 뱉어내기 시작했다.그게 가장 아픈 칼날이 되어 그녀를 다치게 한다고 해도.이제는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그렇다면 자신이 그녀를 영원히 지킬 것이기에 그도 그녀에게 지금껏 말하지 못한 진실과 오해를 풀고 싶었다.순간 유진의 가슴이 불길하게 뛰기 시작했다.요스케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그리고 애써 가라앉힌 나직한 목소리로 잔인한 진실을 가만히 말해주었다."너의 부모님…… 전부 서 회장이 죽인 거야.""뭐라고요…?"머릿속이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핑 돌았다.유진의 안색이 찰나의 순간 핏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하얗게 질려갔다.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그는 무너져 내리려는 유진의 가녀린 등을 자신의 단단한 손으로 단단히 받쳐주며 파멸의 진실을 묵직하게 이어갔다."네 친부모님은 불륜 같은 추잡한 관계가 아니었어. 서 회장, 그 인간이 네 어머니의 지독한 스토커였지. 국무총리였던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네 어머니와 강제로 거짓 혼인 신고를 하고도 당시 KL 기획실장이었던 너의 생부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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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0

과거의 모든 오해의 아픈 사슬이 피눈물 속에 녹아내렸다.하지만 단 하나, 가장 커다란 숙제가 남아있었다.유진은 여전히 창백한 요스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꼭 감싸안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신…… 치료 받아요. 치료 받아야 해요.”그는 단호히 고개를 돌렸다.한순간에 나약해진 자신이 선택했던 멍청한 선택.그는 그 선택을 우습게 생각했다.“걱정 마. 끊을 수 있어. 이깟 약물 따위 내 의지로 언제든 부술 수 있으니까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별거 아니라고.아니, 이 문제만큼은 유진은 양보할 수 없었다.그의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아니. 혼자서는 절대 안돼. 같이 치료 받아요.”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칠흑 같은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단단하게 빛났다.“당신 새벽마다 나 몰래 욕실에서 혼자 힘겨워 하는 거 나 알아요. 이제는 당신 아픈 거 보는 게 나 너무 힘들어요. 나랑 같이 병원 가요.”“괜찮다니까.”그의 고집은 쉽게 꺽이지 않았다.그때 유진이 그의 서재로 들어가 그가 숨겨놓은 약통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손바닥에 약을 쏟았다.“너…… 뭐 하는 거야?!”“그럼 나도 이 약 먹으려고요. 우리 그럼 같이 죽어요. 어차피 당신 없으면, 난 죽어요.”유진은 망설임없이 알약을 입에 털어넣었다.순식간에 요스케가 그녀에게 달려와 입을 강제로 벌리고 손가락을 집어넣었다.이내 구역직을 하며 기침을 토해내는 유진.요스케는 놀란 심장을 부여잡으며 넋을 놓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유진의 필사적인 구원의 애원에,평생을 독종이자 자신의 세상에서 지배자로 살아온 요스케의 오만이 완벽하게 꺾여 버렸다.그리고 누구에게도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가장 나약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었다.그는 유진의 가녀린 어깨에 자신의 무거운 머리를 기댄 채 가늘게 몸을 떨었다.“알았어. 그래… 그러자”결심이 서자 유진은 자신의 일과 모든 신변을 미련 하나 없이 단 한 조각도 남기지 않은 채 정리했다.이제 그녀의 목표는 오직 자신의 주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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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1

유진은 그 서늘한 마찰음에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이미 비어버린 옆자리의 온기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유진은 단번에 욕실 문 앞으로 달려가 문고리를 거칠게 흔들었다.“문 열어줘요”“나… 괜…찮아. 자고… 있어”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미 짐승의 단말마처럼 찢어져 있었다.유진은 지체하지 않았다.서랍장을 뒤져 마스터키를 급하게 찾아내 열쇠구멍에 꽂아 돌렸다.‘철컥!’문이 열리자 하얀 바닥 위에 속옷 한 장만 걸친 채 온몸을 비틀며 까무러치고 있는 요스케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전신에 시퍼렇게 핏대가 선 채 오한으로 덜덜 떠는 그의 모습은.재계를 호령하는거대한 제국의 제왕도.잔인한 야쿠자들조차 두려워하던 포식자가 아니었다.그저 지독한 통증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유진은 주저 없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땀과 오물로 얼룩진 요스케의 거대한 몸을 두 팔로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내가 안 보여주겠다고 했잖아. 더러운 꼴은 보여 주기 싫어. 제발 나가.”요스케가 거칠게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유진은 악착같이 그를 붙잡은 채 욕조의 수전을 끝까지 돌렸다.따뜻한 물이 욕조를 채우기 시작하자, 유진은 그의 무거운 몸을 부축해 욕조 안으로 밀어 넣었다.입고 있던 그녀의 얇은 잠옷이 물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었다.하지만 개의치 않았다.유진은 요스케를 따라 욕조 안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출렁이는 따뜻한 물속에서.유진은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허공을 맴도는 그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똑바로 붙들었다.그의 커다란 몸이 사정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는 그의 입술을 애틋하게 입맞추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사람의 몸은 동시에 하나 이상의 통증이나 느낌을 못 느낀데요. 그리고 중독을 가장 빠르게 빠져 나올 수 있는 건 다른 중독을 찾는 거래요. 그러니까 내가 당신 도울 수 있게 해 줘요.”유진은 가녀린 다리로 요스케의 단단한 골반을 감싸 안으며, 고통으로 경련하는 그의 몸 위로 대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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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2

“쌍둥이네요. 8주 요. 축하드려요”초음파 모니터를 바라보던 의사의 덤덤한 목소리가 진료실의 가라앉은 공기를 깨웠다.화면 속 작은 두 개의 점이 기적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유진은 다시 임신을 했다.요스케의 아이.그의 온전한 핏줄이자 두 사람을 영원히 떼어놓을 수 없게 하나로 묶어줄 위대한 새 생명의 도래.하지만 기억의 심연 속에 묻어두었던 해묵은 유령이 다시 고개를 드는 기분이었다.유진은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저 임신…… 우울증이 있었는데…”의사가 차트를 넘기며 유진을 진중하게 바라보았다.“전에 요? 요즘 우울 증세가 있어요?”“아직은 아닌데……”“호르몬 변화로 우울증이 오는 경우 많아요. 산후우울증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많고요.”의사의 사무적인 설명이 유진의 목을 더 조여왔다.그녀의 뺨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갔다.“그럼…… 어떻게…. 하죠….?”의사는 유진의 과도한 불안을 눈치채고 어조를 부드럽게 낮췄다.“전에 증상이 심하셨어요?”유진은 차마 그 지옥 같았던 기억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채, 마른 입술만 피가 배어 나오도록 짓씹었다.두 눈의 초점이 흐려지며 잔인한 기억의 파편들이 난도질하듯 스쳐 지나갔다.피비린내 가득하던 하얀 병실의 욕조……그리고 제 손에 의해 하얗게 굳어있던 작은 핏덩이 생명…….“네. 7개월이었던 아이를 잃었어요. 흡… 흡….. 제가 잘못한 선택을 해서…”호흡 곤란으로 목이 메어 들어가는 유진의 가냘픈 어깨 위로, 묵직하고도 따뜻한 햇살 같은 온기가 빈틈없이 내려앉았다.언제나처럼 요스케가 커다란 한 팔로 유진의 어깨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의 품에서 전해지는 굳건한 심장 박동이 유진의 무너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아주었다.“아이를 거부 하거나 육아가 힘든 경우도 있고…… 임신 자체를 기억 못하기도 하죠. 최악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전에도 그러신 경험이 있으니 초기부터 정신과와 조인트해서 관리해 가도록 하죠.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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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3

얼마나 울었던 걸까…지독한 감정의 소모 끝에 유진은 류의 품에 안긴 채 스르륵 잠이 들었다.어느덧 밤이 깊어 시골 하늘에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요스케는 침대 시트 위로 유진을 눕히고 자신도 그 곁에 누워 잠든 그녀를 한 팔로 꼭 끌어안았다.그는 한시도 유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혹여 눈을 깜빡이는 순간,그녀가 연기처럼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그의 짙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유진의 얼굴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담아내고 있었다.그는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을 움직여 유진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부드러운 앞머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기분 좋은 촉감과 서늘한 그의 체취에 유진이 가늘게 속눈썹을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시야 가득 들어오는 건 자신을 세상의 전부라는 듯 바라보고 있는 요스케의 시선이었다.“안 잤어요?”유진이 잠긴 목소리로 속삭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마주 보았다.언제나 서늘하고 오만하게만 빛났던 그의 눈동자에는 이제 오직 자신을 향한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유진의 내면에 도사리던 불안과 우울의 잔재들이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사랑해요.”유진이 파고들듯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그 달콤하고 명확한 고백이 그의 가슴에 내리꽂히는 순간.요스케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행복감에 숨이 턱 막혔다.가슴 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차올라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그는 유진의 허리를 더 강하게 감싸 쥐며 자신의 중심에 밀착시켰다.“우리…… 결혼 할래?”요스케의 입에서 나온 툭 던지듯 묵직한 제안에 유진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언제?”“내일?”“훗, 좋아요”유진이 농담으로 받아치듯 가볍게 대답하자, 요스케의 눈빛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가라앉았다.그는 유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시선에 고정시켰다.“농담 아닌데.”그의 올곧고 단단한 눈동자를 마주한 유진은 숨을 삼켰다.그녀는 이내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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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4

“언니 오늘 뭐 해?”“뭐 하긴 뭐 해? 병원에 있겠지. 인턴 2년차가 자유가 있니?”“그렇구나… 알았어”알코올과 소독약 냄새가 차갑게 들러붙은 병원 복도.피로에 짓눌린 유정이 휴대폰을 내리기가 무섭게 담당 전공의의 호출이 떨어졌다.차가운 차트판을 훑던 선배가 무심하게 툭 던졌다.“너 오늘부터 3일 휴가!”“네?”“그렇게 알고 나가 봐”유정은 멍해진 표정으로 휴게실을 나섰다.어리둥절한 채 걸음을 옮기던 그때, 복도 저편에서 낯익은 윤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색 조명 아래, 유진이 걸어오고 있었다.“어? 너 귀신이다. 어떻게 알고 왔어?”“나랑 어디 좀 가 줘”“어디?”“몰디브”“뭐?”유진은 유정의 팔짱을 끼고 무작정 그녀를 이끌었다.정신을 차렸을 때, 유정은 이미 김포공항 활주로에 서 있던 최고급 비즈니스 전용기 내부에 들어서 있었다.은은한 향수 향과 매끄럽고 푹신한 가죽 시트가 몸을 깊숙이 안아 왔다.승무원이 다정하게 건넨 샴페인 잔을 쥔 채, 유정은 마주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유진을 바라보았다.실크처럼 매끄럽게 흐르는 머리카락, 깊어진 눈빛과 입술. 남자에게 넘치도록 사랑받은 여인 특유의 사랑스런 아우라가 온몸에서 풍겨 나오고 있었다.“나 오늘 결혼해.”순간 유정이 경악의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오늘 저녁에 결혼을 한다고?!!!”“응. 나 증인 1명 필요해. 언니 말고는 할 사람 없어.”유진이 창밖의 솜사탕 같은 구름을 담아내던 시선을 천천히 돌려 유정을 마주 보았다.그 눈동자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보석처럼 투명하게 빛났다.“야! 무슨 결혼을…… 이렇게 갑자기.”“그냥 하고 싶어졌어. 맘 바뀌기 전에 후딱 하려고.”유진의 입술 끝에 매끄럽고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그 미소에 담긴 은밀한 기류.유정은 샴페인 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안절부절 안색을 흐렸다.“근데 나 좀 마음에 걸리는데……”“왜?”“류 회장 보기가 좀 미안해서. 내가 괜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방해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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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5

“미쳤어? 그 인간을 왜 또 만나?”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고요하게 가라앉았다.“제대로 이별하려고. 그래서 만났어.”“그냥 안 만나면 그게 이별이지. 왜 그런 모험을 해? 그러다 류 회장 알면 어쩌려고…”유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그 사람 알아. 내가 선배 만난 거. 그리고…… 이해해 줬어.”“진짜? 말로만 이해했다는 거 아니고?”“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야.”“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만나니까…… 어땠어?”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팠어. 그리고 선배 만나고 내 마음의 진실을 알았어. 그때 그 남자를 사랑했던 건 맞지만…단지 사랑 받고 싶어서 내 전부를 걸었어.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도 나도 자신을 위한 사랑이었어. 그래서 우리 둘 그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도, 아니 내가 그 아이를 낳았더라도. 우린 헤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유진은 잠시 마른침을 삼키며 힘겨운 듯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요스케가 왜 나와 3년을 함께 했는지, 그 사람 진심을 알게 됐을 때 나 이미 흔들리고 있었어.”유정이 놀라 엉덩이를 좌석 시트에서 번쩍 들어 올렸다.“뭐? 흔들렸다고? 에구치랑 있을 때부터? 그럼 너 그때… 그러니까 우리 스위스 때부터 류 회장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야?”“응. 바보 같이.”유진의 고백에 유정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그런데 왜 나에게 한번도 표현 안했어? 너 그 남자 바람 필 때도 아무렇지도 않아 했잖아? 아니? 솔직히 너 류 회장과 무슨 일이라고 생길까 봐 더 신경 썼지. 그 남자 바람났던 것보다 더! 근데 사랑하고 있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겁이 났던 것 같아.”오랜 시간 그녀 스스로를 가두었던 거대한 진실.“그 사람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훅 빠져 버려서, 감당도 못할 만큼 빠져버려서…… 그 감정에 상처 받을까 봐. 그 상처가 날 무너뜨릴 걸 알아서 도망쳤어. 그래서 애써 아무 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내 감정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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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6

몰디브의 프라이빗 섬.사방이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인 리조트의 야외 테라스에서 유진이 황당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당신… 증인이 김비서님이에요?”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해 섬 전체를 통째로 빌린 스케일에 비해 요스케의 옆에 꼿꼿하게 서 있는 신랑 측 증인은 늘 그렇듯 검은 정장을 입은 김 비서 딱 한 명뿐이었다.“응.”그는 유진의 핀잔이 그저 귀엽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친구도 없어요?”요스케가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커다란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밀착된 흉곽을 통해 그의 낮고 묵직한 웃음소리의 진동이 유진에게 그대로 전해졌다.그의 짙은 눈동자가 오직 유진 한 사람만을 집요하게 담아내며 낮게 속삭였다.“몰랐어? 나 왕따인 거? 나 너 아님 아무도 없어.”“뭐가 이래?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면서?”“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남자가 유진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낮게 투정 부리듯 속삭이는 모습에 유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세상 모든 것을 가졌으면서 오직 자신의 사랑 하나가 고파서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애걸하는 이 불쌍한 맹수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럼 이제부터 내가 당신 편 많이 만들어 줄 게요. 그러니까 제발 사람들 앞에서 공포심 좀 유발하지 말아요. 유정 언니가 당신 무섭다고, 오늘 겨우 데려왔어요.”“알았어. 잘 할게.”“나도 잘 할 게요. 사랑해요.”*끝없이 펼쳐진 적도의 수평선 위.까만 하늘에 찬란히 반짝이는 별자리들은 화려한 금수로 수놓인 비단 이불처럼 하얀 백사장 위를 덮고 있었다.그 별빛이 파도처럼 부서지는 작은 백사장 중앙에 차려진 작은 단상.그 단상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남자.칠흑 같은 어둠이 아득하게 드리워진 그의 머리 위로 마치 흩뿌려진 보석 가루처럼 눈부신 은하수가 쏟아져 내렸다.화려한 하객도 웅장한 음악도 없이.유진은 오직 그의 숨결만을 이정표 삼아 그의 곁으로 향했다.잔뜩 꾸민 풍성한 웨딩 드레스 대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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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7

결혼식 다음 날.아직도 깊은 아침 잠에 빠져 곤히 숨을 쉬고 있는 유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요스케는 가벼운 청색 리넨 셔츠 차림으로 홀로 리조트 로비로 걸어 나왔다.그의 걸음걸이에는 기분 좋은 여유와 안식이 짙게 배어 있었다.그리고 이국적인 바다가 넘실거리는 로비 앞 조식 식당 입구에서 류와 유정이 딱 마주쳤다.“어…… 일찍 일어났네.”요스케가 먼저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유정은 여전히 그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주눅이 든 채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아, 네… 안녕하세요, 회장님”그는 로비 옆에 위치한 식당 직원에게 유진이 좋아하는 따뜻한 블랙커피와 신선한 열대 과일 플래터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정이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저…… 고맙습니다.”“뭐가?”요스케가 테이크아웃 잔을 건네받으며 특유의 무표정한 눈으로 유정을 응시했다.“유진이 지켜주셔서. 류 회장님 아니었음, 유진이 계속 불행 했을 거예요.”“이제 가족인데 요스케라고 불러 줘.”그 말에 유정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아…… 요스케. 아시죠? 저 직설적인 거. 제가 너무 양심에 찔려서 도저히 그 이름으로는 회장님 못 부르겠어요.”요스케는 커피잔을 잠시 테라스 테이블에 놓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유정도 그의 맞은편에 앉아 오랜 시간 가슴에 얹혀있던 무거운 돌덩이를 꺼내놓을 준비를 했다.“그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말 나온 김에, 저 이 죄책감 털고 갈래요. 진짜 죄송했어요. 류 회장님 맘대로 오해해서. 그러니까 왜 나쁜 남자인 척은 하셔서……”“나 나쁜 남자 맞는데.”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낮게 읊조렸다.“유진한테는 아니었잖아요.”유정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그때 조금만 잘해 주시지. 진짜 조금만 잘해 줬어도 홀랑 넘어가서 강아지처럼 사랑 받으려고 류 회장님만 바라봤을 애를. 진짜 유진만큼 쉬운 애도 없는데… 근데 왜 그렇게 일부러 못 되게 구셨어요? 아세요? 그때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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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8

테이크아웃해 온 블랙커피와 신선한 과일 플래터를 침대 곁 협탁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그는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유진을 자신의 품 안에 끌어 안았다.유진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는 그의 체온은 아침 햇살보다 뜨거웠다.그때 요스케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유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너 스위스에서 나 때문에 비참했다며? 왜 한번도 원망 안한 거야?”잠결에 까슬한 그의 턱이 어깨에 닿자, 유진은 간지러운 듯 몸을 웅크리며 고개를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응? 혹시 유정언니가 입방정 떨었어요?”“응. 막 억울하다면서, 내 탓 하던데?”순간 밀려오는 민망함에, 유진은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진짜 못 말린다니까. 언니가 자꾸 자기가 내 보호자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엄마 대신이라고. 그냥 그런 가 보다 하세요.”“그래도 다행이야. 너에게 유정이가 있어서.”그의 진심 어린 말에 유진은 이불 속에서 그의 커다란 손을 찾아 손가락을 얽어맸다.“네. 나도, 유정 언니도 우리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사이에요.”요스케의 손길이 유진의 가느다란 척추 뼈를 따라 느릿하게 움직였다.그의 눈동자에 언뜻 스치는 과거의 잔상이 밤바다처럼 깊어졌다.“그때 네가 표현해 주기를 내가 얼마나 바랬는 지 알아? 그래서 더 일부러 못 되게 굴고 스캔들도 만들고. 네 마음 확인하고 싶어서……”유진이 나직하게 읊조리며 그를 마주 보았다.“난 내가 별로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사전 차단 당한 것 같았다고 하나. 그래서 당신에게 설레다가도 다시 실망하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진짜 아무 기대도 없어졌어요. 그냥 당신 모든 행동이 나 놀려 먹으려고 하는 것 같고. 그런데 내가 그때 화내고 표현 했음 어땠을 까요?”류는 유진의 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다 잠시 멈칫했다.어김없이 그의 심장이 미치도록 아려왔다.“그랬다면…… 너와 헤어졌겠지. 너 도망가라고 기회 준 거니까. 그래서 널 세상에서 숨기려고 너 대신 다른 여자들을 앞 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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